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디즈 투자인사이드⑧]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스타트업 투자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주된 투자자의 유형으로 초기단계의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인 엔젤 투자자(Angel Investor) 및 스타트업에 초기 자금과 멘토링 등을 제공하는 단체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Startup Accelerator)와 시리즈A 이후 단계에서 주로 투자하는 투자전문회사 또는 그 자본인 벤처캐피털(Venture Capital)을 들 수 있습니다.
엔젤투자와 벤처캐피털의 각 투자방식의 가장 큰 차이점은 쉽게 말해 ‘자기 돈을 투자하느냐, 남의 돈으로 투자하느냐’입니다. 엔젤 투자자는 자기자본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단순한 수익성을 넘는 다른 가치들을 충분히 고려하며 투자에 임하게 됩니다.
반면 벤처캐피털의 경우에는 투자목적회사로서 수익을 반드시 창출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 의사결정시 수익성을 훨씬 더 비중있게 고려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익성이 불투명한 초기 기업에게는 벤처캐피털보다 엔젤투자자들의 투자가 더 많이 이루어집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투자는 여러모로 엔젤투자자들의 투자와 닮았습니다. 투자 의사결정의 부분에서나 자신의 돈을 투자한다는 점, 그리고 투자에 임하는 시점 등이 그러합니다. 따라서 그들이 어떻게 투자하는지에 대한 방법론은 크라우드펀딩 투자에도 적용할 수 있는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중 분산투자의 방법론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분산투자(Portfolio)
투자의 기본은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아야 한다’, 즉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투자의 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여러 종목에 분산하여 투자를 하는 방법을 말하는데, 주로 초기 기업에게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들의 투자 패턴에서 명확히 드러납니다.
Y combinator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3개월마다 새로운 스타트업들을 선발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식 등 지분취득을 통해 투자를 하고 그 외에 그들의 성장을 위한 다양한 자원을 제공합니다.
물론 이들 역시 성장성이 있는 유망한 기업들을 선정하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하지만 포트폴리오 분산의 측면에서 본다면 한 기업당 120,000달러 (한화 약1.4억원)를 투자합니다. 그리고 프로그램 별로 여러 기업을 선정하여, 기업 성장단계 중 초기에 크지 않은 금액을 여러 곳에 분산하여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엑셀러레이터들은 초기 기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큰 수익이 발생할 것을 기대하면서도, 동시에 모든 초기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여러 곳에 적은 금액을 분산하여 투자하는 것입니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것이죠.
크라우드펀딩 투자에서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그렇다면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하는 경우에도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것이 좋을까요? 그렇습니다.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역시 주로 스타트업에 대한 초기 투자이기에 엑셀러레이터나 엔젤 투자자들과 같이 포트폴리오의 다변화가 중요합니다. 즉, 다양한 스타트업들에 대하여 크지 않은 금액을 분산하여 투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난번 투자 인사이드에서 다루었던 E-Car Club 사례에서도 이와 같은 교훈은 명확히 드러납니다. Crowdcube에서 진행된 E-Car Club 프로젝트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을 분석한 결과 총 투자자 63명 중 85.7%에 해당하는 54명이 Crowdcube에서 진행된 다른 기업에 추가로 투자했다고 합니다. 투자 총계를 살펴보면, 총 762개 기업들에게 약 643,000파운드를 투자했습니다. 이를 평균해보면, 일인당 12.1개의 기업에, 10,200파운드(현재 한화 1700만원 가량)정도를 투자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스타트업 투자시 분산투자를 알려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국내 크라우드펀딩의 경우에는 아직 분산투자가 가능할 정도로 시장이 커지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물론 와디즈에서 펀딩에 성공한 모헤닉게라지스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펀딩한 금액 중 50% 이상이 100만 원 이하라는 점에 비추어볼 때, 적은 규모의 돈을 여러 군데 투자하는 방법이 이미 크라우드펀딩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최소 펀딩 가능 금액이 50만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개인 투자자들이 연간 투자 한도 내에서 적절하게 포트폴리오를 배분하려는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분산 투자의 분산의 방법
그렇다면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요? 그 기준은 다양합니다. 우선 성장단계별로 분산하는 방법을 들 수 있습니다. 해마다 주어진 투자의 한도 내에서 창업단계, 성장단계, 구체적 성과를 내는 성숙단계의 기업들에 분산하여 투자하는 방법입니다. 수익성이 낮게 예상되더라도 IPO가 임박한 성숙단계의 기업에 투자하여 안전한 이익 실현을 기대함과 동시에 초기기업에 투자하여 높은 수익성을 동시에 기대하는 방법입니다.
또한 업종별 분산 투자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제조업과 IT업종에 분산투자 한다든지, 기존에 강점을 발휘하는 업종과 새로이 부상하는 업종에 분산하여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이 와 같은 방법은 “스타트업 투자시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특정 업종에 대해 깊이 공부하는 것이 좋다”는 측면에서 바라볼 때 항상 옳은 방법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다만 특정 산업에 편중될 경우 투자한 산업영역의 부침에 따라 투자한 기업들 전체가 크게 영향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충분히 고려해볼만 한 방법입니다.
금융투자상품의 종류별로도 분산 투자가 가능합니다. 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며 주식 등 지분증권에 투자하고 동시에 일정 금액의 이자수익을 얻기 위해 채권 등 채무증권에도 함께 투자하는 방법입니다. 또한 주식 안에서도 상환전환우선주(Redeemable Convertible Preference Shares)를 선택하여 장기적으로 상환권 및 전환권을 보유하면서 그 행사를 통해 수익을 기대하는 방법도 가능합니다.
관심분야별 분산 투자도 가능합니다. 본인이 잘 알고 있는 영역에 우선 투자하고 다른 프로젝트들을 살펴보면서 관심 분야를 넓혀가고, 다시 새로운 산업군과 기업으로 투자의 영역을 확장해가는 것입니다. 투자를 하면서 순차적으로 자연스럽게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크라우드펀딩 시장의 성장이 필수
이렇게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으려면 기본적으로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충분히 성장해야 할 것입니다. Crowdcube로 대표되는 영국의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2011년경 시작되면서 꾸준히 성장하여 이제 특정 플랫폼에서도 포트폴리오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성장하면 단순히 포트폴리오 방식의 투자가 가능해진다는 효과를 넘어서 개별 기업에 대한 집단지성에 의한 검증 효과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영에 대한 지원, 팬과 고객의 확보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스타트업 투자를 넘어 생태계 전체적으로 건강한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각자 역할이 중요합니다. 발행기업은 진실하고 유용한 정보를 성실하게 제공하며 건강한 경영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켜야 합니다. 펀딩을 중개하는 플랫폼은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가능하도록 다양한 기업들에게 펀딩의 기회를 제공하고 좋은 기업들을 발굴하며 큐레이션을 통한 선별 및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의 기회도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관심있는 분야, 다양한 분야에 대해 공부하며 좋은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고 응원하면서 수익을 창출해 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환경 속에서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지속적으로 탄생하고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며 스타트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조성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모든 참여자들의 노력으로 크라우드펀딩이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조성함과 동시에 더 나아가 경제 성장의 추진력을 더하는 디딤돌이 될 것을 기대하며, 여러분을 그 시작의 길에 초대합니다.
글 : 박진규 現 와디즈 전략기획팀장 / 前 산업은행 기업금융담당
와디즈는 생소한 ‘크라우드펀딩 투자’에 대해 조금 더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와디즈 투자인사이드’를 신설하여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