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게 문을 닫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 감정이란 무엇일까. 어떤 이는 그것을 결혼의 실패나 이별에 비유하기도 한다. 애정과 기대, 그리고 자본을 쏟아부은 공간이 더 이상 당신의 것이 아니게 되는 순간.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이 쓰라린 경험을 한 사장님들 중 상당수가 다시 도전한다는 사실이다.
핀테크 기업 핀다가 AI 상권분석 서비스 ‘오픈업’ 사용자 1,840명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N차 창업’의 시대를 살고 있다. 마치 우리가 여러 번의 연애를 거쳐 결혼에 이르는 것처럼, 자영업자들은 여러 번의 창업과 폐업을 경험하며 자신만의 사업을 찾아가고 있다.
이 설문에 응한 사장님들 중 절반 가까이(49.3%)가 2회 이상 창업 경험이 있는 ‘N차 창업자’라고 답했다. 우리는 여전히 폐업을 ‘실패’라고 부르지만, 데이터는 그것이 하나의 ‘과정’에 가까워졌음을 말해준다. 마치 작가가, 수없이 많은 습작 끝에 좋은 소설을 쓰게 되는 것처럼.
N차 창업자들 중에서는 2회차(24.3%)가 가장 많았고, 3회(12%), 5회 이상(9%), 4회(4%) 순이었다. 처음 창업한 사장님은 36.5%, 창업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은 14.2%에 불과했다. 상당수의 사장님들에게 폐업은 이미 익숙한 경험인 셈이다.
폐업 경험자들이 꼽은 실패 원인 1위는 ‘입지·업종 선정 실패'(25.0%)였다. 우리는 종종 ‘자금 부족’이나 ‘경기 침체’를 탓하지만, 진실은 더 근본적인 곳에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요리사도 잘못된 자리에 식당을 열면 실패한다. 아무리 친절한 카페 주인도 유동인구가 없는 곳에서는 손님을 만날 수 없다. 모든 비극은 입지에서 시작된다.
그 다음으로는 마케팅 실패(22.3%), 임대료 부담(16.3%), 자원 부족(14.7%), 운영관리 능력 부족(13.2%) 순이었다. 이러한 요소들은 결국 입지와 연결된다. 좋은 입지는 마케팅의 필요성을 줄이고,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매출을 만들어낸다.
또한 폐업 매장의 수명은 생각보다 짧았다. 절반 이상이 3년을 채우지 못했다. ‘1~3년 미만’ 영업했다는 응답이 42.1%로 가장 많았고, ‘1년 미만’도 9.9%에 달했다. 우리가 몰랐던 자영업의 잔혹한 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업 경험자의 80.8%는 재창업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이것은 단순한 낙관주의가 아니라, 인간의 복원력을 보여주는 증거다. 실패했던 곳에서 다시 일어나,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
하지만 재창업을 준비하는 사장님들 중 대다수는 여전히 ‘입지 분석’이라는 숙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최적의 상권 및 입지 선정을 완료했다’는 응답은 15.1%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최종 결정을 못하고 있다'(44.1%), ‘이제 막 상권과 입지 파악을 시작했다'(29.3%) 등으로 답했다.
이는 묘한 역설을 보여준다. 폐업의 주된 원인이 ‘입지 선정 실패’였음에도, 그들은 여전히 같은 함정에 빠질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마치 같은 유형의 연인에게 반복적으로 상처받는 사람처럼.
재창업 준비자들의 78.4%는 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 경험이 있거나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필요한 대출 금액은 ‘5,000만원 이상~1억원 미만'(31.4%)이 가장 많았고, ‘1억원 이상~3억원 미만’이 22.3%로 뒤를 이었다. 상당한 액수다. 우리는 모험을 위해 기꺼이 빚을 지는 사람들이다.
이 지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것은 응답자의 97%가 “성공적인 재창업을 위해 오픈업이 꼭 필요하다”고 답한 점이다. 이는 ‘직감’에 의존하던 창업 문화가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는 언제나 실패와 재기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 폐업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수 있다. 다만 이번에는 데이터라는 든든한 지도를 들고 불확실성의 바다를 항해하는 것이다. 물론 지도가 있다고 해서 폭풍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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