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친 중국 P2P 시장, 성장 배경과 특징은?
사진 출처 = crowdfundinsider
지난해 발표된 모건스탠리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의 P2P 시장이다. 최근 2년 사이 중국의 P2P 시장은 4조5천억 원 규모에서 84조9천억 원 규모로 20배 이상 성장했다. 2020년경에 이르면 P2P가 태동한 미국의 4배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어떤 산업에서건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대국이지만, P2P 산업이 이토록 빠른 속도로 커진 데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지난주 국내 P2P 업체인 어니스트펀드는 <어니스트펀드 트렌드 리포트>를 통해 중국과 국내 P2P 산업의 현황을 공유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중국 P2P 시장의 특징을 정리해봤다.
그림자금융의 토대 위에서 태동한 중국 P2P 산업
그림자금융이란 ‘은행과 비슷한 기능을 하면서도,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기관과 그러한 금융 기관들 사이의 거래’를 뜻한다. 이를 통한 자금 융통은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예금자 보호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성이 높다.
중국인 중 정식적인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국민의 비율은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신용 평가 기준이 까다롭고, 신용 정보조차 없는 국민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국에서는 은행 대출 거절자들을 대상으로 2000년 대 초반부터 그림자금융이 태동했다. 이는 이미 중국에서는 ‘민중금융’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중화된 자금 융통의 방법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중국의 그림자금융 규모가 30% 증가했다. 최근에는 이 그림자금융이 국가 부실 경제의 주범으로 꼽혀 중국 정부 차원에서 그림자금융의 주범으로 꼽혀온 자산관리상품(WMP)에 대한 규제 강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그림자금융이 2008년부터 P2P와 결합하면서 중국의 핀테크 산업은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신용 정보 없는 국민 다수… 결제·핸드폰 사용 내역 등 비금융 빅데이터 연구 활발
앞서 말했듯, 중국 국민 중 절대다수가 신용 정보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신용 평가 기관에서는 이를 NFTF(No File Thin File) 상태라고 부른다. 일반 신용 정보 자체도 파편적으로 존재한다. 약 20개 이상의 신용 정보 평가 기관이 있고, 각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범위도 협소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비금융 빅데이터의 연구와 활용이 활발해졌다.
중국에서 활용되고 있는 비금융 빅데이터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바이두 등 검색 포털에서의 사용자 기록, 알리페이 결제 내역, 온라인 구매 내역, 핸드폰 사용 내역 검토 등 지난 몇 년 간 중국에서는 신용이 없는 고객의 신용을 평가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가 계속되어 왔다.
한 예로 알리바바의 경우 작년 신용 평가 모형인 세서미 크레딧(Sesame Credit)을 자체적으로 만들기도 했다. 알리바바는 독특하게 이 신용 평가 모형을 SNS와 결합한 게임으로 내놓았다. 사용자는 교통·주거·금융·쇼핑·인간관계라는 5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온라인 상의 활동에 따라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를 평가받는다.
이 모형은 개인 SNS 상에 중국 공산주의에 반하는 기사를 공유하거나 일제 제품을 구매하면 신용 점수가 떨어지는 등, 개인의 정치적 성향도 반영하고 있어 현대판 판옵티콘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이 세서미 크레딧 제도를 의무화하고 여권 발급, 대출 심사의 기준 중 하나로 채택할 예정이다. 형평성과 정당성 논란을 피할 순 없겠지만, 세서미 크레딧이 중국의 비금융 데이터 적극적인 활용 현황을 증명해주는 사례임은 분명하다.
타 금융 상품까지 엮는 종합 금융 플랫폼 성격 띠며 성장 중
중국인은 일반적으로 가계 수입의 50%를 저축하고 있다. 가구 당 평균 가계 저축액은 세계 1위 수준이다. 이 돈을 은행에 맡길 경우의 이자율이 평균적으로 2~3%라면, P2P 투자 수익률은 8~10%에 이르기 때문에 P2P는 자연스레 매력적인 금융 상품으로 인식됐다. 많은 자본이 P2P 투자 쪽으로 몰리다보니, 플랫폼들은 중국을 넘어 미국 등 해외 투자 상품이나 주식, 채권 등 다양한 금융 상품으로의 투자를 유도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경쟁·규제 심화로 문 닫는 기업도 매년 수백 개
그러나 부정적인 일면도 존재한다. 중국에서는 매년 수백개의 P2P 업체가 생겨나고, 사라지고 있다. 중국은행감독관리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작년 11월 말 등록된 2,600개 P2P 업체 중 38%이상이 부실 플랫폼으로 평가받았다. 2015년에만 하반기에만 약 270개의 관련 업체가 문을 닫았다. 과당 경쟁과 더불어 중국 정부의 규제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네거티브 규제 정책으로 과도하게 규제에 나서지 않음으로써, P2P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을 들어왔다. 그러나 대출 사기가 빈번해짐에 따라 현재는 중국은행감독관리위원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규제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대해 어니스트펀드 서상훈 대표는 “2015년 초까지만 해도 중국의 P2P 업체들이 원금과 수익을 무조건 보장한다는 식으로 고객을 유치해온 것이 문제”라면서, “현재는 정부 차원에서 투자 자금을 은행에 위탁해 관리하라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어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중국의 부실 금융 사태를 지켜본 정부 당국에서도 오는 10월 P2P 투자자 보호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P2P금융이 대부업 법규 아래에서 관리되고 있어, 관련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되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