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 IMPACT] 매드스퀘어 안준희 대표
“스티브잡스와 마윈은 존경하지 않는다. 난 그들에게 배울 뿐이다.”
온화한 얼굴이지만 말하는 눈빛은 날카로웠다. 안준희 매드스퀘어 대표가 존경하는 인물에 대해 전 세계 IT업계에서 이름을 떨친 애플 창업자 故 스티브잡스와 알리바바그룹 마윈 회장은 먼 사람 이야기였다. 대신에 안 대표는 최근에 만난 휴맥스 변대규 회장과 캡스톤파트너스 송은강 대표를 존경한다고 했다.
“실력과 성품을 함께 갖춘 리더를 찾기 힘들다. 변 회장님과 송 대표님은 젠틀할 뿐만 아니라 탁월하시다. 두 가지를 모두 갖춘 분들이다.” 존경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명료했다. 외모로 봤을 때 드는 교과서적 이미지일 것 같은 생각은 착각이었다. 안 대표가 말할 때마다 마치 ‘클럽의 노는 형’처럼 톡톡 튀었다.
‘결혼 축하금 1000만 원, 출산 축하금 1000만 원, 유연한 출퇴근…’ 안 대표는 ‘복지가 좋은 벤처’를 만든 창업가로 이름을 떨쳤다. 벤처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이런 파격적인 혜택을 잘 찾아볼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안 대표를 만나기 전부터 ‘안준희’이라는 이름 석 자가 궁금했다. 그는 어떤 생각으로 사업을 하는 것일까.
안준희 매드스퀘어 대표 / 사진제공 : 매드스퀘어
■ 금융권 6개월 만에 퇴사 “행복한 조직문화 만들고파”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사업을 했다’라는 식상한 창업 이야기처럼 안 대표도 역시 금융권 대기업에 입사해 6개월도 일하지 않고 직장을 그만뒀다. 하지만 남들과 달랐다. 회사를 그만 둔 이유는 안 대표의 사업 철학과 맞닿아 있었다. 낡은 조직문화 대신에 행복한 조직문화를 만들자는 게 안 대표가 사업을 하게 된 이유다.
안 대표가 회사를 그만 두고 바로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여러 작은 회사에서 3년간 경험을 쌓았다. 영어 화상교육 회사에서 마케터로 일했으며, 청년 창업가로 유명한 표철민 대표가 운영하는 위자드웍스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들이 안 대표를 사업의 길로 안내했다.
첫 회사 창업 멤버인 홍윤선 CTO도 위자드웍스에서 만났다. 신촌 앞 삼계탕 집에서 홍 이사가 개발자 2명을 데려오고 안 대표가 디자이너 1명을 데려왔다. 이렇게 총 4명이서 첫 사업은 시작됐다.
“홍 이사님과 친했다. 같이 회사를 만들어보자고 말했지만, 뭘 할지는 몰랐다. 홍 이사님이 아이디어나 아이템을 본 것은 아니다. 둘 다 회사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 흥미를 더 느꼈다. 사업의 과정이나 색깔이 같기 때문에 의기투합했다.”
■ 스마트TV 앱 개발 선택 ‘신의 한 수’
안 대표가 사업을 시작할 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스마트폰 앱 회사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런 상황에 맞춰 창업 멤버 5명도 역시 안드로이드, 아이폰 앱 개발에 사업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안 대표는 사업 시작 한 달도 되지 않아 스마트TV 앱 개발로 사업 아이디어를 결정했다.
“스마트TV 앱으로 사업 방향을 결정하고 홍 이사님한테 스마트TV 앱을 공부하라고 했다. 나는 스마트TV 앱 기획을 공부했다. 솔직히 창업 초기에 매일 걱정됐다. 다들 스마트폰 앱을 할 때 우리는 시장이 확실치 않은 스마트TV 앱 사업을 했기 때문이다.”
스마트TV 앱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안 대표는 매일 밤낮 고민했다. 안 대표가 공략해야 하는 첫 회사는 국내 IT 1위 기업 ‘삼성’이었다. 하지만 삼성과 연락할 방도가 없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삼성이 주최하는 컨퍼런스에 참가도 하고, 삼성에 근무하는 학교 동문들을 찾아서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삼성에 근무하는 동문을 찾다가 학교 다닐 때 친했던 선배가 (삼성에)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그 선배한테 삼성 스마트TV 담당자를 소개받았다. 그리고 3개월 만에 삼성 스마트TV 앱 개발 외주를 땄다.”
안 대표는 천운으로 스마트TV 앱 개발 영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앱 한 개가 8개 국어를 지원하는데 제작비는 1000만 원, 삼성이 제시한 금액은 터무니없는 가격이었다. 어쩔 수 없이, 안 대표는 전문 번역 대신 유학 다녀온 대학생들에게 알바비를 주고 번역을 맡겼다. 그렇게 5개 앱을 3개월 만에 론칭했다. 성공적이었다. 유럽에서 반응이 좋았고, 처음 스마트TV 앱 개발치곤 잘 만들었다고 주변에서 평가했다.
“이때부터 삼성은 우리에게 앱 개발 외주를 맡겼다. 첫 회 매출이 8억 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많이 번 것 같다. 원룸 55만 원 월세에서 시작했는데 1년 만에 월 400만 원짜리 사무실로 이사했다. 직원도 12명으로 늘었다.”
당시, 삼성은 스마트TV을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안 대표는 3년 정도는 스마트TV 앱 개발 사업이 안정적이라고 추측했다. 안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실제 삼성은 4년 동안 스마트TV에 투자를 했다. 삼성이 스마트TV 앱 개발을 맡기는 곳은 외국 회사 한 곳과 안 대표의 회사가 유일했다.
■ 신규 사업 아이템으로 ‘새로운 길’ 모색
앱 개발 에이전시는 한계가 있었다. 안 대표도 사업에 대해 고민을 했다. 매출 하락 전에 서비스를 만들거나 에이전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세웠다. 결국, 생각한 아이디어는 TV와 모바일을 이용 가능한 컨버전스 앱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껐다 켤 수 있는 IOT 앱 사업을 시작했다. 또 디지털마케팅 에이전시를 시작했다. 우리가 앱을 만들었던 이유가 제품을 잘 팔기 위해서 만든 앱이었다. 마케팅적인 성격을 띤 앱이다. 그래서 모든 멤버들이 고객의 니즈를 캐치해 디지털마케팅 대행사로 사업을 전환했다.”
2015년, 안 대표는 첫 회사를 ‘벤처 공룡’이라고 불리는 옐로모바일(옐로디지털마케팅)에 매각했다. 옐로디지털마케팅을 통해 핸드스튜디오의 디지털 에이전시 능력을 더욱 강화하고 싶은 의도였다. 그리고 ‘스낵’이라는 영상 콘텐츠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기존 사업의 전환을 생각하면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사업으로 이어진다. 방송 사업은 기득권자들이 잡고 있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기득권은 거기에 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디지털이든 방송이든 누구나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
2014년 10월, 스낵은 ‘토스큐’라는 서비스로 베타 테스트를 거쳤다. 투자자들이나 주변에서 좋은 반응이 나왔다. 스낵은 다양한 채널권을 가지고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 공평한 수익 배분을 지향하고 있다.
매드스퀘어 팀원 전체 사진 / 사진제공 : 매드스퀘어
■ 제 2의 창업, 매드스퀘어의 탄생
첫 창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다시 사업을 시작한 안 대표라도 창업은 역시 힘들었다. 또 사업 매각 후 안 대표에게 걱정과 후련함이 교차한 시기였다.
“매드스퀘어를 창업하고 6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두 번째 사업은 쉬울 줄 알았지만 스트레스 받는 것은 똑같았다. 회사를 떠나고 6개월 동안 계속 생각나기도 하고 스스로 이겨내는 기간이기도 했다.”
빠르게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의 옳고 그름을 빠르게 검증하고 나가는 게 스타트업이다. 이런 과정이 매드스퀘어를 탄생시켰다. 안 대표는 언제든지 비즈니스 확장이나 전환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매드스퀘어 자본금은 5000만 원이다. 안 대표는 개인 돈이 있었음에도 은행에서 5000만 원을 신용대출 받았다. 스스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채찍질하기 위한 방법이다. 창업 몇 개월 만에 50억 원이라는 투자를 받았음에도 은행에서 매달 26만 원씩을 내고 있다.
■ 창업 6개월, 시한부 사업가 ‘엄격한 재무 계획’
첫 사업을 할 때도 안 대표는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창업 후 6개월 안에 수익을 만들지 못하면 폐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초기 창업 자본금도 6~8개월만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인 1억 원으로 시작했다.
“내 돈 5000만 원과 친구한테 빌린 5000만 원으로 자본금을 마련했다. 5명 인건비와 사무실 비용을 내면 한 달에 1000만 원이 나갔다. 8개월 후면 8000만 원을 소비하고, 2000만 원이 남으면 이 돈으로 폐업을 할 생각이었다. 5000만 원 정도는 직장 생활하면서 갚을 수 있는 금액이라고 여겼다.”
엄격하게 자금 계획을 세우고 안 대표는 사업에 임했다. 이 때문인지 스마트TV 앱 개발 일을 따기 위해 3달 동안 악착같이 연락하고 다녔다. 첫 계약을 위해 기획서만 16번 새로 작성해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담당자를 설득하는 과정에서도 열정을 다했다.
“5월 말에 계약하기로 통보받았다. 너무 힘겹게 딴 계약이기에 6월 첫째 주에 5명 멤버와 지인들이랑 워크샵을 갔다. 자본금 1억 원 회사에서 5000만 원 계약은 엄청났다. 한 달에 1000만 원을 지출하기 때문에 이 정도만 벌어도 사업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창업 3개월 만에 BEP(손익분기점)를 달성한 안 대표는 그 이후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고 회사의 순이익의 80%을 직원들에게 돌려줬다. 2013년도에 4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당기 순이익은 12억 원이었다. 그래 4억 원 정도가 연말 상여금으로 지출됐다.
“순이익 80% 상여금 지급에 대해 남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솔직히 회사 미래가 불투명해서 기본급은 높여줄 수가 없었다. 대신에 상여금으로 대체한 것이다. 나는 직원들이 떠나가면 안 되기 때문에 최대한 보상을 해줘야 했다.”
안 대표는 회사 매출이 올랐지만 돈을 허투루 사용하지 않았다. 회사 차를 그랜저로 바꾼 이유도 개인차 소울이 고급 빌딩 주차장에 못 들어간 탓이었다. 심지어는 사업에만 집중을 했기 때문에 2014년까지 모든 멤버들의 월급은 거의 비슷했다.
■ ‘좋은 복지 벤처’ 유명…떠난 직원도 ‘수두룩’
복지가 좋은 회사라도 인력 관리에 대한 문제는 있었다. 개발 에이전시 회사인 탓에 직원들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다. 직원은 고객에게 일을 쫓기고 싶지도 않고, 자신의 서비스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에이전시라고 떠난 직원들도 수두룩했다.
“에이전시 회사지만 기쁨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도 내 서비스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에이전시에 대한 고충을 스스로 극복했다. 직원들이 떠나는 것에 익숙해지는 데 오래 걸리긴 했다. 다른 에이전시 대표님과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하다가 이 부분을 해결했다.”
‘핸드스튜디오=복지’라는 인식이 인재를 몰리게 한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스마트TV 앱 개발 B2B 회사인 탓에 사람들에게 기업을 알릴 기회가 없다. 이때 우연히 회사의 복지가 미디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좋은 반응을 일으켰다. 이를 본 안 대표는 홍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직원이 12명이었을 때 홍보담당자를 뽑았다. 블로그를 통해 직원들이 게임하고 밥 먹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기록해 보여줬다. 홍보비가 들었지만 인재 채용에 도움이 컸다. 채용 공고를 내면 1000명이 몰릴 때도 있었다. 그래서 홍보담당자 연봉과 상여금도 높았다.”
하지만 복지가 좋다고 해서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었다. 결혼 축하금 1000만 원 복지를 악용해 결혼 후에 회사를 그만 둔 직원들도 생긴 것이다. 안 대표는 복지를 악용하고 퇴사한 직원보다 정답을 찾아가는 사람이 더 안타깝다고 했다.
“최근에 가장 오랫동안 일했던 직원이 매드스퀘어에서 퇴사했다. 정답을 찾아간다고 했다. 그러나 ‘정답은 찾아가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선택한 것이라면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뭔가를 만들어내야 한다. 돈의 많고 적음이 성공이 아니라 자기 업을 만들어야 한다.”
매드스퀘어는 전 회사와 전혀 다른 경영을 한다. 핸드스튜디오가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면, 매드스퀘어는 자율성을 부여하고 스스로 가치를 만들도록 한 것이다. 자율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한 것이다.
“매드스퀘어는 철저하게 직원의 개인 라이프를 침범하지 않고 궁금해 하지 않는다. 일을 잘 못해도 관여를 하지 않지만, 나중에 결과에 대해 철저하게 책임을 묻는다. 또 전체회의를 없앴다. 스케줄을 확인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매드스퀘어의 서비스 ‘카리스’와 ‘스낵’ 실행화면 / 사진제공 : 매드스퀘어
■ 기성세대 손가락질 ‘복지 경영’, 이유 있는 선택
복지로 유명한 회사 이미지는 안 대표에게 긍정적인 면과 부담감을 동시에 안겨다줬다. 안 대표는 ‘계속 좋은 복지를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회사가 힘들어지더라도 ‘이 순간을 즐기자’라고 생각했다. 복지가 알려질 때마다 안 대표는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했다.
“회사 복지 때문에 페이스북에서 갑론을박한 적도 있다. 우리 회사 복지가 화제가 되면 많은 기성세대들이 오래 가지 못할 회사라고 비난했다. 그때마다 오래 못가더라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복지를 강조했던 것에 대해 안 대표는 나름대로의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회사를 알리는 주목적은 하나였다. 벤처 직원 부모님이 작은 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걱정했다. 하지만 우리 회사가 알려지면 질수록 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고 직원 부모님도 걱정을 덜했다.”
복지 이외에도 안 대표의 경영 철학은 남달랐다. 첫 회사 경영을 하면서 논쟁을 통해 회사를 발전시켰다. 문제에 대해 임원진과 계속해서 싸워서 해결책을 찾아갔다. 임원이나 직원이 싸우고 불만이 있다는 것은 회사에 애착이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스낵’ 서비스로 매드스퀘어를 설립해 50억 원 이상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안 대표는 계속 투자자의 문을 두드렸다. 물론, 안 대표의 사업 경험이 투자 유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기관 투자자들한테 거절도 많이 받았다.
“꿈이 만들어지면서 투자를 받았다. 투자자들에게 우리는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지 않고 우리의 꿈을 보여줬다. 처음에는 그 꿈이 안보였지만 회사가 단계적으로 꿈을 만들어 나가면서 투자를 받았다.”
안 대표의 경영은 ‘노력’이라는 키워드와 잘 어울린다. 지금껏 얻은 것들을 쉽게 얻은 적이 없다. 그래서인가. 안 대표는 열심히 한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조언했다.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진짜 열심히 일해야 한다. 나를 포기하고 타인을 감동할 만큼 해야 한다.” 첫 창업 회사 매각, 50억 원 이상 투자 유치를 하면서 안 대표는 교만이나 거만해질 수도 있었지만 창업가들에게 ‘노력’에 대한 당부를 두세 번 강조했다.
글 : ㈜벤디츠 CMO 이욱희 / “Make a dent in the Univers 우주에 흔적을 남기자”
※해당 기사는 KT경제경연구소(디지에코) 스타트업 스토리에 연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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