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2025년 1분기 소상공인 평균 매출 전기 대비 12.9% 하락

2025년 1분기, 거리엔 아직 겨울의 그림자가 남아 있었다. 봄이 왔지만, 지갑은 얼어붙은 채였다. 한국신용데이터가 발표한 ‘소상공인 동향 리포트’는 그런 현실을 숨기지 않았다. 매출은 줄었고, 분위기는 더 무거워졌다. 전국 소상공인의 평균 매출은 4,179만 원. 전기 대비 12.9% 줄었고,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0.7% 하락했다. 이 숫자들은 수많은 계산서의 끝에서 나왔고, 그 계산서들은 지금도 어느 가게의 뒷주방 어딘가에 놓여 있다. 한때는 사람들로 북적였을 작은 식당, 분식집, 술집. 그곳엔 지금, 조용한 냉기가 감돌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매출은 줄었는데 이익률은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24.6%. 전기 대비 0.4%포인트, 전년 대비 0.9%포인트 올랐다. 어떻게 된 일일까. 답은 간단했다. 지출을 줄였기 때문이다. 가게를 지키기 위해 포기한 것들이 늘어났다. 평균 지출은 3,153만 원. 전기 대비 13.4%나 줄었다. 수입보다 지출을 더 줄이는 방식. 냉혹한 계산 끝에 남은 것은 간신히 버텨낸 ‘수익성’이었다. 평균 이익은 1,026만 원. 전년보다는 3.1% 늘었지만, 전기 대비로는 11.4% 줄었다. 늘어난 건 오직 긴장뿐이었다. 그 긴장 위에 사업이 간신히 걸쳐져 있었다.

이익률이 유지된다는 사실은 한편으로 씁쓸한 위로다. 모두가 알지만 입 밖으로 내지 않는 말이 있다. 이것은 회복이 아니라 생존이다. 바닥에 닿지 않기 위한 몸부림. 무너진 매출을 견디기 위해, 소상공인들은 비용을 더 줄이는 길을 택했다. 전기료를 낮추고, 알바생의 시간을 줄이고, 때로는 가족이 대신 일을 나섰다. 문을 닫느냐, 아니면 더 줄이느냐. 선택은 둘뿐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은 후자를 선택했다. 그 선택은 현명했을까.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이번 분기의 매출 하락은 단지 경기 탓만은 아니었다. 연말 특수가 끝났고, 소비심리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고물가는 여전했고, 내수 회복은 기대만큼 빠르지 않았다. 외식업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다. 외식 전 업종에서 매출은 전기 대비 최대 13.6%, 전년 대비 최대 11.1% 줄었다. 특히 술집, 분식, 디저트, 패스트푸드 업종이 많이 줄었다. 저녁이 되면 들리는 소리도 달라졌다. 덜컹거리던 그릇 소리, 웃음소리, 그 모든 게 줄어든 것 같았다. 한때 사람들로 넘쳤던 공간은 지금 조용한 셀프 계산대의 삐 소리만 남았다.

외식업 외에도 숙박 및 여행 서비스업은 전년 대비 11.8%, 예술·스포츠·여가 서비스업은 6.8% 줄었다. 여행은 여전히 망설임의 대상이었고, 문화생활은 일상의 후순위로 밀려났다. 삶은 작아졌고, 소비도 함께 작아졌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소상공인들은 다시 계산기를 들었다. 수익성을 중심으로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 눈앞의 매출보다 남는 것을 생각했다. 강예원 한국신용데이터 데이터 총괄은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상황에서 수익성 위주의 매장 운영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다”며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 한, 폐업이냐 비용 절감이냐의 선택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리포트에는 또 하나의 변화가 담겼다. 외식업 탄소 배출량 분석. 매출도 중요하지만, 이젠 환경도 외면할 수 없는 시대다. 서울대학교 기후테크센터와 함께 2022년 1분기부터 2024년 2분기까지, 외식업 사업장당 평균 탄소 배출량을 분석했다. 영등포구, 강남구, 성북구의 배출량이 높았고, 도봉구가 가장 낮았다. 중식은 사업장당 배출량이 가장 많았고, 뷔페는 매입액 대비 배출량이 가장 높았다. 식자재, 전력, 연료가 주요 배출원이었으며 폐기물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우리가 먹는 것이 어떻게 공기를 바꾸는지를 숫자로 보여준 셈이다.

“이번 분기 데이터는 소상공인 경기 흐름과 더불어 기후 대응 관점에서 외식업의 환경 영향을 함께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강예원 한국신용데이터 데이터 총괄의 이 말은, 우리가 지나치기 쉬운 현실을 조용히 상기시킨다. 통계 뒤에 사람이 있고, 그래프 뒤에 하루하루를 버티는 누군가가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어떤 가게에서는 사장님이 혼자 테이블을 닦고 있을 것이다. 조명이 조금 더 어두워졌고, 음악은 꺼져 있지만 문은 아직 열려 있다. 아직, 오늘 하루를 마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플래텀 에디터 / 스타트업 소식을 가감 없이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댓글

Leave a Comment


관련 기사

이벤트

배달의민족, ‘스타 소상공인’ 육성 나서

스타트업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세계경제포럼 2025 영 글로벌 리더 선정

스타트업

한국신용데이터, APEC 사전행사에서 한국 대표 포용금융 혁신 사례로 소개

스타트업

한국신용데이터, 본사 매출 2.3배 급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