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272] “서울 전지역 5천 원 퀵서비스가 가능한 이유” 원더스 김창수 대표
살다 보면 퀵서비스를 불러야 할 순간이 온다. 거리당 가격이 매겨지다 보니 평균가라는 것 자체가 없다. 결국, 몇 군데 업체에 연락해보고 그나마 가장 저렴한 가격의 업체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가격 면에서 견줄만한 대상이 없는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서울 모든 지역, 거리 상관없는 단일가 5천 원 퀵서비스’, 원더스(WONDERS) 이야기다.
퀵서비스 사업은 녹록치 않다. 올해 3월 유명 VC에게 투자를 받기도 한 온라인 퀵서비스 스타트업이 자금상의 문제로 문을 닫기도 했다. 원더스는 이들의 전철을 밟지 않고 업계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까? 원더스 김창수 대표를 만나봤다.
원더스 김창수 공동 대표
SK에서 ‘생각대로 T’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했었다.
그러니까 원래는 고객 커뮤니케이션이 주 업무였다. 광고를 제외한 모든 마케팅 활동을 맡았었다고 생각하면 쉽다. 이전에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에서 UX 분야 일을 했었다. 카이스트에서도 산업 디자인 전공을 했으니, ‘뜬금없이 퀵서비스?’라는 의문이 들만도 하다. 사실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도메인 지식은 사업을 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도메인 지식에 매몰돼서 다른 면을 못 보는 경우가 많다. 일단 규모는 큰데, 구태의연한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는 시장에 기회가 있다고 봤다. IT를 통해 조금의 효율성만 더하면 혁신할 수 있으니까. 퀵서비스 시장이 딱 그랬다. 작년 4월에 퇴사했고, 10월부터 서비스를 구상했다.
택배는 단일가인데, 왜 퀵서비스는 거리별로 돈을 받을까?
그렇지 않나. 택배는 단일가인데 퀵서비스는 거리 당 요금을 받는다. 택배가 1박 2일에 2,500원이면 당일 퀵 배송은 5천 원 만 받으면 되는 거 아닌가. 현재 택배와 퀵서비스 배송의 구조가 달라서 그렇다. 작년 12월 오토바이를 사서 직접 택배와 퀵배달 일을 하며 배송 구조를 익혔다. 두 가지를 잘 결합하면 단일가 퀵서비스도 충분히 가능하겠더라. 그렇게 탄생한 게 원더스다.
비효율적인 직배송(point to point) 시스템이 모두를 울게 한다.
기존 퀵서비스는 한 명의 고객에게 기사가 물건을 전달받고, 바로 배송처로 배달하는 시스템이다. 빠르기야 하다. 하지만 문제는 기사 한 명당 하루에 감당할 수 있는 주문 수가 20건 정도밖에 안 된다는 점이다. 퀵 업체가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서울에만 4천 개 정도의 퀵서비스 업체가 있는데, 어디에 전화를 걸어도 가격이나 서비스가 비슷하다. 결국 가격 경쟁만 줄곧 하다보니 업체들 평균 연수익이 5천만 원 정도밖에 안된다. 고객도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한다. 3.8조의 어마어마한 시장인데, 그 안에서 아무도 행복한 사람이 없는 구조인 거다.
5천 원 단일가 퀵서비스가 가능한 이유?
택배에서 사용하는 허브앤스포크(Hub&Spoke) 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묶음 배송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우리는 강남, 을지로, 마포, 가산 총 네 군데에 중앙 물류 센터를 세웠다. 기사들이 물건을 픽업해서 구마다 배치된 거점에 갖다 놓으면, 이 짐들을 중앙 물류 센터로 다시 옮긴다. 이 중앙 지점에서 다시 한 번 가까운 지역 거점으로 물건이 분배되는 원리다. 거점 물류와 중앙 물류 센터를 왕복하는 기사들은 따로 있다. 이렇게 되면 한 지역에 몰아서 배송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기사 한 명이 하루 최대 100건 까지 배송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배달 시간은 3시간 정도로 좀 늦어진다. 현재는 총 20명의 기사가 있고, 연말까지 50명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
남는 게 있느냐고?
하루 1천 건을 배송하면 손익분기점(BEP)을 넘길 수 있다. 현재 20명의 라이더를 모두 전속 계약 월급제로 고용했다. 인건비가 고정되어 있다는 말이다. 물량이 늘어날수록 이익이 늘어난다. 지금 추세로 보면 9월 정도엔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싼 것만이 장점은 아니다.
퀵 배송 주문을 해봤다면 꽤 복잡하다는 걸 알 거다. 전화를 걸어서 본인의 주소와 배송지 주소를 일일이 말해줘야 하고, 업체 측에서 가격을 정산해봐야 하므로 또 좀 더 기다려야 한다. 번거롭다. 8월에 출시되는 원더스 앱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저장된 주소로 기사가 출동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다음 기사가 고객에게 직접 주소를 받아서 배송하는 구조다. 고객은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되니 간편하다. 택배처럼 도착 시간도 알림톡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서비스를 더 발전시키면 아마존 대쉬 버튼 같은 물리적 제품을 만들 의향도 있다.
기존 퀵 시장 구성원들의 반발, 당연히 있다.
예를 들어 신호가 걸려서 멈췄을 때 우리 라이더분들에게 시비를 건다든지, 퀵 연합회라는 곳에서 작은 압박들이 있다든지 하는 것들. 하지만 아직까지 직접적인 항의는 없었다. 사실 ‘니네들이 얼마나 버티나 한 번 보자’하며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3.8조 시장 아닌가. 우리가 다 먹을 수가 없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옷을 입어보지도 않고 산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그런데 수많은 업체가 시장에 뛰어들고 나니 가장 큰 업체가 연 매출 천억 원 이상을 버는 큰 규모의 시장이 됐다. 퀵서비스 산업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우리와 같은 단일가 퀵 업체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 고객층도 넓어질 거다. 우리가 연말까지 1일 만 건 정도 해내면 경쟁자들도 생기지 않을까.
퀵서비스 기사 중에는 신용불량자가 적지 않다.
퀵 기사들이 대부분 자유 계약직이다. 여러 개 회사와 일을 하고 있다. 수수료는 23%다. 물류 업계의 평균 주선 수수료가 10% 내외인 것을 따져보면 2배 이상이 높다. 평균 단가를 만 원이라고 치자. 수수료와 유류비를 떼면 기사가 가져갈 수 있는 게 5천 원이다. 최대한 열심히 움직여도 일당 10만 원을 넘기가 힘들고, 보통 5만 원 정도를 번다. 그래서 평균 임금이 200만 원이 안 된다. 다치기라도 하면 병원비와 오토바이 수리비는 고스란히 개인이 떠안는다. 신용불량자가 많은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기본 월급이 250만 원인 이유는.
우리 역시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4대 보험을 들어드리지는 못하고 있다. 실제 기사분들도 실 수령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원하시는 바도 아니고. 물론 회사가 안정을 찾고 나면, 처우 개선에 더 힘쓸 예정이다. 우리가 기본 월급을 250만 원(월급 200만 원+ 보조금 50만 원)으로 책정한 이유가 있다. 50만 원 선 안에서 유류비, 보험비 등을 지원해드리고자 했다.
‘자유로운 영혼’인 퀵 기사님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자유 계약직으로 오래 일하시던 분들이기 때문에 얽매이는 걸 싫어하신다. 그래서 초기에는 전속 고용 방식에 적응을 못 해서 3일 만에 그만두신 분도 있었다. 원더스 기사들은 8시 30분에 출근해서 9시부터 배송을 시작한다. 아침마다 30분 동안 조회 겸 서비스 교육을 하고 있다. 기존 치열한 경쟁 구조 속에서 일하시다 보니까 서비스 의식이 부족한 분들도 계셨는데 지금은 많이 순화됐다. 고정 임금이기 때문에 근무 태만과 같은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실적을 기반으로 2개월 후에 월급 조정을 하고 있다. 250만 원으로 시작해서 자기 능력에 따라 최대 400만 원까지 벌 수 있는 구조다.
서비스명이 ‘원더스’인 이유?
원래는 원더스가 아니라 원더우먼이었다. 퀵 기사를 모두 여성으로 고용하려던 계획이 있었다. 여성 고용 창출에도 기여하고 우리 서비스의 차별화를 시킬 수 있는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원래 서비스명도 원더우먼이었던 건데…결론적으로는 잘 안 됐다. 일단 여성 라이더분들이 예상보다 더 적어 채용 자체가 힘들었다. 현재는 두 분의 여성 라이더분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현재 우리 회사에서 제일 베테랑들이시다. 앞으로 더 많은 기사를 채용해서, 담당해야 할 지역이 좁아지면 기사분들께 좀 더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드릴 수 있을 거다. 그럼 지원하시는 여성 라이더분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한 달 새 신규 거래 업체 341개, 성장세는 가파르다.
일 처리 건수는 100건이다. 올 상반기 자금 문제로 문을 닫은 날도가 3년 간 700개 업체를 확보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단일가 서비스의 파워를 느끼고 있다. 특히 O2O 스타트업 측에서 연락이 많이 온다. SPC, 배민프레시, 레츠고(레고대여업체) 등에서도 협력 제안이 들어왔고 논의 중이다.
경쟁자는 없다.
배민, 띵동과 같은 곳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기업들이다. 경쟁 관계라기보다는 협업 관계라고 보는 게 많다. 퀵 시장을 노리는 IT 기업으로는 최근 바달, 고고씽 등이 생겼다. 바달은 어플 기반의 중개 서비스를 하고 있고, 고고씽의 경우 자체 기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독점 계약은 아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경쟁자는 없다고 본다. 오프라인에 있던 것을 그대로 온라인화 시키는 건 혁신이 아니다. 오프라인을 건드리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 오프라인의 사용자 경험과 라이더들에 대한 처우를 본질적으로 개선하고, 잘 운영해 나가는 게 우리의 핵심 경쟁력이다.
카카오가 업계에 진출할 가능성?
사실 택시, 대리운전까지 들어왔으니 남은 건 퀵서비스 분야다. 우리로서야 업계에 들어와서 시장을 키워주고 좋은 조건으로 인수까지 해준다면 고맙겠지만, 사실상 어려울거라 본다. 첫번째 이유는 사고 위험 때문이다. 택시와 대리운전 서비스는 자동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적다. 하지만 퀵서비스 도중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 입장에서 수습하기가 어려워진다.
두번째 이유는 밥그릇 논란 때문이다. 사실 택시의 경우 택시 회사와 카카오 간 갈등 요소가 없다. 택시 회사는 기사로부터 하루 4만 원의 사납금만 받으면 되니까, 콜의 양과 매출 간 관계가 크지 않다. 반면 대리운전 업계는 반발이 심하다. 콜을 받아서 수수료를 떼는 중간 업체가 있기 때문이다. 이 매출을 카카오가 뺏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퀵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카카오가 들어온다고 하면, 퀵서비스 업체 측에서의 반발이 적지 않을거다.
올해 목표? 하루 1만 콜을 받는 것.
현재는 5천 원의 이코노미 모델만 운영 중이다. 향후에는 두 가지 프리미엄 모델을 더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 기사들의 복장이나 태도 때문에 퀵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 망설였던 백화점, 고급샵 등에도 어필할 수 있을거다. 또 분당, 일산, 경기 지역으로의 지역적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이코노미 모델이든, 프리미엄 모델이든 기존 가의 반값을 목표로 한다. 내년에는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싶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퀵서비스 시장을 만들겠다.
고객, 퀵라이더, 회사가 모두 행복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여러 이유로 기존의 퀵 서비스 시장은 어두운 부분이 많다. 효율성을 높이고 고용자 처우 개선에 힘써 밝은 퀵 서비스 시장을 만들어가겠다. 지켜봐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