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애완동물장례센터 유망사업으로 떠올라
모스크바시 외곽순환도로 인근에는 대규모 묘지가 조성되어 있다. 이 묘지는 일견 러시아 국립묘지나 붉은광장 인근 무명용사의 무덤을 연상시킨다. 다만 이 묘지가 여타 도시의 묘지와 다른점이라면 사람이 묻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곳은 바로 애완동물 전용 묘지이다.
2007년에 문을 연 이 애완동물 묘지(애완동물장례센터)는 러시아 최초의 공식 동물 묘지임과 동시에 유일한 동물전용 화장터를 보유한 곳이다. 최초 개장시에는 3만여 마리의 애완동물이 안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으나 현재 이를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묻히는 장소는 애완동물 주인의 요청에 따라 일반형과 고급형으로 나눠진다.
이 곳은 사람이 유명을 달리했을때 장례업체에서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망지에서 묘지까지 운반해주는 동물사체 운반서비스(기본 35km 이내)를 하고있다. 물론 추가비용 1500루블(한화 26,000원)을 지불해야한다. 그리고 실제로 화장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주인이 확인할 수 있도록 사진을 찍어 주인에게 증정하는 서비스를 한다. 화장은 개별적으로 할 수도 있고 공동으로 할 수도 있다. 애완동물의 명패나 유골함, 조각상을 넣으면 추가비용이 소요된다.
이 묘지에 묻히는 가격대는 겨울철과 여름철이 다르다. 대체적으로 겨울철이 여름철에 비해 비싼편이다. 예를들어 10kg 미만의 애완견을 묻을때 겨울철에는 1,000루블(한화 17,000원)이지만 여름철에는 500루블(한화 8,500원)수준이다.
이 묘역 중심부에 사진이 인쇄된 기념비와 함께 애완동물을 화장해 묻으려면 6,500루블(한화 110,000원)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 가격은 기본형에 한한다. 고급형은 무려 35,000루블(한화 60만원)정도는 지불할 각오를 해야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에게는 문제 될것이 없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일부에서는 이 애완동물 묘지를 가르켜 ‘부자를 위한 광대극’, ‘올리가르흐(신흥재벌)가 키우던 애완동물 묘지’ 혹은 ‘부자들의 취미생활’이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한다.
이 곳은 동물을 묻는 장소이자 화장터이지만 별도로 가망이 없는 애완동물을 안락사 시켜주는 곳이기도 하다. 마취형태로 진행되는 안락사는 애완동물의 몸무게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었다. 이러한 만만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 애완동물 묘지는 좋은자리를 찾기위한 동물주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존재한다.
이 애완동물 묘지의 성공에 따라 모스크바 뿐만 아니라 러시아 각 대도시에서 유사한 동물묘지가 이미 생겼거나 건립 예정이다. 이는 대도시 중심부가 아니면 비교적 부동산 가격이 저렴한 것도 한 몫하고 있다. 또한 도심에 동물묘역을 조성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는 중이다.
이렇듯 대규모 혹은 고급형 애완동물 묘지가 러시아에서 각광을 받는 이유는 러시아인의 애완동물 사랑에서 기인했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 일반 가정의 경우 애완견이나 고양이 한 두 마리 정도 키우는 것은 보편화 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주인이 자신의 먹거리보다 동물 먹이를 더 신경쓴다는 이야기가 나올정도로 러시아인의 동물사랑은 유별나다. 다만 90년 초반 공산주의 붕괴이후 10여년 가까이 경제적인 어려움이 지속되자 주인에게 버려진 유기견이나 고양이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그 영향으로 지금도 도심지역에는 집없는 개와 고양이들을 보는것이 어렵지 않게 되었다. 특히 겨울철이면 모스크바 지하철에 추위를 피해 어슬렁거리는 견공들 볼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영향에 따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