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304] 내가 추천한 사람이 채용되면 보상금 주는 회사
‘지인을 추천해 채용되면 채용된 사람과 추천한 사람 모두에게 보상금을 주는 곳’으로 알려진 원티드는 채용 추천 플랫폼이다. 원티드팀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좋은 사람’이 없으면 실행되기 어렵다는 원칙에 착안해 이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30개 기업의 리쿠르팅으로 시작한 원티드는 현재 배달의 민족부터 카카오, NHN 등 550여 곳의 기업이 고객이며, 현재 사이트에는 700여개의 채용 공고가 올라와 있다. 현재 원티드에서 채용이 연결되는 수는 월평균 30명 수준.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선 구글 캠퍼스 서울과 함께하는 리쿠르팅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10회가 넘은 행사엔 어느덧 3천명이 다녀갔고 행사에 참여한 기업만 100곳이 넘는다.
조금 느리더라도 중요한 사람과 함께 일해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고 보는 이복기 원티드 대표를 만났다.
이복기 원티드 대표
원티드를 소개해달라.
원티드는 지인 추천을 기반으로 한 채용 플랫폼이다. 개발자와 마케터, 디자이너 등을 구하는 업체가 많으며 스타트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많은 회사들이 우리의 고객이다. 현재 원티드에 올라오는 직책은 경력직이 대부분이지만 점점 신입 사원의 수요도 늘어가는 추세다.
개발자와 디자이너 등 특정 직군 모집이 많다.
우선 공동 창업자 모두 IT업계 출신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IT 업계에서 가장 필요한 직군이 무엇인지 접근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두 번째론 여러 직군보다 한 직군에 집중하는 가장 좋은 서비스가 되고 싶었다.
지인 추천 기반과 보상금 제도는 어떻게 생각했나?
기업이 찾는, 원하는 사람들은 어디서든 재직중인 경우가 많다. 그런 인재들은 당장 구직에 대한 니즈가 없어 채용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지 않는다. 우리 서비스는 이런 사람들을 찾아서 추천하고 싶었다. 그래서 광고가 아닌 방식으로 지인들과 채용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지를 고민했다. 적극적인 구직인 뿐만 아니라 추천 대상, 기업 모두가 편히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방침이었다.
그리고 지인추천이 광고와 헤드헌팅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내리라 봤다. 일반적으로 기업을 추천해준 사람이 적당한 보상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말 한마디와 밥 한 끼, 커피 한 잔 정도다. 사람 추천은 선한 의지로 이뤄지는 일인데 보상금이라는 혜택을 얹는다면 더욱 좋은 인재가 시장에 나올거라 생각했다.
기존의 채용 광고 시장보다 가격 면에서 유리한가?
구인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채용 포털 광고, 헤드헌팅, 그리고 지인추천이 있다. HR 포털을 이용하면 월 500만원 이상 600만원 정도, 헤드헌팅을 이용하면 후보자 연봉의 15%~20%다. 예를 들면 연봉 5천만원의 개발자 한 명을 채용하게 되면 750만원~1000만원까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후보자 연봉의 7%를 받는다. 거기서 일부를 후보자와 추천인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기업별 보상금이 상이하다. 규모 차이인가?
기업은 이 사람이 정말 좋은 사람인지가 1순위다. 돈이 드는 건 나중 문제다. 그래서 대기업의 경우 오히려 채용보상금을 높이는 걸 선호한다. 보상금이 높아질 수록 좋은 사람이 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회사는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에 비용을 쓴다. 이들에게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용을 좀 더 내고서라도 그만큼 좋은 사람을 빨리 구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자금력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은 부담스럽지 않을까?
연봉 5천만 원의 인재를 영입하는데 원티드에 쓰는 비용은350만원이다. 그 돈을 들여서 사업 방향성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고 본다.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다. 어떤 사람과 일하느냐, 어떤 인재를 영입하는지에 따라 회사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작정 아무 스타트업에게 원티드를 권하진 않는다. 구직자 입장에선 급여가 밀리지 않을 수 있는 곳인지도 중요하다. 그래서 우린 연 매출 혹은 최소 투자금이 5억 원 이상인 기업에 한해서만 인재 추천을 하고 있다.
초기 홍보는 어떻게 했나.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고를 올리면서 시작했다. 기업과 추천인 모두 준비돼 있어야 하는 양면 비즈니스였기 때문에 추천인 100명, 30개 정도의 스타트업을 모은 뒤 시작했다. 대중에게는 페이스북 코리아와 월트 디즈니 코리아에 입사하는 친구를 찾아주면 보상금을 주는 회사로 알려졌다.
원티드 서비스의 추천사가 정말 도움이 되나.
원티드를 통해 지원한 사람 중 서류 합격자 비율을 따져보면, 추천사 유무로 약 10배정도 합격률 차이가 난다. 대개 추천 받은 분들의 서류 합격률은 21%지만 받지 않은 분들은 2.5%정도다.
채용이 성사된 뒤 기업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경우는 없었나?
기업에서 채용했는데 채용 사실을 우리에게 알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의도한 경우보다 대부분 인사담당자가 사후 관리를 하지 못해 생긴 실수일 때가 많다. 이 경우엔 우리에게 제보하면 된다. 제보가 접수되면 기업에 문의한다. 해당 기업에 재직중임을 확인해주면 보상금을 지급한다. 우리 입장에서도 이런 제보는 고마운 일이다.
원티드에 구직 후기가 보이지 않던데.
본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어 자랑할 만한 공간은 따로 구비해두지 않았다. 다만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은 꾸준히 하는 중이다.
원티드를 이용할 기업 및 구직자에게 조언해 준다면.
세상에 ‘제일 좋은 기업’은 없다. ‘잘 맞는 기업’이 있을 뿐이다. 많이 지원한 사람일 수록 합격률이 높다는 내부 통계가 있다. 보통 9.3회 정도 지원한 사람들이 합격률이 높았고, 불합격자들은 3.6회정도 지원했다. 짝을 만나려면 서로 잘 맞는지 안 맞는지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봐야 하는 것처럼 기업도 그런 과정으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원티드를 통해 채용 확정이 난 사람과 추천한 지인에게 주는 컵. 이 컵은 보상금과 함께 지급된다고.
원티드 이야기를 해보자. 팀원들은 어떻게 모였나.
공동창업자를 제외한 18명은 원티드로 채용했다. 사실 공동창업자들도 원티드가 내세우는 ‘지인추천’으로 모였다. 일단 사람이 먼저 모이고 난 뒤 서비스가 생겨난 케이스다. 사람이 모이기 전에는 사업 아이디어도 없었다.
사업하기 전 서비스 컨셉을 공개하고 다녔다.
대부분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숨기고 누가 따라 하진 않을까 걱정한다. 난 반대였다. 오히려 아이디어를 보여주면서 우리가 놓치고있는 부분이 있는지, 잘하기 위해선 어떤 걸 신경 쓸 지, 사람들이 아이템에 매력을 느끼는지 등등이 궁금했다.
서비스에 부정적인 피드백이 왔을 땐 어떻게 했나.
조언을 구하는 동안 사업이 안 될 거라 말한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에 상처받지 않고 사업을 긍정적으로 바라봐 준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며 보완했다. 채용 플랫폼은 우리가 하고싶은 사업이었기 때문에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시작할 당시 힘들었다고.
한창 사업을 시작한 이후 명함을 주고받을 때마다 잡상인이 된 느낌이었다. 예전 회사에서 느끼지 못한 기분이었다. 이외에도 사회에서 반칙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상처를 받기도 했다. 이런 것들을 경험하면서 스스로 단단해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사업하길 잘했다’하는 순간이 있었나.
여러 채널에 입사 공고를 진행한 기업 인사 담당자가 “원티드에서 뽑힌 분이 가장 만족스럽다”는 말을 할 때 가장 기분이 좋다. 그 한마디가 우리 서비스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의미 있는 사업임을 증명해주는 것 같다. 또 우리 서비스를 통해 개발자를 채용하며 큰 힘이 됐다는 분들도 있고, 40명을 인터뷰하고도 뽑지 못 한 인재를 우리 서비스에서 찾았다는 회사도 있었다.
호평을 받고는 있지만, 대표로서 서비스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알려진 기업들은 인재가 비교적 빨리 찾아지지만 작고 덜 알려진 기업들은 추천 등 반응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다. 구인은 신속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인식해 이 경우엔 추이를 봐 가며 자체적으로 마케팅을 더 해주고 있다.
채용 플랫폼에 데이터를 활용 중이라고.
지금까지는 사람이 서류를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연락해 면접을 보고 질문 몇 가지를 던진 뒤 채용여부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채용이 결정된 주 요인은 데이터가 아닌 사람의 느낌이다. 이와 달리 원티드에선 이력서와 회사의 요구사항에 대한 매칭도를 점수화 하고 있다. 또한 추천인의 추천사에 따라 몇 명 합격했는지 분석해 추천인의 신뢰도를 측정했다. 추천과 면접 등에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부터 데이터화해, 궁극적으론 감성만이 존재했던 채용 시장에 이성도 큰 부분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국내 1,2위를 다투는 결혼중개업체도 사람의 판단과 빅데이터를 이용해 각각 성혼율을 높이고 있다. 원티드로서는 어떤 모델을 표방하나.
채용 플랫폼에서 중요한 건 사람의 판단과 데이터 둘 다라고 본다. 상황에 따라 사람의 판단이 중요할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다.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유리한 건 데이터 자동화를 할 테지만 이외의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부분은 남겨두려 한다.
일본으로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우리 서비스를 긍정적으로 봐준 일본 상장사 2곳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현재 일본은 구직보다 구인이 많아 사람이 귀하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영주권을 요건을 완화할 정도다. 때문에 일본은 한국보다 헤드헌팅 수수료가 연봉의 30%에서 많으면 100%를 받을 정도로 높다. 채용 광고와 헤드헌터로도 풀리지 않는 시장인 만큼 우리의 가치가 통하는 시장이라 봤다. 2017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원티드는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주고 인재를 채용하나?
첫 번째론 이 비즈니스를 믿는 사람이다. 사업은 잘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다. 상황이 어려워지더라도 이 사업을 믿으면 그만 두지 않는다. 한창 커가야 하는 기업에게 이는 중요한 문제다. 두 번째는 인간성을 본다. 나도 예전엔 실력이 다라고 생각했다. 사업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실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운영해가면서 사업은 100m 단거리가 아닌 긴 여정임을 깨달았다. 가는 동안 다독여가며 함께 뛸 수 있는 좋은 사람인지를 따져본다. 그런 사람들이 와야 회사가 발전한다고 믿는다.
어떤 회사를 추구하나?
회사를 다니는 동안 팀원 스스로 중요한 일을 하고 있고, 그것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일에 회의감이 들거나 직장을 다니기 싫다고 생각되는 때는 하고 있는 일이 별게 아니라고 여기게 될 때부터 라고 본다. 양이 아닌 질로 승부해야 하는 게 우리 일이다. 시장의 핏과 잘 맞춰가며 천천히 성장하는 회사가 됐으면 한다.
원티드의 비전은.
우리는 기본적으로 HR 관련 스타트업이다. 인사 영역엔 채용 브랜딩부터 교육훈련, 복지, 커리어 매니지먼트 등등 다양한 영역이 있다. 우린 이 가운데 채용이라는 작지만 매우 중요한 영역에서 사업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인사 담당자들이 유용하게 활용하는 서비스를 만들려 한다.
대표 이복기에게 원티드는 어떤 의미인가.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다. 롤러코스터는 그 자체로 짜릿함을 준다. 원티드라는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이전에는 결코 배울 수 없었을 지혜와 용기를 쌓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