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길목에 기묘한 빌보드가 하나 등장했다. ‘Stop Hiring Humans’.
더 기이한 것은 이 문장에 오타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Stop Hirring Humans’. 인간이 만든 실수가 인간을 배제하자는 메시지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티잔(Artisan)이라는 AI 스타트업이 벌인 이 캠페인은 처음부터 모순으로 가득했다. 인간을 채용하지 말라고 외치는 빌보드를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설치하고, 인간이 홍보했다. 그리고 그 인간들은 이 캠페인으로 200만 달러의 수익을 얻었다.
한 명의 트위터 사용자가 “정말로 저런 빌보드를 봤다”고 올린 글이 25만 명에게 퍼져나갔을 때, 아티잔의 CEO 재스퍼 카마이클-잭은 불을 끄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름을 부었다.
회사 부스 사진을 레딧의 ‘mildlyinfuriating’ 게시판에 올린 것이다. “고용된 인간들이 인간 고용 중단을 외치다(Hired humans telling you to stop hiring humans)”라는 제목과 함께. 이 게시물은 3만 5천 개의 추천을 받았다. 수백만 명이 보았다.
분노 사람들이 아티잔을 더 유명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성공은 전염성이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은 대서양을 건너 런던 지하철에도 나타났다. 2025년 6월, 런던 테크 위크가 열리는 바로 그 시기에. 지하철역 곳곳에 같은 메시지가 등장했다. “아티잔은 이비자에서 재택근무하지 않습니다.” “아티잔은 1년의 절반을 휴가로 보내지 않습니다.”
런던 사람들도 분노했다. 그리고 아티잔은 다시 한 번 화제가 되었다.
이런 식의 마케팅을 본 다른 CEO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쇼피파이의 CEO 토비아스 뤼트케는 4월에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더 많은 자원을 요청할 때는 “AI를 사용해서는 원하는 것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먼저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직원들에게 물었다. “자율적인 AI 에이전트가 이미 팀의 일부라면 이 영역은 어떻게 보일까?”
그의 메모는 며칠 만에 인터넷을 뒤흔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솔직하다”고 했고, 어떤 사람들은 “냉혹하다”고 했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반응은 다른 곳에서 나왔다. 마케팅 매니저들이 카마이클-잭에게 찬사의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투자자들이 전화를 걸어오기 시작했다. 4개월 후, 아티잔은 2,500만 달러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다.
아이러니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성공한 이 회사는 그 돈으로 무엇을 했을까? 인간을 채용했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이야기에는 하나의 일관된 패턴이 있다. AI에 대한 공포가 클수록, AI를 만드는 회사들이 더 많은 돈을 번다는 것이다. 공포 마케팅이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이라는 오래된 진리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현실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을까?
카마이클-잭은 마침내 진실을 털어놓았다. “우리는 실제로 사람들이 인간 채용을 중단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의 진짜 목표는 인간이 즐기지 않는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말로는 바이럴이 되지 않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캠페인이 정점에 달했을 때, 유나이티드헬스케어 CEO 피살 사건이 터졌다. 갑자기 ‘Stop Hiring Humans’라는 메시지가 다른 의미로 읽히기 시작했다. 죽음의 위협이 회사 이메일과 소셜미디어로 쏟아졌다. FBI에 신고해야 할 정도였다.
카마이클-잭은 급히 마이애미로 피했다가 런던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의 동료들도 도시를 떠났다. 23살의 영국 청년은 자신이 만든 빌보드 때문에 고향으로 피신해야 했다.
하지만 이것조차 마케팅이 되었다. 언론은 “죽음의 위협을 받은 AI 스타트업 CEO”라는 제목으로 그를 다시 주목했다.
결국 ‘Stop Hiring Humans’라는 빌보드는 인간의 가장 인간적인 것을 증명해 보였다. 모순을 만들어내고, 그 모순에 분노하고, 그 분노를 이용해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다시 인간을 고용하는 능력 말이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AI 시대에 인간이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일지도 모른다. 기계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이런 복잡하고 모순적이고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여전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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