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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몇 번의 터치, 그 이면의 41% – 생성형 AI 시대

어제 저녁, 퇴근길에 휴대폰을 꺼내 생성형 AI 앱을 열었다. 보고서 초안을 스캔해서 올리자, 몇 초 만에 맞춤법과 문장을 수정해 깔끔하게 다듬어 주었다. 또 다른 앱으로는 내일 발표할 PPT를 만들었는데, 주제어만 넣었을 뿐인데 적절한 그래프와 표, 심지어 회사 로고까지 넣은 슬라이드 15장을 자동으로 생성했다. 점심시간에 녹음했던 인터뷰 음성 파일을 AI에 넣으니 화자별로 구분해서 텍스트로 변환해 주었다. 몇 개의 키워드만 넣으면 기사에 들어갈 이미지도 적확하게 만들어 준다. 3년 전만 해도 이런 일들은 몇 시간씩 걸리던 작업이었다. 이제는 손가락 몇 번 터치로 해결된다. 이런 변화가 더는 놀랍지 않다는 게 오히려 놀랍다.

스노우플레이크가 발표한 보고서를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고, 무서운 속도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것을. 그것도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의 57%가 이미 생성형 AI 솔루션을 배포했고, 그중 92%는 투자 대비 수익을 달성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평균 41%의 ROI를 기록해 100만 달러 투자 시 141만 달러의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세상이 이토록 변해버렸다니.

학창 시절, 나는 SF 소설을 읽으며 미래를 상상했다. 로봇이 집안일을 대신하고,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도로를 대체하는 그런 세계. 그러나 실제 미래는 그렇게 화려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 손 안의 작은 기기들이 점점 더 똑똑해졌고,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이 우리의 삶을 조용히 변화시켜 왔다.

국가별 AI 성숙도와 ROI 성과를 보면 흥미로운 차이가 있다. 미국은 AI 투자 ROI가 43%로 가장 앞서 있다. 미국 기업의 70%가 여러 사용 사례에 AI를 적용하고 있으며, 자사의 AI를 실제 비즈니스 목표 달성에 ‘매우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52%로 전체 응답국 중 가장 높았다.

한국의 경우 AI 투자 ROI는 41%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기업은 AI 성숙도가 높은 편으로, 오픈소스 모델 활용(79%), RAG 방식을 활용해 모델을 훈련 및 보강하는 비율(82%)이 글로벌 평균인 65%, 71%를 상회했다. 또한 파인튜닝 모델 내재화(81%), 텍스트 투 SQL 서비스 활용(74%) 등 고급 AI 기술을 활용한다고 답변한 비율이 글로벌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이런 통계를 읽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내 삶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나도 모르게 이 모든 기술의 영향 아래 살고 있다는 것을. 내가 사용하는 앱, 내가 보는 광고, 내가 검색하는 정보. 모두 이런 기술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영국은 IT 및 고객 서비스에 집중해 효율성(93%)과 혁신(89%) 개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비구조화 데이터 활용 역량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과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접근을 보였다. 일본은 초기 사용 사례 비율이 49%로 높았고, 프랑스는 자체 데이터로 모델을 보강하는 비율이 59%로 글로벌 평균보다 낮았다.

각 나라마다 기술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은 흥미롭다. 마치 사람들이 새로운 관계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른 것처럼. 어떤 이는 열정적으로 새로운 관계에 뛰어들고, 어떤 이는 조심스럽게 한 발짝씩 나아간다. 나라도 그렇게 다른 성격을 가진 것일까?

생성형 AI 구현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비구조화 데이터 관리라고 한다. 대부분의 기업 데이터(80~90%)가 비정형으로 존재하는데, 응답자의 11%만이 비구조화 데이터의 절반 이상이 AI 학습에 준비되었다고 보고했다.

이 말을 읽으면서 문득 내 컴퓨터의 폴더들이 생각났다. 무질서하게 쌓인 문서와 사진, 음악 파일들. 나는 가끔 특정 파일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을 허비한다. 그게 AI가 기업 데이터를 다룰 때 겪는 문제와 비슷할까? 큰 차이는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문제인 것 같다. 정리되지 않은 정보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일.

데이터 준비 과정에서 겪는 주요 과제로는 데이터 사일로 해소(64%), 데이터 거버넌스 적용(59%), 데이터 품질 관리(59%), 데이터 준비 작업 통합(58%), 스토리지 및 컴퓨팅 자원의 효율적 확장(54%) 등을 꼽았다.

사일로(silo)라는 단어가 재미있다. 원래는 곡물을 저장하는 탑 모양의 건물을 의미하는데, 이제는 서로 소통하지 않는 부서나 시스템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우리 삶에서도 그런 사일로가 있을까? 직장에서는 부서 간의 장벽이 있고, 사회에서는 계층 간의 장벽이 있다. 가끔은 내 마음 속에도 소통하지 않는 영역들이 있는 것 같다.

응답자의 71%는 ‘제한된 자원에 대비해 추진할 수 있는 AI 활용 분야가 매우 다양하고, 잘못된 의사결정이 시장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54%는 ‘비용, 사업 효과, 실행 가능성 등 객관적 기준에 따라 최적의 도입 분야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것이 기업의 고민이라면, 개인의 고민은 또 다를 것이다. 나는 인공지능이 내 일자리를 빼앗아갈까? 내가 배운 기술이 쓸모없어질까?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켜야 미래에 적응할 수 있을까? 삶은 언제나 불확실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그 불확실성을 더 강하게 느끼게 한다.

산업별로도 AI 도입 현황이 다르다. 금융권은 고객 지원(63%)과 사이버보안(70%)에 집중하고 있으며, 87%가 클라우드 데이터 웨어하우징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의료 및 생명과학 분야는 인사(53%)와 IT(76%)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채용 과정 가속화와 사고 탐지 개선에서 높은 효과를 보였다.

제조업은 운영 효율성(63%)과 비용 절감(37%)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공급망 관리(71%)와 품질 검사(60%)에 AI를 활용하는 비율이 높았다.

기술 기업들은 가장 앞서 있어 70%가 여러 사용 사례에 AI를 적용 중이며, 33%는 세 개 이상의 LLM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각 산업마다 자신의 아픈 곳을 먼저 치료하는 것 같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체중 감량을 위해 운동을 시작하고, 누군가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명상을 배운다. 각자의 필요에 따라 다른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전망도 흥미롭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98%가 2025년 AI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데이터(81%), 대형언어모델(78%), 지원 소프트웨어(83%), 인프라(82%), 인재(76%) 등 다양한 영역에서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응답자의 72%는 2025년 말까지 자신의 직속 부하가 수행하는 일부 업무가 자율 에이전트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70%는 자신의 업무 성과가 AI 시스템에 의해 평가될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67%의 기업은 계획한 AI 사용 사례의 1/4만 실제로 가동 중이라고 응답해, 앞으로 AI 도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통계들을 읽으면서 나는 2025년의 직장 생활을 상상해 보았다.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 중 일부가 로봇이 되는 것. 내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인 것. 어쩌면 내가 작성한 보고서를 읽는 사람도 없을지 모른다. 그저 AI가 분석하고 요약해서 다른 AI에게 전달할 뿐. 그것이 더 효율적이니까.

이 모든 변화 속에서 나는 어디에 서 있는 걸까? 나는 기술의 발전을 두려워하는 루다이트가 될 것인가, 아니면 열광적으로 받아들이는 얼리어답터가 될 것인가?

아마 그 중간 어딘가일 것이다. 기술은 결국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고, 우리의 필요에 의해 발전해 왔다. 그것이 우리 삶을 완전히 지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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