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오픈AI, ChatGPT에 쇼핑 기능 탑재…아마존과 정면충돌

OpenAI가 25일 ChatGPT에 AI 기반 쇼핑 도구를 출시했다. ‘쇼핑 리서치(Shopping Research)’라는 이름의 이 기능은 온라인에서 상품을 검색하고, 리뷰를 읽고, 사용자의 필요와 선호도에 맞게 옵션을 비교해준다. 연말 쇼핑 시즌에 맞춰 웹과 모바일에서 로그인한 모든 ChatGPT 사용자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스와이프로 취향 파악

사용자가 쇼핑 관련 질문을 하면 쇼핑 리서치 기능이 활성화된다. “300달러 이하 드레스 찾아줘”, “블루투스 스피커 세 개 비교해줘”, “이런 성향의 사람에게 줄 선물 추천해줘” 같은 일반적이거나 구체적인 요청 모두 가능하다.

ChatGPT는 먼저 사이즈, 예산, 원하는 기능 등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짧은 퀴즈를 제시한다. 이후 상품을 보여주면 사용자는 마음에 드는 상품은 오른쪽으로, 아닌 것은 왼쪽으로 스와이프한다. 이 과정을 거쳐 사용자 취향과 이전 대화 기록을 바탕으로 맞춤형 상품 추천과 구매 가이드를 제공한다. 가격, 스펙, 이미지, 재고 여부, 리뷰 정보는 공개된 웹사이트에서 수집한다.

OpenAI에 따르면 현재 ChatGPT에는 하루 5,000만 건의 쇼핑 관련 질문이 들어온다. 기존에도 웹에서 상품 정보를 요약해 기본적인 쇼핑 질문에 답할 수 있었지만, 쇼핑 리서치는 더 개인화되고 정교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OpenAI는 이번 모델이 사용자 요청의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상품을 정확히 찾아내는 비율이 64%라고 밝혔다. 기존 37%에서 크게 개선됐지만, AI 업계가 약속하는 완벽에 가까운 수준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아마존 상품은 검색 안 돼

다만 모든 주요 유통업체 상품을 검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OpenAI는 이 도구가 자사 브라우징 에이전트의 접근을 허용하는 웹사이트의 정보만 표시한다고 밝혔다.

OpenAI의 딥 리서치 및 ChatGPT 에이전트 팀을 이끄는 이사 풀포드(Isa Fulford)는 지난주 기자 브리핑에서 “우리는 모든 OpenAI robots.txt를 준수한다”며 “접근을 허용하는 사이트는 접근하고, 그렇지 않은 사이트는 접근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아마존 상품 목록이 ChatGPT 쇼핑 리서치에서 제한적으로 표시되거나 아예 나타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몇 달간 아마존은 robots.txt 파일을 업데이트해 모델 학습, 실시간 브라우징, SearchGPT 엔진에 사용되는 에이전트 등 여러 OpenAI 크롤러를 차단했다. 제3자 AI 도구가 자사 이커머스 사이트를 스크래핑하는 것을 막으려는 광범위한 조치의 일환이다.

실제로 ChatGPT에 “1,000달러 이하 아마존 노트북 추천해줘”라고 요청하면, 다른 유통업체에서 판매하는 몇 가지 옵션을 제시하며 “아마존에서 구매 가능한지 직접 확인해보라”고 안내한다. “아마존 상품 목록을 보여줄 수 있냐”고 물으면 “아마존의 실시간 상품 목록을 탐색하거나 표시할 수 없다”고 답한다.

독립 이커머스 분석가 유오자스 카지우케나스(Juozas Kaziukėnas)는 이 제한의 영향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행히 OpenAI 입장에서는 월마트, 베스트바이, 브랜드 자체 웹사이트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다른 유통업체와 옵션이 많다”며 “아마존에만 있고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 없는 상품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공정한 추천, 저품질 사이트 배제

OpenAI는 쇼핑 리서치가 상품 추천에서 특정 업체를 우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추천 상품은 광고나 후원 없이 사용자 질문과의 관련성을 기준으로 순위가 매겨진다. 신뢰할 수 있는 고품질 웹사이트를 우선시하도록 학습됐으며, 리뷰 사이트와 레딧 같은 자연 발생적 콘텐츠에 초점을 맞춘다.

저품질, 스팸성, 지나치게 상업적인 사이트는 배제하도록 설계됐다. 풀포드는 저품질 소스를 “팝업 광고가 있거나 명백히 광고성인 사이트”, 그리고 “상충되거나 의심스러운 리뷰 패턴이 있는 사이트”로 정의했다.

테무(Temu) 같은 특정 이커머스 플랫폼의 결과도 잘 표시되지 않는다. OpenAI 쇼핑팀 연구원 마누카 스트라타(Manuka Stratta)는 “테무 옵션을 구체적으로 요청하면 그 제약을 존중해 테무에서 상품을 찾아준다”면서도 “테무가 많이 추천되지는 않을 것이며, 그런 상품을 원하는 고객은 직접 요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시 결제는 아직…채팅 내 구매는 제한적

채팅 내에서 바로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은 쇼핑 리서치에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OpenAI는 기존 ChatGPT의 채팅 내 결제 도구와 더 깊이 통합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풀포드는 “앞으로 두 기능이 매우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본다”며 “지금은 정말 훌륭한 상품 탐색 경험을 만드는 데 먼저 집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OpenAI는 월마트, 엣시, 쇼피파이 입점 판매자들과 제휴를 맺어 ChatGPT의 ‘즉시 결제(Instant Checkout)’ 기능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주에는 타깃과도 ChatGPT 내에 타깃 앱을 출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거인들의 전쟁

아마존은 외부 에이전트에 문을 여는 대신 자체 AI 도구에 투자하고 있다. 가격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상품을 구매해주는 ‘오토 바이(Auto Buy)’ 기능을 출시했고, 올해 초에는 앱을 떠나지 않고도 다른 웹사이트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바이 포 미(Buy For Me)’ 에이전트도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에 따르면 AI 쇼핑 도우미 루퍼스(Rufus)를 사용하는 쇼핑객은 구매를 완료할 확률이 60% 더 높으며, 연간 1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지우케나스는 아마존이 제3자 쇼핑 에이전트를 차단한 결정이 판매자와 마켓플레이스 입점 업체에 당장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지금은 거인들의 전쟁 같은 상황”이라며 “OpenAI, 퍼플렉시티, 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기본 AI 쇼핑 에이전트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지만, 소비자 채택률은 전통적인 이커머스에 비해 아직 낮다”고 분석했다. “소규모 브랜드나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아직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AI 커머스의 구조적 한계

즉시 결제 기능의 부재는 AI 커머스가 직면한 도전의 시작에 불과하다. 현재 인터넷은 폐쇄형 플랫폼이 지배하고 있어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려면 개별 허가가 필요하다. 완전한 AI 에이전트 커머스를 실현하려면 실시간 가격, 배송 정보, 결제 시스템 연동 등 데이터가 공유되어야 하는데, 각 웹사이트마다 구조가 제각각이다. OpenAI 대변인은 “통합 없이는 모델이 결제 과정을 추측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쇼핑 탭 같은 기존 쇼핑 플랫폼도 소매업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상품이 노출된다. 폐쇄형 구조를 유지하면 브랜드와 사용자 경험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터넷의 모든 상품을 채팅 내에서 결제할 수 있으려면, 모든 소매업체가 공통 상거래 프로토콜에 참여하거나 인터넷 작동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정부 주도의 변화 가능성도 있지만, 미국이 포괄적인 AI 관련 법안에 합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유럽의 디지털시장법(DMA)도 현재 규제 완화 방향의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어 이 정도 수준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소비자들이 돈을 쓰는 플랫폼을 바꾸기 시작하면, 판매자들이 자발적으로 AI 에이전트 친화적인 표준을 채택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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