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AI CEO, 개인 블로그서 “사건의 지평선 넘었다” 주장
2026년 독창적 통찰력 생성, 2027년 실세계 로봇 등장 예측
오픈AI의 샘 알트만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온건한 특이점(The Gentle Singularity)’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특이점이란 AI가 인간 지능을 뛰어넘어 기술 발전이 예측 불가능한 속도로 가속화되는 이론적 시점을 말한다.
알트만 CEO는 10일 개인 블로그에 게재한 에세이에서 “우리는 사건의 지평선을 넘었고, 급속한 성장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인류는 디지털 초지능 구축에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 대해 “로봇이 아직 거리를 걷고 있지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 종일 AI와 대화하지도 않는다”며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여러 면에서 인간보다 똑똑한 시스템을 최근 구축했다”며 이미 중요한 변곡점을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알트만은 AI 발전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2025년에는 실질적인 인지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가 나타나 “컴퓨터 코드 작성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2026년에는 “독창적 통찰력을 알아낼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는 AI가 과학 연구에서 새로운 가설이나 해결책을 스스로 발견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2027년에는 “현실 세계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이 상용화돼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030년대를 “지능과 에너지가 극도로 풍부해지는 시대”로 전망했다. “데이터센터 생산이 자동화되면서 지능의 비용이 결국 전기 비용에 수렴할 것”이라며 “2020년 대비 개인의 업무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반인도 전문가 수준의 소프트웨어나 예술 작품을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되고, 의료진단부터 법률 상담까지 AI가 일상적으로 지원하는 시대가 온다는 뜻이다.
그가 ‘온건한’ 변화라고 명명한 이유는 급작스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상대론적 관점에서 특이점은 조금씩 일어나고, 융합은 천천히 일어난다”며 “이를 경험하는 것은 인상적이지만 관리 가능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ChatGPT 쿼리 하나당 약 0.34와트시의 전력을 사용하는데, 이는 오븐이 1초 조금 넘게 사용하는 전력량이나 고효율 전구가 몇 분간 사용하는 전력량에 불과하다고 그는 밝혔다.
과학 연구 분야에서도 AI의 기여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과학자들이 AI 도움으로 이전보다 2-3배 생산적이 되었다는 얘기를 이미 듣고 있다”며 “AI를 사용해 더 빠른 AI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알트만 CEO의 낙관적 전망에 대해 회의적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니먼 저널리즘 랩은 “알트만이 전통적으로 ‘통제 불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기술적 특이점을 마케팅 목적으로 더 온건하게 재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분석가는 “미국인의 17%만이 AI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고려할 때, 알트만이 대화의 프레임을 재설정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알트만 CEO 자신도 변화 과정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일자리 전체 계층이 사라지는 등 매우 어려운 부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세상이 빠르게 부유해질 것이기 때문에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들을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크크런치는 “알트만이 과거에도 미래를 예측하는 에세이를 통해 오픈AI의 다음 행보를 암시해왔다”며 “올해 초 ‘2025년은 에이전트의 해’라고 예측한 후 실제로 세 가지 AI 에이전트를 출시했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알트만의 이번 발언이 AI 기업들이 더 이상 범용인공지능(AGI)이 아닌 인공초지능(ASI) 시대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변화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AI를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총 100조 원 규모의 민관 공동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중국에 이은 ‘AI 3강’ 진입을 목표로 AI 인프라 구축, 10만 명 AI 전문 인재 양성,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등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정부는 대통령실에 ‘AI 미래기획수석’을 신설하고 민간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거버넌스 체계도 정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강국임에도 AI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미국과 중국에 뒤처진 상황이다. 글로벌 AI 기업들의 급속한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정책 실행력 강화와 함께 AI 안전성, 윤리 규제 마련 등의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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