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적 감성을 디지털에 채색하라!” 2012 비영리 미디어 컨퍼런스 체인지온
“그동안 참석했던 여타 행사들과는 분위기가 틀리네요.”
“어떤면이요?”
“참석자들 표정이 달라요. 뭔가… 앉아있는 분들 표정이 편안하고 순하다는 인상을 주네요. 여타 행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딱딱히 굳은, 뭔가 사무적인 느낌의 표정들이 아니라 대체적으로 온화하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다음세대재단 추최로 지난 11월 16일 양재동 엘타워 6층에서 열린 2012 비영리 미디어 컨퍼런스 ‘체인지온(ChangeON)‘ 행사장에서 플래텀 기자와 행사에 참석한 어느 스타트업 대표 간 오고간 대화 한 토막이다.
그렇다. 체인지온은 여타행사들에 비해 뭔가 달랐다. 앞서말한 어느 스타트업 대표와 같은 느낌을 받지는 못했지만 행사 대상에서부터 여타 행사들과 달랐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기업관계자들이 아닌 비영리 단체 관계자, 사회공헌 담당자, 사회적 기업 관계자, 공공기관 담당자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종교인들이 많이 참석한 것도 특이사항이겠다.
더불어 여타 행사에서는 보기힘든, 호응받기 어려운 부대행사 및 사전준비를 해야할 것도 있었다. 컨퍼런스 부대행사 격으로 행사장 정문에는 오픈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주제는 ‘비영리 단체 및 기관의 모금 활동’으로 모금 활동과 관련하여 제작한 후원 모집 리플렛, 후원 신청서/ 약정서, 후원 회원 기념품 등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또한 이벤트 형식의 나눔행사로 ‘행운 명함 이벤트’가 진행됬다. 형식은 본인의 명함(혹은 현장에 준비된 용지) 1장에 자신이 나눠줄 수 있는 행운을 적어 추첨을 하는 방식이다. 더불어 참가자들에게 본인이 사용하실 개인컵을 준비해오라는 공지를 한 불친절한(?) 행사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행사장 내에는 텀블러 혹은 머그컵을 미리 준비해온 참가자들이 상당수였다. 개인적으로는 머그컵을 비닐팩에 담아 갔지만 결국 꺼내서 사용하지는 못했다. 쓸 시간이 없었다고 핑계를 대고 싶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뭔가 쑥쓰러웠던것 같다.
지난 2008년에 첫 행사를 시작해 올해 5번째 문을 연 ‘체인지온’의 주제는 ‘사람, 아날로그, 디지털의 삼각관계’였다.
주최측은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공익적 활동을 하는 비영리 단체들이 미디어를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사회 변화의 원동력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과 정보를 나누기 바란다는 취지로 주제를 선정했으며, 특히 올해는 인터넷 30주년이 되는 해로서 인터넷을 비롯한 다양한 혁신기술이 가져온 우리 삶의 변화와 의미를 되짚어보고,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 감성 속에서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야 할 우리들의 모습을 ‘삼각관계’라는 키워드에 담아 주제가 구성되었다고 밝혔다.
2012 체인지온은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상임이사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방 이사는 김재동을 연상시키는 진행솜씨를 보여줬다.
오전 첫 세션 [삼각 관계의 시작]의 문은 김은미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NPO Media 2012: 한국 비영리 조직의 디지털 미디어 이해 및 활용도 조사 발표‘라는 주제로 열었다. 김 교수는 500개 비영리 단체와 50여개의 사회적기업을 대상으로 한 웹서베이 조사를 통해 비영리 조직의 소셜미디어 활용의 현실을 명확히 보여줬다.
두번째 발표자는 NTEN 총괄 이사인 홀리 로스(Holly Ross)로 ‘소셜미디어는 비영리에게 무엇을 남겼나?’라는 주제로 인터뷰식 영상 강연을 진행됬다. 강연 내용은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가 NTEN과 같은 비영리 영역에 미친 영향과 미국 비영리 현장에서의 소셜미디어 활용 사례를 설명했다.
오전 세션의 마지막 강연자로 등장한 강명구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인터넷은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마당이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강 교수는 인터넷 뿐만 아니라 그 이전 통신시절 기록물(영상, 음향)을 강연에 활용하며 인터넷의 시작과 미래를 설명했다. 특히, 혁신을 이끌었다고 회자되는 기업의 사례가 아닌 사용자들 즉 ‘우리’가 만들어 가는 마당의 개념을 통해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터넷의 의미와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했다. 개인적으로 강연 도중 울려퍼진 통신시절 접속음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오후 두 번째 세션[디지털의 구애]에서는 콘텐츠 큐레이션이라는 키워드로 명승은-벤처스퀘어 대표가 ‘콘텐츠 큐레이션, 인공지능보다 인간이 나은 이유‘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명 대표는 ‘모으고 고르고 정리하는 사람’이란 의미로 큐레이션(큐레이터)를 정의하며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과 인간의 통찰력 중 인간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정보를 주는 것은 어느것이 더 적합한지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핀터레스트 등의 큐레이션 서비스가 갖는 의미와 큐레이션이 어떻게 진화될 것인지 전망했다. 반 농담성이겠지만 큐레이션은 ‘동네 아줌마’와 같은 마인드로 해야한다는 결론이었다.
김지현 다음커뮤니케이션 전략담당 이사는 ‘디지털, 현실계 곳곳으로 스며들다‘라는 주제로 유비쿼터스와 관련된 강연을 이어갔다. 김 이사는 이미 우리 현실 속 깊숙한 곳으로 가상의 디지털이 결합, 융합되고 있으며 향후 우리 사회와 문명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에 대해 전망했다.
3세션 [아날로그의 순애보]에서는 서은국-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행복의 이유‘라는 주제로 강연하며 ‘타이레놀이 실연의 아픔을 잊도록 도와준다.’는 기억에 남는 문구를 던져줬으며, 이어서 김탕 교육기획자가 ‘복제 불가능성을 카피하는 몇 가지 관찰‘을 그리고 양석원 CO-UP대표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 허물기‘라는 주제로 아날로그적 감성을 강조하며 공식적인 강연이 끝을 맺었다.
(위)강명구 서울대 교수 / (아래 좌측부터)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 김은미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김지현 다음커뮤니케이션 신규사업 전략담당 이사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체인지온 컨퍼런스에서는 공식 강연자들의 강연이 끝난 뒤 오픈 세션을 통해 ‘비영리와 미디어’라는 주제로 5개의 비영리 단체의 발표가 이어졌다. 발표 참가자들은 11월 7일 까지 진행된 사전 온라인 투표를 통해 선정되었으며 각각 5분 간의 발표시간이 주어졌다. 이번 2012년 행사에서는 ‘전국귀농운동본부’와 ‘위즈돔’, ‘열매맺는 나무’, ‘촌스타일’, ‘집밥’ 등 사회적기업이거나 준비중인 단체들이 발표를 진행해 참석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전체적으로 이번 체인지온의 강연은 유익하고 청중의 반응은 열기에 넘쳤다.
이번 체인지온은 오전 9시 30분에서 오후 6시까지 개, 폐막식과 점심시간 1시간 30분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6시간 가까이 빽빽하게 강연이 이어지는 행사다. 어찌보면 중고등학교 수업시간과 같다. 자칫 지루해질수도 있고 앉아있는게 힘겨울 수도 있다. 하지만 행사장 전반에 그러한 전경은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유료(비영리 3만원, 영리 7만원) 행사였음에도 개막식 이후부터 350여 좌석은 빈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몇몇 참석자는 뒤쪽 간의의자에 앉아 강연을 경청하는 것이 목격됬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의례 이렇게 오래 진행되는 행사에서 흔히 보이는 이탈자 역시 행사가 끝나는 순간까지 그다지 많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행사내용과 참석자의 궁합이 잘 맞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체인지온 주최측에서 보여준 폐막식 슬라이드 중 한 문구에 깊이 공감한다.
‘내년에 또 만나요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