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메타, 143억 달러 베팅으로 ‘AI 초지능’ 도전장…28세 천재 CEO 영입

알렉산드르 왕 스케일 AI CEO / 사진=Scale AI

마크 저커버그가 이끄는 메타가 AI 데이터 라벨링 및 모델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스케일 AI에 143억 달러를 투자하며 49% 지분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로 스케일 AI의 기업가치는 290억 달러로 평가되었으며, 거래 이전 140억 달러에서 두 배 이상 급등했다.

143억 달러 규모의 이번 투자는 메타 역사상 두 번째로 큰 투자로, 2014년 왓츠앱 인수(190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다. 메타는 49% 지분을 확보하지만 스케일 AI의 운영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타임스는 양사가 규제 당국의 심사를 피하기 위해 이런 구조를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우려는 현실적 근거가 있다. 아마존의 앤트로픽 40억 달러 투자와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간 긴밀한 관계는 이미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메타 자체도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를 둘러싼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어 추가적인 규제 리스크를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알렉산드르 왕의 소회…”떠남이 상상할 수 없었지만”

이번 딜의 핵심은 스케일 AI의 창립자이자 CEO인 28세 알렉산드르 왕이 메타로 이적해 새로 설립되는 ‘초지능 연구소(Superintelligence Lab)’를 이끌게 된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AI 초지능 달성을 위한 팀 구성을 위해 개인적으로 채용 과정을 감독해왔다.

라마 4 대형언어모델(LLM)의 품질에 실망했다고 전해지는 저커버그는 유력 후보들을 자택으로 초청해 7-9자릿수(천만-10억 달러) 규모의 보상 패키지를 제시하며 직접 스카우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왕은 13일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모에서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스케일을 떠난다는 생각 자체가 처음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면서도 “이번 기회는 나 개인뿐 아니라 스케일에게도 매우 특별한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규모의 기회에는 대가가 따르는데, 그 대가가 바로 내 떠남”이라며 어려운 결정 과정을 드러냈다.

왕은 메타 이적과 함께 스케일 AI 직원들에 대한 보상도 약속했다. “메타의 투자로 지난 수년간 헌신해온 주주와 직원들에게 의미 있는 보상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면서 “지속적인 성장 참여 기회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은 MIT 1학년을 중퇴하고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출신 엔지니어 루시 구오와 함께 2016년 스케일을 창립했다. 당시는 구글이 딥마인드 알파고를 공개하고 텐서플로우를 출시한 AI 초창기였다. 왕은 “데이터가 AI 시스템의 생명줄이라는 것이 명확했고, 이것이 스케일 창립의 영감이었다”고 회고했다.

현재 1,500명 규모로 성장한 스케일 AI는 생성형 AI 모델 제작사들에게 전문 지식을 갖춘 인간 트레이너 네트워크 접근을 제공한다.

역사학자부터 과학자까지, 일부는 박사 학위를 보유한 이들이 AI 모델을 “후훈련”하는 데 사용되는 복잡한 데이터셋에 주석을 단다. AI 모델이 더 똑똑해지면서 정교한 인간 제공 예시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하나의 주석 작업이 최대 100달러까지 들 수 있다. 왕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구글 등 주요 고객들 줄줄이 이탈…기업 기밀 유출 우려

하지만 메타의 스케일 AI 투자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예상치 못한 파장이 일어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이 14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스케일 AI의 최대 고객인 구글이 메타와의 거래 소식이 알려진 후 스케일과의 관계를 끊을 계획이라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구글은 올해 스케일 AI에 약 2억 달러를 지불해 자사의 챗GPT 경쟁 서비스인 제미니를 포함한 정교한 AI 모델 개발에 필수적인 인간 라벨링 훈련 데이터를 받을 예정이었다. 스케일 AI는 2024년 8억7천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구글만으로도 작년에 약 1억5천만 달러를 지출했고 올해는 2억 달러로 늘릴 계획이었던 만큼 구글의 이탈은 스케일에게 치명적 타격이다.

고객들이 이탈하는 핵심 이유는 기업 기밀 유출에 대한 우려다. 메타와 최첨단 AI 모델 개발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은 스케일과 거래하는 것이 자신들의 연구 우선순위와 로드맵을 경쟁사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스케일 AI와 계약할 때 고객들은 종종 독점 데이터와 시제품을 공유하게 되는데, 메타가 49% 지분을 갖게 되면서 주요 경쟁사가 자신들의 사업 전략과 기술적 청사진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구글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등 스케일의 다른 주요 기술 기업 고객들도 발을 빼고 있으며, 일론 머스크의 xAI도 탈퇴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 소식통이 밝혔다. 오픈AI는 몇 달 전 이미 스케일에서 손을 뗐지만, 구글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지출했다.

경쟁사들에겐 ‘기회의 창’…수요 급증으로 특수

스케일 AI의 위기는 경쟁사들에게는 기회다. 데이터 라벨링 계약의 구조상 고객 이탈 과정은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 스케일 AI 경쟁사인 튜링의 CEO 조나단 시다르스는 “메타-스케일 거래는 전환점이다”라며 “주요 AI 연구소들은 중립성이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쟁사인 레이블박스의 CEO 마누 샤르마는 로이터에 스케일을 떠나는 고객들로부터 올해 말까지 “아마 수억 달러의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사와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하는 경쟁사 핸드셰이크는 메타와 경쟁하는 주요 AI 연구소들로부터 업무량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핸드셰이크의 CEO 개릿 로드는 “뉴스 이후 하룻밤 사이에 수요가 세 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한편 많은 AI 연구소들이 이제 사내 데이터 라벨러를 고용하려 한다. 이를 통해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타의 야심찬 AI 전략…현실은 ‘인재 이탈’과 ‘성능 미달’

메타는 2021년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후 AI 기술에 본격 투자하고 있다. 광고 파트너를 위한 AI 비디오 제작 도구, 기업용 AI 에이전트 도구를 출시했으며, 구글과 오픈AI를 따라 AI 검색 분야에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메타는 현실적으로 여러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연봉 200만 달러를 제시해도 핵심 엔지니어들이 오픈AI, 앤트로픽 등 경쟁사로 이직하는 인재 이탈 문제가 심각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메타가 차세대 라마 AI 모델인 ‘베히모스(Behemoth)’ 버전 출시를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엔지니어들이 시스템을 “상당히 개선”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AI 투자 방향에 대한 “내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메타는 4월 출시한 초기 라마 4 대형언어모델들이 성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후 AI 경쟁에서 뒤처졌을 수 있다는 인식과 싸우고 있다.

‘AGI 넘어 초지능까지’…업계 패러다임 변화 예고

초지능(Superintelligence)은 인간의 뇌 능력을 뛰어넘는 AI 시스템을 의미하며, 많은 AI 기업들이 목표로 하는 AGI(범용 인공지능)보다 한 단계 진보한 개념이다. 로이터는 메타가 왕을 영입한 이유를 “대부분의 경쟁 연구소가 연구 과학자들이 이끄는 것과 달리, 샘 알트먼과 같은 비즈니스 리더의 사고방식을 가져오길 희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왕의 메타 이적에 따라 현 최고전략책임자 제이슨 드로지가 임시 CEO를 맡게 된다. 왕은 “우버 이츠와 AXON에서 사업을 구축하고 발전시킨 제이슨의 능력이 이 역할에 최적”이라며 “강력한 최고기술책임자(CTO) 영입도 추진해 엔지니어링 팀을 보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제이슨과 팀이 적임자가 아니라면 이런 강력한 지지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심 사업이 소수의 고객들에게 집중되어 있던 스케일 AI로서는 구글 같은 주요 고객을 잃는 것이 치명적 타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왕은 직원들에게 “지난 10년간 여러분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내 삶을 둘러쌌고, 단 1분도 바꾸고 싶지 않다”며 애정을 드러내면서도 “스케일을 더 강한 궤도에 올려놓을 기회”라고 강조했다.

메타의 이번 대규모 투자가 경쟁사들의 대응을 촉발할 가능성도 높다.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xAI에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해 메타보다 먼저 초지능 개발에 성공하려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메타가 기존 AI 시스템의 차세대 모델 개발도 어려워하고 있는 상황에서 초지능 AI 개발이라는 더 복잡한 과제에 도전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저커버그의 강력한 의지와 대규모 투자, 그리고 왕과 같은 핵심 인재 영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루시 구오, 최연소 여성 억만장자 등극

스케일 AI 공동창립자 루시 구오(30)는 2018년 회사에서 해고되었지만, 보유한 약 5% 지분 덕분에 최근 최연소 자수성가 여성 억만장자가 되어 테일러 스위프트의 기록을 경신했다. 현재 순자산은 약 12억5천만 달러로 추정된다. 구오는 현재 크리에이터 플랫폼 패시스(Passes)를 운영하고 있다.

기자 /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달하며, 다양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 I want to get to know and connect with the diverse world of start-ups, as well as discover their stories and tell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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