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에 아직도 인간이 필요한 이유
알파고로 시작된 인공지능(AI)에 대한 국내적 관심에 비해 아직은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다양한 정보 및 인식이 미비한 상황이다.
아트센터 나비(관장 노소영)에서 11월 15일부터 2017년 1월 20일까지 ‘아직도 인간이 필요한 이유: AI 와 휴머니티’ 전시회를 개최한다.
국내외 아티스트, 개발자, 프로그래머 등 다양한 창작자들의 작품 15점 전시되는 이번 전시회는 인공지능에 대한 다각적인 조명을 통해 창의성, 직관, 감정 등 인간의 고유성(Humanity) 등 기술발전에 따른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재조명한다는 취지로 기획되었다는 주최측의 설명이다.
전시회에는 구글(Google)의 딥 드림을 활용하여 인간이 인공지능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작품을 제작한 하싯 아그라왈, 기계 학습을 기술을 활용해 저널리스트 및 연구자들이 지도상에서 인간적·사회적·과학적·문화적 의미를 갖는 유사 패턴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골란 레빈, 카일 맥도날드, 데이비드 뉴버리, 인공지능이 재구성한 영화를 보여주는 테렌스 브로드 등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해외작가의 작품 국내 최초로 전시된다.
또한 인공지능 연구에서 중요한 키워드인 ‘분류’의 자의성에 대해 질문을 하는 신승백 김용훈, 과학철학가들이 저술한 문장 30만 개를 학습한 기계가 기계에 대한 새로운 문장을 생성하는 작품을 제작한 양민하, 기계학습을 이해하기 위한 자신의 학습과정을 공유하는 최승준 등 국내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신작도 전시된다.
아래는 이번 전시회에 전시될 작품들이다.
하싯 아그라왈(Harshit Agrawal, b.1992, 인도) <탄뎀(Tandem)>, 2016
인공지능과 사람이 서로의 시각언어를 교환하며 함께 그림을 완성해나가는 작품.
2016 나비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작가 하싯 아그라왈이 구글(Google)의 AI 이미지 소프트웨어인 딥 드림(Deep Dream) 알고리즘의 일부를 활용하여 제작하였다. 관객이 터치스크린 위에 그림을 그리면, 입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표현한 새로운 이미지가 오버랩되어 작품이 완성된다. 하싯 아그라왈은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하는 개발자이자 메이커로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원(MIT,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미디어 랩을 졸업하였다.
모리스 베나윤(Maurice Benayoun, b.1957,프랑스), 장 밥티스트 바리에(Jean-Baptiste Barrière), 토비아스 클랭(Tobias Klein) <브레인 팩토리(Brain Factory)>, 2016
홍콩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뉴미디어아트 선구자 모리스 베나윤이 토비아스 클랭, 장 밥티스트 바리에와 공동으로 작업한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브레인 팩토리>는 추상적으로 존재하는 인간의 ‘감정’을 마치 공장에서 나온 ‘제품’처럼 보여주는 작품이다. 관객은 편안한 의자에 앉아 사랑, 욕망, 고통 등 감정이나 의식과 연관된 단어들을 응시한다. 뇌파를 측정하는 헤드셋으로 수집된 데이터는 작가가 설계한 시스템을 통해 3차원 형태로 변환된다. 보이지 않는 감정을 데이터로 변환, 시각화하여 3D 프린터로 뽑아내는 일련의 과정은 인공지능 시대에 감정의 본연성과 그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테렌스 브로드(Terence Broad, b.1992, 영국) <오토인코딩 블레이드 러너(Autoencoding Blade Runner, 2016)>, 2016
테렌스 브로드는 영국 골드스미스 대학교 대학원에서 딥 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바탕으로 기계 학습의 가능성을 연구하는 신진 작가이다. 아픈 어린이들을 위한 로봇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기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오토인코딩 블레이드 러너>는 인공지능이 재구성한 영화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가는 인공 신경망의 종류 중 하나인 오토인코더(Autoencoder) 를 사용하여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의 모든 프레임들을 학습한 뒤, 인공지능이 기억을 통해 영화를 재구성하도록 만들었다. 본 작품은 현재 뉴욕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에도 전시 중이다.
진 코건(Gene Kogan, b.1985, 미국) <큐비스트 미러(Cubist Mirror)>, <칸딘스키 미러(Kandinsky Mirror)>, 2016
진 코건은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과 예술을 접목시키는 프로그래머이자 아티스트이다. 컬럼비아 대학교(Columbia University)에서 응용 수학을 공부한 뒤,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 컴퓨터 음악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즉흥 연주와 행위 예술, 시각 예술을 위한 코딩 작업 등을 해오고 있다. 본 작품은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관객의 모습을 미술사조 중 하나의 스타일로 변형, 실시간 송출하는 관객 참여형 작품이다. 일본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유스케 토모토(Yusuke Tomoto) 에 의해 오픈 소스로 제공된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골란 레빈(Golan Levin, b.1972, 미국), 카일 맥도날드(Kyle McDonald), 데이비드 뉴버리 (David Newbury) <테라패턴(Terrapattern)>, 2016
오픈 프레임웍스(openframeworks) 의 핵심 개발자이자 스타 작가인 골란 레빈이 최근 카일 맥도날드, 데이비드 뉴버리와 공동으로 진행한 프로젝트. 구글 지도 데이터를 이용하여 비슷한 형태를 가진 다른 지역의 지형들을 찾아주는 시스템이다.
이미지를 이해하고 영상처리가 가능한 인공신경망의 한 종류인 합성곱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 을 통해 위성 영상으로 촬영한 도시의 지형들을 작은 단위로 학습시킨 후,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진 지형을 찾도록 설계되었다. 농업의 수득률, 재난 대비, 건축 공사 효율성 등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기술의 가능성에 대한 탐구이자 제안이다.
신승백 김용훈(Shinseungback Kimyonghun, b.1979, b.1980, 한국) <동물 분류기 Animal Classifier>, 2016
신승백 김용훈은 기술이 인간의 삶에 직접적으로 끼치는 영향에 대해 탐구하고 본질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이다.
<동물 분류기>는 인공지능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인 ‘분류(Classification)’의 자의성에 대해 비판하는 작업이다. 아르헨티나 소설가 보르헤스는 그의 에세이 『존 윌킨스의 분석적 언어』에서 ‘중국의 어떤 백과사전’에 쓰여 있다는 독특한 동물 분류법 14가지를 소개한다. (a)황제의 소유인 것, (b)방부처리 된 것, (c)길들여진 것… 등 이 분류법에 명시된 기준에 따라 작가가 학습시킨 동물 이미지의 종류를 구분해내는 인공지능 분류기와 그 분류의 결과물을 제시한다.
양민하(Minha Yang, b.1975, 한국) <해체된 사유(思惟)와 나열된 언어>, 2016
양민하 작가는 과학 철학가들과 이론가들이 사유한 언어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스스로 생성해 낸 언어를 쏟아낼 때 인간이 이를 구분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문장에 사유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는 작업을 전시한다.
이 작업은 부루스 매즐리시(Bruce Mazlish), 레브 마노비치(Lev Manovich),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 대니얼 데닛(Daniel Dennett)에 이르기까지 여러 철학가와 저술가들의 책 9권을 기초로 제작되었다. 작가는 책에 나온 약 30만 문장을 학습시켰고, 책의 목차에 따라 새로운 문장이 생성되도록 만들었다. 수많은 사유의 결과로 탄생한 언어를 조합하였음에도 기계가 스스로 발생시킨 문장은 단지 나열된 단어의 조합 수준으로 해체된다.
최승준(Seung Joon Choi, b.1974, 한국) <Mathetics>, 2016
응용물리학을 전공하고 작가, 디자이너, 교육자의 길을 걷고있는 최승준 작가는 인공지능과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이해하기 위한 자신의 연구과정을 시각화한 작업<Mathetics>를 선보인다. 각각의 과정들은 VR, 네트워크 관계도 등 체험 가능한 형태로 웹 상에서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반응하는 상호작용적 콘텐츠의 형태로 전시된다.
‘학습에 관한 학습’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기계와 인간이 서로를 양육하고 교육하는 근 미래를 예측하는 작가는 인공지능의 발전을 통해 더글라스 엥겔바트(Douglas Engelbart) 등 과학 철학의 선구자들이 언급한 ‘인간지능 확대’ 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나비 E.I. Lab (조영각, 조영탁, 김정환, 유유미, 심준혁, 이기성) <로보판다(Robo-Panda)>, 2016 / <브레멘 음악대(Bremen Music Bot)>, 2016 <에어 하키 게임(Air Hockey Game)>, 2016 / <뷰티플 월드(Beautiful World)>, 2016
아트센터 나비의 E.I.Lab은 예술과 기술의 접점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창작 연구소이다. Emotional Intelligence Laboratory의 약자로, 감성적 접근과 기술적 연구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VR을 활용한 융복합 프로덕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로보판다>는 아이들이 대화를 통해 영어를 학습하는 ‘튜터로봇’으로, 아트토이에 IBM Watson 의 음성인식 기술과 로보틱스를 접목한 교육용 로봇이다. 아트센터 나비 E.I.Lab, 서울대학교 바이오지능 연구실, SK C&C Aibril 팀에서 공동으로 개발했다. 소리를 따라다니며 모은 데이터를 로봇들끼리 공유하고, 이 데이터를 서버로 전송하여 인공지능이 작/편곡한 음악으로 들려주는 <브레맨 음악대> 로봇은 전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소음을 음악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로봇과 인간이 함께 즐기는 <에어 하키 게임> 은 인공신경망 알고리즘 중 강화학습 딥 큐러닝(Deep Q-Learnig) 을 활용한 작품으로, 게임을 지속할 수록 로봇팔의 실력이 점차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외에 환경오염과 관련된 사진을 학습하여, 오염된 풍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필터를 융합현실(Mixed Reality)의 형태로 보여주는 <뷰티플 월드>도 함께 전시된다.
네오펙트(Neofect) <라파엘 스마트 재활 솔루션>, 2016
이번 전시에는 예술, 음악, 교육, 엔터테인먼트 분야 외에 재활, 의료분야에서의 인공지능 사례도 함께 소개된다. 국립재활원 2014 보급로봇으로 선정된 <라파엘 스마트 재활 솔루션>은 환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재활에 적합한 훈련 게임을 추천해주는 재활 치료기구이다.
뇌졸중 같은 중추신경계 질환 환자들이 센서가 부착된 글러브를 끼고 주스 짜기, 와인 따르기, 고스톱 같은 게임을 하면, 손가락, 손목, 아래팔의 움직임이 자동을 측정된다. 훈련 중 측정되고 분석된 데이터는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을 통해 환자 상태에 적합한 난이도를 자동으로 측정해 다음 재활단계에 맞는 게임을 추천해준다. 각 환자별 재활 훈련 과정을 기록한 데이터는 클라우드를 통해 의료진과 공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