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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브로드웨이 독창성의 승리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폐기된 로봇 두 대의 여행과 사랑을 그린 뮤지컬 ‘어쩌다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이 8일(현지시간) 제79회 토니상에서 최우수 신작 뮤지컬상을 비롯해 6개 부문을 석권하며 최다 수상작이 됐다.

미래의 한국을 무대로 한 이 작품은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소재와 애매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비평가와 관객 모두를 사로잡았다. 유명 브랜드나 할리우드 스타 없이도 독창성만으로 승부한 작품이 최고의 영예를 안으며, 브로드웨이 업계가 여전히 참신함을 추구한다는 점을 입증했다. 주연 대런 크리스가 생애 첫 토니상의 주인공이 됐고, 마이클 아든 감독도 연출상을 받았다. 각본과 음악 부문 수상까지 더해져 작품 전반의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올해 시상식은 여러 배우에게 첫 토니상을 선사하는 자리가 됐다. 전 푸시캣 돌스 멤버 니콜 셰르징거는 ‘선셋 대로’의 노마 데스몬드로 변신해 토니상을 6번이나 받은 베테랑 오드라 맥도날드를 누르고 뮤지컬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그는 눈물을 글썽이며 “어린 시절 늘 소외감을 느꼈는데, 이제야 진짜 집에 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석세션’으로 이름을 알린 사라 스눅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무려 26개 캐릭터를 혼자 연기해 연극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런던 웨스트엔드를 거쳐 브로드웨이에 첫 발을 디딘 그는 “호주에서 온 작은 소녀가 브로드웨이에서 이런 영광을 누리다니 꿈만 같다”며 “1인극이지만 무대에서 외롭지 않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메리 토드 링컨을 술 좋아하는 캐바레 가수로 그린 ‘오, 메리!’의 콜 에스콜라는 조지 클루니 같은 거물급 후보들을 제치고 연극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베르나데트 피터스를 연상시키는 의상으로 무대에 뛰어오른 그는 “맛없는 샐러드가 나오는 각종 모임에서 여러분과 어울릴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다”며 위트 있게 인사했다.

카라 영은 퓨리처상 수상작 ‘퍼포즈’의 조연 연기로 흑인 배우 최초로 2년 연속 토니상을 받는 새 역사를 썼다. 4년째 후보에 오른 그의 꾸준한 연기력이 드디어 빛을 발한 셈이다.

일부 수상자들은 시상소감에서 현재의 정치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옐로 페이스’로 연극 남우조연상을 받은 프랜시스 주는 “독재적 시대에 공격받고 있는 분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고, ‘어쩌다 해피엔딩’의 마이클 아든 감독은 “무대 공연은 우리가 아무리 다르더라도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며 “예술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번 토니상은 코로나19 타격에서 회복 중인 브로드웨이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무대이기도 했다. 올 시즌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은 기준으로 역대 최고 수익을 올렸지만, 관객 수는 팬데믹 이전보다 여전히 적고 흑자를 내는 뮤지컬도 드문 상황이다.

브랜든 제이콥스-젠킨스의 가족 드라마 ‘퍼포즈’는 퓰리처상에 이어 한 달 만에 토니상 최우수 연극상까지 휩쓸었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선셋 대로’는 제이미 로이드의 파격적 연출로 다시 태어나 최우수 뮤지컬 리바이벌상을 받으며 고전 작품의 현대적 재탄생 가능성을 증명했다.

사회자 신시아 에리보는 브로드웨이 인스피레이셔널 보이시스 합창단과 함께 힘찬 복음성가로 시상식 문을 열었고, 탄생 10주년을 맞은 ‘해밀턴’의 원년 멤버들이 다시 뭉쳐 명곡 메들리를 부르자 객석에서 떼창이 터져 나와 감동을 자아냈다.

토니상을 네 번 받은 하비 피어스타인이 평생공로상을 받으며 “제 인생이 여러분에게 뭔가 의미가 된다니 겸손해진다”고 소회를 밝혔고, 셀리아 키넌-볼거는 성소수자 인권 운동 등 사회 활동 공로로 이사벨 스티븐슨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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