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같은 평범한 사람이 잘 되어야 내게도 열심히 살아가고자 하는 희망이 생기지.”
친구처럼 지내는 동생이 임형섭 대표에게 던진 말 한마디에 그는 사명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한다. 인천에서 자란 그는 무언가 가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꿈이 가진 것의 전부인 사람이었다. 가정불화에 지쳐 학창시절에는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한다. “대학 말고 공장에 다녀라.”라면서 현실과 타협할 것을 권하는 사람은 있었어도, 그를 이끌어줄 사람이 없었다.
임형섭 대표는 혼자 일어섰다. 25살 때 대학생 과외 커뮤니티 사이트로 첫 번째 창업을 하였고, 이후 해외 대학 편입 관련 사업으로 두 번째 창업을 하였다. 30살의 나이에 늦깎이 유학을 떠난 그는 호주에서 유학생들이 겪는 불편함을 마주하게 된다. “불과 7개월 전에 나는 ‘스타트업’, ‘VC’라는 단어조차 몰랐다. 단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을 뿐”이라며 3번째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그를 양재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줌스(Zooms) 임형섭 대표(37)
유학생이 겪는 불편함이라..
호주로 유학 가서 보니까 유학생들이 잘못된 정보 때문에 고생하거나 불편함을 겪는 경우가 꽤 많더라. 유학은 한 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이다. 많은 돈을 투자해서 최소한 3~5년 정도 머무르는 것이 유학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이렇게 중요한 의사결정을 사전 답사도 못 해보고 결정하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맹점을 일부 악덕 유학원이 파고든다. 가짜 정보를 주고 유학을 보내놓고 나 몰라라 하다 보니 1년간 ‘유학 사고’가 700여 건에 달하는 실정이다.
유학원은 철저하게 자사와 계약한 대학에 학생들을 보내야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을 특정 대학에 보내야 하는 사명이 있다. 특히 계약한 곳 중에서도 중개료를 더 많이 주는 곳에 학생들을 보내려고 한다. 중개료를 많이 준다는 것은 즉, 대학교의 질이 떨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면 학생 입장에서는 어떻게 되는가. 입학 등록 후 비행기를 탔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바꿀 수도 없다. 그냥 다녀야 한다. 돈 문제는 둘째 치고서라도, 일단 비자와 연관되어 있어 학교를 그만두는 즉시 한국에 들어와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나는 이런 유학 사업 시스템을 개선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학 사업은 부가가치가 높지만 어떻게 보면 해묵은 사업인데, 이걸 IT와 접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올해 5월부터 서비스 기획을 시작해 9월에 어느 정도 팀 빌딩을 마무리하였다. 현재 2015년 출시를 목표로 나를 포함한 6명의 팀원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Zooms’를 소개해달라.
Zooms는 전 세계 국제 학생들의 네트워크로서 내년 4월 호주에서 출시할 B2B 서비스이다. 우리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의 주요 대학 40곳과 손잡고 대학교와 유학생을 직접 연결해줄 것이다.
Zooms의 기능은 크게 정보 제공과 네트워킹 기능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정보 제공 역할로써 전 세계 대학교 정보를 학비, 장학금, 입학 자격요건, 전공, 지역 등으로 정렬하여 제공할 예정이다. 비상업적이고 진정성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 기존 유학원이나 커뮤니티 사이트와의 차별점이다. 더 나아가 Zooms는 각 대학교 재학생과 예비 대학생 간에 네트워킹하는 장이 될 것이다.
유학생이 Zooms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는.
중국인들의 강력한 해외 네트워크가 항상 부러웠다. 나는 한인 네트워크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시발점으로써 유학생 네트워크를 보고 있다. 결국, 유학생이 성장해서 교민사회를 이루니까 말이다. 전 세계 대학생이 앱을 기반으로 하여 뭉칠 수 있다면 각국에 있는 재학생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관심 있어 하는 학생들에게 미리 정보를 주어 그 학생이 해외로 넘어왔을 때 자연스럽게 지역 사회에 녹아들게끔 도울 수 있다. 유학을 가고자 하는 학생들은 해당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으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는 게 가능해진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건 입학 후의 생활에서도 계속된다. 호주의 경우 대학교 졸업이 너무 어렵다 보니 학생들끼리 똘똘 뭉쳐야 한다. 팀원 한 명이 어느 날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중국인 대학생이 영어도 못하는데 유독 좋은 점수를 받길래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다른 중국 친구가 도서관에서 그 친구를 비롯하여 여러 중국인 학생들을 모아놓고 과외를 하더라”는 것이었다.
서비스 개발 과정에 어려움은 없나.
아직은 난관이라고 할 것이 없었다. 내가 세운 계획은 일종의 가설이기 때문에 앞으로 하나씩 검증되어야 할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개발 측면이라기보다는 다국적 팀인 까닭에 종종 소통에 어려움이 생길 때가 있다. 6명의 팀원 중 2명만 한국인이고 나머지 팀원은 미국, 중국, 인도 출신이다. 영어라는 동일한 언어를 사용해서 소통하고 있지마는 명사 하나가 의미하는 바의 전제 조건이 미묘하게 다를 때가 있다. 예를 들어서 ‘issue’라는 단어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나는 이 단어를 들으면 ‘우리가 이야기해야 할 주제’라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다른 팀원들은 ‘뭔가 큰 문제’ 혹은 ‘좋은 소식’으로 해석한다. 같은 단어도 다르게 해석한 뒤에 모여서 회의를 하면 기대하는 바가 달랐다는 걸 느낀다. 덕분에 우리는 이야기를 매우 구체적으로 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스타트업을 한국이 아닌 호주에서 시작하려는 이유는? 호주의 스타트업 환경은 어떠한지도 궁금하다.
특별한 이유라고 할 건 없고, 내가 현재 호주에 살고 있고, 팀원들도 그곳에 있다. 이후에는 싱가포르 또는 미국으로 가고 싶다. 싱가포르의 경우 법인세도 저렴한 데다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을 장려하고 있다. 중국, 인도, 한국 출신 유학생이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런 국가와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미국은 유학생이 가장 많이 가고 싶어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그렇다.
안타깝게도 호주라는 나라 자체가 스타트업 하기에 좋은 나라는 아니다. 문화 자체가 보수적이다. 산업은 자원, 관광, 교육 이 3가지에 편중되어 있다. 자원으로 먹고사는 나라이다 보니 숫자가 보이고 매출이 보이는 사업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일단 먼저 사용자를 모아보겠다고 하면 바로 거절당한다. 세제나 규제 또한 녹록지 않다. 한 예로, ‘호주의 구글’이라 불리는 스타트업, ‘아틀라시안(Atlassian)‘이 1억 달러 매출을 올린 후 영국으로 가버린 사례도 있다.
최근 호주 정부에서는 특정 산업에 편중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최근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연구개발비의 43.5%를 캐시로 돌려주는 제도 같은 경우 스타트업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처럼 지속해서 스타트업을 육성한다면 5년쯤 후에는 좋은 스타트업이 나올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호주에서 사업하고자 한다면, 영업과 마케팅 같은 프런트 쪽은 호주 현지인으로, 개발과 디자인 같은 백 오피스 쪽은 한국인으로 역할 분담을 하여 시장에 진입하는 게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문화 차이는 생각보다 큰 문제이다. 호주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사전 작업이 있어야 서비스가 성공에 한 발짝 더 다가설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
유학생은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 세상을 바꾸는 역할을 할 사람들이다. 중국 샤오미의 팀원들도 모두 미국 유학생 출신이라고 알고 있다. 혁신의 역할을 해낼 사람들이다. 또한,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환경에 가서, 많은 돈을 쓰며,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는 사람들’인 그들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정말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Zooms는 이러한 니즈를 하나씩 풀어나갈 것이다.
앞으로 정말 풀고 싶은 문제 중 하나가, 유학비 송금 서비스이다. 은행 시스템 컨설턴트 출신 팀원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제 시작 단계이고 검증하고 증명해야 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꼭 풀어야 하는 과제인 만큼 팀원들과 이 과정을 즐기며 나아가고 싶다.
출처원문 : [우리지금만나 5] 유학생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개발하는 임형섭 Zooms 대표
안경은 앱센터 외부필진 /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즐깁니다. 글로 정리해 사람들과 공유할 때 신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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