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없는 현지음식 도전, 챗봇이 도와드립니다.” 로컬푸드 큐레이션 앱, ‘테이스티’
노우주 대표에겐 행복의 모범 답안이 있었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하는 삶이 부모님을 기쁘게 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고, 다들 그렇게 사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다양한 배경의 또래들이 모이는 군대에 가게 되면서 그 생각의 프레임은 깨졌다.
그는 전역하자마자 한 학기동안은 휴학해서 막노동 일을 하고, 그다음 학기는 그렇게 해서 모은 돈을 등록금과 장사자금으로 쓰는 생활 방식으로 조금 색다른 내일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도전하고 실패하고, 또 도전하고 실패했지만,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한 그였기에 두려울 게 없었다.
시장에서 5년을 버티고 나니, 그는 사업적으로 준비된 사람이 되었다. 그가 ‘장사꾼’ 대신 ‘사업가’라는 이름표를 달 때 들었던 말은 “노 대표처럼 폭발적으로 빠른 성장을 보이는 사람은 처음이다.”였다. 인터뷰를 위해 대치동 ‘구글 캠퍼스 서울‘을 찾았다.
사업을 시작한 계기
올해 초, 나와 개발자 팀원은 미국 시장에서 재밌는 사용자 경험이 일어나고 있음을 발견했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인 ‘쿼츠(Quartz)’에서 챗봇을 활용한 대화형 뉴스 앱을 출시하여 뉴스를 채팅처럼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너무 직관적이고 신선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사용자 경험에 푹 빠진 난, 이걸 백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발굴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내가 주목한 건 국내 푸드테크 시장이었다.
왜 푸드테크였나.
현재 푸드테크 시장의 문제는 ‘사용자가 가려운 곳을 한 번에 긁어주지 않는’ 점이다. 다시 말해, 시간만 허비하게 하면서 궁극적인 욕구는 해결해주지 않는다. 또한 사용자가 일정 시간 내에 알아볼 수 있는 음식도 한정적이다.
예를 들어보겠다. ‘오늘 뭐 먹지?’가 고민인 사용자에게 대다수의 음식 추천 앱은 음식이 아닌 맛집으로 불리는 식당을 먼저 보여준다. 그러면 사용자는 식당을 눌러 거기에서 어떤 음식을 파는지를 보고 기억해뒀다가 ‘뒤로가기’를 눌러 다른 식당들도 알아본다. 이후 메인화면으로 돌아와서 아까 봐두었던 음식 몇 개를 떠올린다. 그리고 결국 사용자는 아직도 무엇을 먹을지 고민 중이다.
따라서 나는 ‘오늘 뭐 먹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오늘 무엇을 먹을지 알려주는 서비스를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음식을 먼저 보여준 후에 그 음식을 파는 식당을 알려주는 서비스 즉, 사용자 생각의 흐름에 꼬임이 없는 서비스 말이다.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오는 12월에 베타 버전으로 출시할 ‘테이스티(tasty)‘는 아시아 지역을 여행하는 글로벌 관광객들을 위한 로컬푸드 큐레이션 챗봇 앱이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사용자는 앱을 내려받은 후 몇 가지 비선호 음식 스타일(Not Preferred Food Style) 항목을 체크하게 된다. 그러면 챗봇이 이를 바탕으로 분석하여 사용자 위치 기준의 주변 현지 음식을 추천해주고, 사용자가 음식을 고르면 최종적으로 그 음식을 파는 주변 식당을 알려주게 된다.
무엇보다 우리 서비스의 핵심 가치는 ‘어떤 추천 음식에 도전해도 최소한 역겨워지는 경험만큼은 없다는 점’이다.
그 핵심가치를 정하게 된 배경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줄 수 있나.
우리는 개발 초기에 음식 큐레이션 기준을 단순히 ‘맛’으로 결정하는 실수를 했었다. 한식 메뉴를 단맛, 짠맛, 신맛, 쓴맛으로 다 분류하고 현장에 나가보니 같은 된장국도 짠맛이 달라 정량화를 할 수 없었다. 막상 나가보니 말도 안 되는 분류였던 셈이었다.
그래서 40여 명의 외국인을 심층 인터뷰한 자료를 다시 들춰보고 있는데 그중 70% 이상의 외국인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불편사항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맛이 아니라 스타일에 관한 거였다. 오히려 맛에 대한 건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현지 음식이 자기 입맛과 맞지 않는 바람에 역겨운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현지음식에 도전해보고는 싶지만, 자칫 잘못하여 역겨워지는 경험만큼은 피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보였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외국인들은 촉감은 젤리인데 고기 맛이 나는 도토리묵을 무척 싫어한다. 플라스틱을 씹는 것 같은 냉면도 싫어한다. 특히, 생선이 통째로 들어간 요리의 경우 가뜩이나 젓가락질도 못 하는데 자꾸만 입에 가시가 박혀서 모두가 싫어했다. 따라서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총 12가지의 비선호 음식 스타일 기준을 설계하였다.
향후 계획 및 목표
올해에는 서울과 제주도 지역의 음식 정보를 우선적으로 서비스하고, 내년부터는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주요 도시의 지역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우리의 1차 목표는 100명의 초기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여행비를 벌면서 관광하기를 원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단기 아르바이트 정보 소개, 식당을 대상으로 한 고객 유치 수익모델 등을 준비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챗봇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원문 : [찾아가는 인터뷰 90] “실패 없는 현지음식 도전, 챗봇이 도와드립니다.” 글로벌 관광객 위한 로컬푸드 큐레이션 앱, ‘테이스티’
안경은 앱센터 외부필진 /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즐깁니다. 글로 정리해 사람들과 공유할 때 신이 납니다.