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279] 샌드박스네트워크 이필성 대표 “스타트업을 빨리 벗어나고 싶다”
지난 1년 간 인터넷 비즈니스 업계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MCN(Multi Channel Network)’이었다. MCN은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동영상 사이트에서 인기가 많은 1인ㆍ중소 창작자의 콘텐츠 유통ㆍ판매, 저작권 관리, 광고 유치, 자금 지원 등에 도움을 주고 콘텐츠로부터 나온 수익을 창작자와 나눠 갖는 미디어 사업을 이야기 한다.
‘1인 미디어’ 채널은 근래의 트렌드는 아니다. 십수 년 전 블로그 시대부터 일반인의 콘텐츠 생산은 주목을 받아왔었다. 다만 그것이 수익이 되는 사례가 드물었기에 규모의 경제까지는 가지 못 했다. 이러한 우려는 MCN에도 이어졌다. 연예인 등 셀렙이 아닌 일반인 동영상을 가지고 어떻게 수익을 내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구심이 무색하게도, 벤처캐피탈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망 MCN에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적게는 수 억에서 많게는 200억까지 집행되고 있다. 그들의 사업모델이 돈이 된다고 평가한 것이다.
갓 형성된 생태계이긴 하지만, MCN 산업의 외형적 성장은 가시적으로 보인다. MCN 산업 자체의 규모 확대를 위해 올해 초에는 MCN 협회도 발족한다. 참여하는 스타트업만 50여 곳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MCN 기업이 탄생했는 지를 알수 있다. 각설하고.
MCN에 소속된 1인 영상 제작자들을 일명 ‘크리에이터’라고 부른다. 아프리카의 BJ, 인스타그램의 인스타그래머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이중 ‘초통령’으로 통하는 도티와 잠뜰, 운학, 쵸쵸우 등 유명 크리에이터가 소속된 기업이 있다. 월 PV 3억 뷰, 총 구독자 700만명을 기록중인 종합 MCN사 샌드박스 네트워크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설립된 지 1년이 조금 넘은 기업이지만, 스타트업을 벗어나 디즈니에 버금가는 콘텐츠 제작사를 지향하고 있다. 이필성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를 만났다.
이필성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
경영학과 출신이다. 사업을 꿈꿔왔나?
전혀 아니었다. 위험을 즐기는 성격도 아니고 기존의 직장생활도 만족하고 있었다. 사업의 당위성 때문에 창업에 뛰어들었다. 창업 전 콘텐츠 파트너십 관련 일을 했다. 다양한 콘텐츠 제작자들을 만날 수 있었고 비디오 콘텐츠로 트렌드가 급격히 옮겨가는 상황이기도 했다. 사업을 하고싶어도 적당한 아이템이 없어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본래 기회는 잘 오지 않는다고 믿는데, 눈 앞에 좋은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기에 뛰어들었다.
아무리 아이템이 좋고 전도유망한 사업이라고 해도 100% 잘 되지는 않는다. 나 역시 불안했지만 많이 연구하고 고민하면서 결실을 맺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점차 커졌다. 그 과정에서 우리 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를 대하는 자세와 함께하는 직원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이들을 보며 나도 같이 성장함을 느낀다. 그럴때마다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1년 3개월 동안 2번의 투자 유치를 했다. 작년 9월에 10억원, 이달에 40억을 받았다.
먼저 받은 투자는 팀이 좋아서 받은 것이었다. 구글 출신과 국내 탑크리에이터로 구성된 팀으로 평가 받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투자도 짧은 기간에 이어졌다. 현재 스타트업의 투자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이라 본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투자는 가설을 세우는 과정이라고 본다. 우리의 가설을 설명한 뒤 수긍하는 투자자들이 검증하기 위한 비용을 대고 우리가 그걸 검증하는 거다. 1차 투자금으로 어느정도 우리 가설을 검증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투자는 가설이 어느정도 맞아떨어져 규모를 키우기 위해 유치한 것이다.
규모를 키우기 위한 주요 투자처는 어느 부분인가?
우선 현재 소속된 크리에이터들이 원하는 니즈를 최대한 들어주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에 쓸 계획이다. 계약금, 제작 도움, 공간 제공 등 이들의 욕구는 각각 다르다. 전체적으로 시스템을 고도화해 크리에이터와 회사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곳에 사용하려 한다. 두 번째로는 웹 예능과 드라마 등 혼자 하기 어려운 것들을 같이 만들고 팀을 키우기 위한 용도로도 활용된다. 이를통해 지금 잘하고 있는 일을 더 안정적으로 잘하려 한다.
최근 회사의 주요이슈는 뭐가 있나.
크리에이터 관리 및 양질의 콘텐츠 생산 그리고 채용이다. 현재 회사는 콘텐츠와 함께 성장하고 있고, 그에 따른 콘텐츠 수급과 질에 대한 눈도 높아지는 추세다. 이를 수용하기 위해선 좋은 팀이 필요하다. 우수한 인재를 영입해 회사를 키우려 한다.
국내에도 MCN회사가 꽤 많아졌다. 샌드박스네트워크가 가지는 차별점은 뭐가 있나?
CJ, 메이커스, 트레저헌터, 레페리 등 국내엔 다양한 MCN 기업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 기업 중에 한 분야만 집중하는 곳도 있고 스튜디오에서 비디오 콘텐츠만 만드는 곳도 있다. 다양하게 분화가 되는 중이다. 그 중 소속된 크리에이터를 관리하고 성장시키는 형태를 갖춘 곳을 ‘종합 MCN’사라고 일컫는다. 우린 종합 MCN에 가깝다.
특히 우리는 ‘젠Z’로 불리우는 밀레니얼 전 세대를 타겟팅한 크리에이터의 콘텐츠가 강하다. 또한 매니지먼트 측면에서 우린 크리에이터 1명에 집중해 고도의 관리를 하고 있다. 유튜브 뷰가 상당히 큰 규모지만 상대적으로 크리에이어터의 수는 적다. 크리에이터를 하나하나 키워가며 질적 성장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MCN사들이 소속 크리에이터 수를 늘려 규모를 키우는 방법과 다른 방향성이다. 우리는 질적성장을 일으킨 뒤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았던 부분을 하나씩 증명해내며 규모를 키우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검증중인 가설은 어떤 게 있나?
현재까지는 크리에이터의 IP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졌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다. 팔로워가 많은 크리에이터의 장악력이 레거시 미디어에 치환되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싶었다. 그래서 애니맥스라는 TV채널에 도티와 잠뜰 관련 콘텐츠(도티&잠뜰TV)를 방영하는 중인데 프로그램 시즌2의 1화가 시청률 2.5%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타겟 시청자 1위를 달성했다. 케이블TV 기준으로 이는 놀라운 기록이다. 이 때 어느정도 가설이 검증된 것으로 판단했다.
아프리카TV와 유튜브에 크리에이터가 나온다고 해서 돈이 되겠느냐 하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는데, 인플루언스가 있으면 사업화가 가능하고 이들의 IP가 큰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회사에서 주로 운영하는 콘텐츠는 어떤 것들이 있나?
크리에이터들이 진행하는 게임을 중계하기도 하고 게임에 맞춰 상황극도 있다. 마인크래프트는 게임 내에서 스토리를 만드는 게 가능한데, 그 안에서 각자 크리에이터들이 캐릭터에 성격을 불어넣어 상황극을 한다. 이는 각 패널들이 게임을 하며 진행하는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과 비슷하다.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스토리를 만드는건가?
회사의 큰 축인 크리에이터 도티와 잠뜰은 직접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처럼 상황극 콘텐츠만 있는건 아니다. 여타 MCN회사처럼 다양한 카테코리가 존재하며 콘텐츠 특성은 저마다 다르다.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주된 콘텐츠는 초등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별도의 콘텐츠 관리를 하나?
초등학생 팬이 많은 것은 소속된 크리에이터 80팀 중 초등학생을 타겟팅해 제작한 콘텐츠가 양적으로 인기가 크기 때문이다. 2030세대가 볼만한 양질의 콘텐츠도 많다. 그리고 크리에이터들이 만드는 콘텐츠 제작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콘텐츠 제작을 맡긴다면, 어떤 부분에 회사가 관여를 하는가?
기본적으로 사업화 및 플랫폼 활용 등이다. 크리에이터들의 세무관련 이슈와 대학 휴학 등 행정적 절차를 도울 때도 있다. 창작자들이 콘텐츠를 제작하다 놓치는 대외적인 문제를 우리가 지원한다고 보면 된다.
기존의 연예 기획사들과 비슷하면서 다르다.
샌드박스는 배우 기획사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가수는 음악 프로듀싱이 있기에 회사가 콘텐츠 제작에 깊이 관여하지만 배우는 아니다. 우리는 크리에이터들을 독립적인 존재로 보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은 그들에게 맡긴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 영입이 관건인 것 같다.
사업의 가장 기본이 되고 중심이 되는 사안이다. 크리에이터를 소속시키고 서로 시너지 낼수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크리에이터 영입은 어떻게 진행하나?
회사에서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다양한 채널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눈길이 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들에게 연락해서 만날 때도 있고 이들이 먼저 문을 두드릴 때도 있다. 혹은 크리에이터들에게 추천을 받기도 한다.
소속 크리에이터의 인기가 높다.
우리 크리에이터를 본다고 이따금 사옥에 방문을 요청하는 연예인들도 있다. 근래 크리에이터들의 콘서트를 작게 개최했는데 팬들이 너무 많이 와서 돌아가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다음 콘서트는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 계획이다.
회사의 수익은 어떻게 내고 있나?
현재 콘텐츠형 광고 사업이나 크리에이터 머천다이징, IP를 활용한 2차 판권 사업들이 있다. 콘텐츠형 광고 사업은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리고 그에 따른 광고가 붙을때 수익을 나누는 구조다. 아직까지는 디지털 광고 산업이 성숙하지 않아 수익 비용이 크진 않다. 그런 구조적인 측면을 회사가 해결하고 더 키워서 크리에이터와 나누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현재 회사 수익은 어떠한가?
대외비라 공개는 못하지만 BEP는 맞추고 있다. 적자 폭이 큰 MCN 기업은 크리에이터 영입, 콘텐츠 생산 등 선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회사와 크리에이터 간 수익 분배의 이슈는 없나?
돈으로만 엮인 소속사와 크리에이터는 틀어지면 이직 문제가 쉽게 생긴다. 기획사 초창기 때 소속 연예인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여타 기획사와 별다른 차이가 없을때 그런 일이 발생했다. 요즘은 그런 문제는 덜하다. 산업 제반과 회사 여건이 개선되고 갖춰지면서 각자가 주는 가치들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즉, 회사가 줄 수 있는 가치가 단순히 수익 나눔 이상으로 커진 것이다.
기획사들이 과거에 고민했던 것들은 현재 MCN 기획사들이 풀어야 할 것과 같다. 소속 크리에이터들이 떠나는 걸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은 MCN기업들은 금방 도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지금은 완전 초기에서 벗어나 조금 진화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상호간 신뢰를 만들기 위해 연구해야 한다.
샌드박스의 콘텐츠는 해외에서도 통한다고 본다. 해외진출도 고려하고 있나?
염두에 두고 있다. 크리에이터 중에 해외 진출에 관심이 있고, 또 거기서 성공할 만한 콘텐츠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하려 한다. 다만 해외법인을 세우고 현지업체와 계약을 맺었다고 진출에 성공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철저히 크리에이터와 콘텐츠로 무장해서 때가 되면 나갈 생각이다.
회사의 중단기적 목표와 이루고 싶은 회사의 그림은 어떻게 되나?
스타트업을 다니면서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초기 기업은 직원에게 월급을 많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과 균형 있는 삶을 맞추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우린 직원들이 마음 졸이지 않고 회사를 다니기 위해선 스타트업 단계를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의미 있는 매출과 규모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하려 한다. 동시에 의미 있는 브랜드로 회사가 대중에게 각인되길 바란다.
많은 콘텐츠 회사들이 디즈니를 벤치마킹한다. 디즈니는 100년 가까이 콘텐츠 사업을 이어가는 업계의 전설이다. 우리도 디즈니처럼 하이 브랜드를 만들어 가며 대중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려 한다. 특정 타겟층뿐만 아니라 웹, 모바일을 즐기는 모든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려한다.
본지 편집장의 초등학생 아들도 도티, 잠뜰의 열성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