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자들은 자전거를 탄다. 어떤 자들은 달린다. 그리고 어떤 자들은 그 모든 것을 기록한다. 기록하는 자들이 있어 달리는 자들이 있고, 달리는 자들이 있어 기록하는 자들이 있다.
스트라바라는 이름의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먹고 산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을 기록하고, 나누고, 겨루는 일로 돈을 번다. 움직임의 중개업자들이다.
2025년 5월 22일, 스트라바는 또 하나의 회사를 삼켰다. ‘더 브레이크어웨이’라는 사이클링 앱을.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삼키듯 자연스럽게. 그런데 이 작은 물고기는 원래 큰 물고기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었다. 더 브레이크어웨이의 창업자들은 스트라바 출신이었으니까. 고향으로 돌아온 셈이다.
조던 코버트와 카일 유가와. 이 두 사람은 와이콤비네이터라는 창업의 등용문을 거쳐 자신들만의 사이클링 앱을 만들었다. AI가 페달링을 분석하고, 강해짐의 정도를 말해주는 앱. 8단계의 경쟁 체계와 기록 갱신의 알림이 있는, 게임인지 운동인지 모호한 경계의 것.
흥미로운 것은 이 앱 사용자들이 일반 스트라바 사용자보다 두 배나 많이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중독성이 있다는 뜻이다. 좋은 중독인지 나쁜 중독인지는 몰라도. 스트라바는 이들을 1,500만 달러에서 2,500만 달러 사이의 어떤 값으로 다시 품에 안았다. 정확한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어차피 중요한 것은 돈의 액수가 아니라 귀환의 의미일 터이다.
스트라바의 기업가치는 이제 22억 달러다. 원화로 치면 대략 3조. 사람들이 달리고 자전거 타는 일을 기록하는 앱이 3조원이라니. 기이하면서도 당연하다. 현대인들은 자신의 몸짓조차 데이터로 변환해야 안심이 되니까.
CEO 마이클 마틴이 말한다. “사이클리스트는 스트라바의 핵심 커뮤니티다.” 맞다. 사이클리스트들은 특별한 부족이다. 그들은 페달링 파워를 와트로 재고, 심박수를 구간별로 나누고, 케이던스를 분석한다. 달리는 자들보다 훨씬 과학적이고 강박적이다. 수치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스트라바는 이제 AI를 앞세워 나간다. 1억 5천만 명이 만들어낸 데이터의 바다에서 길을 건져 올린다. 어디에 있든 AI가 가장 인기 있는 코스를 찾아준다. 여름이 되면 더 똑똑해진다고 한다. 점 A에서 점 B로 가는 길을 만들어주고, 중요한 지점들을 알려주고, 다른 이들이 찍은 사진까지 보여준다. 길 위의 안내자 노릇을 한다.
‘Athlete Intelligence’라는 기능도 있다. 대규모 언어모델이 운동을 분석해서 조언을 건넨다. 개인 코치 같은 것이다. 아니, 개인 코치보다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감정의 기복은 없으니까.
스트라바는 더 이상 단순한 소셜 피트니스 앱이 아니다. 종합 트레이닝 해법이 되어가고 있다. 러닝 앱 ‘Runna’를 삼킨 데 이어 이번에는 사이클링 앱까지. 각각의 운동에 특화된 전문성을 흡수하며 거대해진다. 애플, 구글, 나이키 같은 거인들과 겨루려면 이런 식으로 움직여야 한다. 모든 것을 직접 만들 수는 없으니까. 이미 잘 만들어진 것들을 사서 엮는 것이 현명하다.
더 브레이크어웨이는 독립 앱으로 남을 예정이다. 점진적으로 통합되겠지만 성급하게 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현명한 판단이다. 좋은 것을 너무 빨리 바꾸면 망가지기 쉽다.
실제로 더 브레이크어웨이 사용자들은 이미 스트라바와 친밀한 관계였다. 이 앱은 처음부터 스트라바, Zwift, Peloton 같은 플랫폼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설계되었다. 스트라바에 올린 라이딩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석하고, 기록 갱신을 즉각 알려주는 식으로.
한 사용자가 말했다. “브레이크어웨이가 내 모든 활동의 본거지가 됐다.” 또 다른 이는 “여러 플랫폼 데이터를 한눈에 모아 분석해주니 효율적”이라고 평했다. 사람들은 흩어진 자신의 디지털 흔적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브레이크어웨이만의 독특한 기능들이 거대한 스트라바에 흡수되면서 희석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우려는 대부분 기우일 것이다. 스트라바가 약속한 대로 독립성을 지키고 점진적으로 통합한다면.
더 브레이크어웨이의 창업자는 한때 이런 말을 했다. “기존 행동을 바꾸기보다는 사용자가 이미 하고 있는 활동을 더 잘할 수 있게 돕는 것.” 현명한 철학이다. 사람을 바꾸려 하지 말고, 사람이 원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스트라바와의 궁합이 기대되는 이유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싶어한다는 단순한 사실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움직임을 기록하고, 나누고, 견주고 싶어하는 욕망에서. 스트라바는 그 욕망을 정확히 읽었다.
AI가 길을 찾아주고, 성과를 분석해주고, 조언까지 하는 세상. 어쩌면 우리는 더 이상 혼자 달리지 않는다. 언제나 누군가가, 아니 무언가가 지켜보고 있다. 격려하고 있다. 때로는 채찍질도 한다.
그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이것이 우리 시대의 운동법이라는 점이다. 데이터와 함께 움직이는 시대. 혼자서도 연결되어 있는 시대.
스트라바의 공식 발표문은 이렇게 끝난다. “더 브레이크어웨이의 인수는 스트라바의 성장, 혁신, 그리고 개발자 커뮤니티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신호. 그렇다. 모든 것이 신호다. 우리가 달리는 것도, 기록하는 것도, 나누는 것도. 우리가 살아있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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