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내 손을 잡아봐 #4] 스타트업 전문 변호사가 말하는 투자 계약
지난 1월 26일 투자계약시 필요한 텀시트에 대한 기사가 발행이후 빅베이슨캐피탈 윤필구 대표는 페이스북 페이지 댓글을 통해 “좋은 정보이긴 한데, 이런 텀들을 실제 계약서를 통해 경험해 보지 않고는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는게 함정”이라는 의견을 표했다.
동의했다. 계약서에 익숙치 않은 스타트업들은 기본 양식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하더라도 실제 계약을 실감하는 건 어려운 일일거다. 그래서 현장에서 뛰고 있는 스타트업 전문 변호사를 찾았다.
법무법인 젠의 최성호 변호사는 한때 벤처사업가를 꿈꿨던 공학도다. IT업계에 대한 이해와 전문영역을 살려 스타트업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현재 파티게임즈, 하이퍼 커넥트, 두나무 등의 자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고.
최변호사에게 스타트업이 투자 계약 시 주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 들어봤다.
최성호 변호사,법무법인 젠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한 때 벤처사업가가 꿈이었던 현직 변호사다. 벤처사업가의 꿈을 안고 2000년도에 서울대학교 컴퓨터 공학과에 진학하였다. 90년대 후반, 전국을 강타한 벤처열풍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입학하고 나니까 거짓말처럼 열풍이 싹 꺼지더라. 흐름이 한번 크게 꺾인 상황에서 시대상황이 의대나 법대 쪽으로 쏠려, 그 쪽으로 가닥을 잡게 되었다. 하고 싶었던 것과 시대의 흐름 사이에서 고민이 참 많은 시기였다.
법 공부를 시작한 건 법조인들이 IT분야에선 약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과에서 변호사가 된 케이스가 지금도 채 10명이 안 된다. 특이한 케이스라 같은 과 사람들도 다 신기해했다.
스타트업엔 항상 관심이 있었기에 스타트업 쪽을 담당 하게 되었다. 이 분야 역시 특화된 변호사들이 많지 않다. IT를 공부한 만큼 피드백 역시 드릴 수 있고,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면 중간다리 역할도 되어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타트업들이 계약 시 주의해야 할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
계약 순서대로 말씀드리는 편이 좋겠다. 우선 가장 먼저 체결되는 건 ‘주주 간 계약’이다. A와 B, C가 공동 창업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처음엔 의기투합이 잘 되겠지만,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개 중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 기여도가 낮은 C가 지분을 가지고 회사를 나가는 경우일 거다. 이럴 경우 C는 일을 하지 않으면서 과실을 같이 취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주주 간 계약이다. 여러 회사들이 주주 간 계약이 없는 상태에서 싸우는 바람에 문제가 생긴다.
요즘은 스타트업들이 VC들의 도움을 받아 많이 양호해진 편인데, 작년까지만 해도 주주 간 계약을 크게 신경 쓰지 않거나, 아예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 문제였다.
가장 좋은 해결법은 회사를 그만 둘 때의 주식배분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1년 만에 나가면 5분의 1은 가져나가고 나머지 5분의 4는 포기하는 식으로 정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몇 년 안에 나가면 아무것도 가져나갈 수 없다고 정하는 경우다. 마지막은 지분은 보장하되 위약금을 물고 나가는 방식이다. 보통 세 번째 케이스는 흔치 않고, 첫 번째와 두 번째 방법을 많이 쓴다. 지분은 회사의 가치와 직결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데, 제 3자가 기업에 투자하려고 했을 때 운영에 관여 안 하는 사람이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 못 마땅할 수도 있고, 이 때문에 투자를 안 할 수도 있는 일이다. 따라서 주주 간 계약은 깔끔하게 완료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 다음 단계는?
다음은 가장 중요한 투자 계약이다. 투자계약의 본질은 스타트업들은 돈을 지원 받고, 투자자들은 권리를 가져가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하게 체크해야 할 것은 콜옵션의 유무다.
콜옵션은 투자자가 회사의 지분을 정해진 값에 취득할 수 있는 권리다. 미리 정해놓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조항이다.
예를 들어 2014년에 2015년 매출이 기준 이하일 경우 지분의 30%를 100억원에 구입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이 되어있다 치자. 그리고 2015년에 매출이 기준치에 미달해서(2015년 회사 가치가 만약 500억이라면) 콜옵션을 행사하게 된다면 400억을 더 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스타트업의 경우 밸류가 수시로 변하는데 콜옵션 조항이 들어가 있을 경우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스타트업의 생태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조항은 아니다. 이는 주로 큰 기업들에 많은 편이다. 특히 게임 산업에서.
콜옵션의 반대 개념은 풋옵션이다. 투자자가 스타트업한테 투자자의 주식을 사가라 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일종의 손해배상 개념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투자금 회수라고 생각해도 된다. 다만 단순한 투자금 회수와 다른 점은 그냥 회수하는 게 아니라 주당 밸류가 1,000원이라고 가정하면 풋옵션의 경우 여기에 플러스 알파가 붙는다. 플러스 알파가 가혹해진다면 문제가 된다. 연간 20%로 책정한다거나 그 당시 회사의 주당 시장가치를 고려하는 식으로 조건이 들어간다면 순식간에 스타트업에게는 엄청난 부담으로 변하는 것이다.
손해배상 조항은 입증 책임이 투자자에게 있지만 풋옵션은 입증이 필요가 없고, 시장 가격 등은 회계 법인이 매기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선 입증하기도 쉽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최근 이런 독소조항들이 많이 빠지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 아직 스타트업 시장에서 이런 조항을 본 적은 없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특히 소문이 특히 무서운 시장이라 더 없었던 것 같다.
또 발생 가능한 이슈에는 뭐가 있을까?
투자자가 신주를 우선적으로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있다. A사가 신규 자금이 필요해서 주식을 발행했을 때 만약 이 조항을 사용한다면 기존 투자자들이 주식을 더 가져갈 수 있게 되고, 그럴 경우 지배력이 더욱 더 강해진다. 회사입장에선 신규자본 차입이 쉽지 않게 되고. 만약 이런 이슈가 스타트업 관련해서 벌어진다면 좀 더 생사와 직결되는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한 사람이 지분을 10%밖에 안 가져가는 거다. 보통 10%를 가져 간다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계약서에 이사선임권, 경영상 동의권이 들어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10%의 지분으로도 내부 경영에 간섭이 가능하다는 것은 스타트업 입장에선 꽤나 타격이 클 수 있다. 내부경영 외에도 연봉협상, 핵심 인력, 기타 경영 판단 등에서 동의가 있어야만 일을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경험이 별로 없이 스타트업을 시작했을 경우 투자자가 ‘별거 아니다’라고 하면서 당시에 ‘이 권한을 행사하게 될 일은 없을 거다, 넣어 놓기만 하는 거다’ 라는 식으로 언급하면 그리 큰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법은 그 당시에 무슨 말을 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문서에 남아있는 것이 무엇인지 가 중요한 것. 변호사가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특히 다른 건 몰라도 투자계약만큼은 변호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들이 변호사를 찾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다. 요즘엔 특히 VC측 변호사들이 일을 함께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스타트업이 모르고 넘어가는 항목이 생기는 것이고. 나도 VC분들을 맡을 때가 있다. 양측간의 입장차이를 좁히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상환권과 전환권이 중요한 항목이라 알고 있다. 관련해 조언 부탁 드린다.
상황권 행사의 문제도 있다. 국내에서 아직 보진 못했지만 풋옵션이랑 취지가 유사하다. 투자한 금액에 플러스 알파로 주식을 상환할 수 있는 권리가 들어가거나 혹은 공정시장가액(Fair Market Value)로 상환할 수 있는 권리가 들어간다.
보통주냐 상황전환우선주로 받느냐로 갈등하는 경우도 봤는데, 이는 어느 정도 지침이 있는 부분이다. 보통주로 투자받기란 탁월한 협상없인 힘들다. VC들은 우선주를 좋아한다. 보통주가 가능한 것은 특수하게 뛰어나거나 VC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거나, 둘 중 한가지 일 것이다.
전환권이란 우선주 한 주를 보통주 몇 주로 바꿀것이냐의 문제인데, 전문가들도 이해에 애를 먹을 정도로 굉장히 어렵게 적혀있다. 따라서 중간 중간에 일종의 독소조항들이 숨어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1배가 보통이지만, 전환비율과 관련해 ‘매출이 일정비율 이하일 경우 전환비율을 5배로 한다‘라는 조항이 있으면 우선주로 10%만 갖고 있던 사람이 50%를 행사할 수도 있는 일이다. 대부분의 경우 투자한 금액이 주당 1만원인데 회사에서 5천원의 신주를 발행한다면 VC입장에선 손해본 것이다. 보통은 이런 상황에서 전환권이 사용된다. 이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우선주와 관련된 조항들은 계약하기 전에 여러 조건들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이후에 이것 때문에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법인 설립 시 가장 고민 되는 부분은 지분을 나누는 부분일 것 같은데 어떤가?
한국은 대표가 50% 가져가는 게 안전하다고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보통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얘기하던데, 아무래도 대표이사라는 지위가 가지고 있는 책임과 의무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반면 외국은 N명이 똑같이 나누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 부분이 사업의 성공을 결정하는 건 아니기에 그리 크리티컬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M&A시에 특별히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면 어느 부분일까?
M&A랑 투자계약은 본질이 같기에 특별히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없다.
다만 게임회사의 경우 퍼블리싱 계약이 있다. 개발회사가 서비스는 큰 데에다 맡기고, 개발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몇가지 전례가 있다.
첫 번째는 퍼블리셔가 어떤 특정 사유가 발생했을 때 개발사의 게임을 가져갈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었고 이를 행사했었다. 게임의 소유가 그대로 넘어갔다. 요즘 이런 케이스는 거의 없다.
두 번째 경우는 게임이 만들어졌는데 퍼블리셔 입장에서 게임이 맘에 들지 않아 발생했다. 퍼블리셔의 선택은 출시를 안 시켜주는 것이다. 이런 경우 분쟁이 생기면 규책사유가 누구한테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규책이 개발사에 있다면 이미 받은 계약금을 토해내야 하고, 퍼블리셔한테 규책이 있으면 그럴 필요 없다. 이럴 경우는 보통은 퍼블리셔에게 유리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 경우는 퍼블리셔가 A사랑 계약을 했었는데, A사가 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중 알고 보니 퍼블리셔가 자체 제작중이던 게임과 비슷했던 것이다. 퍼블리셔는 출시를 해주지 않았고, 결국 A사의 게임은 런칭을 하지 못한 채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당시에 조항이 애매하게 작성어있던 터라 규책사유를 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걸렸기 때문이다. 게임회사의 자금지원은 신주가 발행되거나 게임이 출시되고 나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규책사유를 정하는 동안에 자금지원을 못받았던 것이다.
이를 사전에 방지하려면 ‘1주일 내로 객관적인 퍼블리싱 불가 사유를 말해줘야 한다’는 식의 조항이 필요하다. 위의 사례들은 이미 해당 조항으로 계약을 한 이후였기 때문에 해지가 안 되었었다. 이미 계약한 이후에는 3자가 계약사항에 대해 개입하기가 힘들다.
엔젤 투자시에 유의할 점은?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엔젤투자자가 어느 시점이 되면 나갈 수 있도록 조항을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주주간 계약때와 마찬가지로 나중에 협상하겠다는 생각은 독이 될 수 있다. 미리미리 해두어야 한다. 지분권자들의 이해가 달려있기 때문에 쉬운 단계는 아니다.
예를 들면 시리즈 B를 받을 때 쯤엔 투자할 때 가치가 주당 1000원이었는데 10만원이 되면 나가야한다는 의무를 부여하는 것.
엔젤투자는 항상 골치 아프다. 협상력이 중요하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큰 기업과도 하고 있긴 하지만, 파티게임즈, 하이퍼 커넥트, 두나무 등 스타트업들과 일 할 때 같이 커가는 느낌이 들어 더 뿌듯하다. 같이 성장한다는 건 어려울 때 서로 도와줄 수 있는 관계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내 첫 번째 임무는 법률적인 쟁점에 있어 도와주는 것이고 그 외에 유저 입장으로 피드백도 해주고 시스템적인 도움도 주게 된다. 나 스스로 이 일에 가치를 느끼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스타트업들과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