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전문기관 “오픈소스 AI 육성 시급” vs 오픈AI “폐쇄형 모델” 진출로 정책 방향 혼재

오픈AI 코리아의 화려한 출범 뒤로 한국 AI 정책의 근본적 정책과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책전문기관들이 “오픈소스 AI를 통한 기술주권 확보”를 강조하는 가운데, 정작 폐쇄형 모델을 앞세운 오픈AI가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정책 방향성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딧 부설 글로벌정책실증연구원 최근 발간한 이슈페이퍼는 한국의 AI 정책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한국의 법·제도, 인프라, 공공 도입 기반 등 전반에서 정책 공백이 지속되고 있어 오픈소스 AI 확산을 위한 전략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보고서는 Meta의 Llama 시리즈 같은 오픈소스 AI가 “10억 회 이상 다운로드되며 글로벌 협업을 통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소기업, 스타트업, 개발도상국 등 다양한 주체의 참여를 가능케 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며 오픈소스 AI의 민주화 효과를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오픈소스 AI 활용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Meta의 Llama 3-8B를 기반으로 과학기술 특화 언어모델 ‘KONI’를 개발해 한국어 LLM 벤치마크 1위를 기록했다. 보안 전문 스타트업 에임인텔리전스는 Llama Guard를 활용해 한국어 콘텐츠 필터링 정확도를 90.33%에서 99%까지 끌어올리며 18.5억 원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주요국은 이미 오픈소스 AI 제도화 추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EU, 중국, 영국 등 주요국은 각기 다른 정책 기조 하에 오픈소스 AI를 공공 기술로 인식하고 제도화를 추진 중이다. 미국은 DARPA의 ‘AI Cyber Challenge’ 등 공공 지원 오픈소스 AI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EU는 ‘Open GPT-X’ 프로젝트를 통해 유럽형 다국어 오픈소스 LLM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은 오픈소스 AI를 기술자립과 글로벌 영향력 확대 전략의 도구로 활용하며 국산 오픈모델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영국은 정부 차원의 실증사업을 통해 오픈소스 AI를 공공행정과 국가안보에 직접 도입하고 있다.
오픈AI 진출로 정책 방향성 혼재
하지만 오픈AI의 한국 진출은 이러한 정책 방향과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오픈AI는 기본적으로 폐쇄형 모델을 운영하며, 한국에서도 삼성·SK 등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자사 생태계 확장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이슨 권 오픈AI CSO가 “정부의 입법 파트너가 되겠다”고 밝힌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CODIT 보고서가 지적한 “정책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외국 기업이 담당하게 될 경우, 기술주권 확보라는 정책 목표와 배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오픈AI가 언급한 데이터센터 투자나 클라우드 협력도 양날의 검이다. 국내 인프라 확충에는 도움이 되지만, CODIT가 강조한 “공공 GPU 인프라 개방”이나 “공공-민간 연계 통합 플랫폼 구축” 등 자립적 생태계 조성과는 방향이 다르다.
전문가 “균형점 찾는 정책 설계 필요”
CODIT는 이러한 딜레마 해결을 위해 ‘4대 원칙과 5대 실행 전략’을 제시했다. 공정경쟁 촉진, 혁신 지원, 기술주권 확보, 안전성 강화라는 4대 원칙 하에 공공 R&D 확대, 공공-민간 연계 통합 플랫폼 구축, GPU 인프라 개방, 책임 라이선스 체계 정비, 공공 실증사업 추진 등 5대 실행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오픈소스 AI는 비용 절감, 기술 혁신, 접근성 확대, 기술주권 확보라는 네 가지 전략 목표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며 “폐쇄형 상용 모델 중심의 기술 지형 속에서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오픈소스 AI 정책 부재 여전
문제는 정부의 오픈소스 AI 정책이 여전히 공백 상태라는 점이다. 2026년 1월 시행 예정인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도 오픈소스 AI를 명확히 구분하거나 이에 대한 적용 범위와 정책 지원 기준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CODIT는 “고영향 AI 식별, 신뢰성 평가 등 주요 정책 수단이 상용 모델 중심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있으며, 오픈소스 모델의 활용이나 규제 적용에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공 인프라 부족도 심각하다. GPU 인프라에 대한 공공 지원이 부족해 중소기업이나 연구기관이 오픈소스 AI를 실제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의 AI 연구개발 지원 사업도 초거대 AI 모델, 산업별 AI 솔루션 개발 등에 집중되어 있어 오픈소스 기반 모델 개발이나 생태계 조성은 사실상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기술 자립과 글로벌 협력 균형점 찾아야”
보고서는 “오픈소스 AI는 AI 기술 주도권 경쟁의 구도를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이자, AI 거버넌스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출발점”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함께 정책적 공백을 메우고, 오픈소스 AI를 중심으로 한 신뢰 기반의 생태계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데이터 활용의 제도적 기반 마련은 오픈소스 AI 생태계 확산과 직결되는 과제”라며 “합리적인 법적 근거를 통해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AI 학습에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할 때, 한국은 오픈소스 AI 확산과 AI G3 전략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오픈AI 코리아의 화려한 출범이 가져올 실질적 효과를 놓고 업계의 시선이 엇갈리는 가운데, 정부가 기술 자립과 글로벌 협력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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