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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들의 주말 프로젝트

성공한 후에도 계속 만드는 사람들

잭 도시가 또 뭔가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비타민D 추적 앱 ‘Sun Day’다. 지난주에는 블루투스 메시 네트워크로 작동하는 메신저 ‘BitChat’을 내놓았다. 둘 다 주말 프로젝트라고 한다. 트위터를 만들어 수십억 달러를 번 사람이 주말에 혼자 앱을 만든다.

이미 충분히 가진 사람이 왜 계속 만들까?

느낌으로 만드는 시대

흥미로운 건 그가 ‘Vibe Coding(바이브 코딩)’이라는 방식을 쓴다는 점이다. AI 코딩 어시스턴트 ‘Goose’에게 “이런 느낌의 앱을 만들고 싶어”라고 말하면, AI가 알아서 코드를 생성하고 디버깅까지 해준다. 개발자는 문법이나 알고리즘 같은 기술적 세부사항 대신 “전체적인 느낌”에만 집중하면 된다.

이것은 창작 방식의 근본적 변화다. 예전에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기술을 먼저 배워야 했다. 피아노를 치려면 건반을 익혀야 하고, 그림을 그리려면 붓 다루는 법을 배워야 했다. 기술이 표현의 병목이었다.

vibe coding은 이 병목을 제거한다. “사용자들이 서로 가까이 있을 때만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뭔가 은밀하고 로맨틱한 느낌의 앱”이라고 말하면, AI가 블루투스 메시 네트워킹이라는 기술적 해법을 찾아낸다. 창작자는 비전만 제시하면 되고, 구현은 AI가 맡는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창작일까? 요리사가 재료를 자르고 불을 조절하는 대신 로봇에게 “이탈리안 느낌으로 맛있게 만들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결과물은 나오지만, 그 과정에서 요리사가 배우는 것은 없다.

vibe coding의 진짜 혁명은 여기에 있다. 기술적 숙련도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해진 시대가 온 것이다. 이제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보다 중요하다.

아이디어의 계급사회

잭 도시는 선크림을 바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비타민D 앱을 만들었다. 개인적 필요가 앱이 되고, 그 앱이 세상에 나온다. 억만장자의 사소한 불편함이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하지만 모든 아이디어가 같은 대우를 받지는 않는다. 잭 도시의 주말 프로젝트는 뉴스가 되고, 사람들이 다운로드한다. 같은 아이디어라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관심도가 달라진다.

아이디어에도 계급이 있다. 유명한 사람의 아이디어는 태생부터 주목받는다. 무명인의 아이디어는 아무리 좋아도 묻힌다. AI가 코딩을 민주화했지만, 관심은 여전히 불평등하다.

성공이 만드는 자유

성공한 사람들의 주말 프로젝트에는 역설이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성공 확률이 높다. 잃을 게 없으니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고,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으니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반면 성공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은 안전한 길을 택한다.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하고, 투자자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을 선택한다. 역설적으로 성공에서 멀어진다.

돈이 목적이 아닐 때 오히려 돈을 벌 수 있다. 명성이 목적이 아닐 때 오히려 유명해진다.

놀이로서의 창작

BitChat은 보안 문제가 있다. 사용자가 누구와 대화하는지 제대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 암호학 전문가들이 지적했고, 개발자들도 “보안 검토를 받지 않았고 취약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를 달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쓴다.

예전 같으면 이런 앱은 출시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기업에서는 법무팀이 막았을 테고, 투자자들은 위험하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주말 프로젝트는 다르다. 실험이면 충분하다.

빌 게이츠는 은퇴 후 전염병 퇴치에 몰두한다. 엘론 머스크는 화성에 가려고 한다. 마크 저커버그는 메타버스를 만든다. 모두 이미 충분히 성공한 사람들이다. 더 이상 돈을 벌 필요도, 명성을 쌓을 필요도 없다. 그런데 왜 계속 만들까?

창작 자체가 목적일 수 있다. 문제를 보고 해결책을 생각하고,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 자체의 즐거움. 잭 도시의 주말 프로젝트도 그런 놀이일 수 있다.

기업들도 “자유 시간”을 흉내낸다. 구글의 20% 시간, 3M의 15% 룰. 하지만 회사의 자유 시간에는 보이지 않는 압박이 있다. “혁신적이어야 한다”, “회사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자유라고 하지만 자유가 아니다.

잭 도시의 주말 프로젝트가 진짜 자유에 가까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는 이미 충분히 성공했기 때문에 증명할 게 없다. 순수하게 “이거 재미있을 것 같은데?”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할 수 있다.

창작의 민주화, 관심의 독점

AI 덕분에 누구나 앱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코딩을 몰라도, 디자인을 못해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 창작의 문턱이 낮아졌다.

하지만 모든 창작물이 같은 주목을 받지는 않는다. 잭 도시의 비타민D 앱은 뉴스가 되지만, 똑같은 기능의 앱을 다른 누군가가 만들면 묻힌다.

창작은 민주화되었지만, 관심은 여전히 소수에게 독점되어 있다. 이것이 AI 시대의 새로운 불평등일지도 모른다.

진짜 자유의 가치

모든 사람이 잭 도시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작은 실험을 할 수는 있다. 성공하지 못해도 되는 작은 시도들.

AI가 코딩을 쉽게 만들었듯이, 우리 삶의 많은 영역에서 실험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유튜브로 영상을 만들고, 인스타그램으로 사진을 찍고, 블로그로 글을 쓴다. 모두 예전에는 전문가들만 할 수 있던 일들이다.

거물들의 주말 프로젝트가 특별한 이유는 규모가 커서가 아니라, 순수한 호기심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런 호기심을 가질 수 있다. 규모는 작아도 순수함은 같을 수 있다.

잭 도시는 계속 무언가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우리도 우리만의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유명하지 않아도, 재미있으면 된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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