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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웹을 죽인다고?

숫자가 말하는 진실

카페에서 노트북을 열고 몇 개의 기사를 읽었다. “AI가 웹을 죽이고 있다”, “언론사 트래픽 감소 전망”, “검색을 통한 웹사이트 방문 급감”… 제목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또 과장된 전망이구나” 하며 넘어갔을 텐데, 이번엔 다르게 느껴졌다. 구체적인 숫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Stack Overflow 트래픽 13% 하락, AI 검색으로 인한 웹사이트 방문 필요성 급감, 일부 사이트는 트래픽의 3분의 2까지 잃을 수 있다는 전망…

과거에도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누군가 죽는다”는 예언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기우였다. 라디오도 TV도 신문도 인터넷도,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그런데 이번은 뭔가 다른 것 같다.

과거와의 차이점

20년 전 전자책이 나왔을 때를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종이책이 죽는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각자 다른 영역을 개척했다. 전자책은 휴대성과 편의성을, 종이책은 물리적 경험과 소장 가치를 제공했다. 서로 다른 니즈를 충족시켰기에 공존할 수 있었다.

영화관도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OTT가 등장했지만 영화관만의 고유한 가치 – 큰 스크린, 음향, 함께 보는 경험 – 가 있었다. 다른 영역이었다.

하지만 AI와 웹의 관계는 이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AI는 웹과 다른 영역을 개척하는 게 아니라 웹의 핵심 기능인 ‘정보 전달’을 직접 대체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런 과정이었다: 궁금한 것 → 검색엔진에서 검색 → 여러 웹사이트 클릭 → 정보 습득. 이제는: 궁금한 것 → AI에게 질문 → 바로 답 획득. 중간 과정이 생략된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잔혹함

AI의 작동 방식을 생각해보자. ChatGPT에게 “오늘 주요 뉴스가 뭐야?”라고 물으면, AI는 여러 뉴스 사이트에서 정보를 가져와 요약해준다. 사용자는 만족한다. 원본 기사를 읽을 필요를 못 느낀다.

이것이 과거의 기술 변화와 다른 점이다. TV가 라디오를 대체했을 때도 라디오 콘텐츠 자체는 여전히 필요했다. 하지만 AI는 웹 콘텐츠를 소비하면서도 웹사이트 방문은 필요 없게 만든다.

마치 레스토랑의 요리를 배달앱이 가져다주는 것과 비슷하다. 음식(콘텐츠)은 여전히 레스토랑(웹사이트)에서 만들어지지만, 손님(사용자)은 레스토랑에 올 필요가 없다. 문제는 레스토랑의 수익 모델이 방문객 수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살아남는 법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완전한 비관론자는 아니다. 변화는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는 AI 시대에도 구독자가 늘고 있다. 단순한 뉴스 전달을 넘어서 깊이 있는 탐사보도와 독창적 관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The Athletic을 인수해 스포츠 전문 영역을 강화하고, 게임과 요리 콘텐츠로 영역을 확장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경험’과 ‘커뮤니티’를 만들어낸 것이다.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나만을 위한 맞춤형 설명’과 ‘신뢰할 수 있는 큐레이션’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변화의 속도와 적응의 한계

이번 변화가 과거와 다른 또 다른 점은 속도다. ChatGPT가 출시된 지 2년도 안 되어 이 정도 변화가 일어났다. 라디오에서 TV로, 신문에서 인터넷으로의 전환은 수십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일어났다.

하지만 AI의 변화는 기하급수적이다. 매달, 아니 매주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 성능이 개선된다. 기업들과 개인들이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다.

나는 최근 글을 쓸 때 AI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자료 조사, 아이디어 정리, 초고 검토 등에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하다. AI가 나를 도와주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나를 서서히 대체해가고 있는 건지 확신할 수 없다.

새로운 생태계의 모습

몇 년 후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아마 이런 풍경일 것이다.

정보의 90%는 AI를 통해 소비된다. 하지만 나머지 10%는 여전히 원본 콘텐츠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 이 10%가 핵심 독자층이 되고, 이들을 위한 프리미엄 콘텐츠 시장이 형성된다.

언론사들은 대량 생산보다는 소량의 고품질 콘텐츠에 집중한다. AI가 처리할 수 없는 탐사보도, 현장 취재, 독창적 분석에 특화한다. 구독자 수는 줄어도 단위당 수익은 높아진다.

웹사이트는 정보 전달보다는 경험과 상호작용의 공간이 된다.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토론하고, 참여하고, 창작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한다.

인간만의 영역

결국 핵심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다.

AI는 패턴을 학습하고 재조합하는 데 뛰어나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거나,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응하거나, 감정적 공감을 제공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의 감정과 생각, 카페의 분위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서 받는 영감 – 이런 것들은 AI가 데이터베이스에서 불러올 수 있는 정보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이 장소에서, 나라는 개체가 경험하는 고유한 현실이다.

현실적 비관과 희망적 낙관 사이

솔직히 말하자면, 웹의 상당 부분은 AI에게 잠식당할 것이다. 정보 검색과 단순한 콘텐츠 소비의 많은 부분이 AI로 대체될 것이다. 이는 이미 시작된 현실이고, 되돌릴 수 없는 변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건 아니다. 새로운 형태의 웹, 새로운 방식의 콘텐츠, 새로운 관계의 독자들이 등장할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많은 기존 사업자들이 도태될 것이고, 적응하지 못하는 콘텐츠 창작자들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나는 이런 변화를 목격하며 동시에 두려움과 설렘을 느낀다. 두려운 것은 기존의 안정적인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고, 설레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들이 열리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은 선택의 문제

카페에서 이 글을 쓰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사람들은 여전히 각자의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 어떤 이는 AI와 대화하고, 어떤 이는 유튜브를 보고, 어떤 이는 인스타그램을 스크롤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여전히 뉴스 사이트를 직접 방문해서 기사를 읽는다.

AI가 웹을 죽이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모든 웹을, 모든 콘텐츠를, 모든 창작자를 죽이는 것은 아니다. 살아남을 자들은 살아남을 것이고, 새로운 기회를 잡을 자들은 그 기회를 잡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어느 쪽에 서있느냐다. 변화를 두려워하며 과거에 매달릴 것인가, 아니면 불확실하지만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

AI가 웹을 죽인다고?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죽음에서 새로운 무언가가 태어날 것이다.

우리는 그 탄생의 순간에 서 있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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