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여의도에 불시착한 우주인들

여의도 Two IFC 29층에 위치한 갤럭시코퍼레이션 사옥 전경 (c)플래텀

대폭발이 있어야 우주가 시작된다

빅뱅이 있어야 갤럭시가 시작된다. 우주의 원리이자 비즈니스 철학이다.

여의도 TWO IFC 29층 사옥.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복도는 어두웠다. 우주처럼. 오피스가 아니었다. 우주선이었다.

이들은 지구에 불시착한 우주인이다. 다시 우주로 나갈 꿈을 꾸고 있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2019년 자본금 100만 원으로 시작했다. 6년 만에 기업가치 1조 원 유니콘이 됐다. 지드래곤, 송강호, 김종국을 보유한 엔터테크 기업. 이곳은 연예 기획사가 아니었다.

GALAXY ODYSSEY

사옥의 콘셉트는 갤럭시 오디세이(GALAXY ODYSSEY)다. 아서 C. 클라크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떠올리게 한다.

입구에서부터 현실을 벗어난다. 높은 층고의 오피스를 지나면 10미터 높이의 핑크 페르소나가 서 있다. 지드래곤의 AI 뮤직비디오에서 나온 그 우주복 입은 캐릭터다.

회의실은 천장이 뚫려 보이게 처리했다. 벽으로 막힌 회의실이 아니었다. 우주선 안에서 회의하는 느낌이었다. 직급을 지운 원형 책상. 누가 상사인지 알 수 없는 구조. ‘태초의 향’과 ‘고대의 소리’가 깔려 있다.

복도 한켠에 우주 해파리가 있었다. 키네틱 아트로 움직였다. 철사 같은 꽃도 피어 있었다. 지구가 아닌 공간에서 식물은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한 결과물이었다.

53층에는 우주 감옥이 있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 마이클 스코필드에서 영감을 받았다. 회사 대표인 최용호의 명함에도 스코필드라고 적혀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스코필드’를 닉네임으로 썼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싶었다. 아무것도 없을 때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믿었다.

36층에는 아인슈타인 동상이 있다. 100년 전의 공간을 구현했다. 축음기와 과거의 물건들. 시공간을 초월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이 공간에 사업의 힌트가 숨어 있다고 했다. 3년, 5년 뒤에 돌아보면 알게 될 거라고. 이스터에그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우주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구에서 우주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본다.

빅뱅과 갤럭시

사옥을 돌다가 창가에 닿았다. 햇빛이 잘 들어왔다. 2024년 신년회 사진이 있었다. 그 옆에 글귀가 있었다.

“운명이라면 운명이고
갤럭시와 우연으로 시작됐지만
제가 빅뱅이라는 그룹이었어서
갤럭시가 시작하려면 제가 있어야 돼요.”

지드래곤이 신년회 때 한 말이다.

최용호는 2011년 프랑스 리옹에서 케이컬처를 설립했다. 한류 잡지 K-WAVE를 프랑스어로 발행했다. 첫 표지가 빅뱅이었다. 13년 뒤, 빅뱅의 지드래곤이 갤럭시코퍼레이션과 함께하게 됐다. 운명이라면 운명이다.

이들의 세계관은 이렇다.

수십만 년 전, 혹은 수억 년 전. 고대 우주인들이 지구에 불시착했다. 그 우주선은 다시 우주 항로를 이어가야 한다. 그게 이들 세계관의 출발점이다.

경계를 넘나들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경계를 지운다. 리얼 아이돌과 버추얼 아이돌 사이. 삶과 죽음 사이. 지구와 우주 사이.

한켠에 로봇 아이돌이 서 있었다. 컴업 2025 무대에서 지드래곤의 ‘파워’ 안무를 췄던 그 로봇이다. 무대 위에서 춤추는 걸 직접 봤다. 완벽하지 않았다. 아니 지드래곤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대에 올랐고 박수를 이끌어 냈다.

고인이 된 아티스트를 AI로 되살린다. 고(故) 김성재, 고(故) 김자옥의 IP를 AI로 복원했다. 망자IP다.

살아있는 연예인은 한 시간에 한 공간에만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세계나 로봇의 세계에서는 그 한계를 벗어난다. 연예인을 관리하는 것을 넘어, AI 아바타로 물리적 한계를 극복한다. 콘서트를 여는 것을 넘어, 우주에 음악을 쏜다. 지드래곤은 카이스트와 함께 자신의 음악과 홍채를 우주로 보냈다.

이날 사옥에서는 ‘글로벌 버추얼 AI 아티스트 오디션’이 진행 중이었다. 새로운 세계의 주민을 마중하는 자리.

우주라는 이름

이 모든 것의 중심에 최용호가 있다. 회사 동료는 그를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말한다. 다들 생각이 멈춰있을 때 그걸 넘어서는 개념을 생각한다.

갤럭시라는 회사 이름 자체가 우주다. 최용호의 아들 이름이 최우주다. 둘째 아들은 최은하다. 자식 이름을 회사 이름으로 쓴 것. 그만큼의 책임감이다.

100만원짜리 회사로 유니콘이 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는 올해 상반기 매출 1,270억 원, 당기순이익 130억 원. 흑자 전환했다.

쇼인가, 세계관인가

갤럭시코퍼레이션을 본 사람들 일부는 여전히 의아해한다. 거대한 사옥, 우주 콘셉트, 로봇 아이돌. 쇼 같다고 말한다. 비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진짜 비즈니스 모델이 있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2019년, 8명의 친구들과 회사를 만들 때부터 이들은 부캐를 생각했다. 망자IP를 생각했다. 메타버스를 생각했다. 허황되다고 했다. 지금은 다 현실이 됐다. 부캐 프로그램도, 버추얼 아이돌도, 로봇 아이돌도.

대부분의 혁신이 그랬다. 처음엔 쇼처럼 보인다. 세계관은 원래 과잉이다.

최용호는 직원들에게 저지르라고 말한다.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저질러야 모 아니면 도가 된다. 뒤처리는 자기가 해주겠다고. 실패는 제로일 뿐이지만, 대박이 나면 백 배, 만 배가 된다.

로봇 아이돌을 컴업 무대에 올린 배경이다. 완벽하게 준비가 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걸 따지지 않았다. 오래 생각하기 보단 실행력이다.

지도 없는 길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유니콘이 되었다. 하지만 최용호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아직 10%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 했다고 한다.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꿈에 다시 도전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기존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엔터, 바이오, 테크, 커머스. 하지만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스스로 카테고리를 만들고 있다.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도하면 가능성이 생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건 그런 것이다. 지도가 없다는 뜻이다.

사옥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톨킨이 반지의 제왕을 쓸 때, 이영도가 ‘눈물을 마시는 새’를 쓸 때, 사람들은 뭐라고 했을까.

하지만 세계는 만들어졌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세계에 들어갔다. 호빗, 엘프와 함께 여행했고, 레콘과 도깨비와 함께 모험했다. 세계관이란 그런 것이다. 처음엔 허황되어 보이지만, 일단 만들어지면 실재가 된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이 만드는 ‘우주’도 그럴 것이다.

고대 우주인은 아직 지구에 있다. 여의도에 불시착해 있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우주로 돌아갈 것이다. 빅뱅이 있었으니, 갤럭시는 계속 확장할 것이다.

우주는 무한하니까.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댓글 (1)

  1. rr 아바타
    rr

    시간에 쫓겨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 , 그 틈새에서 만난 한 기사 덕분에 잠시 나마 다른 세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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