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기업협회가 발표한 ‘벤처기업 주 52시간제 운영 실태 및 애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 기업의 41.1%가 주 52시간제 준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44.4%)이 서비스업(35.8%)보다 애로사항을 더 많이 호소했으며, 고용규모가 커질수록 어려움을 겪는 비율이 급증해 ‘100인 이상’ 기업에서는 무려 73.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 52시간제 준수의 가장 큰 애로 유형으로는 ‘생산성 저하 및 운영 차질'(42.5%)이 꼽혔다. 특히 납기 준수 문제와 수주 포기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기업 경쟁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음으로 ‘구인난, 인건비 부담’ 등 인력 문제가 30.1%로 나타났으며, ‘비용 부담'(17.1%)과 ‘노사 관계 및 내부 갈등'(9.6%) 순이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근무체계 개편, 조업 축소 등 ‘내부 운영 조정 및 관리 강화'(35.8%)와 추가 인력 채용, 단기 인력 활용 등 ‘인력 운영 방안 마련'(33.6%)을 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인력 확보 계획에 있어서는 ‘향후 채용 계획'(34.2%)과 ‘채용 없이 내부 운영 방식으로 해결'(33.7%)이 비슷한 비율을 보여, 많은 기업이 추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했다.
전체 응답 기업의 58.0%가 유연근무제를 운영 중이며, 서비스업(75.8%)이 제조업(47.1%)보다 도입 비율이 현저히 높았다. 규모별로는 ‘5인 미만’ 기업에서 70.8%로 가장 높은 도입률을 보였다.
유형별로는 ‘출퇴근 시간 유연'(46.1%)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근로시간 조정'(31.1%), ‘근무 장소 유연'(19.2%)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유연근무제 도입의 어려움으로는 대상, 사유, 기간 등 ‘제도 활용의 제한'(44.1%)과 ‘비용 및 보상 부담'(39.0%)이 주요 장애물로 지목됐다.
전체 기업의 53.8%가 특별연장근로제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응답했으며, ‘현재 시행 중’이라는 응답도 9.2%로 나타나 10곳 중 6곳 이상이 이 제도를 활용하거나 계획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제조업(57.1%)에서 활용 계획이 서비스업(49.3%)보다 높았다.
활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추가 연장근로 필요 없음'(31.3%), ‘장시간 근무 부담 우려'(25.8%), ‘근로자 동의받기 어려움'(22.3%), ‘신청 절차 복잡성과 승인 요건 까다로움'(18.2%) 순으로 응답했다.
조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결과는 근로시간 총량제 도입에 대한 높은 수요다. 전체 응답 기업의 68.4%가 근로시간 총량제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업종 전반에서 도입 의향이 높았다. 특히 ’50인 이상 100인 미만’ 기업에서 86.4%로 가장 높은 수요를 보였다.
총량제 적용이 필요한 직군으로는 연구개발, 소프트웨어, AI개발 등 ‘기술·개발’ 직군이 52.9%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콘텐츠 제작 및 마케팅 등 ‘기획·디자인'(18.2%)과 ‘영업·사업개발'(13.6%) 직군이 뒤를 이었다. 조정 단위로는 ‘월 단위'(46.6%)를 가장 선호했으며, ‘분기 단위'(26.6%)와 ‘연 단위'(26.1%)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예상되는 효과로는 ‘특정 시기 집중 근무 가능'(49.2%)과 ‘기업 운영의 유연성 증대'(40.1%)가 주요 기대 효과로 꼽혔다.
핵심 인력의 장시간 근무 필요성에 대해 전체 기업의 60.7%가 ‘특정 프로젝트 진행 시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26.3%는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100인 이상’ 기업에서는 80%가 특정 프로젝트 시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근로시간 예외 규정(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 시 활용 의향에 대해서는 57.7%가 ‘일부 조건 필요’라고 응답했고, 24.7%는 ‘즉시 필요’라고 답해 총 82.4%가 제도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른 기대 효과로는 ‘연구개발 속도 향상'(35.8%)과 ‘프로젝트 일정 준수 용이'(33.4%)가 주를 이루었다.
보상 방식으로는 ‘금전적 보상'(40.5%)이 가장 선호되었고, ‘근무시간 보상'(32.3%), ‘성과 중심 보상'(19.1%) 순이었다. 다만 제도 도입 시 우려사항으로 ‘근로시간 관리 및 운영상 어려움'(37.1%)과 ‘법적 리스크 및 행정 부담'(32.4%), ‘노사 협의 부담'(29.9%)을 지적했다.
벤처기업협회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두 가지 핵심 정책 제안을 내놓았다. 첫째, 연장근로의 관리 단위를 주 단위에서 월·분기·연 단위로 확장하여 기업과 근로자가 합의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연구개발 등 핵심 인력에 대한 예외 규정, 즉 ‘핵심 인력 근로시간 예외’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벤처기업협회 측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은 단순히 근무 조건의 조정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 전략이자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라며 “창의성과 유연성이 성과의 열쇠인 벤처기업에게 있어 주 52시간제는 기업 활동의 본질적 특성과 충돌하는 측면이 많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근로시간 유연화는 규제 완화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성과 중심으로 나아가기 위한 인프라 구축의 일환이자, 미래지향적 근로문화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며 “정부가 노동 유연성 확보를 통해 혁신을 촉진하는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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