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라톤을 완주해 본 적이 없다. 스타트업을 시작해 본 적도 없다. 하지만 요즘 이상하게도 이 둘의 공통점에 대해 글을 쓰고 싶어졌다. 마라톤과 스타트업은 겉보기에는 전혀 다를 것 없는 두 영역처럼 보이지만, 둘 다 인간의 끈질긴 도전 정신과 맞닿아 있다.
우리는 도전의 가치를 이해하고 있는가? 인간은 참 이상한 존재다. 42.195km를 달리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서는가 하면,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와 불확실한 미래에 모든 것을 건다. 왜 그럴까. 우리는 왜 이토록 힘든 길을 자처하는 걸까. 답을 알기 위해 머리를 굴려보지만, 결국 ‘인간이란 원래 그런 존재’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얼마 전 한 지인이 스타트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마라톤 완주 메달도 여러 개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 순간 나는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두 도전 사이의 공통점이 너무 많다는 생각에 빠졌다. 그들은 왜 그토록 힘든 길을 반복해서 걷고 있을까.
둘 다 미친 짓이다. 적어도 주변 사람들 눈에는 그렇다.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 새벽에 나가서 몇 시간을 달리는 것, 또는 월급쟁이 생활의 안락함을 버리고 창업의 불확실한 길에 뛰어드는 것 모두 제정신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그 과정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마치 고통과 희열이 공존하는 묘한 순간을 누리는 듯하다. 이 모순 속에서 인간의 강렬한 에너지가 빛난다. 그들의 눈빛은 오히려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마라톤은 연습 없이 뛰어들 수 없다. 스타트업도 계획과 준비 없이 시작할 수 없다. 준비는 모두가 인정하는 필수 과정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아무리 준비를 해도 언제나 부족하다는 점이다. 마라톤 코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창업 이후 시장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준비는 필요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그 불확실함을 감수하고 한 발을 내딛는 용기다. 그 용기야말로 진정한 시작이다. 미지의 길 앞에서 두려움에 맞서 뛰어드는 그 순간, 비로소 도전이 시작된다.
‘벽’이라는 존재다. 마라톤에서는 대개 30km 즈음에 찾아온다고 한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한계가 드러나며 달리기를 멈추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스타트업에서도 이와 유사한 ‘데스밸리’라는 순간이 있다. 창업 후 1-2년 차에 자금이 떨어지거나 예상하지 못한 난관이 찾아올 때, 포기하고 싶어지는 그 순간이 벽이다. 이 벽을 넘지 못하면 도전은 끝이 나고 만다. 하지만 그 벽을 넘어선 자만이 완주 메달을 목에 걸고, 성공적인 사업을 일궈낸다. 벽 앞에서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진짜 도전의 시작이다. 그 벽을 만날 때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만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혼자 하는 도전처럼 보이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다. 마라톤 주자에게는 페이스메이커가 있고, 길거리에서 응원하는 관중들이 있다. 창업자에게도 마찬가지다.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는 듯하지만, 그 뒤에는 멘토가 있고, 투자자가 있고, 동료들이 있다. 또한 가족과 친구들이 마음으로 함께한다. 그들의 지지와 응원이 없다면 중간에 지쳐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결코 혼자서 이룰 수 없는 것이 마라톤이고, 스타트업이다. 그들 덕분에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들이 보내는 지지와 신뢰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되어 도전자의 발걸음을 지탱한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마라톤을 한 번 완주한 사람은 반드시 두 번째, 세 번째 마라톤에 도전한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첫 창업이 성공했건 실패했건 간에, 창업가는 또다시 도전하고 싶어한다. 실패는 오히려 그 열망을 더 뜨겁게 만든다. 왜일까. 그 도전의 과정 속에서 느꼈던 설렘과 희열이, 그리고 한계를 넘었을 때의 그 성취감이 중독성 있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그저 인간은 본래 도전을 반복하는 존재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창업가들은 실패 속에서 배우고, 더 나은 도전을 향해 나아간다. 그 과정 자체가 성장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그 지인을 다시 만났다. 스타트업이 어떤지 물어봤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마라톤 완주할 때와 비슷해요. 고통스럽지만, 멈출 수 없어요.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죠.” 그 한마디가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그는 분명 고통을 이야기했지만, 그 고통 속에서 오는 성장을 원하고 있었다. 인간은 결국 이런 존재가 아닐까. 우리는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하면서도, 그 고통 속에서의 성장을 바란다. 이 모순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나는 여전히 마라톤을 완주해 본 적이 없다. 스타트업을 해본 적도 없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왜 사람들이 이 미친 도전을 멈추지 않는지. 아마도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은 것이다. 스스로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고 싶은 것이다. 이 끊임없는 도전 속에서 우리는 살아있음을 느끼고, 스스로를 뛰어넘는다.
어쩌면 우리 모두 그렇게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각자의 한계를 넘어서며. 누군가는 마라톤으로, 누군가는 창업으로, 또 누군가는 예술, 학문, 관계로.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더 나은 자신이 되어간다. 고통을 딛고 일어섰을 때, 우리는 한층 더 강해지고, 더 단단해진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 가진 위대한 힘이며, 내가 믿고 싶은 인간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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