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O 비즈니스 전략 #2] 서비스 제공자를 아군으로 만드는 방법
2017년 1월 3일 저녁 11시 합정역 근처,
신년 새해를 맞이하여 퇴근 후, 회사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집으로 가려고 한다. 차를 가지고 출근한지라 대리기사를 부르려는 찰나, 작년 말에 대표이사님이 이용했던 K 모바일 대리운전 앱(이하 K 드라이버)이 문득 떠올랐다. 대리기사 업체 전화번호가 바로 떠오르지도 않았으며, ‘나도 한번 이용해 볼까?’ 하는 호기심도 생겨 예전에 다운로드 후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K 드라이버를 통해 출발지와 도착지를 설정하고 서비스 이용금액을 확인한 뒤 호출하기 버튼을 클릭하였다. 2017년 첫 O2O 플랫폼 서비스 이용이다.
얼마 있지 않아 대리기사님에게 전화가 왔고 나는 현금이 없어 카드 결제 가능 여부를 물어보자 기사님은 웃으며 모바일 대리운전 어플은 자동으로 결제가 돼서 현금이나 카드가 필요 없다고 대답해 주었다. 얼마 있지 않아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기사님이 도착하였고, 집으로 돌아가는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질문과 답변을 통해 기존에 알지 못했던 K 드라이버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먼저 K 드라이버는 앱을 통해 대리운전 서비스 요청이 들어오면 기존의 대리운전 업체 연결 후, 수수료를 취득하는 형태가 아닌 자체 대리기사들을 모집하여 직접 운영하는 형태이다. 그렇다면 카카오 드라이버에 등록되어 있는 수많은 대리기사들은 어떠한 이유로 기존의 대리운전 업체에서 K 드라이버로 이동하였을까?
대리 기사가 받는 수수료는 기존의 대리운전 서비스 업체나 K 드라이버나 동일하다. 하지만 대리 콜 수령 후, 요청 장소에 가서 운행을 시작하자마자 대리기사들의 스마트폰에 설치되어 있는 ‘K 내비’를 통해 자동으로 도착지 운행 가이드가 시작된다. 이는 도착지에 대한 길 안내뿐만이 아닌 운행 거리에 따른 정확한 요금 계산이 책정된다. 책정된 금액은 어플 설치 시 등록한 고객의 신용카드를 통해 자동 결제가 되어 운행 종료 후, 어떠한 금전적 거래 프로세스가 없이 진행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스템이 대리 기사님들이 운행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어떠한 문제점을 해결해 준 것일까?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대다수의 고객들은 저녁에 지인 또는 동료들과 술을 마신 후, 음주운전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다. 대리기사들은 이러한 고객들에게 가장 빠른 길을 선택하여 가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뿐만이 아닌 술을 마신 고객들에 대한 부정확한 도착지 설명에 따른 애로사항, 대리 운전 종료 후, 갑작스러운 고객의 현금 미보유에 따른 서비스 이용금 수령에 대한 문제, 하다못해 대리 운전 서비스 종료 후, 고객이 잠이 들어 고객을 깨워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대리기사들의 다양한 고충을 말끔히 해소해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K 드라이버는 대리기사들이 겪는 고충 해결 외 또 다른 이익을 가져다 주고 있었다. K 드라이버의 이용객의 대부분은 30~40대의 화이트 칼라이며 이로 인해 서울의 경우, 강남 및 강서지역 등 오피스 지역 및 번화가에서 이용 빈도가 매우 높아 기존 대리운전 업체 등록 시절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대리운전 기회가 높다는 것이다.
물론 K 드라이버를 이용한 나 자신조차 기존 대리운전 서비스에 비해 조금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였으나, K 내비를 통한 주행거리 산정 기반 이용금액의 투명성, 현금 또는 카드 미보유 시에도 언제든지 사용 가능한 지불 편리성, 전화로 설명 없이 앱을 통해 빠르게 대리운전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 신속성에 대한 장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부분은 내가 느꼈던 K 드라이버의 장점이 아닌 대리기사님들의 느끼는 만족, 바로 그것이다.
모든 O2O 플랫폼 서비스 기업들이 그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 즉 최종 사용자를 신규유치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지표가 있다. 바로 ‘기존 고객 유지하기’이다. 이로 인해 O2O 플랫폼 서비스 기업들은 기존 고객을 경쟁사에게 뺏기지 않고 유지하기 위해 사용자를 위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다양한 혜택 외 재 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가맹점, 서비스 제공자들의 수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서비스 제공자들의 기존 서비스의 불편사항을 해소하여 그들에게 제공할 경우, 자연스럽게 서비스 제공자 수는 증가할 것이며, 이를 통해 고객의 불편사항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 이제 앞서 언급한 O2O 대리운전 서비스 산업의 최종 사용자와 서비스 제공자를 정의하고 그들의 고객여정지도를 통해 이 가설을 검증해 보자.
그림 1. 대리운전 O2O 서비스 K 드라이버(출처: 카카오 광고)
대리운전 O2O 플랫폼 서비스 고객 정의
대리운전 서비스의 최종 고객(End User)은 ‘대리운전 서비스 이용자’이다. 하지만 K 드라이버의 세분화된 최종 고객은 ‘K 드라이버를 설치한 30~40대 강남 및 강서 등 오피스 지역 대리운전 주이용 화이트 컬러’가 된다. 여기에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을 확장할 경우, 서비스 제공자(Service Provider)는 대리운전 서비스 업체에 등록된 대리운전 기사가 되며, K 드라이버의 경우 K 서비스에 등록된 대리운전 기사가 된다. 여기에 추가로 최종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 플랫폼은 대리운전 서비스 업체의 콜센터이며, K 드라이버의 경우, K 앱이 이에 해당한다.
그림 2. 대리운전 서비스별 고객 정의 비교 (출처: 인사이터스 가공)
그렇다면 이제 기존 솔루션인 콜센터 기반 대리운전 서비스의 문제를 K 드라이버가 각각의 이해관계자들의 어떠한 문제들을 해결하였는지 검증하기 위해 기존 솔루션의 이해관계자별 Customer Journey Map, 즉 고객여정지도를 그려보았다.
그림 3. 기존 대리운전 서비스의 이해관계자별 고객여정지도 (출처: 인사이터스 가공)
기존 대리운전 서비스의 이해관계자별 고객여정지도를 통해 카카오 드라이버는 최종 고객인 대리운전 서비스 이용자의 다양한 단계별 고충을 해소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리운전 기사들의 실질적 고충을 해결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내가 이용했던 K 드라이버의 대리기사님의 경우, 카카오 드라이버 외 기존 대리기사 서비스 업체에 등록이 가능하나 K 드라이버만의 이와 같은 장점으로 인해 다른 대리기사 서비스 업체 등록을 하지 않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대리운전 서비스 업체 미등록을 통한 수익 창출 기회 감소에 문제도 타겟 고객의 주 생활권인 오피스 및 번화가 지역이므로 서비스 수요가 높아 해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사실은 K 드라이버 대리기사라는 프라이드와 충성도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중요성, 비단 O2O 서비스 기업 또는 스타트업만이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렇나 서비스 제공자 고충 해결에 대한 중요도는 O2O 플랫폼 서비스 기업만이 높은 것일까?
글로벌 기업인 화이자는 당뇨병 환자를 위해 인슐린을 주사 대신 흡입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구인 Exubera를 개발하였으나 최소 28억 달러 손실을 내며 철저하게 시장에서 실패하게 되었다. 재밌는 점은 개발 제품을 소비자, 즉 당뇨병 환자들이 필요로 했으며 경쟁사 제품보다 앞선 혁신적인 제품이었다는 점이다. 아쉽게도 화이자의 Exubera의 실패 이유는 산업 생태계에 연결되어 있는 파트너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화이자의 인슐린 흡입기 Exubera는의사들의 외면 때문에 환자들에게 전달될 기회조차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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