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273] 창업이라는 형태로 내 일을 한다.
(부산행 #2) 비크리에이티브랩 스토리
2013년 3월 부산에 취재차 갔을 때 지역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연락이 왔었다. 당시 부산에서 흔치 않은 IT창업을 한 사람이었다.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대화를 나누면서 고군분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1년 뒤인 2014년 3월에 인터뷰 겸 지역 창업자 간담회 자리에서 그를 만난 후 몇 년 간은 소식을 듣지 못 했다. 그러던 차에 그가 첫 창업을 접고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근황이 들려왔다. 비크리에이티브랩 이건 대표 이야기다.
그는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창업자도, 크게 주목을 받은 창업자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창업이라는 형태로 자신의 일을 하고 있다. 급성장하는 스타트업 사례도 귀감이 되겠지만, 이 대표처럼 창업을 통해 자신을 일을 하는 창업자가 예비 스타트업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의 지난 몇 년 간의 과정, 현재 사업 아이템도 궁금했다.
제조기반 창업을 진행중이며 ‘목수’가 되고 싶다는 이건 대표를 만나기 위해 부산 장성시장에 위치한 비크리에이티브랩 작업실을 찾아갔다.
-처음 만났던 2013년만 하더라도 부산지역에서 몇 안 되는 IT 창업자였다. 2012년 부터 개발해 서비스 중이던 자전거 소셜 플랫폼 서비스를 1년 전에 접었고.
부산에 IT 스타트업이 거의 없을 때 시작했다. 첫 창업을 할 때 IT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가지고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말해 버티는 것이 힘들었다. 조급하기도 했다. 빨리 개선된 제품, 빨리 버전업된 제품을 내놓으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독이 아니었나 싶다. 시장 트렌드에 맞춰서 제품이 나오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서둘러서 좋을 것이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IT관련 사업을 접을 즈음 부터 부산 창업 생태계가 급격히 좋아졌다. 다시 IT 사업을 할 생각은 없나?
IT 분야는 아니지만 창업의 다른 카테고리로 옮겨왔다고 생각한다. 굳이 IT를 해야 스타트업으로 분류되는 건 아니잖나. 첫 창업은 원하는 IT서비스를 만들고 싶었고,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좋아했고, 멋진 디자인의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기에 했었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본다.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니겠나. 현재의 작업이 IT와 연결될 수도 있다고 본다. IT나 제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구분하고 싶지는 않다.
-부산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달라졌다고 보나?
일단 외형적으로 봤을 때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나 센텀기술창업타운의 개소, 스타트업 투자 자금 조성 등 환경이 좋아졌다. 더불어 스타트업의 창업 아이템이 다양해 졌다. 과거 부산에서 IT사업 개발은 게임이 많았다. 현재는 다양한 분야의 창업 아이템이 많이 나와 있다. 또한 다른 전공분야에서 IT창업을 하는 사례도 늘었다. IT 계통 전공자만 스타트업 창업을 한다는 이곳 고정관념이 깨진 것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다른 전문분야를 베이스로 한 사람이 IT를 접목해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스타트업 VC(벤처캐피탈)라는 명칭과 종사자도 서울에서만 만나보고 들어봤지, 부산에서 지속적으로 만나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과거에는 스타트업 이벤트나 대회에서 심사나 멘토링 때 잠시 만난 것이 전부였다. 현재는 지역기반 VC도 있고, 유명 VC도 부산에 자주 온다. 스타트업 기금도 조성되고 실제 투자도 집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변하는 기간이 짧았다. 어느순간 바뀌어 있더라. 내가 IT 스타트업을 할 땐 없었던 생태계다. 급격한 변화 흐름이다.
-앞선 사업에서부터 현재 사업까지 부산을 근거지로 하고 있다. 지금이야 달라지고 있지만, 몇 년 전에는 서울지역에서 일을 하는 것이 더 유리했을 수도 있었다.
일단 부산이 고향이고, 부산에서 뭔가를 해보겠다는 고집이 있었다. ‘왜 부산에서 IT를 못 해?’라는 반발심리, 고집도 있었고. 부산에서 유출된 인재들이 다시 부산으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부산이 스타트업하기 좋은 점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가장 큰 장점은 바다가 있다는 거다. (웃음) 예전부터 사무실에 박혀있는 것 보다 해변가에서 돗자리 하나 깔고 모바일 오피스 형식으로 일을 많이 했다. 자전거 타고 돌면서 회의도 했고. 부산만의 낭만이 있다. 그것을 기반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실질적으로는 부산에 제조 노하우가 있는 기술자들이 많이 있다. 관련 인프라를 활용하는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고.
-지금 어떤 제품을 만들고 있나?
스피커다. 원목 블루투스 스피커. 이전 사업을 접고 쉬면서 다음 창업 아이템은 뭘로할지 여러가지를 고민했다. 시작은 단순히 스피커에 대한 흥미였다. 그리고 1년 간 제품 개발을 했다. 예전부터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제품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
-스피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었나?
아는게 많지 않았다. 제품 디자인을 하려니 많은 것을 공부해야 했다. 생산까지 염두에 둬야했고. 원목으로 케이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나무도 잘 몰랐다. 또, 스피커와 연관된 전기와 전자 지식도 거의 없었다.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한거다. 1년동안 혼자 연구하면서 이것저것 스피커와 관련된 얼개를 맞춰갔다. 그렇게 해서 완성품을 론칭한 것이 올해 3월이다.
-모르던 분야, 익숙하지 않은 제품 디자인, 그리고 제조 공정을 1년 간 독학해서 제품으로 구현하고 있다. 어떻게보면 짧은 기간에 많은 것을 했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만들려고 덤벼들어 보니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더라. 부품도 잘 나오고, 온라인으로 간단하게 주문도 가능하다. 만약에 오프라인 전자상가를 뒤져 부품을 찾아야 했다면 시간이 더 걸렸을거다. 온라인으로 다양한 부품을 주문해 테스트할 수 있었고, 스피커 유닛도 해외 직구를 통해서 들여와서 테스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국내 기계가공 수준도 높다. 1차 작업은 모두 CNC로 가공한 다음에 그것을 붙여서(레이업)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을 직접 했어야 했다면 안 덤볐을 거다. 개인들 중에서도 그렇게 부품을 수급해 자신에게 커스터마이징한 제품을 만드는 이들이 있다.
-이 작업에 흥미를 가지게 된 계기가 뭔가?
소비자 입장에서 블루투스 스피커를 하나 장만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발단이었다. 그래서 이름있는 중저가 국산 제품을 샀다. 그런데 듣고 있자니 소리가 너무 실망스러운 거다. 내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달랐다. 네임밸류 대비 아쉬운 경험이었다. 게다가 몇 번 사용하다보니 고장이 나더라. 특정 기능이 부가되어있는 제품이었는데, 그게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왕 고장난거 한 번 뜯어나보자 싶어서 분해를 해봤다. 찬찬히 살펴보니 나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네모난 나무 스피커 박스를 주문해 고장난 스피커 제품을 넣어 러프하게 만들어 봤다. 단지 나무 안에 들어갔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소리가 달라져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진건가?
스피커 인클로저가 플라스틱인 경우 음량이 커지면 거질수록 통통 튀는 느낌, 귀로 듣기 거북한 주파수대의 소리가 난다. 소리 재생 능력이 떨어지는 구조에 스피커 기능이 들어간 거다. 하지만 똑같은 부품이라도 나무라는 집으로 외장을 바꿔주니 좋은 소리가 나더다. 물론 나무로 바꿨다고 월등히 좋은 소리가 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귀로 듣기에 소리가 훨씬 나아진 것은 사실이었다. 그때부터 파고들기 시 작했다. 그리고 조금 더 이쁘게 만들자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디자인, 모양으로 만들려고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고 알아봤다. CNC 라우터 가공을 해야하고, 그걸 레이어로 집성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원하는 모양 도면을 그려서 만들어 줄 수 있는 CNC 가공 업체를 찾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내가 말한 것을 잘 구현해주는 업체를 찾았다.
-소규모 샘플인데 CNC 가공 업체를 찾는 것도 고단했을듯 싶다.
상성이 잘 안 맞았던 업체도 있었고, 시제품이라 등한시 하는 업체도 있었다. 돈이 안 되기에 관심을 안 가지는 업체도 있었고. 업체를 찾는 것도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그러면서 시제품을 5개 정도 완성하게 되었다. 다양한 버전별로 테스트를 했다. 인클로저 모양도 다르게 하고, 작은것도 만들고, 큰것도 만들고, 다양한 마감재를 사용해 색상도 바꿔보는 등 테스트 했다. 그 과정을 통해 최종 시제품이 나오게 되었다. 이후에도 조금씩 설계변경을 통해 완제품으로 만들어 나갔다.
-제품 명칭, 브랜드 네임은 뭔가?
브랜드 네임은 ‘버터플라이 이팩트’, ‘나비효과’다. 그것을 제품에 새기고 있다.
-개인 만족도 중요하겠지만, 판매도 해야 한다. 소비자층은 누구를 상정하고 있나? 음악 애호가인가?
음악 애호가만을 고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더불어 고가의 제품을 통해 전문적인 청음을 즐기는 소비층도아니다. 기성제품, 똑같은 제품보다 유니크한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 공장에서 찍어내는 판에박힌 제품이 아니라 자신이 선호하는 모양의 크래프트 선호하는 이들이 타깃이다. 그리고 원목 스피커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용자다.
-그런 이들에게 어떻게 팔 계획인가? 판매 루트도 검토해 봤을거라 본다.
제품 완성 단계에 왔을 때 판매루트를 고민 많이 했다. 그때 인터넷 대기업에서 수제품 마켓을 론칭했다. 메일을 보내니 담당자가 바로 연락이 왔다. 제품도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판매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아무리 크래프트 제품이라 해도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이 컸다. 그리고 스피커에 대해 기준이 다른 것도 있었다. IT요소가 들어가지 않은 그냥 원목 제품이었다면 개인이 만든 공방 브랜드도 크게 상관은 없을거다. 그런데 원목 스피커라고 하니까 그때부터 브랜드를 보는 경향이 있었다.
‘스피커는 소리를 들어봐야 한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청음에 대한 데이터도 묻고. 어찌보면 당연하다. 인지도가 있는 메이커의 제품은 소비자가 어느정도 감을 잡을 수 있지만, 우리 제품은 그러한 기준이 없었던 거다.
그래서 오프라인에 계속 들고다니면서 청음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 과정에서 꾸준히 피드백도 받았다. 그 과정에서 하나 둘 판매가 됐다. 그러면서 청음과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껴서 작업실 겸 청음장소를 마련했다. 그리고 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원거리 고객에게는 청음용 제품을 보내기도 한다.
첫 제품 판매가 기억에 남을듯 싶다.
제주도에 갈 일이 있었다. 완성형이 아닌 최종 시제품 단계의 스피커를 들고가서 처음보는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줬었다. 그때 만났던 사람에게서 나중에 연락이 왔다. 제품이 계속 생각나더란다. 그 사람이 첫 고객이었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이제 막 론칭 단계이기에 성과를 묻는 것은 시기상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현상이 있었다면?
어느 대기업 본사에서 VIP 선물용으로 100개 주문 문의가 왔었다. 수 많은 제품 중에 VIP 용으로 우리 제품을 선택해 줬다는 것은 고무적인 부분이었다. 내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음을 느끼게 된 계기다. 힘을 얻었다.
다만 진행하지는 않았다. 그쪽에 안 된다고 했다. 일단 기간이 촉박했다. 100개를 일일이 만드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품성을 인정 받았다는 것으로 읽힌다. 그런데 거절했다. 욕심은 나지 않았나? 수익도 수익이지만, 초기 제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였을 수 있다.
욕심이 없지는 않았다. 대충 계산해보니 2000만원의 매출이 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설비, 공간 등이 뒤따라야 하고 당시 내 역량으로 무리라고 판단했다. 또, 급히 만들면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제품의 시장 경쟁력은 무엇이라 판단하나?
지금은 포터블 컨셉이지만, 저 형태의 제품을 많이 팔겠다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내가 지향하는 것은 인테리어 측면에서의 접근이다. 집, 가정의 인테리어에 이질적이지 않고 어울리는 원목 블루투스 스피커 제품을 추구한다. 인테리어 단계에서부터 스피커가 계획이 되어 공간 구조에 맞는 소리를 내는 형태다. 굳이 스피커 형태가 아니어도 된다. 가구의 본래 기능에 음악이 나올 수 있는 구조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혼자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도 아니고 제조다. 함께할 사람이 필요하지 않나?
내부에서 함께할 사람을 찾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외부에서 크래프트 제품의 퀄리티를 더 높일 수 있는 협력자를 찾고 있다. 예를들어 우리 제품이 나무로만 되어 있으니 가죽이나 도자기를 잘 다루는 업체와의 협력같은 거다. 그런 실험을 통해 완성도를 더 높이려는 취지다.
-사업성을 생각 안 할 수 없다.
시장규모를 살피고 시작하지는 않았다. 단지 좋았고, 재미있고, 하고 싶어서 시작했다. 물론 사업성은 늘 고민하고 있다.
-제품과 관련해 소비자의 피드백은 없었나?
가장 유명하다는 스피커 메이커 A사 블루투스 스피커에 비해 저음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런데 A사의 블루투스 스피커의 경우 저음이 너무 강한 측면이 있다. 근래 트랜드가 스피커를 작게 만들어 휴대성을 높이는 거다. 출력은 커야하고. 기술적으로 보완하려다 보니 음튜닝에서 저음을 강하게 조정하는 경향이 있다. 저음이 강하면 양감이 커지기에 소리가 크게 느껴지니까. 이에 대한 차이점을 느낀 사용자의 의견이었다. 그래서 사용자에게 우리 제품은 저음부가 세지 않다기 보다 재생 음역대 넓다고 설명한다.
사용자의 의견은 중요하기에 하자가 없는지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우리 스피커 청음을 시켜봤다. 그들은 저음이 충분하다는 견해를 들려줬다. 특히 악기소리가 잘 들린다고 하더라. 우리야 보컬위주로 음악을 듣지만, 그들에게는 악기소리가 중요하니까. 작곡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고가의 헤드셋으로 들을 때 자신이 곡이 이상하게 들린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자신이 의도한 음이 아니라 다소 외곡된다는 말하기도 한다. 우리 제품은 저음부터 고음까지 레인지가 넓은 곡에 어울린다. 저음, 중음, 고음 모두를 아우른다.
-시장이, 소비자가 원하는 취향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소비자에게 강요한다거나 고집하지는 않는다. 단지 현재 이 제품을 만들 때의 정체성은 그런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다른 제품에는 우퍼를 채용해 패시브 라디에이터를 넣어 저음을 강하게 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다양한 테스트를 해봤다. 작업실 벽에는 우퍼를 넣은, 저음을 강조한 스피커가 장착되어 있다. 스피커는 똑 같은 제품이라도 어떤 공간에서 듣느냐가 큰 차이를 준다. 이 공간에 맞게끔 셋팅을 한거다. 이런 컨셉의 제품도 고려를 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공간에 어울리는 스피커를 배치하는 거다.
-인테리어적인 요소, 공간에 어울리는 스피커를 추구하는데 어떤 의미인가?
근래 인테리어는 시각적인 부분, 디자인적인 부분이 강조된다. 하지만 청각적인 부분은 고려되지 않는다. 사람이 앉아 있는지 서 있는지에 따라 스피커 배치도 달라져야 하는데 일괄적으로 천정 어딘가에 일괄적으로 배치한다. 그래서 공간에 어울리는 음향적 배치를 실험하고 있다. 굳이 인테리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가구들과의 매치도 연구하고 있다. 공간에 있는 가구들과의 조화를 말한다.
-주문자가 원하는 형태로도 제작이 가능한가?
물론이다. 그게 우리 스피커의 유연한 적용범위라 할 수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유닛과 입출력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일반 제조사들은 못 하는 부분이고.
참고로, 크래프트 스피커를 제조하는 것은 나만 하는 것은 아니다. 크루베처럼 이쪽 업계에 유명한 곳도 있고, 유명했던 스피커를 복원, 튜닝하는 형태로 작업하는 이도 있다.
– 비크리에이티브랩처럼 공간과 접목된 스피커를 연구하고 제작하는 곳은 없나?
아직까지 그런 시도를 하는 곳은 보지 못 했다.
-스피커만 할건가? 다른 종류의 제품을 검토한 적은 없나?
몇 가지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아이템 확장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스피커의 모양이 아닌 가구에 스피커 기능을 넣은 인테리어적인 요소를 검토하고 있다. 가구 컨셉트 제품은 이달부터 시제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2~3가지 디자인을 생각하고 있다.
또, 리사이클 형태도 고려하고 있다. 폐차에 들어가는 스피커가 있다. 다른 자동차 부품들 판매는 활성화가 되고 있는데 자동차 스피커는 소비되는 곳이 거의 없더라. 기본적으로 성능이 나쁘지 않은 제품들이다. 그 스피커를 활용하는 형태다.
-방향성 측면에서 영감을 얻은 벤치마킹 사례가 있나?
애플 주변기기 액세서리를 만드는 기업 중에 그루브메이드(Grovemade)라는 회사가 있다. 100달러짜리 원목 아이폰 케이스로 시작해 현재는 데스크 제품 전부를 만든다. 키보드 받침대, 모니터 받침대, 아이패드 케이스, 심지어 시계도 원목으로 만든다. 현재 시장에 정착을 해서 매니아 층도 있고 사업도 잘 된다. 그 회사를 보면서 영감을 얻곤한다.
-현재 명확한 판매처가 없다. 제품을 사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쇼핑몰 형태로 홈페이지 작업을 시작했다. 조급하게 하지는 않을거다. 이전 사업에서 서둘렀던 것을 반면교사 삼고 있다. 이 아이템은 4월에 본격 시작해서 이제 불과 3개월 정도 됐을 뿐이다.
-이 사업을 통한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대량으로 만들어 팔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그리고 그럴 마음도 없다. 처음에 기획할 때는 대중성을 고려했다. 하지만 지금은 소수의 사람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제품을 지향한다. 조금 과장되게 말한다면 100년이 갈 수 있는 제품을 만들려고 한다.
현재 하고 있는 사업과 연관된 목공기술을 더 익혀 ‘목수’가 되고 싶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정한 목표다.
사진 : 이건 비크리에이티브랩 대표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