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최대 규모 IT 박람회 ‘컴퓨텍스 2025(COMPUTEX 2025)’에서 가장 활력이 넘치는 구역은 단연 스타트업 섹션인 ‘이노벡스(InnoVEX)’다. 이노벡스는 2016년부터 시작된 컴퓨텍스 내 부대행사로, 체인저 발굴의 장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이노벡스에는 24개국에서 온 45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참가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인공지능(AI), 스마트 모빌리티, 차세대 통신, 반도체 기술을 선보이는 부스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컴퓨텍스의 다른 구역들이 이미 성공한 기업들의 무대라면, 이노벡스는 아직 증명되지 않은 가능성들의 무대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더 생동감 있고, 더 절박하게 느껴졌다.
벨기에, 브라질, 프랑스, 호주, 일본, 태국, 필리핀, 이스라엘, 폴란드, 체코. 이 10개국은 컴퓨텍스 내 이노벡스에 국가관을 차렸다. 그들은 자국 스타트업의 기술을 세계에 선보이기 위해 이 무대를 선택했다.
5월 21일에는 글로벌 데모 데이(Global Demo Day)가 열렸다. 약 50개 스타트업이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기술을 발표했다. 발표자들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묻어났다. 그것은 당연했다. 이곳에서의 한 번의 발표가 그들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으니까. 벤처 캐피털과의 만남, 대기업과의 협업 기회, 혹은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 모든 것이 이 자리에서 시작될 수 있다.
비즈니스 프랑스(Business France)가 주관한 프랑스관에는 드라큘라 테크놀로지스(Dracula Technologies), 나노메이드(Nanomade), 이텐(Iten), 뮤직 유닛의 르손(Leson by Music Unit), 어드밴스드 마그네틱 인터랙션(Advanced Magnetic Interaction, AMI) 등이 참가했다. 그들은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오디오 처리 기술을 선보였다. 프랑스 스타트업들의 제품은 디자인이 돋보였다. 기술에도 국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코인베스트(CzechInvest), 체코 경제문화사무소, 스타트업 키친(Startup Kitchen)이 함께 꾸린 체코관에는 코그니바이브(CogniVibe), 이노벡 테크놀로지(Inovec Technology), 콤펜조(KOMPENZO), 팜앱 테크(PalmApp Tech), 로보트윈(RoboTwin), 스텔라 익스플로레이션(Stellar Exploration), 엑스텐드 디자인(XTEND DESIGN), 스타트업 테라스의 뉴런 사운드웨어(Neuron Soundware)가 참여했다. 모두 생소한 이름들이었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이 중 하나가 내년의 컴퓨텍스에서는 메인 전시관의 주인공이 될지.
올해 이노벡스의 특징 중 하나는 태국과 필리핀이 처음으로 참가했다는 점이다. 태국관에는 17개 기업이 참가해 인공지능(AI) 교육, 스마트 헬스, 스마트 솔루션 분야의 기술을 전시했다. 필리핀 농업부가 주도한 필리핀관에서는 스마트 농업 기술을 선보였다.
컴퓨텍스와 이노벡스의 역사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참여가 확대되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기술 혁신의 중심축이 점차 다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는 실리콘밸리나 중국, 한국, 일본 외에도 새로운 혁신 허브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만 경제부 중소기업청과 지방정부의 지원으로 대만 현지 기업들도 이노벡스 내에 특별 전시관을 마련했다. 그들에게 컴퓨텍스와 이노벡스는 자국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무대다.
엔비디아 인셉션 프로그램(NVIDIA Inception Program)과 에포크 파운데이션(Epoch Foundation)의 가라지플러스(Garage+) 같은 글로벌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들도 이노벡스에 참가했다. 그들은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들을 선별해 이 무대에 소개했다. 액셀러레이터와 스타트업의 관계는 묘하다.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도, 각자의 이익을 추구한다.
이노벡스의 또 다른 특징은 포럼이다. 아마존 웹 서비스(Amazon Web Services, AWS), 퀄컴(Qualcomm), 구글 클라우드(Google Cloud), 엔비디아(NVIDIA) 등에서 온 60명의 연사가 발표를 했다. 그들은 인공지능(AI)이 소비자 응용, 문화 창의성, 산업 응용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다루었다.
컴퓨텍스의 메인 행사가 현재의 기술을 보여준다면, 이노벡스 포럼은 미래의 기술을 예측한다. 그리고 그 예측은 종종 현실이 된다. 몇 년 전 이노벡스 포럼에서 논의되었던 기술들이 지금은 메인 전시관의 주인공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 이노벡스는 스타트업 기술과 산업 응용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했다. 대만은 컴퓨텍스와 이노벡스를 통해 국제 혁신 생태계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글로벌 협력의 중심지가 되고자 했다. 그것은 반도체 강국 대만의 자연스러운 포지셔닝이다.
이노벡스에 참가한 450개의 스타트업 중 몇 개가 내년에도 여기에 있을까. 아마 많은 수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보여준 가능성과 도전 정신이다. 그것이 이노벡스를 컴퓨텍스의 심장으로 만드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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