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텐센트, 넥슨 20조원 인수 검토…한국 게임업계 ‘메가딜’ 주목

중국 IT 대기업 텐센트가 한국 대표 게임회사 넥슨 인수를 본격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업계와 금융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5년 6월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텐센트는 넥슨을 약 150억 달러(한화 약 20조원) 규모로 인수하는 방안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19년 이후 텐센트의 두 번째 넥슨 인수 시도다. 당시에도 텐센트가 관심을 보였으나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바 있다.

텐센트가 검토 중인 인수 금액은 약 150억 달러로, 업계에서는 이를 ‘메가딜’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인수 대상이나 매입 지분량 등 거래 구조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텐센트는 넥슨 창업자 고 김정주 회장의 유족인 유정현 의장 등과 접촉해 인수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NXC(넥슨 그룹 지주사)와 유족들이 인수안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며, 양측 모두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텐센트의 넥슨 인수 추진 배경을 게임 사업 강화와 지식재산권(IP) 확보로 보고 있다. 특히 ‘던전앤파이터’ 등 넥슨의 핵심 IP를 직접 확보해 라이센스 사용료를 절감하고,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국게임학회는 16일 성명을 통해 텐센트의 넥슨 인수 시도를 “산업 주권 침탈 시도”로 규정하며 강력히 규탄했다. 게임은 AI, XR, 그래픽, 네트워크 기술이 총집결된 최첨단 산업이며, 전체 K-콘텐츠 수출의 67%를 차지하는 주력 수출품목이라는 점에서 산업 보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텐센트는 이미 넷마블(17.5%), 크래프톤(13.6%), 웹젠(20.7%), 시프트업(40%) 등 한국 주요 게임사의 지분을 대거 확보해 한국 게임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넷마블을 통해 엔씨소프트에도 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까지 구축해, 산업 전반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넥슨 인수설이 불거지면서 넥슨게임즈 주가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게임업계에서는 중국 자본 의존도 심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영진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은 “단기적 자본 유입의 이익과 장기적 산업 자율성 훼손 가능성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수 성사 여부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등 규제적 장벽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규모 해외 자본의 국내 핵심 산업 인수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주목받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게임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텐센트가 넥슨 인수에 성공할 경우 한국 게임 시장 구조에 근본적 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넷마블(17%), 크래프톤(13%) 지분을 보유한 텐센트가 넥슨까지 확보하면 국내 상위 3대 게임사 모두가 중국 자본의 영향권에 놓이게 된다. 이는 한국 게임 시장의 의사결정 구조와 전략 방향이 중국 자본에 크게 좌우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같은 M&A 패턴은 최근 글로벌 게임업계의 거대 자본 집중 현상과 맥을 같이 한다. 소니가 2022년 36억 달러에 번지를 인수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687억 달러로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매입한 것처럼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콘텐츠 제작사를 대거 흡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텐센트의 150억 달러 넥슨 인수는 게임 개발사 단일 기업 인수로는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넥슨의 주력 IP인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을 확보함으로써 텐센트는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영향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넥슨은 2024년 3분기 기준 매출의 46%를 중국에서, 35%를 한국에서 창출하고 있어 텐센트 입장에서는 이미 익숙한 시장에서 검증된 IP를 확보하는 효과를 얻는다. 특히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등에서 추진 중인 블록체인 기술과 Web3 전략이 텐센트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결합되면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가능성도 있다.

인수 후 예상되는 시장 변화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면, 넥슨의 2024년 3분기 매출 1,356억 엔을 기준으로 2027년까지 7,500억 엔 목표를 설정한 상황에서 텐센트의 자본력과 중국 시장 접근성이 결합되면 성장 속도가 가속화될 수 있다. 다만 중소 게임사들에게는 시장 진입장벽이 높아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형 자본의 시장 지배력 강화로 독립 개발사들의 생존 공간이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게임산업을 포함한 자국 핵심 기술 보호를 위한 외국인 투자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CFIUS(대미외국인투자위원회)는 2018년 권한을 대폭 확대해 중국 등 특정국 자본의 기술 분야 투자를 엄격히 심사하고 있으며, 일본도 2020년 외환법 개정을 통해 게임 등 특정 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지분 임계점을 10%에서 1%로 낮춰 사전 승인을 의무화했다.

한국은 아직 게임산업에 특화된 외국인 투자 규제가 미비한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설을 계기로 게임산업의 국가전략산업 지정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게임업계는 약 8만 명의 종사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K-콘텐츠 수출의 67%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전략산업 지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현재 텐센트의 넥슨 인수는 구체적인 거래 구조나 협상 진전 상황이 불분명한 상태다. 하지만 20조원 규모의 초대형 M&A라는 점에서 업계와 정치권, 금융시장 모두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으며, 성사 여부에 따라 국내 게임 및 콘텐츠 산업의 판도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플래텀 중국 연구소장 / 편견 없는 시각으로 중국의 정치·경제·사회 현상을 관찰하고,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현지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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