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공유하면 현금 쌓여 … 콘텐츠 유통자도 돈 버는 시대 열렸다
여느 공학도처럼 이공계열 학과에 진학한 후 석사를 거쳐 박사 과정까지 밟던 고준성 대표. 그는 20대 중반이 돼서야 비로소 남들이 정해주던 길을 이탈하여 오롯이 자신만의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카이스트 교내문학상에 출품했던 그의 연애소설 ‘그녀와 나 사이의 거리, 487km’가 수상의 영광을 안은 게 결정적 계기였다. 작가로 살아가는 삶을 꿈꾸기 시작하자 그에겐 ‘글을 쓰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글만 쓰고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화두가 생겼다.
현실과 이상의 간격을 좁히는 일은, 작가를 꿈꾸는 개발자였던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미디어다음에서 블로거뉴스 기획자로 일하면서 그는 먼저 뉴스 자동편집 알고리즘을 개발하였다. 그리고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블로거에게 광고 수익을 나눠주는 다음 바이럴 애드와 뷰 애드박스를 만들어 국내 네이티브 광고 시대를 열었다. 광고를 알아야 건강한 미디어 판을 짤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은 그는 제일기획에서 소셜마케팅 관리·분석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광고 전문가로 발돋움한다.
“글은 기자에겐 밥값이 되지만, 블로거에겐 담뱃값이나 커피값에 지나지 않아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일”이라며 “콘텐츠 생산자와 유통자가 밥값에 해당하는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하는 그는 마침내 콘텐츠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는다. 한 화두에 10년을 매달린 노력의 결과였다. 인터뷰를 위해 서초동 패스트파이브 내 사무실을 찾았다.
고준성 텐핑 대표(42)
사내 사업계획에서 출발한 서비스라고.
작년에 제일기획 사내에서 ‘제1회 비욘드 제일 대회’를 개최하여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할 신규 사업계획을 공모한 적이 있다. 나는 당시 기업의 마케팅을 대행하는 기존 업무에서 더 나아가 CRM, 전자상거래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걸 골자로 한 비전을 제시했다.
지금의 사업 아이템은 그때 제출한 사업계획의 일부로써 광고시스템과 매체의 중간쯤에 있는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 대회 수상 후 회사는 사업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TF 구성과 프로토타입 제작 지원을 해주었다. 이를 기반으로 사업 준비 후 올해 1월, 별도 법인을 설립하였다.
“광고시스템과 매체의 중간 지점”이라.
모바일과 SNS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미디어에 들어오는 돈은 결국 기업의 광고비이다. 4대 매체(TV, 라디오, 신문, 잡지) 시절에는 광고주의 돈이 콘텐츠 생산자와 유통자에게까지 흘러갔다. 예를 들어 TV 뉴스 프로그램에서 콘텐츠 생산자는 기자, 유통자는 앵커인데 모두 방송사 직원들이었으므로 방송사는 수익을 당연히 자사 직원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비록 선택받은 소수만이 기자와 앵커가 될 수 있었지만, 기업의 광고비는 이들에게 잘 배분되어 미디어 판이 완결성 있게 돌아갈 수 있었다.
웹 시대가 되면서 포털 사이트와 SNS가 콘텐츠의 유통 파워를 쥐게 되었다. 기업의 광고비야 여전히 들어오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콘텐츠의 생산자와 유통자가 포털, SNS 회사의 직원이 아니라 사용자들이라는 점이다. 누구나 콘텐츠의 생산자나 유통자가 될 기회의 시대가 열렸지만, 미디어 판의 구조는 콘텐츠 생산·유통의 주역에게까지 수익이 배분되지 못하면서 오히려 악화되었다.
광고의 핵심은 시스템과 알고리즘이다. 그런 측면에서 구글 애드센스는 광고 수익을 콘텐츠 생산자인 블로거들에게 배분해주는 큰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한 줄 뉴스를 트윗하는 트위터 계정, 몇십만 명이 구독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등의 파워 큐레이터, 즉 콘텐츠 유통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나는 콘텐츠 유통자에겐 새로운 수익모델을, 광고주에겐 여태까지 없었던 광고모델을 만들어드리겠다는 취지에서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텐핑(10ping)‘은 네이티브 광고 네트워크로서 콘텐츠 유통자들의 수익모델이다. 텐핑에는 콘텐츠 형태의 정보성 광고 글들이 있고, 이를 퍼뜨리는 모습도 광고의 느낌이 아니라 정보의 느낌이 나도록 하는 네이티브 형식을 취한다.
서비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텐핑에 게시되어 있는 글을 읽다가 화면 하단에 보이는 바를 올린다. 그다음 SNS 채널 어디로든 보낼 수 있는 ‘소문내기’ 버튼을 눌러 콘텐츠를 유통한다. 블로거는 ‘애드박스’ 퍼가기 기능을 통해 자신의 사이트에 소스코드를 붙이면 된다. 글을 전달받은 이가 그 글을 읽을 경우, 차감되는 광고비의 30~40%의 수익이 소문낸 사람의 계정에 쌓인다. 마지막으로 인출 신청을 하게 되면 본인 은행 계좌에 내달 10일 자로 해당 금액이 입금된다.
한편, 개인 회원도 광고주가 되어 자신의 콘텐츠를 광고로 올릴 수 있다. 현재 모든 개인 회원에게 광고비 1만 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돈으로 ‘새 광고 만들기’ 버튼을 눌러 글을 올리면 된다. 조만간 회원이 새로운 광고주를 데려올 때마다 1만 원이 추가로 지급되는 이벤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사용자 반응은 어떤가.
5월 말부터 개인 회원을 모집한 후 7월부터는 광고주 회원을 모집했는데, 7~8월부터 우리 서비스를 통해 본격적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7월부터 9월 중순까지 650만 원의 수익을 올린 개인 회원도 있는데, 텐핑은 그처럼 100만 원대 수익을 올리는 파워 유통자를 많이 배출하는 게 목표이다.
광고주들 역시 많은 분이 광고를 연장 집행하고 있다. 클릭 뒤 체류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합리적인 CPC+5(Cost Per Click; 클릭 이후 체류시간 5초) 과금 방식으로 명확한 광고 효과를 달성한다는 게 강점이다. 이외에도 CPA(Cost Per Action; 액션당 과금), CPS(Cost Per Sales; 구매당 과금) 과금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오프라인상에 있던 각종 영업 방식을 온라인으로 옮겨오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나눠준 전단지를 사람들이 확인하는 걸 CPC, 사람들이 가게에 찾아오는 걸 CPA, 사람들이 제품을 구매하는 걸 CPS에 각각 비유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
우선, 시리즈A 투자 유치 뒤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지원할 계획이다. 그리고 올해 안에 시스템과 서비스를 더 완벽하게 개선한 뒤 중국 또는 일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어떤 사업이든 사업의 절반이 제품을 만드는 일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제품을 알리는 일이다. 그만큼 광고가 중요하다. 기업은 이미 제품을 이야기로 슬기롭게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소비자는 자신에게 유익한 정보라면 제품 홍보라 할지라도 잘 들을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광고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키워드나 배너밖에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텐핑은 시스템과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생산자와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적당한 그릇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광고에 대한 혐오를 없앨 뿐만 아니라 광고주의 마케팅 비용이 미디어 판에 들어와서 콘텐츠 생산자와 유통자에게까지 합리적으로 배분되도록 할 것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이란 책에 서평을 쓰면서 언급했던 이야기인데, 나는 사실 이번이 5번째 사업이다. 이전에 4번의 사업 시도는 법인 설립도 못 하고 좌절되었다.
5번째 사업을 할 때가 돼서야 ‘사업은 철저하게 혼자, 고독하게 하는 것’이라고 깨달았다. 그전까지는 개발자이든 투자자이든 누군가에게 항상 의지하려고 했고, 그게 화근이 되어 파트너십이 깨졌다. 혼자 힘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실력과 마음가짐을 갖추고 나서야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건강한 파트너십을 맺게 되었다. 내가 여기 우뚝 서 있어서 좋은 투자자와 직원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쪼록 내 경험담이 다른 창업가 분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원문 : [찾아가는 인터뷰 43] ‘텐핑’ 글 공유하면 현금 쌓여…콘텐츠 유통자도 돈 버는 시대 열렸다
안경은 앱센터 외부필진 /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즐깁니다. 글로 정리해 사람들과 공유할 때 신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