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리즈 B·C 연속 투자, “실천이 로봇 검증하는 유일한 기준”

중국 로봇 스타트업 딥로보틱스(Deep Robotics, 雲深處科技)가 9일 5억 위안(약 1,020억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했다. 2017년 “3개월 생존”을 목표로 창업한 이 회사는 8년 만에 중국 4족 로봇 분야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5개월 만에 추가투자, 올해만 2,040억원
이번 시리즈 C 투자는 차이나머천츠은행 인터내셔널과 차이나자산운용이 공동 주관했다. 차이나텔레콤과 차이나유니콤 산하 펀드를 비롯해 윈후이캐피털, 차이나포춘테크캐피털, 저장대학교육재단, 쇼우청캐피털 등이 참여했다.
딥로보틱스는 지난 7월 포춘벤처캐피털과 국유기업 차이나리폼홀딩스 산하 CRHC펀드가 주도한 시리즈 B에서 5억 위안을 유치했으며 5개월여 만에 동일 규모의 투자를 재유치했다.
“돈 떨어지기 전에 시제품 만들 수 있을지 베팅”
딥로보틱스의 시작은 불확실했다. 2017년 11월, 저장대학교 실험실 출신의 주치우궈와 리차오 박사가 창업할 당시만 해도 대학 교수의 창업은 자본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주 CEO는 중국기업가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그때 우리 목표는 단순하고 가혹했다. 3~6개월 생존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돈이 떨어지기 전에 1세대 시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 베팅하는 심정이었다”고 회상했다.
결과는 1년도 안 돼 나왔다. 딥로보틱스는 자체 개발한 1세대 4족 보행 로봇을 출시했고, 이는 국내 최초로 계단 오르내리기와 자율 항법이 가능한 로봇이 됐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가 이 로봇을 구매해 연구했고, 로봇 분야 최고 저널인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논문을 발표하며 표지 기사로 선정됐다.
주 CEO는 4족 로봇 개에 삼국지의 조조가 탔던 명마 ‘절영(絶影)’의 이름을 붙였다. “전장을 질주하며 남들을 멀리 뒤처지게 하는” 과감함을 담았다. 회사명 딥로보틱스(雲深處)는 당나라 시인 두의 시 ‘산행(山行)’에서 영감을 받았다. “흰 구름 피어나는 곳에 인가가 있다(白雲生處有人家)”는 구절처럼 미지를 탐험하고 인류에 봉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손으로 모터 감았다”…풀스택 개발이 경쟁력
2018년 첫 제품으로 수백만 위안의 투자를 받았지만, 주 CEO의 위기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투자를 받고 나서 1년은 더 버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마윈이 말했듯이, 나는 매일 회사가 망할 가능성을 생각했다”고 그는 말했다.
당시 4족 로봇 산업은 높은 비용과 미성숙한 기술로 실제 적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주 CEO는 “도로는 안정적으로 걸을 수 있었지만 보도 턱도 넘지 못했고, 곡면에서는 쉽게 미끄러졌다.”고 회상했다.
공급망 부재가 가장 큰 난관이었다. 당시 로봇 산업이 초기 단계였던 탓에 로봇 구동에 필요한 고성능 모터나 감속기를 공급하는 업체 자체가 없었다.
“모터는 손으로 감았다. 시중 제품으론 로봇을 움직일 만큼 강력하지 않아서 직접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 CEO는 회상했다. 모터, 감속기, 컨트롤러 같은 핵심 부품을 공급업체와 함께 설계부터 재료 선택, 제조 공정까지 처음부터 만들어가야 했다.
이 “강제된” 자체 개발은 결국 딥로보틱스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동일 성능의 로봇을 3분의 1에서 절반 가격에 만들 수 있게 된 것도 이때의 역량 축적 덕분이다.
전력망 첫 계약이 글로벌 진출로
전환점은 2020년 왔다. 중국남방전력망 직원이 로봇 개를 변전소 점검에 쓸 수 있겠냐고 물어온 것이다. 변전소는 고압 전기를 다루는 위험한 곳으로, 사람이 직접 순찰하며 이상 징후를 확인해야 한다.
주 CEO는 “운 좋은 기회”라고 여겼지만, 이 신뢰의 배경에는 2년 넘게 축적한 기술력이 있었다.
전력 시설은 높은 진입 장벽으로 유명하다. 사고 한 번이면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제품은 절대 도입하지 않는다. 주 CEO는 “우리가 ‘항저우 류샤오룽(六小龍·육소룡)’이라 불리는 유명 기업이라고 해서 제품을 사주지 않는다. 결국 실제로 작동하느냐가 전부”라고 말했다. 항저우 류샤오룽은 유니트리 로보틱스, 딥로보틱스 등 항저우의 6대 로봇 스타트업을 일컫는 말이다.
전력 시설에서 검증받은 로봇은 신뢰의 증표가 됐다. 딥로보틱스는 이 역량을 긴급 소방 분야로 확장했다. 로봇 개는 유독 가스, 산소 부족, 붕괴 위험이 있는 현장에서 구조대원을 대신해 정찰과 구조를 수행한다.
2024년 12월, 딥로보틱스는 중국 로봇 최초로 싱가포르전력공사의 전력 터널에 ‘쥐에잉 X30’을 배치했다. 누수와 균열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보고하는 모습을 본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해외 소셜미디어에 “정말 멋지다(So cool)”고 언급했다.
4족 로봇 성공 이후, 휴머노이드는 신중하게
싱가포르 진출의 배경에는 지속적인 제품 혁신이 있었다. 딥로보틱스는 올해 주력 제품 2종을 연이어 출시했다. 4월에는 바퀴와 다리를 결합한 로봇 개 Lynx M20을, 10월에는 산업용 전천후 휴머노이드 DR02를 선보였다. 다양한 시나리오에서 로봇 배치를 지원하는 시각-언어 구현 내비게이션 시스템 DeepVLA 1.0도 개발했다.
IDC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4족 로봇 시장 규모는 1억8,000만 달러, 출하량은 약 2만대였다. 딥로보틱스는 여러 B2B 응용 분야에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아시아태평양, 중동, 유럽, 미주 시장에 진출했으며, 팀은 약 400명이다.
4족 로봇에서 성과를 낸 딥로보틱스지만, 휴머노이드 시장에는 신중하다. 2024년 첫 휴머노이드 로봇 DR01을 공개했지만, 주 CEO는 “휴머노이드가 기술 돌파에서 성숙한 응용까지 발전하는 데 최소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휴머노이드의 핵심 가치는 손재주와 조작 능력이지, 단순히 두 다리로 걷는 것이 아니다. 손 조작 능력이 진정으로 돌파되어 사람처럼 섬세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면, 이 능력은 바퀴 달린 플랫폼이나 로봇 개에도 완전히 적용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주 CEO가 거듭 강조하는 철학은 명확하다. “실천이 로봇을 검증하는 유일한 기준이다. 아무리 홍보를 많이 해도 실제로 사용할 수 없으면 소용없다. 결국 제품의 힘이 필요하다.”
8년 전 “3개월 생존”을 걱정하던 스타트업은 이제 실전 배치를 통해 기술을 증명하며 분야 글로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만 2,040억원 투자를 유치한 딥로보틱스의 다음 목표는 휴머노이드가 아닌, 4족 로봇의 글로벌 시장 확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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