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 금융, ‘사람과 사람 간 대출-투자 이어주는 것’
요즘 신문의 금융면에는 ‘중금리대출’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중간 금리의 대출을 해 주는 상품을 의미합니다. 보통 시중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경우 3~5% 사이의 이자가 책정됩니다. 하지만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고 제2금융권이나 카드론, 대부업체에서 받을 경우 약 15%대에서 최고 27.9%(법정최고금리)까지 이자가 높아집니다. 중금리대출은 바로 이 사이의 중간 지점에서 이자가 책정되는 대출 상품을 의미합니다.
최근 정부가 중금리대출 활성화 정책을 펼치며 그 간 중금리대출을 하지 않았던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에서 ‘사잇돌대출’ 이라는 중금리 상품을 잇따라 내 놓고 있습니다. 연내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는 인터넷은행들 역시 중금리대출을 앞세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치열한 중금리대출 경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새로운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P2P금융이라는 용어입니다.
은행 없이 사람과 사람 간에 대출-투자 이어주는 P2P금융
P2P금융은 한마디로 은행을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 간에 돈을 빌려 주고 갚을 수 있는 중계의 장을 만들어 주는 사업을 의미합니다. 모든 과정이 은행의 지점이 아닌 컴퓨터 혹은 휴대폰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대출 고객의 모집과 신용평가, 투자 고객 모집 및 운영이 모두 온라인 상에서 비대면 서비스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업적인 측면에서 볼 때 획기적으로 비용의 절감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은행의 지점 운영과 인건비 같은 비즈니스 운용 비용이 대폭 감소하는 만큼 사용자들의 금융 이익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돈을 빌리고자 하는 사람은 빠르고 편리하게 보다 낮은 금리로 빌릴 수 있고, 돈을 빌려준 사람은 일반 예적금보다 높고 펀드나 주식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업체마다 심사모델 자체개발, 빅데이터 기반의 머신러닝 통해 정교화
따라서 중요한 포인트 중의 하나는 대출 신청자의 신용을 정확하게 심사하고 그 사람의 신용도에 적합한 대출금리를 산출해 내는 과정입니다. 많은 P2P금융기업이 자체적인 심사모델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일례로 렌딧(Lendit)은 1차적으로 나이스신용평가에서 보내주는 약 300여 가지의 금융정보를 바탕으로 대출 심사를 진행합니다. 여기에 렌딧 웹사이트에서 대출 신청자가 보여주는 행동 유형과 페이스북 정보 등 비금융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정보를 추가적으로 활용해 최종적으로 렌딧신용등급(LD CSS)을 산출해 냅니다. 현재 렌딧은 이와 같은 모든 대출 심사과정을 컴퓨터 알고리듬으로 개발해 자동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빅데이터 기반의 머신러닝을 통해 이와 같은 심사모델을 정교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더 정교한 심사모델로 발전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P2P금융을 금융 서비스에 테크놀러지를 더한 새로운 산업, 핀테크(FinTech)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2004년 영국에서 처음 등장, 미-영국선 차세대 은행 모델로 자리 잡아
P2P금융을 세계 최초로 선보인 기업은 2004년 설립된 영국의 조파(ZOPA)입니다. 지난해 CEO에서 물러나 회장직을 맡고 있는 자일스 앤드류스가 4명의 공동창업자와 설립, 2005년에 런던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조파는 현재 영국 내 P2P금융기업 중 개인신용대출분야에서 20.1%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2015년 말까지 집행한 누적대출금액은 13억6,186파운드(한화 약 2조3,300억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조파가 세계 최초의 P2P금융기업이라면 현재 이 분야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은 미국의 렌딩클럽(Lending Club)입니다. 2007년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렌딩클럽은 2014년 12월 나스닥에 상장했습니다. 최근 창업자가 물러나는 등 내홍이 있었지만, 현재 미국 내 개인신용대출분야의 약 9%를 점유할 만큼 괄목할 성장을 이룩하고 있습니다. 소파이(SoFi), 프로스퍼(Prosper) 등 많은 P2P금융 기업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규제 및 사회적인 인식, 신뢰도 확보가 관건
국내에서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중금리대출에 집중하는 P2P금융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렌딧, 빌리, 어니스트펀드, 테라펀딩, 8퍼센트, 펀다, 피플펀드 등의 회사들이 시장을 만들기 시작한 업체들입니다. 렌더스, 미드레이트, 올리, 펀디드 등 새로운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협의체로 출발해 올해 7월 공식 발족한 한국P2P금융협회에는 현재 28개 P2P금융기업이 가입되어 있습니다. 협회 자료에 따르면 9월30일 현재 이들 협회사 누적 대출취급액은 약 2,900억원 정도의 규모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우려의 시선도 있습니다. 아직까지 새로운 산업에 적합한 규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마침 7월11일, 금융위원회는 P2P금융업에 대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10월까지 투자자 보호대책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P2P금융이 발전해 오는 과정이 아주 순탄했던 것 만은 아닙니다. 2008년 4월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대표적인 업체인 렌딩클럽이 새로운 개인 투자 신청을 받는 것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게 했습니다. 이후 6개월 간 렌딩클럽은 주도적으로 제도 마련을 위해 협조했고 같은해 10월에는 다시 사업을 정상화하게 되었습니다. 영국에서는 2014년 초 자일스 앤드루스 조파 창업자가 영국 금융업무감독청(FCA)을 직접 찾아가 P2P금융기업도 은행과 같이 관리 감독해 달라고 요청을 해 비로소 관련 규제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P2P금융은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금융사와의 협업 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통해 금융시장 전반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신성장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차세대 금융산업으로 자리잡은 미국과 영국 등의 사례를 거울 삼아 국내에서도 새로운 산업을 위한 적절한 육성책이 마련 되어야 할 것입니다. 업체들의 노력도 중요합니다. 보다 정교한 데이터 분석과 투명하고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 그리고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차근차근 신뢰도를 쌓아 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