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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두나무 20조원 빅딜 체결… 국내 스타트업 M&A 역대 최대

송치형 두나무 의장

네이버와 두나무는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체결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직접 두나무와의 사업 계획을 설명하며 안건을 통과시켰다. 합병이 완료되면 총 20조원(네이버파이낸셜 4.9조원+두나무 15.1조원) 규모의 디지털 금융 플랫폼이 탄생한다.

이번 합병은 한국 스타트업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M&A다. 양사의 기업가치는 두나무 15.1조원, 네이버파이낸셜 4.9조원으로 약 3대 1 비율이다. 다만 발행주식 수 차이를 반영한 주식교환비율은 두나무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약 2.54주다. 두나무 주당 가액 43만9252원, 네이버파이낸셜 주당 가액 17만2780원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포괄적 주식교환 후 네이버의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은 17%로 낮아지지만, 송치형 두나무 회장과 김형년 부회장이 보유하게 될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의 의결권(각각 19.5%, 10.0%)을 위임받아 총 46.5%의 의결권을 확보한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지배적 지위를 유지하며, 네이버파이낸셜은 일반사업지주사로 전환해 두나무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다.

양사 최고경영진은 27일 경기 성남 판교 네이버 제2사옥 ‘네이버1784’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 송치형 회장과 이해진 의장을 비롯해 김형년 부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오경석 두나무 대표,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등이 참석해 합병 일정과 사업 협력 방안을 발표한다.

웹3 시대, 글로벌 도전 기반 마련

양사는 이번 합병을 통해 웹3 환경으로의 변화 속에서 글로벌 금융 산업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네이버파이낸셜은 3400만 명이 넘는 이용자와 연간 80조원에 이르는 결제 규모를 확보한 국내 최대 간편결제 사업자다. 두나무는 국내 1위이자 글로벌 탑티어 디지털자산 거래 규모를 가진 업비트 운영사이면서 국내 최고 수준의 블록체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합병의 배경에는 두 회사가 각각 직면한 구조적 한계가 있다. 두나무는 업비트 거래수수료 수익 의존도가 높아 사업 다각화가 절실했다. 대규모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 가상자산 규제로 인해 대출, 투자자문 등 금융업 확장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네이버파이낸셜 역시 네이버페이 이용자는 늘었지만 핀테크 사업의 수익성과 확장성 면에서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양사는 AI 및 검색 기술, 간편결제, 블록체인 기술 역량을 융합해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 새로운 글로벌 도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의 기술 저변 확대, 인재 양성, 디지털 자산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를 높이는 데 책임감 있는 역할을 다하면서 K 핀테크의 역량을 글로벌에 알리겠다는 것이 양사의 목표다.

업계에서는 합병 후 네이버페이의 결제 인프라와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이 결합하면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금융 서비스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실제 서비스 통합은 금융당국의 규제 승인과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배민 7.6조, 하이퍼커넥트 1.9조… 역대 빅딜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대규모 M&A는 꾸준히 이어져왔다. 가장 큰 규모는 2019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 건이다. 당초 4.7조원으로 시작된 거래는 코로나19로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최종 7.6조원까지 치솟았다. 창업자 김봉진 의장은 현금이 아닌 딜리버리히어로 주식으로 대금을 받았다.

우아한형제들은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4조3226억원, 영업이익 640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6.6% 증가했지만, 쿠팡이츠와의 무료 배달 경쟁으로 외주용역비가 늘면서 영업이익은 8.4% 감소했다. 음식 배달뿐 아니라 배민B마트, 장보기·쇼핑 등 커머스 서비스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21년에는 영상 채팅 앱 ‘아자르’와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하쿠나라이브’를 운영하던 하이퍼커넥트가 미국 매치그룹에 1조9330억원(17억2500만달러)에 인수됐다. 230개국에서 5억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이용자의 99%가 해외 사용자였던 하이퍼커넥트는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M&A 최대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매치그룹 인수 이후 하이퍼커넥트는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하며 성장을 이어갔다. 아자르는 누적 매치 수 1000억 건을 넘어섰고, 2025년 2월에는 센서타워 APAC 어워즈에서 ‘최고의 영상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창업자 안상일 전 대표는 2024년 8월 매치그룹을 떠나 AI 기반 글로벌 소셜 플랫폼 ‘BVR’을 창업했다.

투자 회수 창구로 부상하는 M&A 시장

한국 스타트업 M&A 시장은 2016년부터 꾸준히 성장해왔다. 시장 규모는 2016년 1.2조원에서 양적완화 정점이었던 2021년 11조원까지 확대됐다. 2022년 경제 불황으로 3.3조원, 2023년 2.5조원으로 잠시 감소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거래 건수도 늘고 있다. 2023년에는 126건의 M&A가 성사돼 전년(57건) 대비 2.2배 증가했다. 주요 매수사도 다변화되는 추세다. 과거에는 대기업과 투자회사가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중견·중소기업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2022년 대기업의 스타트업 M&A가 전년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할 때, 중견기업은 2.3배, 중소기업은 1.2배 늘어났다.

콘텐츠, 음식·외식, 엔터프라이즈, 게임, 바이오·의료 업종 순으로 M&A가 활발하다.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 스타트업이나 자체 제품만으로는 성장에 한계를 느낀 기업들이 M&A를 전략적 선택지로 고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중형 딜로도 시너지 창출

대형 거래 외에도 중형 규모의 M&A 사례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2022년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현대이지웰은 모바일 식권 플랫폼 ‘식권대장’ 운영사 벤디스를 370억원에 인수하며 지분 88.86%를 확보했다. 고객사 중복 비율이 낮아 높은 시너지를 기대한 이 거래는 기업 복지 시장 공략에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모투자펀드 UCK파트너스는 빙수 전문 브랜드 설빙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1년 가까이 대주주와 인수를 타진한 끝에 성사된 이 거래는 설빙의 해외 진출 가속화가 목적이었다. 일본, 호주 등 10여 개국에서 프랜차이즈로 운영 중이던 사업을 본사 직접 관리 체제로 전환해 성장 가능성 높은 국가 중심으로 확장하고 있다.

주총·규제 승인 거쳐야… 27일 비전 공개

이사회를 통과한 포괄적 주식교환 안건은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최종 승인된다.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주주총회는 정부 당국의 승인 이후 2026년 2분기 중 개최될 예정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가 69%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주총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나무는 송치형 회장, 김형년 부회장 등 경영진 지분만으로는 가결이 어려워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우리기술투자, 한화투자증권, 하이브 등 주요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의 동의가 관건이다. 두나무는 정부 승인 완료 후 별도 주주설명회를 열어 소액주주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정부 승인 절차도 필요하다. 두나무는 금융감독원에 포괄적 주식교환에 따른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주주 권익 보호 등의 관점에서 심사를 진행한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독점 요소가 없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피는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27일 열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두 회사의 새로운 비전이 공개된다. 기존 금융과 가상자산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금융 생태계 구상과 함께, 네이버페이를 비롯한 네이버의 다양한 서비스와 두나무의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 로드맵이 제시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이 단순히 두 기업의 결합을 넘어 디지털 금융과 가상자산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AI, 블록체인, 결제 인프라 기술을 통한 금융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환경에서 국내 최대 간편결제 사업자와 글로벌 톱티어 디지털자산 거래소가 결합한다는 점에서 향후 새로운 형태의 금융 서비스 출현이 기대된다.

또한 이번 합병은 전자금융업자와 가상자산사업자의 계열 결합을 금융당국이 승인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금융 규제 체계가 재편되는 시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현장 중심으로 취재하며, 최신 창업 트렌드와 기술 혁신의 흐름을 분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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