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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돌 프로젝트 #7] ‘중국에서의 창업? 와서 직접 경험하라!’ 플러스원미디어 정혜미 대표

정혜미 대표가 설립한 플러스원미디어(PLUSONE MEDIA)는 방송콘텐츠 코디네이터 작업뿐만 아니라 TV와 모바일용 영상 콘테츠를 외주 제작해 중국 방송사에 공급하는 콘텐츠기획사이다. 방송콘텐츠코디네이터는 인물 섭외, 촬영 장소 섭외, 촬영 스케줄 조정, 인터뷰, 통역, 자료조사, 촬영 현장 진행 등 방송 제작에 있어 현지인 보다 밀착하게 소통할 수 있고, 원활한 현지 촬영을 도와주는 직업이다.

정대표는 2004년 중국으로 유학온 뒤 8년간 중국에서 방송콘텐츠 코디네이터 일을 해왔으며, 한국 방송사에서 중국 촬영을 할 때 또는 중국 방송사에서 한국 촬영을 할 때, 기획, 섭외 진행 등을 담당해온 해당분야 전문가다. 지금까지 한국 방송사에서 연출한 300여 편의 중국 관련 다큐멘터리와 TV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고,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SBS ‘부의 비밀’, ‘최후의 제국’,‘최후의 권력’ KBS ‘슈퍼차이나’, ‘인사이트 아시아-차마고도’, ‘누들로드’ 등이 있다.

인터뷰 당일에도 정혜미 대표는 베이징 중관춘 ‘처쿠차페’에서 국내 방송사와 함께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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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언제, 어떻게 오셨나요?

스토리가 긴데요. 고교시절 중국으로 유학을 오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3학년 때 1년 동안 입시학원 대신 중국어 학원을 다녔고요. (중국유학을) 부모님께서 반대 하셨어요. 설득할 명분이 있어야 하기에 명문대를 가겠다고 약속을 하고 중국으로 들어오기 일주일 전에 허락을 받았어요. 그때까지도 부모님은 대학 떨어지면 그냥 돌아오라고 하셨죠. 당시 중국에 와서 입시 준비 시간이 고작 3개월 밖에 없었는데, 죽어라 공부한 것 같아요. 덕분에 칭화대 도예과를 들어 갈 수 있었고요. 저도 의외였어요. 학교 전산 시스템의 오류가 있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웃음)

그런데 여전히 부모님이 유학 생활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하셨어요. 결국, 아버지께서 학비를 안 주시겠다고 하시는거에요. 2005년 당시만 해도 중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어요. 일을 할만한 마땅한 곳도 없었고, 식당에서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차비가 더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무슨 오기였는지 알겠다고, 독립하겠다고 했어요.

유학생 신분으로 일을 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생활비와 학비를 어떻게 마련하셨나요?

맞아요. 쉽지 않았죠. 학교도 다녀야 하고, 일도 해야 하니까요. 그때 당시 다섯 개의 명함이 있었어요. 즉, 다섯 개의 일을 했는데요. 비즈 공예로 액세서리를 만들어 친구들이 하는 옷 가게에 놓고 팔아달라고 부탁도 했고, 유학생들과 관련된 서비스 센터에서 일을 하기도 했죠. 거의 매일 일을 한 것 같아요. 그렇게 한동안 지내다가 어머니께서 제가 안타까우셨는지 아버지 몰래 목돈을 주셨는데요. 그 자금으로 제대로 사업을 하려다 사기 아닌 사기를 당하기도 했어요. 파란만장했죠.

유학지로 중국을 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당시 혼자 살 수 있는 곳을 생각해보니, 일본은 물가가 너무 비쌌고, 미국은 너무 멀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1997년쯤 중국에서 잠깐 산 경험이 있는데, 베이징 같은 대도시가 아닌 시골 동네였어요. 부모님이 중국에 오는 것을 반대하시는 이유가 여기 있는데요. 당시부모님께서 중국에서사업을 할 때, 몇 번의 큰 어려움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중국 내에서 머무는 것 조차 쉽지 않았어요. 부모님께선 중국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아시기에 제가 중국에 오는걸 걱정하신거죠. 그런데 저는 중국이 싫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순간순간 중국이 발전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어요. 그래서인지 막연하게나마 중국에 언젠가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어요. 그리고 결국 이렇게 중국으로 오게 됐죠.

창업은 언제 결심했나요?

어릴 때부터 생각했던 건 아니었어요. 방송 회사를 거쳐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NGO에 들어가 일을 했어요. 일반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한 경험도 있고요. 그런데 현장을 다니며 사람들 만나는 게 정말 재미있었던 방송 일을 계속 하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회사에 들어가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 팀을 꾸려서 하고 싶었고요. 그래서 팀을 꾸려서 다시 방송 일을 시작했죠.

처음 몇 년은 법인을 내지 않고 운영을 했었어요. 처음에 했던 일은 한국 방송사에서 중국에서 촬영을 하고 싶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라고 하면 연결해주는 역할이었어요. 그리고 한국사 뿐만 아니라 중국 측에서도 저희가 중간 역할을 해주길 원해서 그 일도 병행했고요. 그런데 소개하는 것으로는 일이 잘 진행이 잘 안 되더라고요. 왜 그런가 확인해보니 언어 속에 담긴 문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서로의 의견만 전달하다 보니 소통이 안 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단순히 소개만 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방송 코디네이터로, 더 나아가 제작까지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에 제작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2014년에 동아일보에서 진행한 ‘청년드림 중국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을 하고 투자를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죠.

창업하기 전에 여러 직장을 거치셨는데요. 회사생활도 즐겁게 하신 것 같은데, 굳이 창업을 하게 된 개인적인 동기가 있나요?  

회사 생활도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월급도 꼬박꼬박 나오니 안정적이었고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하고 싶었던 게 많았어요. 회사에서 배우면, 배운 걸로 뭔가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에 대해 너무 많은 오해나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고, 그게 너무 안타까웠고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방송이라는 일을 통해 그런 오해나 편견을직접 풀어주고 싶었어요. 사실 방송이라는 것이 나비효과처럼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잖아요. 그래서 더욱더 사명감을 가지고 신중히 일을 하고 있고요.

친구나 후배 분들에게 중국에서 창업하라고 추천하고 싶으세요?

글쎄요. 조금 조심스러운데요. 창업을 한다고 시작하면 적극적으로 지지해주겠지만, 고민을 하는 상황이라면 선뜻 권하진 못할 것 같아요.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예요. 주변에 창업한 분들이 많아서 창업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쉽지 않다는 것을 일찍 알았어요. 그분들을 통해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항상 부담감이 있어요. 회사가 잘 되고 있어도 불안하고, 잘 안되고 있으면 미칠 것 같고요. 창업하기 전엔 꿈도 많았는데, 창업하고는 제가 꿈꿨던 것들이며 이상적인 가치관은 접었어요. 지금은 저희 식구들 밥 잘 먹고, 꼬박꼬박 월급 챙겨 입금시키고, 더 잘 돼서 더 많이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예요. 뭔가 멋있는 말을 하고 싶지만, 창업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현실적인 부분이 앞서게 되네요.

그렇다면 대표님이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꿈과 가치관은 무엇인가요?

고등학교 때까지 가지고 있던 꿈들로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어요. 초등학교 때는 집시가 되고 싶었고, 중학교 때는 비구니가 되고 싶었어요. (웃음) 교감할 수 있고, 따뜻하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꿈이 있고요. 그리고 20대 때는 정열적이고, 거침없고, 뭐든 경험해보는 ‘붉은색’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노년에는 온 세상을 안을 수 있는 노을 녘처럼 ‘골드 빛’이길 바랐고요. 20대 때는 노는 것도 일하는 것도 열정적으로 했던 것 같아요.

혹시 지금까지 여러 프로그램을 촬영을 하면서 가장 즐겁고,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 있다면요?

모든 프로그램에 애정이 있어서 쉽게 고를 수가 없어요. 굳이 고르라면, SBS 스페셜 ‘최후의 제국’과 ‘최후의 권력’이예요. 각각 1년씩 찍으며, 2년 동안 촬영했거든요. 그걸 찍으면서 저도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바뀌었고요. 2년 동안 촬영하면서 중국의 여러 단면들을 극단적으로 바라보는 작업을 하면서 마음앓이를 많이 했어요. 참여했던 모든 프로그램이 제 마음을 건드리거나 울리는 부분이 있었어요.

하지만 모든 작업이 경험이 됐어요. 중국인들도 잘 못 가는 시골 오지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을 어떻게 담아내야 하는지 고민하고 소통하는 일부터, 중국에서 최고 잘 나간다는 부호와 정부 관계자 분들을 만나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볼 수 있는 것들이 저에겐 소중한 경험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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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창업 열풍이 분다고 보는데요. 현지에 있으면서 체감하시나요? 

굉장히요. 그래서 한국 방송사들도 관련 내용을 많이 찍으러 와요. 방송도 트렌드가 있는데요. 요즘엔 중국 경제와 창업, IT산업에 대한 촬영이 많아요.

중국의 창업 환경은 어떻다고 보시나요? 정말 잘 갖춰져있나요?

대학생들이 특히 많이 도전하는 것 같아요. 사실 중국도 대학을 졸업하고 갈 곳이 생각만큼 많지는 않아요. 중국에서도 청년실업에 대한 뉴스가 자주 나올 정도로 여기도 취업환경이 좋은건 아니예요. 그렇기 때문에 알리바바의 마윈이나 샤오미 레이쥔과 같은 롤모델이 있는 창업에 많이 눈을 돌리는 것 같아요. 게다가 정부의 지원도 크고요. 상황과 시기가 중국을 창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든거죠.

중국시장은 크고, 각 지역마다 특색도 다른데요. 중국에서 창업을 하려고 하는 한국 스타트업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저도 오늘 여기(처쿠카페)에서 인터뷰 하면서 중국인들에게 물어봤어요. 중국에서 창업을 하려고 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이 뭔지요. 제일 많이 나왔던 답이 ‘중국과 중국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 이해가 기초가 되어 대중이 쉽고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누구나 중국에 들어올 수는 있지만, 누구나 성공할 수는 없어요. 본인이 중국 시장과 문화에 대해 얼마나 이해를 하고 있는지가 관건인 것 같아요. 소통은 통역을통해할 수 있지만, 그 말 안에 내포된 의미는 언어만 가지고 알아듣기 쉽지 않거든요. 중국에 대한 공부를 분명 많이 해야 해요. 그렇다고 무조건 어렵고 힘들다고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분명 기회는 크니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공부를 시작하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까요?

저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이잖아요. 하나의 다큐를 찍을 때, 대작들은 1년이 넘게 걸리기도 해요. 대표적인 예로 ‘슈퍼차이나’도 1년 걸렸어요. 한 컷 한 컷 절대로 대충 찍지 않거든요. 근데 다큐를 보면 액기스만 1시간에 축약해서 보는 거잖아요. 함축적으로 볼 수 있는 다큐부터 시작하는게 가장 쉬운 접근 일 것 같아요. 그리고 더 궁금한 부분은 관력 서적을 찾아 볼 수 있는데, 여러 사람의 책을 보면서 여러 관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궁금한 것들이 있다면 그때는 현지에 와서 직접 보고 물어보고 하는 게 도움이 될 거예요. 부딪히면서 경험을 체득하는거죠. 아무리 한국에서 중국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고, 영상을 많이 봤다고 해서 중국의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는 없어요. 단편적으로 보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직접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해요.

보여지는 중국의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무작정 들어오려고 하거나 반대로 단편적인 지식으로 중국을 낮게 판단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기업들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여기에 오래 체류한 학자나 사업가들은 중국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하세요. 오히려 중국에 대해 제일 잘 안다고 말하는 이들은 2~3년 차 분들이 많아요. 중국은 알면 알수록 끝이 없는 나라예요. 중국에서 창업을 하고 싶다면, 미리 와서 경험하고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고 봐요.

선배 창업자로 후배 창업자, 예비 스타트업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요?

저도 이제 1년 밖에 안 됐기에 조언할 부분이 많지는 않아요. 다만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일이라는 것은 삶을 좀 더 즐겁게 해주는 도구이자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하루, 1년, 10년을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시간이 일하는 시간이잖아요? 그 일을 통해 저도 행복했으면 좋겠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힘들 때도 있겠지만 그 시간들이 모두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하지만 현실에 부딪히면 이게 쉽지 않아요. 당장 돈을 벌어야 하고, 급여를 챙겨야 하는 등 꿈과 현실이 다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충분히 시뮬레이션을 하고, 그 안에서 내가 충분히 준비가 되었는지 고민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이걸 하기 위해 정말로 내가 희생할 수 있는지,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지요. 이건 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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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슈퍼차이나’ 그리고 ‘슈퍼우먼’ 플러스원미디어 정혜미 대표 

희망돌프로젝트 공동기획자 / 희망돌 프로젝트는 한국,중국,미국의 청년 창업가들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예비창업자들과 공유하는 프로젝트 입니다. 막막한 창업 준비에 조그마한 디딤돌이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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