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180명 참가자들 “밀도 높은 네트워킹” 체험

지난 26일 오후 부산 중구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평소와 다른 분위기의 승객들이 팬스타 미라클호로 향했다. 정장 차림의 창업가들과 투자자들, 그리고 노트북을 든 예비창업자들이었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선상 스타트업 축제’인 ‘2025 부산 슬러시드’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손잡고 부산-울산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를 연결하는 복합 이벤트로 기획됐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주최하고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가 공동 참여한 이번 행사에는 180여 명이 참가했다. 부산 지역 스타트업과 예비창업자는 물론 서울에서 내려온 투자자들, 부산시와 부산기술창업투자원, 울산항만공사 등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함께 승선했다.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는 해양수산부와 울산항만공사가 주관하는 ‘스마트해운물류 창업Flame 지원사업’에 선발된 6개 스타트업이 참여했다. 이들은 해양과 물류 분야의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로, 이번 행사를 통해 투자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기술개발 파트너십까지 모색했다.

김민지 코스포 동남권협의회 회장은 “정형화된 컨퍼런스 대신 크루즈 위에서 머무는 1박 2일의 구조적 실험을 통해 스타트업과 투자자가 깊이 있게 연결되는 새로운 교류의 장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27일 오전 크루즈 내 메인홀에서는 기존의 일방향 피칭과는 다른 방식의 세션이 진행됐다. 먼저 참여 벤처캐피털들이 각자의 투자 스타일과 관심 분야, 최신 트렌드를 간략히 소개했다. 스타트업들은 이를 듣고 자사 사업과의 연관성을 파악한 후, 관심 있는 VC를 직접 찾아가는 ‘자유 밋업’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전에 준비된 매칭표를 통해 질서 있는 만남이 이뤄졌고, 여러 VC와 동시에 만날 수 있는 다중 밋업 구조로 효율성을 높였다. 크루즈 곳곳의 라운지와 카페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대화들이 인상적이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슬러시드 10(Slush’D 10)’ 시상식이었다. 해양테크 스타트업 파로스마린이 우승팀으로 선정되며 상금 300만 원을 받았다. 수소-전기 기반 친환경 선박 추진 시스템을 개발하는 파로스마린의 수상은 해양 도시 부산에서 열린 행사의 상징성을 더했다.

이 밖에도 사전 선발된 그리다텍, 소프트스퀘어드, 아이피나우가 ‘IR 피칭’을 펼쳤고, 스마트해운물류 분야 6개 스타트업들도 각각의 혁신 기술을 선보였다.

저녁에는 ‘슬러시드 나이트’로 불린 네트워킹 파티가 열렸다. 선상에서 펼쳐진 불꽃놀이와 DJ 파티 속에서 부산과 울산, 서울을 오간 참가자들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교류를 이어갔다.

김헌성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이사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서, VC와 스타트업이 ‘성장파트너’로서 협력하고 함께 성장하는 실제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신뢰감을 높이고 관계의 질적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사였다”고 평가했다.

한 해양물류 스타트업 창업가는 “울산의 항만 인프라와 부산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만나니 시너지가 확실히 느껴졌다”며 “앞으로 영남권 전체가 하나의 혁신 생태계로 발전할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한상우 코스포 의장은 “부산 슬러시드는 늘 새로운 실험을 시도해온 무대였고 이번 크루즈 포맷 또한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이라며 “특히 부산과 울산이 손잡고 해양 특화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모델을 보여준 점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28일 오전 부산항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크루즈를 떠났다. 부산-울산을 잇는 영남권 스타트업 벨트 구축의 신호탄이 된 이번 행사를 통해, 지역 간 연합을 통한 혁신 생태계 조성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