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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이 돌아온 날, 배달 전쟁이 시작됐다

지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요즘 중국 배달앱이 난리라던데, 뭐가 그렇게 심각해?” 답장을 보내기 전에 잠시 생각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1조 위안짜리 케이크를 두고 벌어지는 이 거대한 게임을.

사실 이런 일은 예고되어 있었다. 2022년부터 소문이 돌고 있었으니까. 징둥이 배달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하지만 그때는 때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기업들에게도 때라는 게 있나보다. 사람처럼.

그러다 메이투안(美团)의 ‘산꼬우(闪购)’가 징둥의 본업인 디지털 가전 시장에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이때 징둥이 움직였다. 마치 잠자던 거인이 깨어나듯. 징둥따오지아(京东到家)와 징둥샤오스다(京东小时达)를 합쳐서 ‘징둥먀오쏭(京东秒送)’을 만들었다. 최단 9분 배송을 내세우며 커피와 밀크티부터 시작했다. 작은 실험처럼 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작은 실험이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는 것을.

봄날의 전투

2025년 새해, 징둥 앱 메인 페이지에 ‘프리미엄 배달’ 카테고리가 등장했다. 그리고 4월 어느 평범한 월요일, 징둥배달이 메이투안의 심장부를 찔렀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었다. 5월 1일 이전에 입점하는 모든 업체에게 연간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고 발표했다. 보통 6-8% 정도 되는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더 놀라운 건 배달원 복지였다. 5대 보험과 장기주택 기금은 물론이고, 배달원이 부담해야 할 개인 부담금까지 회사가 대신 낸다고 했다.

징둥 창업자 리우창둥(c) 리우창동 웨이보 계정

그리고 4월 중순, 더욱 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징둥 창업자 리우창둥(刘强东)이 직접 배달 현장에 나타난 것이다. 그는 라이더들과 함께 식사를 나누며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장면이 중국 전역에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수많은 배달원들이 징둥의 깃발 아래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건 그냥 출혈경쟁이 아니라 게임의 룰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였다. 자본주의는 결국 돈을 태우는 게임인가.

메이투안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징둥 PLUS 회원들에게 배달비 무료와 30% 할인 쿠폰을 뿌리자, 다음 날 바로 ‘전도시적 축제(全城狂欢)’로 맞받아쳤다. 20위안 이상 주문하면 20위안 할인. 거의 공짜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 둘이 치고받고 싸우고 있을 때, 갑자기 제3의 인물이 나타났다. 마윈이었다.

그의 등장은 충격적이었다. 몇 년간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던 그가 알리바바 본사에 사원증을 차고 나타난 것이다. 이는 단순한 복귀가 아니었다. “우리는 배달시장이 분할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리고 즉시 행동에 나섰다. 4월 30일, 알리바바는 어러머(饿了么)를 통해 ‘1천억 위안 보조금’ 프로모션이라는 대규모 캠페인을 전격 개시했다. 동시에 타오바오 산하의 ‘샤오스다’는 ‘타오바오 샨꼬우(淘宝闪购)’로 브랜드를 업그레이드하며 타오바오 앱 내 독립 탭을 확보했다. 이는 타오바오 역사상 전례 없는 파격적 개편이었다. 수억 명이 매일 보는 그 자리에 배달 서비스를 올린 것이다.

어러머는 단순히 별도 앱이 아니라 타오바오 생태계와 완전히 융합되었다. 사용자들이 타오바오에서 쇼핑하다가 자연스럽게 음식을 주문하고, 알리페이로 결제하고, 가오더 지도로 배송을 추적한다. 완전한 통합이었다.

마치 두 장군이 바둑을 두는 것 같았는데, 갑자기 세 번째 플레이어가 끼어든 셈이었다. 하지만 이 세 번째 플레이어는 그냥 끼어든 게 아니었다. 게임판 자체를 바꿔버렸다. 이 바둑판 위에는 7,000만 개의 일일 주문과 수백만 명의 배달기사들이 얽혀 있었다. 그들에게 이건 게임이 아니라 생계였다.

숫자로 보는 현실

메이투안의 2024년 매출은 3,376억 위안(약 65조 원), 순이익은 358억 위안(약 6조 9,4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8.4%나 급증했다. 사용자 수, 거래 빈도, 가맹점 수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메이투안은 하루 7,000만 건의 압도적인 배달 주문량과 700만 명의 방대한 라이더 네트워크, 1,500만 개의 가맹점을 보유한 거대 생태계를 구축했다. 전국 3만 곳 이상에 배치된 자체 물류 인프라 ‘산띠엔창’을 바탕으로 외식을 넘어 전자제품, 숙박, 모빌리티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징둥도 만만하지 않다. 삼위일체 보조금 전략으로 일일 외식 주문 1,000만 건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했다. 입점 업체 수수료 전액 면제, 라이더 사회보험 제공, 소비자 대규모 할인쿠폰을 동시에 밀어붙이고 있다. 외식 시장 진출 이후 징둥 앱의 일간활성사용자 수는 2,073만 명까지 증가했다.

알리바바도 가세했다. 타오바오 샨꼬우는 공식 출시 6일 만에 일일 주문 1,000만 건을 돌파했고, 전국 39개 도시에서 어러머의 외식 주문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 화려한 숫자들 뒤에는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다. 메이투안에 등록된 라이더만 700만 명이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회사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는다. 대신 수많은 대리상과 가맹상들이 중간에서 복잡한 고용 관계를 만들어낸다. 어떤 라이더는 개인사업자로 등록되어 있고, 어떤 라이더는 파견업체 소속이다. 법적으로 보면 이들은 ‘직원’이 아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세 세계

징둥은 유통업체다. 물건을 사고 팔고, 창고에 쌓고, 빠르게 배송하는 일에 특화되어 있다. 강력한 물류 시스템을 바탕으로 외식이라는 고빈도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들의 앱 이용 빈도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키려 한다. 하지만 징둥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주문 폭증을 감당하지 못해 플랫폼이 몇 번씩 다운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기존 디지털가전 시장에서는 메이투안 등에 점유율을 잠식당했고, 2022년부터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2위 자리를 핀둬둬에 내주었다. 2024년에는 3위 지위마저 틱톡의 급성장에 위협받는 위기 상황이다.

메이투안은 플랫폼이다. 사람과 사람을, 가게와 고객을 연결하는 일을 한다. 2010년 소셜 커머스 태동기부터 2015년 외식 배달 격전기, 2017년 공유 자전거 혁명기, 2020년 동네 공동구매 전성기까지 수차례 혹독한 업계 전쟁에서 승리해온 검증된 전사다. 특히 과거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했을 때는 3·4선 도시 시장에서 전략적 돌파구를 찾아 중국 외식 시장의 최종 승자로 우뚝 섰다. 하지만 메이투안에게도 약점이 있었다. 오랫동안 시장을 독점하며 가맹점과 라이더들에게 부과해온 높은 수수료였다. 외식배달 부문 순이익률은 2.8%에 불과하다.

알리바바는 생태계다. 타오바오, 알리페이, 가오더 지도까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어러머는 그 생태계의 한 부분일 뿐이었다. 마윈이 다시 나타나면서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타오바오 샨꼬우는 외식, 슈퍼마켓, 의약품을 넘어 의류, 애플·삼성·화웨이 등 프리미엄 전자제품까지 1시간 내 배송하는 혁신적 서비스를 구현해냈다. 완전한 통합이었다.

같은 배달을 하지만, 완전히 다른 언어를 쓰고 있었다. 징둥은 “효율”을, 메이투안은 “연결”을, 알리바바는 “생태계”를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세상에 살지만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는 건 아닐까.

돈을 태우는 사람들

주문 1건당 상당한 적자를 감수하며 보조금을 뿌렸다. 하루에 7,000만 건. 계산기를 두드려볼 필요도 없다. 천문학적 숫자다.

이 전쟁이 어느 정도까지 갔는지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있다. 왕징 SOHO에서 일하는 회사원 이야기다. 어느 날 그는 쿠디 커피 한 잔이 1.68위안에 팔리는 걸 발견했다. 징둥에서였다. 미투안은 아예 커피를 공짜로 나눠줬다. 타오바오의 새 ‘섬광구매’ 채널에서도 무료 커피 추첨을 했다. 그는 어느 앱을 써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행복한 고민이었지만, 동시에 기이한 고민이기도 했다.

소상공인들은 어느 플랫폼에 줄을 설지 고민해야 했고, 배달기사들은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 회사 저 회사를 옮겨 다녔다. 그 사이 틱톡은 조용히 ‘매장 픽업’ 기능을 출시했고, 알리페이는 ‘지금 주문, 즉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제3의 세력들이 조용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정부가 움직였다.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세 회사 임원들을 불러들였다. “과도한 경쟁은 자제하라”는 경고였다. 하지만 이미 돌아가기 시작한 경쟁의 톱니바퀴를 멈추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배달원들의 현실은 어떨까. 많은 라이더들이 사회보험 가입을 꺼린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장 벌어야 할 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10년 후의 연금보다 오늘 저녁 밥값이 더 절실하다. 게다가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 베이징에서 7-8년, 상하이에서 2-3년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데, 그 복잡한 사회보험 이전 절차를 누가 책임져줄까.

문득 우리나라 배달 상황을 떠올렸다. 배달의민족이 독점하다시피 했던 시장에 쿠팡이츠가 뛰어들면서 벌어진 경쟁을 말이다. 하지만 중국의 상황은 그 규모나 치열함에서 차원이 달랐다.

알고리즘이라는 신화

사람들은 알고리즘을 마법처럼 여긴다. 30분 안에 음식이 도착하면 “알고리즘이 정말 정확하네”라고 감탄한다. 하지만 그 시간 안에 라이더가 16층까지 계단으로 뛰어 올라갔다는 사실은 보지 못한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을 수도 있고, 아파트 경비실에서 출입을 막았을 수도 있다. 알고리즘은 그런 걸 모른다.

2018년만 해도 알고리즘은 더 잔인했다. 30분에 배달했다면, 28분은 어떨까? 26분은? 이렇게 끝없이 한계를 시험했다. 라이더들은 신호를 무시하고, 역주행을 하고, 때로는 목숨을 걸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데이터로 알고리즘은 더욱 ‘정교’해졌다. 하지만 그 정교함은 누군가의 위험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알고리즘 취중(取中)” 정책이 나오면서 플랫폼들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한 달에 1,000건을 배달하는 라이더라면, 그 중 3%까지는 늦어도 괜찮다고 인정하기 시작했다. 작은 변화지만, 중요한 변화다. 라이더들에게 숨 쉴 공간을 주는 것이다.

알고리즘은 도구일 뿐이다. 문제는 그 도구를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다.

돈의 흐름이 만드는 세상

이 모든 전쟁의 뒤편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자본의 이야기다.

플랫폼 경제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2011년, 2012년 어느 날 갑자기 플랫폼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들은 어디서 그 많은 돈을 구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금융자본이다. 벤처캐피털, 사모펀드, 각종 투자기금들이 플랫폼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다.

금융자본은 특별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뿌리가 없다. 오늘은 중국에 투자하고, 내일은 사우디로 갈 수 있다. 이익이 나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그리고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가벼운’ 사업모델이다.

전통적인 택시회사는 차를 사야 하고, 정비소도 운영해야 하고, 직원들에게 월급도 줘야 한다. 하지만 플랫폼은 다르다. 차도 없고, 직원도 없다. 그저 앱과 알고리즘만 있으면 된다. 언제든 접고 떠날 수 있는 구조다. 금융자본이 원하는 바로 그런 모델이다.

결국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다. 자본의 욕망이 만들어낸 새로운 질서다. 그 질서 안에서 수백만 명의 라이더들이 도시를 누비고 있다.

바다 건너 다른 풍경

미국에는 흥미로운 현상이 있다. 거대한 플랫폼들 사이에서도 작은 지역 배달업체들이 살아남고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미국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동네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전국구 플랫폼보다는 우리 동네 플랫폼을 선호한다. ‘여기서 번 돈이 여기에 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동네 식당이 힘들어하면 주민들이 나서서 도와주기도 한다.

중국에서 이런 모델이 가능할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중국의 도시화는 너무 빠르게 진행됐고, 사람들의 이동도 잦다. 고향이라는 개념 자체가 흐릿해졌다. 그래서 효율성과 편의성이 최우선 가치가 되었다.

하지만 때로는 효율성만이 답은 아니다. 어떤 가치들은 조금 비효율적이더라도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지역 공동체의 연대, 그런 것들 말이다.

테이블을 만드는 사람들

징둥 창업자 리우창둥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케이크를 나누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테이블을 새로 만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아름다운 말이다. 하지만 그 테이블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이 바닥으로 사라져야 할까. 메이투안의 2024년 순이익은 358억 위안(약 6조 9,430억 원)이었지만, 이 전쟁에서 그들도 막대한 보조금을 감당해야 했다. 그리고 그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기계가 오는 시대

그런데 이 모든 논의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배달을 대신하게 된다면 말이다.

이미 드론 배송은 현실이 되었고, 로봇 배달원들도 거리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DeepSeek 같은 인공지능이 하루아침에 세상을 놀라게 하는 걸 보면, 기술 발전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실감한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라지지 않을 것들이 있다. 사람만의 온기, 판단력, 상황 대응 능력. 아파트 경비실에서 “배달 왔습니다”라고 말하며 미소 짓는 배달원을, 로봇이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오히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의 가치는 더 높아질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자동화될 때, 진짜 사람이 하는 서비스는 더욱 소중해질 것이다. 마치 패스트푸드가 넘쳐나는 시대에 집밥이 더욱 그리워지는 것처럼.

문제는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게 될 수많은 사람들이다. 기술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낸다고 하지만, 배달원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AI 엔지니어가 될 수는 없다. 그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결국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다. 기술 발전의 혜택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소수가 독점할 것인가, 아니면 모두가 함께 누릴 것인가. 이것이 우리 시대의 진짜 과제다.

전쟁은 계속된다

이것이 2025년 봄, 중국에서 벌어진 배달 전쟁의 진짜 모습이다. 화려한 숫자와 혁신적 기술 뒤에 숨어 있는, 조금은 씁쓸한 진실.

원래 ‘양강 대결’로 시작된 이 전쟁은 어느새 ‘삼국지’가 되어버렸다. 역사는 반복된다. 10여 년 전 디디, 콰이디, 우버가 벌였던 택시 전쟁처럼. 그때도 그랬다. 처음엔 두 회사가 싸웠고, 나중에 제3자가 끼어들었다. 결국 한 회사만 살아남았다.

하지만 이번은 조금 다를 수도 있다. 각자의 영역이 너무 명확하기 때문이다. 징둥은 물류, 메이투안은 플랫폼, 알리바바는 생태계.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지고 있어서 완전한 승부가 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경쟁의 최대 수혜자는 중국 소비자들이다. 더 빠른 배달, 더 저렴한 가격, 더 다양한 선택지. 1.68위안짜리 커피를 마시고, 공짜 음식을 시켜 먹는다. 자본주의의 모순이 만들어낸 기묘한 선물이다.

정말 그렇다. 이 전쟁에서 진짜 승자는 아마도 중국의 소비자들일 것이다. 더 빠른 배달, 더 저렴한 가격, 더 다양한 선택지. 하지만 동시에 그들도 이 모든 혜택이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진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모르는 척할 뿐이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중국 사람들은 여전히 앱을 켜고 음식을 주문할 것이다. 30분 내외에 도착할 그 음식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지만 우리는 때로 생각해봐야 한다. 그 편리함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를. 중국인들이 누리는 이 작은 행복들이 어떤 거대한 시스템 위에 서 있는지를.

1.9억 명의 유연근무자(灵活就业人员)들이 있다. 그 중 5%만 노후 대책 없이 늙어간다면 천만 명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더 이상 농촌으로 돌아갈 땅도 없고, 도시에서 뿌리내릴 집도 없다. 이것이 중국이 직면한 진짜 현실이다.

전쟁의 승패를 논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시스템이 지속 가능한가. 모든 리스크를 개인에게 떠넘기는 구조가 과연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중국의 이야기지만, 결국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경쟁하고 있고, 유연근무와 긱 이코노미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내일의 우리 모습일 수도 있다.

언젠가 리우창둥과 마윈이 동시에 커피를 들고 서 있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시장의 마법이다. 배달의 세계에서 새로운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바다 건너에서 그 결말을 지켜볼 뿐이다.

한국과 중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현장 중심으로 취재하며, 최신 창업 트렌드와 기술 혁신의 흐름을 분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댓글 (3)

  1. 다다 아바타
    다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2. 권일훈 아바타
    권일훈

    진짜 좋은 기사를 봤네요.
    요즘에 이런글 보기가 힘든데
    앞으로 좋은기사 많이써주세요

  3. 익명 아바타
    익명

    쿠팡 . 베민 . 중국좀 보고 배풀어라 .라이더들 한테해주는게 머가있냐 어떻해 하면 라이더들 10원짜리하나도 더 뜻을 생각만하고 꼼수나 부릴줄알지. 기름값을 보조를해죠. 보험료을 보조해죠. 니들은 라이더들 한데 멀해주냐 . 프로모션 주는척하고 . 어짜피 단가 싸게 때리고 프로모션 거리활증 줘도 . 몪음 배달 하나는 같튼 동선이라고 . 하나는 닩가 적개 주고. 라이더들 삥이나 뜻을줄알지 니들이 멀해주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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