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원하는 밸류에이션을 입밖에 내지 마라!” 현직 투자자의 조언
아래내용은 창업 초기단계에 있는 창업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벨류에이션 (Valuation, 기업의 가치측정)에 대한 것으로, 회사와 다음 투자라운드를 위한 정당한 벨류에이션 책정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한 것입니다.
몇 번의 창업 경험과 시드 스테이지 펀드를 운용하는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을 씁니다.
우선, 저는 빌 걸리(Bill Gurley, 투자자)과 프레드 윌슨(Fred Wilson, 벤처투자자)이 강조했던 번 레이트 (burn rate, 회사의 지출 속도)의 중요성에 대해 동의합니다. 두 번째로, 1500억 원 이상의 펀드를 운용하는 프레드 윌슨 같은 투자가에게는 “벨류에이션은 합당한 가격을 찾을 때까지 낮출 수도 있고,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라는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벨류에이션을 수정할 수는 있겠고요.
그러나 창업 초기단계에서 잘못된 벨류에이션은 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으며, 심하게는 폐업이나 다운라운드(기업의 가치보다 적게 측정되는 것)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벨류에이션에 대해 너무 많은 고민을 하지 말되, 올바른 정보를 토대로 자신과 기업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을 당부 드립니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기본적인 질문들
“향후 18개월 동안 정말 필요한 자금이 얼마인가? 시리즈A(Series A) 투자 유치를 성공하기 전까지 필요한 성과를 이루기에 충분한 자금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기업가들의 대답을 듣고나면 저는 그 금액에서 30% 를 더 얹으라고 말씀드립니다. 항상 예상치 못한 변수나 딜레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기업이나 투자를 리딩하는 리드 인베스터(Lead Investor)나 벨류에이션을 정할 때 다음 질문을 꼭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이 벨류에이션이 공평한가? 창업자에게 최적화 되어었고 다음 라운드 투자를 이루어 낼 수 있을 정도의 현실적인가?”
예를 들어, 40억 원의 출판 계약을 체결한 온라인 게임 회사가 있다고 치죠. 이 회사의 창업 초기단계 필요자금이 10억이라고 계산했다면, 100억의 프리머니 벨류에이션(투자를 받기 전 회사 가치)은 현실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쟁이 치열하고 고객유치비용이 큰 이커머스 스타트업은 어떨까요? 이 회사가 10억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100억의 프리머니 벨류에이션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커머스 스타트업에게는 60억 정도의 프리머니 벨류에이션이 더 적합해 보이며, 향후 120억의 프리머니 벨류에이션을 유치하기 전 필요한 성과를 이루는데 그 정도 금액이 적당합니다. 이후에 시리즈B(Series B) 라운드에서 더욱 큰 투자유치도 목표로 할 수 있는 있겠죠.
이렇듯 투자유치는 기업의 성장과 성공을 위한 하나의 단계입니다. 잘못된 투자유치로 인해 기업의 가치 하락과 실패의 길로 빠져들지 않는지 많이 생각하고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벨류에이션을 고민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또 다른 예를 드리자면, 만약에 여러분이 150억의 프리머니 벨류에이션을 받고 20억의 투자를 유치했다면, 이 20억가 다음 단계인 시리즈A 펀딩을 받을 때까지 충분한지 금액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20억의 자금으로 충분한 가치를 창출하여 다음 Series A에서 150억의 pre-money 벨류에이션을 받는 것이 과연 쉬울까요? 이것은 어떠한 기업가라 하더라도 굉장히 부담스러운 목표일겁니다. 어떤 기업가들은 모험을 통해 영웅이 될 수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는 끝이 좋지 않게 끝나게 되기 때문이죠.
자금을 너무 적게 또는 너무 많이 유치 하였을 때 생기는 문제점
기업가에게 너무 적거나 너무 많은 자금유치는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창업 초기 단계에서 최소한의 자금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돈은 대부분의 기업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소진됩니다. 마치 가솔린에 적신 종이처럼 말이죠. 제가 2000년에 두 번째 창업을 했을 때는 인터넷 붐이 일어나고, 지금보다 돈의 유동이 쉬울 때였습니다. 당시 첫 번째 투자유치 라운드에서 70억의 투자를 받으면서 배운 것이 “거대 자금유치는 기업가에게 절벽 같은 것이고, 결국엔 절벽 아래로 추락할 수도 있다” 라는 것입니다. 첫 번째 투자이후 자금 소진으로 부도를 앞둔 시점에서 75억의 투자유치를 추가적으로 해서 기사회생을 경험하기도 했죠.
몇 년 전에는 다른 사업을 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하고 우리 팀에게 필요한 최소 자금을 계산했던 적이 있습니다. 투자를 30억 이하로 받는다면, 제가 말하는 “실패를 위한 투자유치”가 될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었기에 괜찮은 벨류에이션 조건에 20억 투자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50억의 오퍼도 거절했습니다. 그때는 투자자가 회사의 지분 중 50%를 원했기 때문이었죠. 그 투자자는 제가 남의 밑에서 일하려고 직장을 그만두고 나온게 아니라는 걸 이해하지 못했나 봅니다. 결국 목표했던 최소 금액의 투자유치를 이루지 못해서 그 사업을 접었습니다. 후에 저의 예상은 시장에서 증명이 되었는데요. 그 당시 제가 접은 사업아이템 분야에 세 개의 스타트업들이 20억 이하로 투자유치를 했고, 모두 2년 만에 폐업하게 되었습니다.
스파크랩 글로벌 벤처스(SparkLabs Global Ventures) 파트너들이 창업자들을 만나 대면하는 문제 중 하나가 고객유치 비용에 대한 식견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마케팅 투자 없이도 기업이 연간 1000%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원하거나 그렇게 믿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창업기업들 중 이러한 기적을 경험하는 기업은 1%도 안됩니다.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출을 창의적이고 지혜롭게 관리해야 합니다.
단순하게 생각할 것
간혹 투자자들을 모아서 낮은 벨류에이션으로 미리 투자받는 ‘타이어드 벨류에이션 게임(tiered valuation game)’을 하겠다는 창업자들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투자하면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3개월 안에 벨류에이션을 2배로 늘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라는 식이죠. 그럴때 저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회사는 마음에 들지만, 이런 식으로 하면 투자하지 않겠다.”라고요. 스파크랩은 깔끔하고 정직한 요소들을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 블랙잭 게임이라면 기업가치가 단기간 안에 몇 배가 된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겠지만, 투자는 도박이 아닙니다. 기업을 만들어 가는 것은 마라톤과 같습니다. 투자라운드, 파트너쉽, 그리고 운영에 관계된 어떠한 요소도 단기간에 이루려 하는것은 피하는게 좋다는 소견입니다.
그간 스타트업이 필요한 자금을 낮게 측정해 투자금을 다 소진하고 난 뒤 브릿지 라운드(bridge round) 투자를 받지 못하는 케이스를 종종 보았습니다. 그 이유는 낮은 벨류에이션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초기에 그들이 했던 투자보다 두 배 높은 120억 벨류에이션으로 추가적인 투자를 집행할 생각이 없었고, 뒤에 높은 벨류에이션으로 투자한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첫 번째 투자자들만큼 좋은 딜을 받지 못한 것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실례로, 한 스타트업 대표가 저희에게 초기 투자자로서 60억의 프리머니 벨류에이션을 제안하며 3개월 안에 벨류에이션을 120억로 늘릴 것이라고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저희는 그 제안을 거절하며 그가 생각해야 할 몇 가지 포인트를 설명해 주었죠. 첫 째, 그 짧은시간에 회사의 가치상승이 그렇게 올라간다는 충분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죠. 둘째, 저는 전략자체가 지혜로운 방법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사례를 들어 스타트업들에게 이렇게 조언합니다. “투자라운드를 깔끔하고 심플하게 구성해라. 위에 언급한 스타트업의 벨류에이션이 모든 투자자들에게 똑같이 80억에서 90억 정도로 책정 되었다면 모든 과정이 좀 더 쉬웠을 것이다” 라고요.
내가 어떤 대접을 받고 싶은지를 생각하며, 투자자나 비즈니스 파트너를 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똑똑한 돈은 금칠한 돈과 같다”
“똑똑한 돈은 금칠한 돈과 같다”라는 표현은 보편적으로 많이 쓰이는 말이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저는 여러 스타트업들에게 “똑똑한 돈이 최고이며, 낮은 벨류에이션을 받더라도 톱티어 투자기업에게 받는 것이 잘 알려지지 않은 투자기업에게 받는 높은 벨류에이션 보다 낫다”고 말합니다.
또 최근 시리즈A 투자유치를 진행하고 있는 스타트업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당신 회사에 세콰이아 캐피탈(Sequoia Capital, 유튜브, 구글, 야후에 투자한 투자사)이 150억의 벨류에이션을, 3류 투자사는 250억 준다고 할 때 어느쪽을 선택할 지 물어볼 필요가 있겠는가?”라고요. 물론 선택은 세콰이아 캐피탈이어야 합니다. 톱티어 벤처캐피털이 기업에게 제공하는 조언, 멘토링, 네트워크는 기업이 성공하는데 있어 말 할 수 없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벨류에이션은 과학이나 재무분석 같은 것이 아니라 예술에 가깝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벨류에이션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이나 분석을 하지 말되, 당신의 회사가 성공을 향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데 있어 각 단계마다 얼만큼의 자금을 필요로 하는지 충분히 고민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절대로 희망하는 벨류에이션을 발표자료에 넣거나 포텐셜 리드에서 말하지 마세요. 시드 단계의 라운드에서는 목표 벨류에이션을 설정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진행하는 단계에서는 원하는 벨류에이션을 말하지 않는 것이 좋스니다. 투자자들이 벨류에이션에 대한 협상을 먼저 시작하게끔 해야합니다.
정당한 벨류에이션이 무엇인지 공부하고 고민해 보시길 다시 한번 당부 드립니다. 아무런 숫자나 일단 불러놓고, 그게 맞길 바라지 마세요. 해당 분야에서 최근 성사된 투자나 벨류에이션을 찾아보고 비교해 보십시오. 왜냐하면 벨류에이션을 할 때 투자자들에게 백조가 미운 오리 새끼로 보이는 것은 그야말로 한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글 : 스파크랩 버나드문(Bernard Moon) 공동대표
출처원문 : 벤처비트 기사 “Entrepreneurs, here’s how to think about your valu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