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tartup’s Story #132] 스타트업의 순한국어? 새싹기업! 국어교육학자이자 블로거 김지연 박사

김지연 박사(인터넷 이름 ‘풀잎피리’)를 처음 알게된 것은 소셜창작자 네트워크인 TNM의 야유회를 통해서 였다. 그때가 2011년 여름이다. 유명한 공연/전시 분야 블로거라고 들었다. 공연 기획사나 극단에서 그녀의 리뷰를 예의 주시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영향력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는 대인관계가 좋다는 인상을 받았다. 분위기를 주도하는 스타일이었고, 화통한 성격이었다. 게다가 말술이었다. 그녀 앞에서 무너진 남정네들이 수도 없었다. 나도 그중에 하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그녀에게서 ‘끄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녀가 국어교육학자인 것을 인지하게 된 것은 2012년 여름이었다. ‘파워블로거의 글쓰기 연구(디지털 필자의 문식 실행 연구)’에 대한  박사논문을 쓰고 있다기에 자발적으로 자료 몇 개를 전달하면서 였다. 당시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적으로 전문블로거(소위 파워블로거)들의 글 주제가 자신의 업과 연관된 경우가 많은데 반해 그녀의 블로그는 공연, 특히 뮤지컬에 특화되어 있고 국어교육학자라고는 생각되지 않게 글이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온-오프라인의 균형을 잘 맞추는 사람이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다. 각설하고.

점심시간에 어울리지 않는 매운족발을 시켜놓고, 국어교육학자이자 유명블로거인 김지연 박사에게 그동안 궁금했던 것 몇 가지를 물어봤다.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명은 김지연, 웹상에서 통용되는 이름은 ‘풀잎피리’입니다. ‘피리냥’ 이라고 친구들이 부르곤 해요. 현재 업으로 국어교육을 공부하면서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박사학위를 받았고요. 네이버에 블로그가 있는데, 나름 5년간 파워블로거란 명찰을 달고 있었네요. 이 덕분에 꽤 흥미로운 경험도 많았죠. 아, 블로그는 공연에 대해 쓰고 있습니다.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리치시는 교육자이자, 온라인 상에서는 영향력있는 블로거세요. 특이한 것은 양쪽의 영역이 각각(국어교육, 공연문화) 다르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학자이자 교육자인 본인과, 블로거로서의 본인 양쪽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고 계신가요? 

사실 블로그는 정말 놀이로 시작했어요. 공부하면서 여가 시간을 활용하는데, 어떤 사람은 영화를 보고, 어떤 사람은 술을 마시고, 또 어떤 사람은 운동을 하고 … 기타 등등 하잖아요. 근데 저는 글을 쓰는 것이죠. 공연으로 굳어진 건 2007년 중반부터인데, 원래는 일본 아이돌이나 버라이어티에 대한 글에 관심이 있다가 슬쩍 공연 쪽으로 관심이 돌아가서 그래요. 뭐, 올해부터 제가 다른 관심사를 갖게 되면 그리로 블로그가 바뀔 수도 있겠죠. 사실 블로그가 좀 유명세를 얻으면서 블로그가 제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가는 것도 사실이에요. 덕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거나 새로운 일을 할 기회도 얻게 되었고요. 근데 역시 저에게 블로그는 아주 멋진 취미 생활의 일부이다보니, 그 수준에서 수위를 맞추려고 하고 있습니다. 

닉네임을 풀잎피리로 지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원래 95년 pc통신 나우누리를 시작할 때 지은 거에요. 그때 가족이 하나의 아이디를 돌려 쓰는데, 제가 첫째다 보니 … 제 명의로 만든 거죠. 가족들이 회의해서 정한 이름인데, 그때부터 꾸준히 이 이름을 쓰다 보니 그냥 제 둘째 이름이 되어버렸어요. 주 아이디어는 어머니가 내셨고, 가족들이 동의했지요. 처음엔 너무 동화적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나름 한글 이름이고 어감도 예뻐서 좋아하고 있어요. 

박사논문이 ‘디지털 필자의 문식 실행 연구’입니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요? 

글쓰기 환경이 디지털화 되면서, 필자들이 그 안에서 어떻게 글을 쓰는가, 가 궁금했어요. 그걸 알아보기 위해, 나름 디지털 공간에서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을 섭외하고 이들을 연구했지요. 네, 사실 파워블로거의 글쓰기 연구에요. 문식 실행은 Literacy practice, 라고 하는 개념인데, 더 정확히는 문식성 실천, 이라는 의미에 가까워요. 디지털 글쓰기는 이전과 달리 글쓰기 하나만을 하는 건 아니거든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언어의 다양한 측면을 다 사용하죠. 그걸 살펴 본 연구에요. 다양한 특성을 가진 7명의 필자를 섭외해서, 이들을 인터뷰하고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패러다임 모형을 만들었죠. 그게 논문의 결론이 되었고요. 사실 이후의 제 연구는 여기에서 시작했다고 보면 될 거 같아요. 지금은 그런 필자들에게 필요한 교육 내용과 방법, 그런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답니다. 

논문을 쓰시면서 어려웠던 점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여기에 등장하는 개념이 아직 국어교육에서는 보편적으로 알려진 게 아니다 보니, 오해도 있었고 도대체 이게 왜 필요하냐는 문제제기도 있었죠. 되려 지금은 다들 이게 필요하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으니, 그 나름으로는 정말 뿌듯합니다. 그리고 사실 파워블로거를 연구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한참 연구에 착수하던 즈음 그때 블로그 공동구매에 대한 사건이 터지면서 갑자기 파워블로거들이 도매급으로 파렴치한으로 몰린 적이 있었잖아요. 그때문에 주제가 엎어지기도 했었죠. 정말 이게 왠 날벼락. 사실 제 연구랑 그 사건은 별 상관이 없거든요. 그냥 시간만 잡아먹은 셈이죠. 결국 잠잠해지고 논문은 2년 후에나 쓸 수 있게 되었어요. 흑. 

블로거를 순 우리말로 하면’으뜸 누리사랑방지기’라고 되어 있는데요. 이런 단어는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되나요? 그리고 스타트업을 순우리말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요? 

국립국어원에서 순화어를 만들어서 발표해요. 순화어를 만드는데에는 관련 전문가들과 대중들의 반응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됩니다. 종종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 가서 순화어 목록을 보면 재미난 게 많아요. 후훗. 그리고 스타트업도 순화어 대상 목록에 들어와서 작년 6월에 발표가 되었죠. 바로 “새싹기업(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창업기업.)”입니다.   

블로거로서도 전문가세요. 더불어 본인이 직접 티켓을 구매해서 공연 관람후 리뷰를 쓰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러 기획사 등에 제공할법 한데요? 

아, 모두는 아니고 제공 받는 것도 간간히 있어요. 하지만, 정말 보고 싶은 건 티켓을 구매하죠. 아무래도 내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공연을 보면, 더 많은 게 보이기도 하거든요. 기본적으로 제 입장은, 내가 물질적, 시간적, 정신적인 비용을 지불할만큼 나에게 즐거움을 주었는가, 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요. 기획사에서 제공할 때는 기본적으로 홍보를 위한 것이거든요. 그래서 제공을 받을 때 악평(?)을 쓸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요. 대개 자기네들이 비용을 지불했으니 당연히 칭찬을 해야하는 거 아니냐, 하지만, 그건 분명 다르죠. 전 돈보다 제 시간이나 노력이 더 가치롭거든요. 그건 티켓 비용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이죠. 사실 그래서 내가 사서 보는 공연에 대해 글을 쓰는게 더 좋아요. 아무래도 캐스팅 선택도 자유롭고 날짜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요. 아, 파워블로거 전에는 순수하게 100% 모두 구입해서 봤죠. 

공연 심사위원으로도 활동 하시는데요. 심사중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없으신가요? 

영화 같은 장르는 어느 정도 후보작이 추려지면 그걸 모두 본다고 들었어요. 근데 공연은 그리 할 수 없기 때문에 출품작 전체를 보아야합니다. 그래서 제가 모 시상식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기간에 우리나라에 올라가는 창작 뮤지컬 전부를 다 봤어요. 무려 100여편이다 되었죠. 근데 사실 이것도 완전하달 수 없는게, 캐스팅이 또 제각각이잖아요. 그래서 본부 측에서 심사위원들에게 공연 캐스팅도 다 체크해서 투표를 하게 했었죠. 사실 관객 심사위원이라는 명칭을 달았는데, 재미난 경험이었어요. 하지만 역시 … 공연을 순수하게 즐기게 되지 않아서 그건 좀 힘들더라고요. 일이 되니까요.  

연예계에 3대 기획사가 있듯이, 공연계에도 메이저 기획사들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어디어디를 들 수 있나요? 그리고 이들 기획사의 대표작품은 어떤것이 있나요?

음. 일단 오페라의 유령 등을 올리는 전통의 강자 설앤컴퍼니, 지킬앤하이드와 맨오브라만차 등을 올리는 오디뮤지컬, 맘마미아! 면 모두 ‘아하-‘하는 신시 등이 대표적이랄 수 있겠죠. 아, 적지만 굵은 명성황후, 영웅의 에이콤도 있군요. 아이돌 섭외에 능한 엠뮤지컬도 있고요. 사실 많지 않아요. 우리나라의 공연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파이가 작으니까요.

현재 대형 공연장에 작품이 올라가는 기획사는 모두 ‘대형 기획사’로 보면 됩니다. 그걸 올리려면 여러모로 물량이 많이 필요하니 크고 조직적인 기획사가 가능하지요. 신흥세력으로는 EMK, CJ E&M 등이 있어요. (참고 : 공연을 만드는 물밑의 큰 손, 뮤지컬 기획사 따라잡기)

여지껏 관람한 공연 중 가장 재미있었던,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어떤것이었나요? 그리고 올해 가장 기대되는 작품이 있다면요?  

여전히 전 <맨 오브 라만차>입니다. 언제나 추천하는 작품이에요. 삶의 희망이 되는 작품이랄까요. 올해는 다양한 작품이 올라온대서 기대 중인데, 4월에 개막할 <프랑켄슈타인>, <태양왕>이 궁금해요. 아, 그리고 최근에 친구가 짧게한 공연을 다녀왔는데, <JSA>라고, 영화로 유명한 작품 있죠? 그게 뮤지컬로 만들어졌어요. 다시 올라온다는데 이게 기대작입니다. 시점이 영화와는 사뭇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생각하셨을 때 공연계에서 개선되었으면 싶은 부분이 있다면요?  

사실 그 안에서 업으로 일을 하는 게 아니니 현장에 대한 건 잘 모르겠는데요. 배우들의 복지나 대우, 더 나아가 스텝들의 작업 여건들이 여전히 좋지 않다고 들었어요. 몇몇 유명 배우를 제외하면 생계 유지도 쉽지 않으니까요. 그런 부분들이 탄탄하게 보장되어야 더 안정적으로 공연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배우들끼리는 이리저리 공연 때문에 모이고 흩어지고 하니, 노조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그리고 여전히 티켓 거품이 심한 거 같아요. 이건 할인율 올라오는 거 보면 알 수있죠. 뭔가 현실적인 가격으로 티켓값이 매겨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너무 들쑥날쑥하달까요. 쩝. 

끝으로, 인터뷰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소식 전해주는 플래텀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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