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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의 자녀

12일 컴업 2025 토크 세션에 패널로 나온 구연후, 유지아 학생 (c)플래텀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 구연후가 말했다. 일하는 부모를 보며 든 생각이다.

“죽을 때까지 일할 거래요.” 유지아가 말했다. 아버지가 평소에 하는 말이다. 일하는 게 행복하다고.

12월 12일 서울 코엑스. 컴업 2025 메인 무대에서 ‘우리 엄빠는 창업가’ 세션이 열렸다. 작년에는 창업가 부부가 나왔다. 올해는 자녀가 나왔다. 압구정중학교 3학년 구연후와 문영여자중학교 1학년 유지아. 두 학생의 부모는 창업가다.

언제 어디서든 일한다

구연후의 부모는 언제 어디서든 일한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창업가다. IT 전문가와 투자자. 골프장에서도 일한다. 차 안에서도 일한다. 집에서도 일한다.

가족이 함께 있을 때도 일을 한다. 그런데 구연후는 서운하지 않다고 했다. “일을 즐기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워요. 오히려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지아의 아버지는 바쁘다. 초등학교 6년 동안 졸업식에만 왔다. 서운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엄마가 오니까요.” 충분하다는 뜻이었다. 자신보다는 초등학교 4학년 동생을 걱정했다.

다른 일상

구연후네 거실에는 TV가 없다. 대신 각자의 책상과 가운데 큰 책상이 있다. 가족 회의실이다.

밥을 먹을 때 그 큰 책상에 모여 앉는다. 최신 IT 뉴스를 본다. 테슬라, AI, 자율주행. 부모님과 구연후, 동생까지 같이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 FSD로 왔어요.” 구연후가 말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이다. 구연후네 가족은 그 차를 타고 컴업에 왔다.

중학교 3학년이 이런 얘기를 한다. 부모와의 대화다.

회사 얘기

유지아네는 다르다. TV가 있고 소파가 있다. 하지만 저녁 시간은 특별하다. 아버지가 회사 얘기를 한다.

“아빠가 직원 자랑을 많이 해요.” 유지아가 말했다. 누가 일을 잘했다. 미국 트럭 회사와 계약했다. 자율주행 타이어 센서를 달았다. 시범 운행을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미국에서 에디슨상을 받았다. 올랜도까지 같이 갔다. 아버지가 주변에 자랑을 많이 했다. “어떤 느낌이었어요?” 진행자가 물었다. 멋있었다고 했다.

힘든 모습

아버지가 힘들어 보일 때도 있다. 유지아가 말했다. “해외 출장이요.” 아버지는 주말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해외 출장을 꺼린다. 하지만 가야 한다. 미국, 인도. 시차 적응이 힘들다. 체력적으로 힘들어 보인다.

구연후는 달랐다. “부모님이 힘들어 보인 적이 없어요.” 잠시 생각하더니 덧붙였다. “두 분 다 진짜 즐겁게 일하시거든요.”

부모 주변에 멋진 동료 창업가들이 많다고 했다. 함께 만날 때가 많다. 그 사람들의 대화를 듣는다. “배울 점이 많아요.” 구연후가 말했다. 열정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기업인이 되고 싶다

구연후는 카이스트 IP 영재기업인교육원 16기다. 창업가 정신을 배운다. 왜 지원했냐고 물었다.

“기업인이 되고 싶었어요.” 구연후가 답했다. 보통 영재원은 수학이나 과학 같은 한 과목만 가르친다. 하지만 구연후는 교육원에서 비즈니스 모델, 브랜드, 테크, 인문학, 철학, 우주 항공 등을 배운다.

“너무 다양해서 좋아요.” 구연후가 웃었다.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라고 했다. 기업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전부터 했다. 그래서 이 영재원을 찾았다. 합격했다.

유지아에게도 물었다. 아빠처럼 창업할 생각이 있냐고. “아직까지는 없어요.” 유지아가 답했다. 왜냐고 물었다. “안정적인 걸 선호해서요.” 창업은 올라갈 때도 있지만 내려갈 때도 있다. 상실감이 클 것 같다. 두렵다고 했다.

진행자가 다시 물었다. 그 상실감을 부모님한테서 느낀 적이 있냐고. “아빠는 힘든 것을 저한테 표현하지 않으세요” 유지아가 답했다.

아버지를 보며 창업의 현실을 안다. 바쁘고 힘들다. 하지만 아버지는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강인하다. 유지아는 그걸 안다.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것도 괜찮다.

보물

진행자가 마지막 질문을 했다. 부모님이 그렇게 바쁘게 일해서 얻은 보물이 뭘까요?

구연후가 먼저 답했다. “지금이요.” 바쁜 시간들을 거쳐서 지금이 생겼다. 힘들었던 시간, 즐거웠던 시간.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다. 지금이 보물이다.

유지아도 답했다. “행복이요.” 아버지가 평소에 말한다. 죽을 때까지 일할 거라고. 일하면서 행복하다고. 끝이 아니라 계속이다.

사랑합니다

무대가 끝났다. 진행자가 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구연후가 말했다. 부모님이 무슨 일을 하시는지 다 봤다고 했다. 역시 내 부모님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사랑합니다.” 구연후가 말했다.

유지아도 말했다. “사랑합니다.”

학교 행사에 거의 못 온 아버지. 주말에도 일하는 어머니. 주말에도 해외 출장 가는 아빠. 언제 어디서든 일하는 부모.

바쁘다. 그래도 괜찮다. 왜냐하면 행복하게 일하는 모습을 봤으니까.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 죽을 때까지 일하는 것. 그게 행복이라는 것.

무대에서 마지막 멘트는 사랑한다로 마무리됐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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