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153] 맨 정신일 땐 우버, 술 먹었을 땐 버튼대리! 구자룡 대표
- 전자공학도에서 사진기자, PR회사, 마케팅회사, 클리오니 창업.
- 열 개 재주 ‘땅강아지’가 스타트업 대표가 되기까지,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버튼대리를 서비스하고 있는 클리오니 대표, 구자룡이다. 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때가 97년, 딱 IMF 때였다. 나는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사진기자로 일을 했는데, 첫 사업은 PR회사를 공동창업했다. PR이면 릴레이션십과 관련해 전문적이어야 하는데, 사진하는 게 릴레이션십보다는 크리에이티브에 가깝거든. PR회사를 하는 동안 기자를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으니 말 다한 거다. 사진기자가 카메라를 들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아, 회사가 안 되진 않았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다른 회사와는 달리 크리에이티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됐거든. 현재는 마케팅 회사로 변신했다.
PR회사가 싫어졌던 건, PR 담당으로서의 성과가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 외에는 잘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하는 행위가 돈의 값어치가 되어 결과로 들어났으면 좋겠는데 그를 느끼기엔 부족했던 거다.
그런 고민을 하던 때, 입소문마케팅이 미국에서 뜨고 있었다. 한국에도 그 바람이 불 징조가 있었고. 느닷없이 그걸 또 공부했다. 해외자료 찾아가면서 말이다. 입소문마케팅 전도사라 명함에 박아두고 사람들에게 설파하고 다녔다. 책도 쓰고 강의도 다녔지. 이제 PR회사 안하고 입소문마케팅 할 거라며 기존 클라이언트 잘라버렸고.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이없는 결정이었다. 그 후에 온라인으로 판이 바뀌면서 다시 바이럴마케팅으로 회사가 변신했다.
IT 분야로는 어떻게 시작한 건가?
2010년 경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뭔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에이전시 일을 해서 먹고 살 수는 있는데 그 일이 나를 행복하게 하지는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남들과 다르고 싶었던 욕구가 강한 사람이더라.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할 때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 보다 남들과 달라지는 것만 중요하게 여겼던 것 같다. 청개구리 기질이 무척 다분했던 것.
이런 나를 두고 누군가는 ‘좋게 말해 땅강아지’라는 소리를 하더라. 땅강아지는 땅도 기고, 헤엄도 치고, 날라도 다니는 등 열 가지 재주가 있단다. 그런데 이걸 바꿔 말하면 진짜 잘하는 건 없다는 거거든. 그 말이 맞는 거다. 생각해보니 어디서든 no.1은 못 되는 거지. 나는 no.1이 되고 싶은데 말이다. 에이전시 업무를 한다는 건 누군가의 일을 대신하는 거다. 이런 대행이 아니라 온전한 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클리오니를 창업한 건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성향 상 다양한 시도를 했을 법하다.
맞다. 버튼대리 서비스가 다섯 번째 서비스거든.
- 10대 전용 비주얼 SNS, 픽사람, 스케줄팔로워, 플러스치즈 그리고 버튼대리.
- ‘땅강아지’ 다웠던 서비스 론칭
어떤 서비스였나? 그 과정에서도 많이 배웠으리라 생각된다.
첫 서비스는 비주얼 SNS였다. 에이전시 시절에 이게 앞으로 나올 미디어라는 생각을 했거든. 이걸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2년 동안 준비했다. 개발자 뽑고 프로덕트 완성까지는 2년 3개월이 걸렸지. 개발자 10명을 뽑았고 한 10억은 썼을 거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소위 말하는 ‘미친 짓’이지. 그런데 당시에 나는 너무 행복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새로운 걸 만들고 했으니 말이다. 항상 머리맡에 메모지 두고 잠들 때 끄적이고 일어나서 확인하고 새로 나왔다고 좋아하고 그랬거든. 같이 일했던 친구들은 많이 힘들었겠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걸 가져왔으니 말이다. 서비스가 시작했으면 끝이 나야 하는데 계속 커지기만 하는 거지. 방향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정리가 참 안됐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우스운 일도 많았다. 당시 창업진흥원에서 글로벌 지원 프로그램으로 석 달 간 실리콘밸리에 보내주는 게 있어서 가게 됐는데 마침 그 시기가 우리 서비스 론칭 시기와 맞아 떨어지더라. 영어 서비스였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에서 론칭하면 좋겠다는 생각했다. 그 생각에 들떠 론칭 기념이라며 전단지를 6천 장이나 만들었다. 그 무게가 어마어마해서 출국하는 날 공항에서도 정말 ‘난리부르스’를 떨었지.
전단지로는 뭘 했나?
비주얼 SNS의 타겟이 10대 아이들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초등학교를 아침, 저녁으로 전부 돌면서 전단지를 뿌렸지. 서점에 들어가 아이들이 보는 책 사이에 몰래 끼워 넣어 놓기도 하고. 진짜 용감했나보다. 지금 이렇게 하면 잡혀 갈 생각에 못할 텐데 말이다. 그런데 그리 하니까 실제로 사람들이 들어오긴 했다. 비록 ‘어글리코리안’ 스타일이었긴 했지만. (웃음)
들어온 유저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분석을 해보니까 재방문이 없더라. 입소문 마케팅을 했을 때잖아. 입소문 마케팅에서 제일 중요한 게 입소문 날 만한 ‘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됐던 거다. 즉 누군가에게 확산시킬 수 있는 계수가 1이 넘지 않으면 제품 자체에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거든. 마케팅은 이걸 인위적으로 높여주는 것이니까. 그런데 내 서비스가 그런 거다. 1이 안 됐던 거지.
사실 10억 썼으면 많이 쓴 거잖아. 접어야겠다 싶었지. 딴에는 페이스북을 이겨보겠다고 웹서비스로 만들었는데, 당시 트렌드는 이미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었다. 그래서 컨셉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니 이 서비스를 모바일용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픽사람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었어.
첫 서비스가 페이스북을 이겨보겠다는 거였다면 픽사람은 무엇을 이겨보겠다는 생각이었나?
이 서비스는 카카오를 이겨보겠다는 생각이었다. (웃음) 이것도 나쁘진 않았다. 아무 마케팅 안하고 회원이 6만까지는 늘었거든. 다들 카카오스토리보다 좋다고는 하면서도 대체할 만큼의 매력은 없었나보더라. 그래서 접었지.
이후 놀이동산이나 야구구단, 기업 등의 필요한 스케줄을 공유할 수 있는 스케줄팔로워, 소셜커머스 플러스치즈도 있었는데 다 접었다.
스케줄팔로워는 해당 기업의 스케줄을 담당하는 사람이 코드를 한 줄만 넣으면 되는데, 그 담당자가 주로 디자이너들이다보니 이걸 무척 어려워하더라. 하면 무척 편리한 서비스가 될 텐데 사회적 시스템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
플러스치즈는 진정한 소셜커머스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개인 한 명 한 명이 큐레이터가 되는 서비스를 기획했다. 말하자면, 여러 쇼핑몰들이 우리 코드를 하나만 넣으면 해당 쇼핑몰의 상품 자체에 플러스치즈 버튼이 생성되는 거다. 그 상품을 내가 누르면 내 SNS에 자동으로 포스팅이 되고. 나는 편집도 할 수 있고 리뷰를 쓸 수도 있다. 내 포스팅을 다른 누군가가 보고 구매를 하고 싶으면 바로 결제도 가능했다. 제품은 쇼핑몰에서 보내주도록 하고. 가능하다고 본 이유는 예를 들어 내가 사진에 대한 관심이 깊으면 촬영과 관련된 장비 등에 ‘빠삭’하잖아. 렌즈는 어디가 좋고 저거는 어디가 좋고 이런 것 말이다. 즉 개인 한 명 한 명이 큐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미니샵을 만드는 개념인 거지.
플러스치즈를 접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걸 하려면 일단 상품을 많이 가지고 있는 쇼핑몰들과 제휴가 돼야 한다. 종합몰이 크니까 거기부터 미팅을 했지. 재미있는 건 이 사람들의 반응이 다 똑같았다는 거다. 만나자마자 좋다고 하면서 독점을 달라고 하더라. 독점이 아니면 안하겠다고. 처음 그런 반응을 접했을 땐 종속되기가 싫어서 나도 거절했다. 다른 곳 있으니 괜찮다는 마음으로. 그런데 다른 곳도 다 똑같은 반응인 거다. 그때 대한민국 기업들은 자신한테 도움이 되면 하는 게 아니라 경쟁사에게 도움이 되면 안한다는 것, 이걸 처음 알았다.
그렇게 네 개의 서비스를 접고 나서 생각을 했다. 내가 꿈이 너무 컸더라. 페이스북을 이겨보겠다, 카카오를 이겨보겠다, 커머스 전체를 바꾸겠다, 이런 꿈 말이다. 린스타트업과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 작게 시작해 키워 나가는 게 아니라 너무 큰 꿈 안에 어떻게든 몸집을 맞추려고 한 거지. 나에게 버거운 싸움을 하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튼대리로의 접근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진짜 타겟들을 잘 잡아서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하자는 생각을 했다. 트렌드를 보니 검지에서 엄지로 넘어가더라. 문자로 하는 엄지족 말고 커머스 엄지족 말이다.
웹에서 돈을 제일 많이 번 건 검색엔진이다. 많이 성장했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거다. 그들이 왜 성장을 했느냐를 보면, 데이터가 많아서도 정리를 잘해서도 아니다. 핵심은 고객의 관심이 무엇인지를 알았다는 거다. 효율이 바로 나오니까. 즉 고객이 자신의 관심을 표현하는 그 순간을 지배하고 있는 사업자가 이긴다는 생각을 했다. 이게 웹에서 검색엔진이었던 거지.
모바일에서는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기존에 모바일로 가장 많이 하던 건 전화였다. ‘자장면 보내주세요, 퀵 보내주세요, 꽃 보내주세요’처럼. 즉 전화로 주문하는 모든 서비스는 그 누르는 순간에 결정적인 순간인 것이다. 기존 오프라인에 있던 주문의 형태에서 그 결정적인 순간을 내가 가져올 수 있다면 모든 걸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봤더니, 이미 배달의민족이나 배달통같은 배달 서비스가 나와 있더라. 그럼 뭘 할까 하고 봤더니 가장 큰 시장이 대리 시장이었다. 당시 대리 앱서비스가 250개나 나와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이걸 한다고 했을 때 다들 걱정스러워했다. 이미 포화된 시장인데다가 상위 1, 2, 3위를 너무 확고하게 정해져 있다며 이제 시작하는 회사가 무엇으로 이기겠느냐고 말이다. 내 전적이 있으니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웃음)
그런나 대리시장은 콜센터와 기사를 이어주는 뒷단은 무척 잘 되어있었지만 앞단이 무척 허술했다. 뒷단만 IT화 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만 뚫어주면 잘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앱이 250개가 있다고 하지만 적절한 기술력과 적절한 UI/UX를 활용한 서비스는 없었다. 그냥 될 것 같으니까 대리회사가 하나씩 만들어놓은 것뿐이었다. 그렇게 대리시장에서 no.1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5개월의 시장 조사를 마친 후 올해 4월 8일에 론칭했다.
버튼대리는 접지 않을 수 있나?
된다고 확신한다. 다만 시간이 걸린다. 이유는 고객들의 특성 때문이다. 대리운전의 실 고객은 주로 40-50 대이다. 우리 고객은 30대가 많다. 즉 실 고객들은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가 아닌 거다. 전화로 하는 게 무척 익숙하거든.
잘 되는 서비스는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걸 접하고 나니 과거에 무척 불편했다는 걸 알게 해주는 서비스이다. 버튼은 그걸 추구하는 거다. 때문에 중요한 건 사람들이 버튼대리 앱을 깔게끔 하는 것이다. 고무적인 부분은 한번 다운받은 사람은 지우지 않는다는 통계이다. 즉 마케팅을 통해 설치만 시키면 된다고 보고 있다.
티핑포인트는 전체시장의 6%이다. 그 시장크기만 채워주면 사람들 사이에 바이럴이 될 거라고 예상한다. 즉 100명 중 6, 7명 정도 쓰게 되는 때가 서비스가 폭발할 때라고 보고 있다. 그 때를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지.
시작한 지 5개월째이다. 그렇게 확신하고 있는 다른 근거가 있다면?
일단 유저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더불어 플레이스토어에서 대리나 대리운전으로 1, 2등을 놓치지 않는다. 사람들은 250개의 앱서비스가 있던 시장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가 1, 2등 하는 걸 의아해 한다. 혹자는 내가 자본이 무척 많은 줄 알더라. 사실 그렇진 않은데. (웃음) 어쨌든 재미있게 지켜보고 있다. 사람들이 좋아해줘서 기쁘기도 하고.
- 뒷단은 IT강국, 앞단은 아날로그.
- 버튼대리, 대리운전 업계 구조의 비대칭을 발견하다.
대리시장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 해보자. 흔히 대리업계 ‘슈퍼갑’이라고 불리우는 프로그램사(플사)가 있지 않나? 프로그램사와는 다른 관점인가?
맞다. 대리시장의 뒷단은 일반 소비자는 잘 모르는 시장이지. 대리기사에게 콜을 중개해주는 어플리케이션이 있다. 이걸 운영하는 회사가 프로그램사(플사)인 거고. 대리기사들은 이 플사에게 1만 5천 원을 내고 콜을 중개해주는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 다시 말해 플사는 B2B 서비스인 거다. 우리는 고객의 콜을 전달해주는 앞단의 서비스로 B2C인 것이고. 즉 우리는 기존 대리시장 구조의 앞단을 IT화 해 고객 콜 정보를 플사에게 전달한다.
전달된 콜들은 플사를 통해 기사들이 가지고 있는 어플리케이션에 뜬다. 이건 자동으로 공유가 된다. 그럼 기사들이 선착순으로 콜을 잡는 거다. 잡은 콜을 수행하지 않으면 500원의 벌금이 있다. 플사에게는 이게 또 다른 수익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렇게 뒷단은 엄청난 IT강국이다.
많은 회사들이 이 플사를 이겨보겠다고 시도했다가 참패했다. 여긴 몇 만 콜을 가진 게 아닌 이상 이기기 어렵다. 무척 견고하거든. 시장조사를 통해 이런 상황을 알게 됐는데, 이 시장이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해 혜택을 줄 수 있는 걸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다. 그러니 앞단으로 집중하게 된 것이고.
버튼대리의 큰 특징이라면?
적정가격시스템과 실내 GPS 기능을 말할 수 있다.
대리시장의 불편한 진실을 하나 말하자면, 요금이란 게 명백하지가 않다. 실제로 고객이 2만 원에 갈 수 있더라도 ‘오늘은 잘 안 잡히니까 2만 5천 원에 가세요’ 하면 그냥 간다. 전화로 하다 보니 관계가 생기니까 요금이 올라가 있는 것도 모르는 거지.
버튼대리는 이런 불명확한 가격체계를 기준화했다. 그래서 적정요금 시스템을 만들었다. 거리나 시간, 날씨, 방향, 도로 혼잡도, 이벤트 등에 따라 요금이 변한다. 요금이 소비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낮출 수도 높일 수도 있다. 일반이냐, 비즈니스이냐, VIP이냐 등과 같은 세 가지 요금제 중에 선택할 수 있거든. 일반요금에서도 조정이 가능하다.
적정요금이 필요한 이유는 기사와 손님, 그리고 우리가 모두 나름대로 만족할 수 있는 체계여야 하기 때문이다. 손님이 손해 보지 않는 건 10분 내에 기사가 콜을 수행하는 것이고 기사는 조금 더 많은 금액으로 수행하는 것이고 우리는 콜들이 제대로 수행돼 20%의 마진이 떨어지는 것이다.
실내 GPS 기능이라면?
소비자들이 대리를 부르려면 실내에서는 부르지 못했다. 항상 밖에 나가서 전화를 해야 했지. 버튼대리는 실내 GPS 기능이 있어 실내에서도 콜을 부를 수 있다. 자동으로 잡힌 위치를 확인 후 버튼만 누르면 되니까.
버튼대리도 플사에게 수수료를 주나?
따지고 보면 우리가 받아야 하지. 콜을 주니까.
흔히 배달 업계에서 중개수수료로 말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대리시장은 수수료에 대한 이슈는 없다. 20%라는 수치가 업계에서 오랫동안 고착화 돼 있기 때문이다. 내지 않던 수수료를 내라고 하거나 비싸게 내라고 하면 불편하지 원래 내던 것을 내는 것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수수료를 내는 주체는 대리기사이다. 콜 수행비의 80%를 대리기사가 가져가고 20%는 수수료 인 것. 대리기사도 본인이 하나의 콜을 받기 위해서 필요한 프로세스가 어떻게 되는지 다 알고 있다. 때문에 그 수수료에 대해서는 업계에서 큰 이견이 없다.
문제는 대리비 자체가 낮아지는 부분이다. 처음 대리시장이 형성됐을 땐 대리기사 하면 집을 산다는 말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10콜 정도를 수행해야 150-250만 원을 버는 수준이다. 주로 밤에 활동한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생활하기 쉽지 않지. 이렇듯 단가 자체가 떨어지는 것에는 우려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대리비가 좀 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적정한 서비스도 이루어져야하고. 그런 관점에서 버튼대리와 같은 서비스의 존재이유가 더 타당해진다. 더 편리하게 해주고 데이터도 주면서 돈을 더 지불할 만한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는 기존 시스템에서 하기 어려운 부분이기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버튼대리 단가는 조금 높다. 하루 업계의 평균 단가가 1만 5천 원 선인데 우리는 1만 8천원이거든. 기존 서비스보다 프리미엄으로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적정가격이라는 것이 애매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해한다. 소비자가 보기엔 그냥 숫자가 떠있을 뿐일 테니까. 그러나 이 숫자를 산출해내기 위해 우리가 뒤에서 정말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다. 거리나 시간, 방향, 날씨, 이벤트, 어떤 상황 등. 그런 데이터를 다 분석해서 보여주고 있고. 하나를 만들더라도 정말 많은 고민을 통해 개선책으로 만든 거라는 부분을 알아주시면 좋을 것 같다. 이 가치는 버튼대리를 몇 번만 경험을 해보면 분명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고 확신한다.
실제 기자가 사무실에서 버튼대리를 실행했을 때의 화면(왼쪽). 요금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오른쪽).
- 술 먹었을 땐 우버, 맨 정신일 땐 버튼대리?
- 대리시장 계 우버, 버튼대리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대리운전 계 우버인 느낌이다.
버튼대리와 우버는 비유하자면 이종사촌 정도 될 것 같다. 다만 태어난 배경도 성격도 다르다.
고객으로 보자면 버튼대리는 음주고객이자 본인 차가 있는 고객 우버는 맨 정신인 고객이자 본인 차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인 것. 심플하게 슬로건으로 말하자면, 술 취했을 땐 버튼대리, 맨 정신일 땐 우버라고 할 수 있을 거다. 교통이라는 동일한 분야에서 고객이 다르기에 서비스의 성격도 다른 거지.
우버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개인적인 소견을 밝히자면 국내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에는 물음표를 가진다. 불법이고 말고를 떠나서 모델 자체로 말이다. 한국 교통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교통이라는 게 아닌 듯 하지만 컬쳐럴(Cultural) 서비스이다. 버튼을 미국에서 하면 잘 되겠나. 대리수요가 없는데 성공할 수 없지. 마찬가지다. 실제로 우버 론칭한 지 1년 넘었는데 그다지 잘 되고 있지 않다. 서울 시내에 우버 차량이 몇 대 다니는지만 세어보면 알 수 있는 것이다. 기존 모델 그대로 간다면 어려움이 있으리라 본다.
각설하고, 우버가 지향한다는 IT로 교통문화를 개선한다는 관점으로 보자면 버튼은 한국형 대리시장 우버 서비스인 것이다. 다른 앱서비스들은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
버튼대리를 기획할 때 우버를 많이 참고 했나?
UI/UX를 본 건 아니고 우버가 생각하는 사고방식, 관점 등 모바일로 풀어내는 방식을 참고했다. 그 중에 우리와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개선해 나갔고.
현 버튼대리의 다운로드 수는 어떠한가? 월별 콜 수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다운로드 수는 3만이 넘었다.
수치로 이야기를 해보자면, 다운로드 받은 사람의 약 45%가 실제 존속률이다. 그의 1%가 콜 수이고. 즉 다운로드가 3만이면 1만 2, 3천 정도가 존속. 콜은 하루에 120콜 정도가 온다. 다운로드가 올라가면 존속률이나 콜수도 딱 그 비율대로 올라간다.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 모델은 증명된 것이다. 자본만 투입되면 된다.
매출은 어떠한가?
하루 100콜이 넘고 있다. 추정치로, 한 콜에 3천 원을 번다고 생각하면 100건이면 한 달에 9백만 원이다. 즉 월 천 정도 매출이 나고 있는 것이다.
버튼대리의 목표는 하루 만 콜이다. 100만 존속률이 있어야 하는 거다. 1만 콜이 되면 연매출이 830억 정도 나온다. 그럼 실제 매출은 200억 정도. 이것의 20% 정도를 마케팅 비용으로 책정했다.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은 어떻게 해왔나?
일단 지인마케팅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온라인 자동차 카페 12곳과 제휴했다. 예를 들어 ‘아반떼매니아’라면 카페 회원이 가입할 때 ‘아반떼매니아’를 추천인에 기입하면 ‘아반떼매니아에서 5천 원을 적립해드립니다’ 라고 하는 것.
현재는 산사춘과 안전귀가캠페인을 하고 있다. 산사춘을 드신 사람은 안전귀가 하라고 버튼대리를 통해 대리를 한 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응이 좋아서 연장해서 하고 있는 중이다. 업소에서도 반응이 좋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일반 술집, 바 같은 곳에서 시작했는데 현재는 마트에서도 산사춘이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블로그 쪽으로 네이티브 광고를 시작했다. 네이티브 광고는 전송률이 높고 콘텐츠가 남아 있으니까 일반 광고보다 훨씬 의미 있다고 본다.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 생각이고 네이티브광고와 같은 콘텐츠 미디어에 광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연관지어 말하자면 대기업에서 개발 중인 제품과도 연동에 대한 절차를 밟고 있다. 버튼대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또 다른 플랫폼이 하나 더 구축되는 것을 의미한다.
추후 자금 확보가 된다면 계획은?
스케일업 하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다 마케팅 비용으로 들어갈 거다. 실제로 우리가 스케일업 할 정도로 단단하게 구축되어 있는 건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서비스 자체로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거라면 인력이다. CS나 개발자 쪽. 버전 업그레이드를 계속 진행해야 하니까.
버튼이라는 컨셉을 보면 대리 외에 충분히 확장이 가능할 것 같다.
확장전략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구체화 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이다. 치밀한 시장조사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두 가지 정도로 말할 수 있을 텐데, 하나는 해외 진출 등 지역적 확장이고 둘째는 자동차 관점에서의 서비스 확장이다. 사고가 났을 때 보험회사를 부를 수 있는 서비스라든가 교통서비스이니까 배달과 관련된, 이를테면 ‘꽃배달’과 같은 서비스 말이다. 꽃배달 시장도 대리운전과 마찬가지로 뒷단만 잘 돼있다. 앞단이 비어있는 거다. 때문에 경조사를 선택만 하고 원버튼으로 주문하면 배달이 되는 형태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버도 배달과 관련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연하다고 보고. 무엇이 됐든 버튼이라는 컨셉으로 할 수 있는 건 많을 것 같다. 여러 프로세스를 IT 기술을 통해 하나로 묶어내는 거니까.
이 확장전략보다 앞단에 있는 부분은 여성고객시장과 프리미엄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음주운전자의 여성비율이 늘어가고 있다. 이 말은 음주를 한 여성이 대리를 부르는 것에는 불편한 심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내년 쯤 버튼대리가 안정화되면 핑크버튼을 론칭할 계획이다. 다운은 여성만 받게끔 하고 기사는 여성과 남성을 선택할 수 있는 형태를 고려하고 있다. 실제로 여성고객들이 원하는 기사의 성별은 반반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남성을 원하는 고객은 여자기사가 운전이 서툴다는 이유이고, 여성을 원하는 고객을 남자기사가 뭔가 불편하다는 이유에서다.
프리미엄 시장은 수입차를 타는 사람이나 연예인들, 즉 프라이빗한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이다. 이 사람들은 가격에 구애되지 않는다. 때문에 서비스 마인드가 무척 중요하지. 일단 외제차를 알아야 하기에 기사들이 모두 교육을 받도록 하고 손님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 금지 등의 규정도 필요할 거다.
- 사람 구자룡, 그가 말하는 앙트라프러너
대리운전기사가 버젓한 직업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드문 것 같다. 물어보면 ‘그저 잠깐 하는 일’이라 답한다. 직업의식을 갖기에는 힘든 배경이 있는 것 같다. 이 인식 개선에 대해서 버튼대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좋은 질문이다. 버튼대리가 앞으로 사회에 대한 환원을 생각한다면 운전기사를 케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의 케어포인트는 이 사람들이 자기 일에 대해 직업이라고 프라이드를 느끼게끔 하는 것이다.
현재 생각하는 건 협동조합이다. 회사에 대한 오너십, 주주로서의 오너십으로 직업으로 인식하고 일할 수 있게 하면서 일정정도의 월급을 받을 수 있게끔 말이다. 월급을 받는다는 건 기초생활을 보장받는 거잖아. 그런 형태로 생활을 안정하게 해줘서 대외적으로도 떳떳하게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방향이다. 아직은 우리가 너무 작으니 말하긴 어렵지만 발상은 하고 있다.
내가 대리기사에 대한 어떤 신념이 있어서 시작한 건 아니지만, 이 일을 하면서 인더스트리에 뛰어들었을 때는 그 인더스트리에 대한 앙트러프러너십을 가져야 한다고는 생각한다. 때문에 우리가 추진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버튼대리는 말한대로 다섯 번째 서비스이다. 바꿔 말하면 네 번은 실패했는데, 실패를 이겨내는 노하우가 있나?
사람 자체가 초긍정이다. 실패하더라도 나 스스로 불편했던 적이 없다. 혼자 술을 먹어본 적도 없고. 주변 시선이 불편하진 않았냐고 할 수 있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투자받은 게 아니고 다 제 돈으로 했으니까. 사실 내가 망했는지 아닌지도 잘 모른다. (웃음)
비즈니스 모델은 실패할 수 있지만 내가 실패하거나 내가 하는 회사가 실패할 일은 없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서비스가 실패해도 법인을 없애지는 않았다. 지금까지의 서비스는 모두 클리오니 법인으로 진행한 것이다. 이유는 나를 믿고 초기에 투자해준 엔젤 투자자들 때문이다. 당연히 플레이어로서 열심히 해서 이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거든.
창업 유경험자로서 예비창업자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나를 빗대서 이야기 하자면, 나는 되게 건방진 사람이다. 시쳇말로 싸가지 없는 사람이지.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걸 해줘야 되는데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고 있었으니까. (웃음) 아무튼 싸가지가 없다는 건 윗사람을 존경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것은 내 위에 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다. 내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게 도전적이고 좋을 순 있다. 그러나 그것의 가장 큰 폐해는 누군가의 경험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지. 그 경험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면 두 번 실패한 일을 한 번에 끝낼 수도 있었을 텐데 나는 그걸 놓친 것이다. 이를테면, 사회 시스템이 굉장히 잘 돼 있는데 그걸 이용하지 않는 셈이지 비효율적이었다. 나는 비록 이렇게 해왔지만, 누군가 한다고 한다면 나와 같은 방법보다는 진정한 멘토나 스승을 두라는 말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