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5 비전’으로 140조 원 투자 계획…전문가들 “실행력이 관건”
취임 3주째를 맞은 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을 통한 경제 대전환을 선언했다. ‘AI 3대 강국·잠재성장률 3%·국력 5강’을 뜻하는 ‘3-3-5 비전’으로 한국을 글로벌 기술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AI 법·규제·정책 전문기업 코딧이 24일 발간한 정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 계획은 향후 5년간 총 140조 원(정부 40조, 민간 100조)을 투자해 AI, 바이오, 문화, 방위산업 등 ‘ABCD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한국은 AI 분야 글로벌 8-10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정부는 2029년까지 3위권 진입을 목표로 한다. 벤처투자 규모도 현재 연간 8조 원에서 40조 원으로 5배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1년차에 AI 기본법 제정과 20조 원 규모 AI 펀드 조성, 2-3년차에 전국 AI 데이터센터 10곳 구축과 연간 1만 명 AI 전문인력 양성, 4-5년차에 글로벌 AI 기업 10곳 유치와 세계 3대 AI 허브 조성이라는 단계별 로드맵을 제시했다.
민간 투자 유도가 성패 좌우
140조 원 투자 계획의 핵심은 민간 자금 100조 원 유도다. 정부는 R&D 세액공제율을 현재 30%에서 50%로 상향하고, 규제샌드박스 확대, 공공조달 우선 구매 등으로 민간 투자를 촉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현재 한국 전체 민간 R&D 투자가 연간 80조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5년간 100조 원 추가 투자는 과도하게 낙관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CHIPS법으로 527억 달러를 반도체에 투자하고, 중국이 2030년까지 AI 분야 세계 선도국 달성을 목표로 대규모 국가 투자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한국만의 차별화된 전략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자리 대변혁과 지역 격차 우려
AI 도입으로 향후 5년간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8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지는 반면, AI 개발과 데이터 분석 등 신규 직종에서 60만 개가 새로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실직자 재교육에 연간 2조 원을 투입하고 주 4.5일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중장년층 재교육의 한계와 중소기업 인건비 부담 우려가 제기된다.
지역 간 격차 심화도 과제다. 현재 AI 기업의 70%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추가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부산(AI 항만물류), 대구(AI 의료), 광주(AI 자동차) 등 지역별 특화 전략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교육시스템 개편도 시급하다. 초·중·고 교육과정에 AI 필수과목을 도입하고 대학에 AI 융합학과 신설을 의무화할 계획이지만, AI 교육 전문 교사가 전국 500명 수준에 불과해 인프라 부족이 심각하다.
현실적 시나리오는 70% 달성
전문가들은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최적 시나리오(30% 확률)는 모든 정책이 계획대로 추진되어 2029년 AI 글로벌 3위를 달성하는 것이다. 현실적 시나리오(50% 확률)는 부분적 성공으로 5위권 진입과 목표의 70% 수준 달성이다. 최악 시나리오(20% 확률)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미중 갈등으로 목표의 40% 수준만 달성하는 것이다.
정책 실패에 대비해 정부는 3단계 대응책도 마련했다. 목표치 하향 조정과 우선순위 재설정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기존 반도체 경쟁력 강화로 회귀한다는 계획이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 심화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중국의 대만 침공이나 북한 도발 재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 외국인 투자 유치와 글로벌 기업 협력에 제약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송해영 코딧 글로벌정책실증연구원 원장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분명 긍정적이지만, 성공 여부는 실행 과정에서의 디테일과 현실적 접근에 달려 있다”며 “기업들은 정부 정책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유연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의 AI 강국 프로젝트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과도한 욕심으로 인한 정책 실험으로 끝날지는 향후 구체적인 실행 성과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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