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펫닥’, 반려동물 보호자와 수의사를 앱으로 잇는다.

더운 여름, 차가운 현관 타일 바닥에서 자기 시작한 강아지. 입에 사료도 대지 않기 시작한 강아지가 걱정되던 최승용 대표는 반려동물을 오래 키운 지인에게 조언을 청했다. “더위를 먹은 것 같으니 차갑게 해주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며칠 후 강아지는 콧물을 흘리며 설사 증상까지 보였고, 에어컨만 틀어주던 그는 수의사 상담을 통해서야 말 못하는 강아지가 감기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학 졸업 후 번역 사업을 하던 그에겐 작년 1월, 학교 선배의 소개로 만난 수의사 형과의 인연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생겼던 문제의식에 그동안 몰랐던 수의사들의 고민점(pain point)까지 더해지자, 그는 자신이 좋아하면서도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인터뷰를 위해 서초동 ‘개라지박스(Garage Box)‘내 사무실을 찾았다.

petdoc_ceo

(주)펫닥 최승용 대표(31)

수의사들의 고민이 무엇이었나.

수의대가 무려 6년제이다. 의대 다니는 것처럼 오랫동안 공부한다. 그러고 나서 졸업하면 보통 동물병원을 개업해야 하므로 평균 수억 원의 빚을 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문제는 수의대에서 수의학만 가르치고 마케팅은 가르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개업하기만 하면 병원 운영이 잘 되었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개업 다음 단계부터는 어떻게 해야 할 줄 모르는 상황 속에서, 일부 수의사들은 구시대적인 마케팅 기법을 써가며 계속 빚만 쌓이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었다.

반면, 1인 가구의 증가와 직장생활로 바쁜 현대인의 일상 패턴 속에서 포털 사이트에는 반려동물 증상을 문의하는 질문이 하루 700여 개가 올라오고 있었다.

어떻게 사업을 시작했나.

우선 사용자의 니즈를 검증하기 위해 작년 3월, 네이버 밴드에 반려동물 의료상담 모임을 개설하였다. 수의사 형이 직접 상담을 해줬는데 개설 일주일 만에 3천 명이 모임에 가입했다. 한 달간 사용자들의 반응을 지켜본 후 나와 수의사 형, 알고 지내던 개발자 선배, 이렇게 셋이서 사업을 시작했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그 안에서 ‘문화’가 생겨난다는 점이었다. 반려동물 보호자와 수의사 간의 직접적인 소통이 일어나자 수의사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면서 신뢰 관계가 형성되었다. 수의사 형이 병원 운영으로 고민하던 게 엊그제였는데, 신뢰를 기반으로 한 상담으로 인해 매출의 변화가 크게 일어났다. 보호자들은 모임을 통해 죽을 뻔한 강아지를 살렸던 경험 이후로 무면허 불법 진료가 성행하는 요즘 수의사의 전문적인 동물 상담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한 달간 지켜본 후 바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을 몇 번 해보니 내가 생각하는 아이디어는 누구나 생각하고 있거나, 비슷한 아이디어가 많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실행할 수 있는 아이템인가?’, 이게 가장 중요하다. 사업 아이템 가설 검증을 통해 사용자 니즈는 확인한 이후부터는, 수의사분들을 어떻게 설득시킬 것인지를 계속 생각했다.

‘수의사분들을 어떻게 설득시킬 것인가?’

우리는 사업의 우선순위를 수의사 확보에 두었다. 우리가 대기업도 아니고, 전국에 있는 동물병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전국 수의사들을 회원으로 보유한 ‘한국동물병원협회‘와 협약을 맺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쉽지 않았다. 모 대기업이 동물병원 사업에 뛰어들어 대형동물병원을 개설했으나, 수의사들이 대기업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여 동물병원업에서 철수를 할 만큼 녹록치 않은 상황이었다. 나는 수의사 형과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협회와 협회장님을 설득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였다.

그 과정에서 ‘자료’는 통하지 않았다. 수치적인 자료보다는 수의사들이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그분들의 고민은 무엇이었는지를 파고들었고, 그러한 고민에 우리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솔루션을 통해 설득하였다.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내 손 안의 반려동물 주치의’, ‘펫닥(PetDoc)‘은 반려동물 의료상담 앱이다. 반려동물 보호자와 수의사의 소통과 교류를 통해서 반려동물의 복지 증진과 수의사의 권익 신장을 돕고 있다. 기능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 궁금한 반려동물 증상을 글과 사진으로 올리면 내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수의사가 직접 일대일로 답변해주는 ‘개궁금’ 기능이 있다. 둘째, 일반 사용자와 관련 업체가 SNS 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써 ‘펫스타그램’이 있다. 마지막으로, 내 주변 반려동물 상점과 동물병원 위치를 확인하고 업체별 스토리, 할인정보 및 이벤트 소식을 확인할 수 있는 ‘우리동네 펫스타’가 있다.

작년 9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해, 같은 해 12월 정식 안드로이드 앱 출시 및 올해 1월에 정식 iOS 앱을 출시한 펫닥에는 현재 15,000여 명의 사용자와 800여 명의 수의사가 함께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

오는 11월에 대규모 리뉴얼 작업을 통해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상담과 예약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게 하고자 한다.

펫닥을 반려동물 시장의 메타 서비스로 만들어나가겠다. 우리 서비스를 통해 반려동물에 관한 모든 걸 해결하고 싶고, 우리나라에 최적화된 선진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되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 정말 좋은 회사가 되어서 좋은 문화를 전파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

원문[찾아가는 인터뷰 79] “강아지가 갑자기 왜 이러지?” 반려동물 보호자와 수의사를 앱으로 이어준 ‘펫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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