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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계, 모태펀드 ‘분할 편성’ 전환에 우려…”투자 절벽 우려”

국회 예산심사를 앞두고 제기된 모태펀드 예산 ‘분할 편성’ 전환 논의에 벤처·스타트업 업계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예산 효율성 제고라는 취지와 달리 벤처투자 생태계 전반에 심각한 투자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1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입장문을 통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제기되는 모태펀드 분할 편성 전환 논의를 신중히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18일에는 한국벤처캐피탈협회와 벤처기업협회도 유사한 우려를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예산 효율성 vs 시장 안정성

분할 편성은 벤처펀드가 통상 4년에 걸쳐 투자되는 점을 고려해 모태펀드 예산을 1년차에 전액 편성하지 않고 연차별로 나눠 배정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예산 편성 연도에 전액이 투자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예산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시장 구조와 투자 관행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졸속 결정이 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모태펀드는 지난 5년간 37조 원 규모 조합 결성 중 15조 원을 차지하며 국내 벤처투자조합의 약 40%를 출자해 온 핵심 인프라다. 시장 안정성을 떠받치는 기관의 예산 체계를 급격히 바꿀 경우 구조적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세 가지 구조적 리스크

업계가 제기한 첫 번째 우려는 민간 출자자들의 참여 위축이다. 민간 출자자는 모태펀드의 안정적 출자를 전제로 펀드에 참여하는데, 예산이 해마다 달라지면 모태펀드의 중간 이탈 가능성을 우려해 출자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차년도 모태펀드 예산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출자가 미이행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민간 출자자 모집이 어려워지고 벤처펀드 결성이 지연되거나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둘째, 민간 벤처캐피털(VC)의 실제 납입 요청 시점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경우 분할 편성된 예산으로는 이를 감당하지 못해 모태펀드가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이 경우 ‘자연탈퇴’가 발생해 이미 출자한 금액조차 절반밖에 회수하지 못하며, VC는 적시에 투자하지 못해 유망 스타트업의 성장 기회가 사라진다.

셋째, 분할 편성은 사실상 출자 상한을 설정하는 것과 같아 투자 자율성을 크게 제약한다.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은 투자 시점에 맞춰 출자금을 즉시 납입받는 수시납(capital call) 방식이 표준인데, 분할 편성은 이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벤처기업협회는 “예산을 나누어 편성하면 예산의 불확실성으로 민간 출자가 줄고 펀드 결성에 실패하면서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 현장에 미칠 실제 영향

분할 편성이 현실화될 경우 스타트업 현장에는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가장 먼저 펀드 결성 단계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VC가 100억 규모 펀드를 결성할 때 모태펀드 30억, 민간 출자자(LP) 70억으로 구성하는데, 분할 편성 시 1년차에는 10억만 확정되고 나머지는 “예정”이 된다. 민간 LP 입장에서는 “내년 예산이 삭감되면 모태펀드가 중간에 빠지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로 출자를 포기하게 되고, 결국 펀드 자체가 결성되지 못한다. 성장 단계 스타트업이 시리즈 A나 B 투자를 받아야 하는 시점에 투자할 펀드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투자 집행 단계에서도 타이밍 불일치 문제가 심각하다. 스타트업이 시리즈 B로 50억 원이 필요한 시점에 VC가 투자 결정을 내리고 LP들에게 캐피털콜을 보내도, 모태펀드가 “올해 배정 예산 소진”을 이유로 내년까지 대기해야 한다면 투자 자체가 무산된다. 특히 AI나 바이오처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6개월 투자 지연은 단순히 늦는 게 아니라 시장 기회 자체를 잃는 것을 의미한다.

모태펀드의 레버리지 효과도 급감할 전망이다. 현재 모태펀드 1원이 민간 자금 4원을 끌어들이는 효과(1:4 레버리지)가 있는데, 불확실성이 커지면 이 비율이 1:2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모태펀드 1조 원이 투입돼도 실제 시장에 조성되는 벤처펀드 규모는 5조 원에서 2조 원으로 60% 감소하는 셈이다.

업계는 특히 창업 초기 단계, 여성·청년 창업, 지역 스타트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영역은 모태펀드 비중이 50% 이상으로 높고 민간 자금 접근성이 낮아, 분할 편성 시 투자 유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수도권 대비 민간 자금 접근성이 절반 수준인 지역 스타트업의 경우 지역 격차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업계는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벤처투자액이 현재 6~7조 원에서 3~4조 원으로 40% 감소하고, 신규 창업도 연 1만 건에서 6천 건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스포는 “투자 기반이 흔들린다면 국가 경쟁력을 이끌 혁신기업들이 제때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시장에서 사라질 위험에 놓이게 된다”며 “이러한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을 방치한다면 대한민국 신산업 경쟁력은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VC협회는 “모태펀드와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민간 출자자의 신뢰를 잃은 이후에는 모태펀드 예산을 확대하더라도 민간 자금이 매칭되지 않아 펀드가 결성될 수 없다”며 “한 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5~10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예산소위는 지난 17일부터 본격 가동돼 2026년 예산안에 대한 감·증액 심사를 진행 중이다. 모태펀드 분할 편성 여부도 예산 확정 과정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법정 처리 시한은 12월 2일이다.

기자 /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달하며, 다양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 I want to get to know and connect with the diverse world of start-ups, as well as discover their stories and tell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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