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돌 프로젝트 #4] ‘끊임없는 사색으로 새로운 길을 걷다’ TataUFO 정현우 대표
타타유에프오(TataUFO)는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매일 밤 10시에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콘텐츠를 추천(소개) 해주는 서비스이다. 2012년부터 시작됐지만, 한국인 정현우 대표와 중국인 공동창업가 TataUFO라는 이름을 걸고 지금의 서비스를 론치한 것은 2014년 7월부터다. 현재 중국 370여 개의 대학교가 등록되어 있으며, 2015년 초 30만이었던 회원이 현재(9월 기준) 160만을 넘어섰다.
정현우 대표는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친구들과 J&L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PC 통신 안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했던 본투 창업자다. 그가 어떻게 자신의 가치와 창업에 대한 기회를 발견할 수 있었는지 베이징에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정현우 TataUFO 대표
TataUFO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저희는 TataUFO를 ‘사람들이 새로운 사람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어가면서 보다 다채롭고 재미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Ta’는 사람과 사람의 커넥션을 생각하고 중국어로 ‘그/그녀’를 의미하는 의미의 단어를 썼어요. 그리고 중국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던 당시 ‘다른 차원의 세계’라는 말이 유행했어요. 그래서 ‘UFO’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두 단어를 합쳤죠.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 사업인데, 많은 나라 중 중국으로 오게 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아시아 시장에 어려서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사실 제가 베이징으로 오게 된 2005년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시아 시장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그 당시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이 너무 작다는 것’과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아시아 시장은 세계적으로 주목할 수 있는 시장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 생각과 더불어, 앞으로 ‘아시아가 서로 더 가까워질 것’이고 ‘시장도 통합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지금은 베이징을 가는 것이 부산에 가는 것만큼 쉬워진 것처럼요. 그리고 사실 미국, 유럽과 같은 서양권 나라에서 아시아인으로서 메이저로 활약할 수 있을까도 고민이 됐어요. 이런 생각들을 종합해 보니 아시아 시장 중 중국 시장으로 가야겠다는 결론이 나더라고요. 마침 좋은 기회가 있었고, 한국 대학교를 다니던 중에 자퇴를 하고 베이징으로 넘어왔어요.
가족의 반대는 없었나요?
부모님이 말리지는 않으셨어요. 이해해주셨고 제가 결정하는 일에 대해 배려해주시고 신뢰해 주셨죠. 그런 신뢰를 받으니 저도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게 되더라고요.
중국으로 넘어가기로 결정한 것 말고도 부모님과 한가지 에피소드가 있어요. 제가 98년도에 사업을 시작 할 때, 부모님께 300만 원을 빌렸어요. 지금 나이에 부탁 드려도 주시기 힘든 금액인데, 제가 그런 부탁을 드렸을 때 밀어주셨어요. 다만, 사업을 하려면 사업 계획서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하셔서 2~3일 동안 밤새면서 50장이 넘는 사업계획서를 써서 드렸어요. 부모님께서 배려해주시는 만큼 저도 신뢰를 드리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렇게 부모님께서 신뢰할 수 있도록 행동하니, 부모님께서도 점차 제가 어떤 일을 하든 지지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중국으로 넘어올 때도 크게 반대하지 않으셨어요.
잠깐이지만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자기 확신’이 굉장히 뚜렷하신 것 같아요. ‘자기 확신’을 얻기 위한 대표님만의 방법이 있나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제가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은 생긴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준비를 했어요. 먼저 제 자신에 대한 객관화가 필요했고, 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어요. 사실 요즘 제 또래의 친구들은 토익 공부나 스펙을 준비하다 보면 ‘혼자 생각할 시간’이 거의 없을 거예요. 다들 너무 바빠서 그냥 땅만 보고 뛰는 것 같아요. 가끔은 서서 멀리 바라볼 시간이 필요한데, 그것도 요즘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제 나이 또래 친구들이 졸업하고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비교를 하기도 했어요. 다른 친구들은 더 빨리 가고 나만 뒤쳐지는 것 같은 느낌이죠. 그래서 저도 몇 년 전만 해도 미국으로 MBA를 갈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정말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부러워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내가 되고 싶어서 그런 생각을 한 것이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한번 생각했어요. 사회의 시선,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다 보면 본질은 잊게 되는 것 같아요. 자기 자신에게 더 집중할 시간을 갖다 보면 분명히 자신의 일에 대한 확신이 생길 거에요.
그렇다면 대표님만이 가지고 있는 가치나 철학은 무엇인가요?
저도 ‘내가 하고 싶은 게 뭐지?’라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 정말 힘든 것 같아요. 제 자신을 솔직히 돌아봤을 때, 저는 결론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어릴 때, 저는 키가 정말 작았어요. 그래서 사실 외적인 모습만 보면 보통 학생이었죠. 그런데 코딩을 하고 개발을 하니까 온라인상에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더라고요. 제가 개발한 게임을 업로드 하면, 하루 만에 수백 건수가 다운되고, 사람들이 좋은 피드백을 줬었어요. 제 나이도 모르고, 키도 모르는 사람들이 오로지 제가 만든 제품만 보고 인정해주니까 그게 좋았던 것 같아요. 결국, 돈보다는 제 존재와 제가 하는 일에 대한 인정을 받는 것이 좋았죠.
그리고 한가지 사례가 또 있는데요. 제가 좋은 기회로 인도네시아로 가 ‘인터넷 버스’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버스를 사서 그 안에 컴퓨터를 설치하고 어촌이나 농촌 마을에 사는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쳐 주는 거예요. 미디어를 통해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던 아이들이 그렇게 인터넷을 직접 접하고 나니 그 아이들이 ‘세상은 넓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고요. 그 경험을 통해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고요. 마치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컴퓨터를 접해서 인생이 이렇게 변한 것처럼요.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에 굉장히 즐거움을 느꼈어요. 그리고 평생 이런 영향력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창업은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제 생각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성’을 잡고 시작하는 것이에요. 창업을 시작하면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겠다.’라고 명확하게 방향을 잡고 창업을 시작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적어도 ‘이런 것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북쪽이든 남쪽이든 방향을 잡아야 해요. 생각보다 사람들이 동쪽으로 뛰었다가, 서쪽으로도 뛰었다가 왔다 갔다 해요. 이 문제의 근본은 개인의 철학의 부재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고요. 철학이 부재하니까 방향성을 잡을 수 없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없으니 불안하게 되는 것이죠.
제가 제일 많이 본 케이스가 ‘그냥’ 창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었어요. ‘어떤 문제를 풀겠다.’가 아니라 사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만 있으니까 결과가 안 나오는 거죠. 정말 풀고 싶은 문제가 있고, 그것에 집중하다 보면 거기에 대한 답은 어떻게든 나올 거예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문제는 방향을 못 찾고 있는 것이죠. 뭔가 하고 싶은 느낌만 있고, 뭘 해야겠다는 것이 없는 분들은 창업하지 않길 권해요. 차라리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같이 일을 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거예요. 아니면 맨날 뭘 할까 분석만 하다가 그만 두는 사람도 많아요. 창업은 불안정한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정말 확고한 의지가 없다면 지속하기 힘들어요.
TataUFO의 직원들 입장에선, 대표님이 외국인 CEO시잖아요.직원들에게 어떻게 신뢰를 얻으셨나요?
저는 운이 좋았던 것 중 하나가 언어를 쉽게 배우는 편이에요. 중국어도 1년 배우고 학부로 들어갈 수 있었어요. 그래서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그런데 사실 언어는 도구일 뿐이고 제 업무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중국어를 잘한다고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일을 못하는 CEO는 신뢰를 받을 수 없고요. 그래서 저는 제 업무 능력 발전에 더 집중해서 일 적으로 먼저 신뢰를 얻었어요.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저를 신뢰하게 되는 것이죠.
저는 앞으로 국적이라는 개념이 점점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국가보다는 도시가, 그리고 개인이 중요해질 거예요. 지금도 서울/천안, 그리고 서울/베이징을 비교하면 서울과 베이징이 더 비슷해요. 다른 나라의 도시지만 그 도시의 특성과 규모 면에서 국가를 초월하는 공통점을 갖는 것이죠. 그리고 환경이 비슷하게 되면 개인의 생활 방식과 문화도 비슷하게 되죠. 어떻게 보면 서울과 베이징이 더 가깝고 같은 문화권으로 볼 수 있는 거에요. 제 생각에는 앞으로 이렇게 하나씩 가까워지면서 궁극적으로는 개인이 중요한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국적이 큰 의미가 없어지고 개인의 가치와 능력을 기반으로 서로 소통하고 일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언어만 준비되어 있다면 소통에는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중국시장만 가지고 있는 특징과 중국에서 창업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려요.
보통 생각하시는 것과 다르게, 중국은 국가 체제만 사회주의 일뿐 완전한 자본주의예요. 말 그대로 무한 경쟁의 국가인 것이죠. 거기다 창업이라는 트렌드가 조성 된지 얼마 안돼서 룰이 아직 없다 보니 별의별 혁신이 다 나오는 거 같아요. 사실 중국 정부는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조금 느려요. 그래서 우버와 같은 서비스를 규제하려고 해도 너무 대응이 늦어 이미 수 억 명이 이용하고 있으니까 막을 수가 없는 거죠. 이미 사람들 사이에선 새로운 문화가 생기고 나면 중단시키기 어렵거든요. 하지만 사실 룰이 없어서 신사적이지도 않고, 조금은 무섭게 공격하기도 해요. 말 그대로 무한 경쟁의 국가이기 때문에 살아남기도 쉽지 않은 것이죠. 이 부분을 꼭 염두하고 오셔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중국에서 외국인이 투자 받는 것은 정말 힘들어요. 한국에서도 투자자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잖아요. 타지인 중국이라면 더 힘들겠죠. 그리고 한국인들이 막연히 중국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 같아요. 많이 닫혀있고 외국의 서비스나 문화에 폐쇄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막상 와서 보시면 달라요. 우리 나라는 아직 테슬라를 많이 사용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미 중국엔 테슬라가 많이 굴러다녀요. 그만큼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른 것이죠.
그리고 아직은 중국 인력이 싸다고 하지만, 이제 곧 고급 인력 측면에선 중국인의 인력비가 한국인보다 비싸질거에요. 지금 저희 TataUFO의 인력을 봐도, 이제 막 학부를 졸업한 개발자들이 초임을 한국 돈으로 월 300만원 정도씩 받아요.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연봉이 억 단위에요. 그만큼 실력 있는 인력을 필요로 하고, 이 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해선 이런 고급 인력이 많이 필요한 것이죠. 이런 부분들을 꼭 염두하고 마음 굳게 먹고 오셔야 할 것 같아요. 아마 5년만 지나면 정말로 눈에 띄게 변하고 성장한 중국의 모습을 볼 수 있으실 거예요.
원문 : 끊임없는 사색이 만든, 새로운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