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트렌드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 “시장 논리보다 효율적인 정책은 없다.”

“그 어떤 정책과 규제도 시장의 논리보다 효율적인 것은 없다. 비즈니스를 할 때 정부의 지원금이나 지원책을 바라기보다 시장에서 홀로 살아남아서 인정받겠다는 마음으로 사업을 할 때 잘되는 경우가 많다. 업계도 그런 마인드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선진적인 방향이라고 본다.”

28일 부산 센텀기술창업타운(센탑)에서 열린 멘토데이 행사에 강연자로 나선 호창성 대표의 말이다. 호 대표는 이날 자신의 창업-투자 과정 및 더벤처스를 설립한 이유를 발표한 뒤 지역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1:1 멘토링 시간을 가졌다.

이날 호 대표의 강연과 청중 질의응답을 정리했다.

30496781152_ed987828e4_b

첫 창업의 실패. 그리고 비키.

첫 창업을 16년 전인 2000년에 했다. 잘 되지는 않았다. 닷컴버블 때 시작했고 버블이 꺼질때 문을 닫았다. 이후 대기업에 있었고, 미국으로 유학을 간 도중에 실리콘밸리에서 비키를 창업했다.

‘7억짜리 기술 컨설팅을 받아라’ 투자의 조건.

2007년 1월에 비키를 창업했다. 투자를 받는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투자 생태계가 잘 되어있다고 말하는 실리콘밸리는 그들에게 잘 되있는거지 외국인에게 잘 되어있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 실리콘밸리의 투자개념이나 투자형태는 현재와 많이 다르기도 했고. 외국인이 무턱대고 가서 투자를 받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첫 시드머니를 10만 달러, 그다음에 30만 달러를 받았다. 그 돈으로 3년을 겨우겨우 운영했다. 그리고 2010년에 미국 벤처캐피탈(이하 VC)과 엔젤투자자로부터 큰 규모의 투자를 받게 되었다.

2010년 투자를 받으면서 재미있는 경험을했다. 투자사 중에 그레이락 캐피탈이 있었고, 그곳의 임원인 리드 호프만(링크드인 공동 창업자, 전 링크드인 COO)이 비키에 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특이한 요청을 했다. 투자를 해줄테니 자신들이 지정하는 기술 컨설팅 회사의 컨설팅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투자를 하는것과 기술 컨설팅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도 의문스러웠고, 자존심도 상했다. 우리 기술팀의 역량을 낮게 본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런 간섭까지 받아야 되나 싶었다. 하지만 일단 투자사를 믿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들이 요구한 기술 컨설팅도 받았다. 그런데 컨설팅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당시 우리가 한화 30억 정도를 투자를 받았었는데, 기술 컨설팅을 하는데 6 ~ 7억인가 들었다. 투자받은 돈의 20%정도를 거기에 사용한거다. 고민이 많았다.

컨설팅을 통해 배운 것. 그리고 더벤처스 설립.

그런데 컨설팅 과정이 유의미했다. 컨설팅 첫 날부터 구글출신 엔지니어 등 컨설턴트가 회사로 몰려왔다. 그들은 기술개발 방법론서부터 어떻게 하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방법, 코딩하는 방법론 등을 우리 개발자들과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 했다. 시쳇말로 짝코딩(pair programming)을 하기 시작한거다. 방법론 전수 외에 우리 유저가 100만 명이 있다면, 1000만 명이 되도 문제가 안 생기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체계적으로 알려줬다. 대표로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은 외국 엔지니어를 채용할 때 어떻게 뽑아야 하는지, 그들에게 동기부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우리 회사에 맞는 엔지니어는 어떤 사람이고 누구를 뽑아야하는 지 등 면접에서부터 팀빌딩 과정을 함께 했다. 그리고 엔지니어들의 스톡옵션테이블과 연봉테이블를 설계하는 인사시스템까지 회사사람처럼 도와주더라. 아마 그런 과정없이 스스로 맨땅에 헤딩을 했다면 시행착오가 많이 있었을 부분이다.

그 과정에서 배웠던 것은 투자자가 돈만 주는 것이 아니라 역할이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투자와 멘토링 하는 것을 넘어 더 깊게 창업팀과 호흡하고 회사를 만드는 과정(컴퍼니 빌딩)에 참여하는 형태의 투자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이 심화되어 2014년에 설립한 더벤처스다. 더벤처스는 그전까지 한국에 없었던 방식으로 창업투자, 보육을 하려고 세운 회사다. 그리고 현재까지 임직원 모두 그에 부합하는 컴퍼니빌더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간 20개가 넘는 회사에 투자를 했고, 투자 이외에 사내 벤처 프로그램으로 키운 프로젝트 회사도 7~8개나 된다.

‘에이스’의 기준은 다양하다.

그동안 더벤처스가 투자를 하고 보육을 한 팀의 기준은 도식적이지 않고 다양하다. 한국에서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여러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3년 전만 해도 가능성만을 보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대기업출신 경력이나 상위권 대학 컴공과 출신이 있는 팀은 비교적 쉽게 엔젤투자를 받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었다. 반면에 그런 스펙이 없는 팀은 투자를 받는게 요원하고 척박했다. 투자회사는 투자를 검토, 집행할 때 성과를 고려해야 하기에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 투자심사를 할 때 여러가지 기준이 있다. 일반적으로 모든기준에 8~90점이 넘어야 실제 투자로 이어진다. 한 과목이라도 성적이 안  나오면 투자가 안 이루어지는 구조다. 하지만 ‘에이스의 기준은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른 과목이 다 기준에 못 미쳐도 한 과목이라도 100점을 넘어 200점을 받는다면 투자를 하자고 결정했다. 목표 점수에 미달하는 부분은 우리가 메꾸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양성에 의미를 둔 투자를 많이 했고, 배경에는 앞서말한 미국에서의 경험이 있었다.

나를 알아주는 투자자를 만난다는 것.

미국에도 스펙이 없는 것은 아니다. MIT출신 개발자 팀이라던지 하버드 출신 창업자가 A4지 한 장짜리 계획서로 몇십 만 달러씩 투자를 받는경우도 종종 본다. 하지만 비키 창업시절 한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간 우리같은 팀에게는 그야말로 다른나라 이야기였다. 프로토타입 다 만들고 서비스와 유저확보까지 한 상황에서야 엔젤투자가 이루어졌다. 처음에 워낙 투자유치가 안 되다 보니 회의감과 걱정이 컸다. 그때 내게 용기를 주었던 일화가 있다. 창업 당시 학교에서 벤처캐피탈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어느날 세콰이어 캐피탈의 파트너가 와서 자신의 투자철학을 이야기 하더라. 세콰이어 캐피탈은 ‘언더독(underdog)에 투자한다.’고 하더라. 모든것을 다 갖춘 창업자가 아니라 정말 밑바닥에서 절실함이 있는 상태에서 싸우는 창업자에 투자한다는 내용이었다. 세콰이어 캐피탈이 그간 투자한 회사 중 대박이 난 회사 대부분이 이민자가 창업한 회사라고도 했고. 그 이야기를 듣고 희망이 생겼었다. 당시 비키는 투자자들이 봤을 때 주류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유니크함을 제대로 평가해준 투자자를 만났기에 성장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시장논리보다 효율적인 정책은 없다.

올해 송사를 겪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때문에 잠시 일을 못 한적도 있었다. 그 사건으로 인해 나도 피해를 입었지만, 투자 업계에도 심리적인 위축이 생겼다고 본다. 사실 내가 VC를 생각했던 것은 미국에서 투자를 받으러 다닐 때 만났던 VC 관계자들이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키가 성공하면 투자사업을 하고 싶었고 실제 그렇게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VC를 꿈꿨던 후배들이 꿈을 접었다고 말하는 것을 왕왕듣는다. 사업으로 성공하면 투자가 아니라 다른 것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안타깝다.

내 사건의 짜여진 프레임은 ‘갑인 투자자의 횡포, 을인 스타트업 보호’ 논리였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런 사건이 발생해 투자가 위축되면 엔젤이든 VC든 투자를 점점 안 하려 할 것이다. 그러면 시장에 투자자가 줄어들게 되고 결국 투자자가 더 갑이 된다. 시장논리라는 것은 그런거다. 미국에서 놀란 것은 창업자가 갑이고 투자자가 을인 경우가 많다는 거였다. 투자사 앞에서 피칭을 해서 투자사가 스타트업과 사업 아이템이 마음에 드는경우, 그 다음에는 투자자가 왜 자신들에게 투자를 받아야하는지 설명을 열심히 한다. 자신들이 어떤 것을 도울 수 있는지, 어떤 네트워크가 있는지, 후속 투자유치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말이다.

전반적으로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그 어떤 정책과 규제도 시장의 논리보다 효율적인 것은 없다. 비즈니스를 할 때 정부의 지원금이나 지원책을 바라기보다 시장에서 홀로 살아남아서 인정받겠다는 마음으로 사업을 할 때 잘되는 경우가 많다. 업계가 그런 마인드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선진적인 방향이라고 본다.

기자/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은 거울을 보는 것이 아니라 창을 봐야 한다”는 의미 깊은 말씀을 전해 들은 적이 있습니다. 가슴 깊이 전해진 울림으로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스타트업과 관련된 모든 분께 창밖 세상의 생동감 넘치는 현장의 소식을 빠르고 알차게 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Hyunwook Kim is a Bureau Chief Gyeongnam branch of Platum.
He have gained experience in design and marketing area and very interested in the rapidly growing global startup.
He trying to vividly convey the trend of design, brand value and marketing strategy of startups.

댓글

Leave a Comment


관련 기사

투자

더벤처스, 조여준 CIO 영입…글로벌·초기 투자 실행 본격 강화

투자

더벤처스, 황성현 테크 리드 영입…AI 기반 VC 전환 본격화

투자

더벤처스, 베트남 CXM 플랫폼 ‘Filum AI’ 투자 라운드 리드

투자

‘금융·회계 업무 자동화’ 토글캠퍼스, 프리 A 투자 유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