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이 만난 사람들 #02]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대학생 창업가 김경희 대표
김경희 대표는 대학교에 재학중인 23세의 청년입니다. ‘어리다’라고 할 수도 있는 나이지만, ‘숯진주’라는 아이템 하나로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2014~2015년 2년에 걸쳐 총 3차례 창조경제타운 인큐베이팅 아이디어로 선정되었고, 멘토링을 받으며 사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리오 올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다수의 언론에서도 김 대표와 숯진주연구소의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김경희 대표는 어떻게 사업을 진해애 왔을까요? 무더운 여름 목포의 한 커피숍에서 김 대표를 만났습니다.
젊은 나이에 선뜻 창업한 것도 그렇고, 여러 기사를 읽어봤는데 독특한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흔히 ‘똘끼’가 있다고 하지요. 제가 독특한 편이에요. 어릴 때는 주변 어른들이나 친구들이나 ‘커서 뭐가 될지 모르겠다’고 할 만큼 천방지축이었죠.
창업을 고려하기 시작한 때는 언제였나요?
고등학교 때 발명경진대회에 나갔다가 자연스럽게 창업을 생각했어요. 아버지께서 어릴 때부터 발명일지를 쓰게 하신 덕분이죠. 발명일지에 무엇이든 불편한 것을 찾아서 적어보라고 하셨죠. 어떤 아이디어를 낼까 생각하다가 남이 불편한 것이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죠. 숯진주 술잔을 만든 것도 그 때문이에요. 아버지께서 술을 좋아하셨으니까요.
발명에는 과학 지식이 많이 필요할텐데, 과학 과목도 좋아했었나요?
전혀요. 학창시절 성적도 그저 그랬고요. 원리를 알고 적용하기보다는 주변의 상황과 트렌드를 읽고 불편한 것을 찾아내서 해결하려 한 정도에요.
중고등학생 시절에 숯을 사용할 생각을 바로 하기는 어려웠을텐데, 처음에는 어떤 해결방법을 생각하셨나요?
처음에는 은 술잔을 만들려고 했어요. 은 코팅을 하려 했는데 녹는점 때문에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은캡을 씌우는 방식으로 제품을 완성했죠. 제가 생각하기에는 정말 완벽했어요. 이렇게 만든 것을 발명경진대회에 출품했는데, ‘학생이 술은 무슨 술이냐’는 핀잔만 들었어요. 은이 체내에 축적되면 해로울 수 있다는 것도 그제서야 알았죠.
숯진주가 별도로 코팅한 것처럼 보이는데요.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 같아요.
순전히 연마만으로 만든 거에요. 그래서 크기가 작게 나올 수밖에 없었죠. 제품에 대한 고민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했어요. 숯을 술에 넣었을 때 유해성분을 흡착한다는 정보를 얻고 파고들어볼 만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한 거죠. 그 이후로 100여 회가 넘는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숯진주를 술잔에 부착한 접착제만 해도 독일에서 인증받은 식품용 제품을 사용했어요. 그것만 찾는 데 6개월이 걸렸죠.
특허가 35개나 있다고 들었어요. 특허 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아버지께서 변리사 역할을 해 주셨어요. 발명일지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조언을 해 주셨고요. ‘발명 과외’였던 셈이죠. 말이 35건이지 100건 넘는 출원 중에 35건이 된 것이니 아버지께서 고생을 많이 하셨죠.
고등학생이 사업을 한다고 하면 핀잔을 들을 수 있는데요, 집안 분위기가 자유로운 편이었나 봐요.
처음에는 어머니가 걱정이 많으셨지만, 지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세요. 올해 초 여성발명품대회에 출품한 숯팔찌가 있는데요. 그 제품을 개발하면서부터는 어머니도 좋아하세요.
숯을 주요 아이템으로 사업을 계속하실 계획인가요? 혹시 서울에 진출하거나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계획은 없나요?
계속 사업을 확장시킬 계획이에요. 그리고 아직 목포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저는 지방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요. 경쟁자가 더 적기도 하고, 사업하려는 사람이나 공무원이나 지역을 잘 알다 보니 문제의식이나 해결방법도 비슷해서 협력하기 수월한 편이지요.
얼마 전 목포시에서 도시재생 아이디어 공모전이 있었어요. 여기에 숯진주 공장을 만들어서 일자리도 창출하고 친환경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냈죠. 이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져서 공장을 짓는 데 여러 가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어요.
사업 초반에는 어려운 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었어요. 22살 때 공중파 프로그램에 나간 적에 있었는데, 이후에 여러 업체에서 연락이 왔었어요. 그런데 기술을 얻기만 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거예요. 다짜고짜 특허 자료를 내놓으라는 분도 있었죠. 서울에서도 비슷한 일을 많이 겪은 경험 때문에 목포로 돌아올 결심을 했죠. 대학교에서 창업 공부를 더 하자는 생각도 있었고요.
오히려 수도권에서보다 더 기회를 찾기 쉬웠을 것도 같아요.
지방은 수도권보다 사업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서로 배울 수 있는 부분도 많고요. 여유도 있어요. 관계를 유지해야 할 사람이 너무 많지도 않고요.
초기 개발비는 어떻게 조달하셨나요?
적금을 깼어요. 그것도 어머니 몰래. 어쩔 수 없었죠.
다양한 실험이 필요했을 텐데요.
가장 어려운 부분이 공인된 분석결과를 얻는 것이었지요. 공인기관에 맡겨서 실험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어려웠어요. 성분분석도 쉽지 않았죠. 숯진주가 진짜 숯이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아서 성분분석을 의뢰한 적이 있었는데, 의뢰한 기관마다 국내에서 이 분석을 해줄 수 있는 공인 기관이 없다는 이야기만 하더라고요. 그러다 창조경제타운에서 멘토링을 받던 중에 전북대학교의 문성필 교수님을 알게 됐죠. 목재 관련 연구에서 권위자 시죠. 그래서 찾아 뵙고 성분 분석에 대한 상담을 받았죠. 다행히 교수님께서 새벽 6시부터 찾아온 열정이 대단하다고 별도의 비용 없이 성분을 분석해주셨어요.
성분분석 외 창조경제타운에서 어떤 도움을 받았나요?
우선 목재부터 한의학까지 다 조언을 구할 수 있었지요. 저에게 조언을 주실 만한 멘토께 연락을 드렸어요. 제가 궁금한 점을 적어서 무작정 메일로 보낸거죠. 다행히 멘토님들께서 친절하게 답해주신 덕분에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어요.
최초 3주 동안 최형식 멘토님께서 사업계획서 쓰는 방법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 주셨어요. 두 번째로 멘토링을 받은 손한규 멘토님은 3주 동안 사업 전반에 대해 오프라인 멘토링을 해 주셨고요. 특히 손한규 멘토님은 대회 지도까지 해 주셨어요. 김태호 멘토님은 제가 먼저 연락드리고 직접 찾아뵌 분이에요. 온라인 마케팅 방법에 대한 조언을 구했죠. 그 외에도 많은 멘토님께서 도움을 주셨어요. 멘토님들과는 아직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어요. 저에게는 든든한 선생님들이시죠.
창조경제타운의 멘토링을 활용하는 팁 같은 것이 있을까요?
딱히 팁 같은 것은 없어요. 다만 창조경제타운은 해답을 주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해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이에요. 오프라인 멘토링에 참여할 때마다 멘토링에서 완전한 해답을 얻으려는 분들을 많이 봐요. 그런 분들은 멘토링에 실망하시기도 해요. 그런데 멘토링은 어디까지나 조언일 뿐, 직접적으로 얻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그렇지만 멘토링 과정에서 질문만 잘 준비하면 해답의 실마리를 얻을 순 있죠. 엉킨 실타래를 풀어낼 때 어디서 시작하느냐가 중요하듯, 창조경제타운의 역할도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을 연결해서 실마리를 잡아주는 역할이죠. 멘토님들도 질문을 분명하게 하고 먼저 다가서면 성심껏 답해주세요. 막연히 타운이 무언가 해주기를 바라기보다는 무엇을 얻을 것인지 자신이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봐요.
마지막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할 것이 있나요?
저는 아직 한창 배우는 입장이고 누군가에게 조언할 깜냥은 아니에요. 다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신뢰예요. 지역사회에서 사업을 하려면 서로 신뢰하지 않고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거든요. 제품에서도 그런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숯진주 제품들도 최상의 품질로 만들어서 최대한 많은 사람이 경험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한편으로 신뢰는 지역사회에서 강한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더 적고 서로 잘 아는 만큼 서로 믿고 믿어주는 것이 중요하죠. 그래서 성실함과 꾸준함만 있다면 지방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찾을 수도 있어요.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큰 무대만 고집하기보다 자기 주변의 지역부터 차근차근 쌓아올리듯 사업을 준비하는 것도 창업의 한 방법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원문 : [타운이 만난 사람들 04] 대학생 창업가 숯진주연구소 김경희 대표
창조경제타운은 온라인 공간에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아이디어 사업화 플랫폼입니다. 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어려움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롤모델로 제시할 만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