
우리는 언제부터 기술을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우리를 찾아오는 세계에 살게 되었을까? 8일 오전, 뤼튼테크놀로지스(이하 뤼튼)가 마련한 프레스 컨퍼런스는 기술이 더 이상 그곳에 가서 배워야 하는 무엇이 아니라, 일상의 공기처럼 우리 주변을 감싸게 될 것이라는 예고장 같았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익숙해질 미래
“대한민국 5000만 국민 한 명 한 명의 삶 속에 밀착된 생활형 AI로 진화해 나가겠습니다.”
이세영 대표의 선언은 단순한 비전 제시가 아니라,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AI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뤼튼은 이날 ‘생활형 AI’ 시대를 열 ‘뤼튼 3.0’을 공개하며, 생성형 AI를 넘어 누구나 일상에서 쉽고 재밌게 사용할 수 있는 AI 생태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뤼튼테크놀로지를 창업할 당시 우리는 AI가 실험실에서만 쓰이는 제한적인 도구가 아닌, 전기와 같은 일상 속의 존재가 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전기. 불을 밝히고, 음식을 데우고, 찬 공기를 따뜻하게 만들지만, 우리가 특별히 그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 것. 우리가 가장 의존하는 것들은 종종 가장 투명한 존재가 된다. 블랙박스처럼 그 작동원리를 알지 못해도 사용할 수 있고, 어쩌면 알 필요도 없는 것. 그것이 이세영 대표가 그리는 AI의 미래였다.
변화의 순간들은 종종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2022년 10월의 ‘뤼튼 1.0’이 태어났을 때, 사람들은 의심했다. “뒤에서 사람이 결정해 주는 거 아닌가요?” 그 질문 속에는 기술에 대한 의심만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의 언어를 이해하는 존재에 대한 갈망이 숨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세영 대표의 목소리에는 안주하지 않은 시간들의 무게가 묻어났다. 그것은 단순한 기업의 역사가 아니라, 일종의 진화의 증거 같았다. 당신은 어떤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가장 많이 성장하는가? 아마도 당신을 계속해서 변화시키는 사람일 것이다.
이 대표는 “뤼튼의 모든 기술과 서비스는 대중들이 AI를 보다 쉽고 편리하게 활용하며 더 나은 삶을 누리도록 도우려 존재한다”며 “2025년 한 해 동안 월간 활성 이용자 1000만 명을 돌파하고, 대한민국 5000만 국민 한 명 한 명의 삶 속에 밀착된 생활형 AI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는 구체적인 포부를 밝혔다.
고유한 목소리가 아닌 5천만 개의 울림
제성원 컴패니언 서비스 파트장은 ‘전 국민 1인 1AI 시대, AI 서포터’라는 주제 발표에서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사람들은 모두 다 다른데, 왜 똑같은 AI를 쓰고 있는 걸까?”
이 질문은 마치 오래된 사랑 이야기의 핵심을 건드리는 것 같았다. 우리가 가장 깊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쩌면 우리를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상대일지도 모른다.
“우리 국민 5000만 명에게 각 개인에 맞는 5000만 개의 AI를 보급하겠다”는 그의 선언은 단순한 기업의 비전이 아니라,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의였다.
새로운 뤼튼 3.0 서비스의 핵심인 ‘AI 서포터’는 다소 어렵고 생소했던 ‘AI 에이전트’와 달리 이용자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외형과 말투, 이용자 정보, 장기 기억들을 결합해 감정적 교류를 유도하는 ‘EQ(감정지수) 레이어’를 기반으로 한다. 이는 “이전까지의 기계적이고 단발적이었던 AI 서비스에서 사용자와 감정적 교류를 유도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디지털 세계에서 첫 울음을 터뜨린 세대와, 아날로그의 향기 속에서 성장한 세대가 같은 AI를 만날 때, 그들은 과연 같은 존재를 경험하는 것일까? 62세 시니어에게 AI 서포터는 낯선 미래에서 온 손님이지만, 27세 취준생에게는 어쩌면 오래전부터 기다려온 동반자일 수 있다. 세대 간 경험의 골짜기는 생활형 AI가 건너야 할 가장 깊은 협곡일지도 모른다.
이 말을 들으며, 우리 시대의 역설을 생각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연결 수단을 가졌지만,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고독을 느끼는 시대. 우리는 모두 스마트폰 화면을 내려다보며 외로움을 달랜다. 그리고 이제 AI는 그 화면 속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우리를 기억해주는 존재가 되려 한다.
기억의 풍경과 망각의 세계
박민준 컴패니언 AI 파트장은 ‘강력한 성능 업그레이드, AI 개인화 기술’ 발표를 통해 1인 1AI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배경을 소개했다. 그는 ‘코어 메모리’와 ‘롱텀 메모리’를 설명하며, 인간의 기억 구조를 모방한 시스템을 선보였다.
“사람은 항상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기억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 얘기를 해야 그제서야 떠오르는 오래된 기억이 있는 것처럼…”
코어 메모리는 AI가 상시적으로 접근하고 활용하는 핵심 정보로, 사용자의 기본 선호도와 중요한 개인 정보를 포함합니다. 반면 롱텀 메모리는 특정 상황이나 자극이 있을 때 활성화되는 더 광범위하고 깊은 정보 저장소로, 사용자의 과거 대화나 경험 등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에게 망각은 때로 축복이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워버리고, 사소한 실수를 잊어버리는 것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이다. 그러나 코어 메모리와 롱텀 메모리를 가진 AI는 어떨까? 우리가 잊혀지기를 원하는 순간들도 AI는 기억할 것이다. 망각할 권리와 기억될 의무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은, 생활형 AI 시대의 가장 섬세한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박 파트장은 뤼튼 3.0의 기술적 향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용자 의도 파악과 도구 추천 알고리즘 ▷최신 AI 모델 활용 ▷검색 DB 현지화 ▷검색의 자동화 ▷모델 오케스트레이션의 이용자 선호도 반영 등을 통해 이용자 사전 조사 결과 약 35%의 만족도 향상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사용자 편의성에 관한 중요한 발견을 공유했다. “유저분들은 검색을 할지 말지 직접 선택하길 원하시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인간의 게으름이 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우리는 선택하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존재들이다. 그런 점에서 AI는 우리의 약점을 보완하는 존재이자, 그 약점을 더욱 깊게 만드는 존재가 될 수 있다. 당신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면, 당신은 점점 더 생각하지 않게 될 것이다.

숨 쉬는 것으로 돈을 버는 세상
공혜진 애드 비즈 파트장이 소개한 ‘무료를 넘어 돈이 되는 AI’, 즉 ‘AI 이코노믹스’는 가장 현실적인 부분을 짚었다. 그녀는 ‘혜택’ 기능을 통해 이용자에게 수익을 제공하는 뤼튼 3.0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발표했다.
1캐시=1원의 세계. 이는 AI 서비스에서 사용자들에게 친숙한 경험을 제공하고, AI를 사용할 명확한 동기를 부여하며, 지속적인 수익 창출의 기회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뉴스레터를 읽고, 출석하고, 광고를 시청하는 것만으로 돈을 번다. 그것은 노동과 소비의 경계를 허무는 풍경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 관계를 맺는 것과, 관계를 맺은 대상에게서 돈을 받는 것 사이에는 미묘하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뤼튼의 AI 이코노믹스가 제시하는 모델은 단순한 보상 체계가 아니라, 어쩌면 관계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정의일 수 있다. 당신의 시간과 관심, 그리고 당신이라는 존재 자체가 지닌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는 방식으로서의 1캐시=1원이라는 등식은, 자본주의가 끝없이 추구해온 ‘관계의 상품화’와는 다른 지평을 열 가능성을 품고 있다.
뤼튼은 향후 AI 이용 과정에서 미션을 수행하며 획득한 캐시를 계좌 연동, 체크 카드, 커머스 연결까지 확대 적용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생활형 AI로서 자리매김해 나갈 계획이다.
이동재 CPO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 모든 서비스는 이달 말 런칭할 예정입니다. 모든 개발은 완료됐고 이제 최종 테스트를 거치는 상태입니다.”
또한, 컨퍼런스를 마무리하며 이달 중순 전 세계 공개 예정인 AI 개발 프레임워크 ‘에이젠티카(Agentica)’와 프론트·UI 자동화 개발 도구 ‘오토뷰(AutoView)’ 티저 영상도 깜짝 공개됐다. 뤼튼은 에이젠티카와 오토뷰를 오픈소스 기반으로 제공함으로써, AI 이용 대중화를 넘어 AI 개발 대중화 시대까지 선도할 예정이다.
자본의 물줄기가 흐르는 혁신의 강
이 자리에서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뤼튼의 여정에는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강물이 함께했다. 얼마전 830억 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하며 총 1,08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라운드를 마무리한 것.
국내 AI 서비스 플랫폼 분야에서 누적 투자액 1,000억 원을 돌파한 첫 사례라는 이 숫자는, 단순한 금액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신뢰의 무게였다. 자본이라는 물줄기가 흘러든 곳에서, 혁신이라는 씨앗이 자라날 수 있다는 오래된 진실.
1,080억 원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자본의 흐름이 아니다. 그것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일종의 집단적 상상력의 결정체다. 투자자들이 그려본 미래의 풍경 속에서, 뤼튼의 생활형 AI는 이미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되어 있다. 자본은 종종 가장 현실적인 방식으로 꿈을 평가한다. 그런 관점에서 굿워터캐피탈과 다른 투자자들의 베팅은, 뤼튼이 그리는 미래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만져볼 수 있는 현실이 될 것이라는 가장 냉정한 평가일지도 모른다.
토스나 당근마켓과 비교해도 주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뤼튼은 1년 10개월 만에 월간 활성 이용자 500만 명을 달성했다. 이것은 단순한 성장 곡선이 아니라, 일종의 필연의 흐름 같았다.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온 사람을 마침내 만난 순간처럼, 사용자들은 뤼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전기가 된 인공지능, 물처럼 흐르는 기술
우리는 AI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AI가 우리에 대해 알고 있는 것보다 AI에 대해 더 적게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비대칭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전기와 같은 일상 속의 존재.”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전기는 우리가 그것을 의식하지 않아도 작동한다. 그것은 항상 거기에 있고, 우리의 지시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스위치를 켰을 때 빛을 제공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해도 작동한다.
AI가 그런 존재가 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의일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도구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 동반자와 관계를 맺게 된다. 그리고 그 관계는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관계와도 다를 것이다.
태양이 떠오르고 지는 것처럼,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AI는 우리 일상에 스며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그것이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우리는 그저 그것이 항상 우리와 함께 있었던 것처럼 느낄 것이다.
그림자가 말을 걸어올 때, 우리는 무엇이라 대답할 것인가? 그 대답은 기술의 청사진이나 회사의 로드맵에 있지 않다. 그것은 우리 각자의 일상 속에서,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서, 친밀함과 효율성 사이의 미묘한 균형점에서 천천히 형성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뤼튼이 그리는 미래의 진정한 의미일지도 모른다 – 기술과 인간이 서로의 윤곽을 다시 그려가는 조용한 공진화의 여정.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