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301] 퇴사하려는 직원이 있으면 집으로 찾아간다.
다양한 민족이 섞여 살고 있는 도시, 또는 그 상태를 나타내는 말로 ‘멜팅 팟(melting pot)’이라는 표현이 있다. 기자가 몇일 전 찾아간 스타트업 스테이즈(Stayes)는 작은 멜팅 팟이었다. 외국인 대상 임대차 플랫폼을 제공중인 스테이즈는 스물 세명으로 구성된 기업으로 직원의 국적과 연령이 다양하다. 한국인을 비롯해 중국인, 베트남인들이 어울려 근무하고 있었고 20대부터 60대 까지 연령대의 폭도 컸다.
집주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만족을 주고 함께 일하는 팀원들과 유의미한 성장을 이뤄가고 싶다는 이병현 스테이즈 대표를 만났다.
이병현 스테이즈 대표
스테이즈는 어떤 회사인가.
스테이즈는 1달 이상 국내에서 중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주거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다.
서비스 사용자 중에 중국인이 많다. 타겟 고객인가?
10월 기준 한국에 한달 넘게 거주 중인 외국인이 200만명을 넘었다. 이 중 절반은 중국인이다. 이들 중 10%만 어림 잡아도 정말 큰 시장이다. 중국인을 우선 고려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스테이즈가 외국인 고객에게 주는 메시지는 뭔가. 스테이즈를 써야 하는 이유와 맞닿아 있을듯싶다.
국내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이 낮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해외의 대학은 학생들 대부분이 기숙사에 입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대학은 외국인 기숙사 수용률이 불과 25%다. 나머지 학생들은 유학원 추천, 지인 추천 등 극히 적은 정보만을 가진 채 집을 계약하고 있다. 이들이 집을 구할 때 학교 측이 돕는 경우도 거의 없다. 게다가 국내의 부동산 계약 조건은 상대적으로 터프한 편이다. 1년 이상 거는 보증금과 필수 입주 기간 등 외국인들이 보면 갸우뚱할만한 조건이 많다. 그런 불편함을 해결해주고 싶었다.
소비자가 말하는 스테이즈의 강점은 뭔가.
별도의 오프라인 과정없이 집 계약을 인터넷으로 할 수 있다는 거다. 단기가 아닌 석 달 동안 연고 없는 지역에서 살 집을 인터넷만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해 보이지만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외 이를 행하는 곳이 없다.
해외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있나?
스테이즈는 해외 서비스를 벤치마킹해서 만든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해외와는 다른 부동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에 가능한 구조다.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지역은 어딘가.
대학이 주로 밀집해 있는 강북- 회기동, 안암동, 신촌 지역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강남 지역을선호한다. 사실 국내엔 장기 여행객이 꽤 된다. 전체 여행객 가운데 2주 이상 체류 중인 여행객이 20%나 된다. 이들은 유명한 지역에 머물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외국인 말고 내국인 사이에는 수요가 없나.
주거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 업무 상 체류해야 하는 사람들, 이사 혹은 집안 수리로 인한 이슈, 해외 교포 등 한 달 이상 지내야 할 집을 구하는 모든 이들이 우리 고객이다. 국내 학기가 시작되는 2월, 8월 등엔 유학생들에게 인기가 높고, 비투비 고객과 이사철 고객에겐 1월이 성수기다. 타겟마다 선호하는 때가 다른 편이다.
홍보는 어떻게 하고 있나? 내국인 대상 방식과는 다를듯 싶다.
바이럴 홍보 비중이 꽤 높은 편이다. 바이럴이 잘되는 커뮤니티에서 우리 사이트가 공공연히 공유되고 있다. 별도로 큰 비용을 들이고 있진 않다.
현재 서비스에서 어떤 측면을 고도화하고 있나.
공간 제공자인 집주인과 집에 들어가 살 외국인을 모으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CS 부서 운영을 특히 신경 쓴다. 어떤 집에서든 살다 보면 뭔가가 고장이 난다. 한국인들은 이를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외국인들은 이게 어렵다. CS 부서를 운영해 집 주인과 고객 간 커뮤니케이션을 무리없이 돕고 있다. 전반적으로 상호 서비스 품질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보면 된다.
국내 고객만 받아왔던 호스트를 설득하는 게 어려울 것 같은데. 사실 외국인들은 언어 소통의문제 뿐만 아니라 우리와 거주문화가 다르지 않나.
국내 평균 원룸 임대 가격보다 10~20%정도 비싸게 임대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가격도 외국인들에겐 체감상 저렴한 수준이다. 정부에서 승인한 레지던스의 월 임대료가 평균 150~200만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말이다. 상호 윈윈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호스트의 컴플레인도 각양각색일 텐데.
앞서 말했듯이 외국인들과 우리의 생활방식은 다르다. 집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문화를 가진 외국인 때문에 장판이 망가졌다거나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등 문제를 호스트가 많이 지적했다. 그래서 종량제 봉투 사용법, 재활용 방법 등을 적은 책자를 배포하는 등 사전 교육을 하고 있다. 이를 열심히 해서인지 해당 컴플레인은 거의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슈가 되는 것이 있다면?
계약기간을 안 채우고 떠나는 중도 퇴실 부분이 있다. 이는 우리도 예방하기 어렵기에 그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직접 입주자를 구해주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서비스를 운영하며 보람을 언제 느끼나?
얼마전 한국에서 구직 활동을 하거나 현재 회사에 다니지만 거주지가 필요한 이들의 메일 연락처를 모아 광고성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정말 필요한 서비스’라며 우리 서비스에 호감을 나타내는 회신(아래 이미지)을 받았다. 사실 광고메일에 회신을 잘 안하지 않나. 신기한 경험이었고, 스테이즈를 더욱 열심히 해야겠단 다짐을 한 계기가 되었다.
사진=스테이즈 DB
개인적인 얘기를 해보자. 왜 창업했나?
중국에 체류할 당시 배달 O2O 서비스 개발을 하다 자연스레 창업의 길로 접어들었다. 귀국할 당시 국내에 체류하던 중국인 친구가 집 구하기의 어려움을 토로하더라. 그리고 내가 직접 겪은 불편함이기도 했다. 둘러보니 한국엔 외국인들이 한 두달 정도 머물 수 있는 부동산을 거래하는 플랫폼이 없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스테이즈가 첫 창업인가?
2013년에 첫 창업을 했고, 스테이즈가 두 번째 창업이다. 코파운더는 4명이다. 첫 창업때부터 같이 하는 친구도 있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다 보니 중국인 코파운더도 있다. 이들을 포함해 회사에 총 23명이 근무하고 있다.
대학교 과정을 끝내지 않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주위의 우려는 없었나.
사업 초기엔 가족의 걱정이 많았다. 요즘에는 ‘언제고 학교만은 꼭 졸업하라’고 당부 하신 것 외엔 격려를 받고 있다.
창업 초기에 하는 고민과 현재의 고민은 다를 것 같다.
동업자끼리 모은 3천만원으로 6개 원룸을 임차해 운영한 것이 이 사업의 시작이었다. 초기에는 사람도, 돈도 없어 청소부터 소품 장식까지 모든 일을 우리가 직접 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오히려 지금과 비교하면 고객과 직접 맞닿아 운영했던 때가 즐거웠다. 현재는 외부에서의 고민보다 회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HR 측면을 더욱 신경 쓰고 있다.
국적과 나이대가 다양한 팀원들이 눈에 띈다. 이들과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하나?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내 나이가 어리다는 것으로 고민할 때가 있다. 게다가 회사 안엔 다양한 국적의 팀원들이 있어 연령대와 국가별로 나눠지는 경향도 있었다. 그래서 사람 사이에 장벽을 없애려 노력하고 있다. 일단 내부에선 서로의 영어 이름을 부른다. 이러한 우리의 문화를 수용하는 것이 채용의 전제조건이다.
인터뷰를 빌어 팀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최근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YoY 기준 1,000% 성장 등 우리의 눈부신 성과는 팀원들이 만든 거다. 능력이 출중한 이들임에도 급여를 많이 주지 못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충성도를 가지고 매진해 주고 있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크다. 회사와 나를 믿고 근무하는 팀원들을 실망시키지 않게 노력하겠다.
스테이즈에만 있는 특이한 조직 문화가 있다면?
이걸 문화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직원중 퇴사의사를 밝히는 사람이 있으면 집으로 직접 찾아가 그만 두지 말라고 설득한다. 대개 퇴사를 희망하는 이유는 이유가 있는 것과 없는것 두 가지라고 본다. 회사에 건의한 것이 수용되지 않는 등 이유가 전자다. 오해를 풀고 대화를 통해 회사 근속을 유도하고 있다.
회사의 성장은 마이너스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스타트업에선 마이너스와 플러스 개념이 있는 것 같다. 회사가 커지려면 지속적인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폭발적인 플러스를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 회사에선 마이너스를 최대한 기록하지 않고 작은 성장이라도 이뤄가려고 노력한다. 회사의 영속성을 위해서라면 기본적으론 플러스를 계속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은 성장세라도 직원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 확신은 커진다.
회사 설립 이후 만 2년이 지났다. 흔히 말하는 데스밸리까진 반년정도 남은 상황이다. 도약의 시기를 맞을 준비는 하고 있나?
올해 8월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3년이 된다해도 힘들어질 것 같지는 않다. 우리의 장기적인 목표는 스테이즈를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최고의 만족을 드리는 회사가 되는 거다.
8억 원 규모 투자유치를 했다. 앞으로도 계획이 있으리라 본다.
향후 투자 유치를 하게 되면 그 돈은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데 쓰려고 한다. 방 안에 단말기를 설치해 편리하게 주변 편의 시설을 활용하게끔 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스테이즈만이 가지는 차별화를 중점적으로 만들고자 한다.
대표 이병현에게 스테이즈는 어떤 곳인가?
‘선과 악’이 둘다 있는 곳이다. 스트레스를 주는 악이기도 하지만, 회사를 키우는 과정에서 기쁨을 안겨주는 선이기도 하다. 온전히 선의 상태가 될때까지는 동시에 안고 가야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